활동소식

정보공개심의회 회의록, ‘숨기고 비우고 칠하고’

2025.02.03

국민은 누구나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거나 관리하는 정보 중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이런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하지만, 비공개 결정이 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정보의 공개 여부를 다시 심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보공개심의회’가 하는 일이다.

정보공개심의회는 공공기관마다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하고 소속 공무원, 임직원, 외부 전문가 등이 심의위원이 될 수 있다. 심의회에서 위원들은 안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청구된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 토의해 결정한다. 회의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말이다.

행정 각부, 처, 청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에서 정보공개심의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022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의 정보공개심의회 운영현황에 관한 정보를 59개 중앙행정기관에 청구했다. 이의신청 처리대장, 심의회 안건 목록, 회의록 등의 자료를 통해 정보공개 청구인들의 이의신청이 각 부처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심의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숨기고 보는 회의록

청구한 정보를 모두 공개한 기관은 총 19곳으로, 전체 기관의 약 32%에 불과했다. 재청구나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도, 최초 청구시부터 모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한 곳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산림청, 소방청, 재외동포청, 통계청, 해양경찰청 총 6곳에 불과했으며, 행정 각부는 한 군데도 포함되지 않았다.

거의 모든 기관은 무엇보다 회의록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 비공개 사유에 저촉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만,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일률적으로 비공개 대응을 하고 보는 것이다.

감사원이 공개(?)한 정보공개심의회 심의의견서. 모든 란을 지우고 보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회의록. 의사결정과정이 모두 지워져 있다.

비공개 사유로 가장 많이 내미는 것은 일명 ‘5호’이다. 회의록이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에서 규정하는 비공개 가능 정보, 즉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는 것이다.

정보공개를 심의하는 업무가 비공개되어야만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논리는 아이러니하다. 회의록을 확인할 수 없으면 심의 과정이 공정히 수행되었더라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의사결정의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적극 공개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들은 회의록을 일단 비공개하고 볼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라도 공개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회의 아닌 회의 남발

회의에 관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진행되는 회의 방식이 ‘서면회의’라는 점도 문제가 있다. 서면회의란 안건을 각 의원이 제출한 글로써 의결하는 회의 방식이다. 본래 회의를 소집할 시간이 없거나 안건의 내용이 경미한 경우에 한해 진행되는 임시방편이다. 그런데 이번 청구 결과 최소 26개 이상의 기관이 대면회의 없이 서면회의만으로 정보공개심의회를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면회의는 회의 아닌 회의다. 토의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서면회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담당 공무원이 안건지와 의견지를 각 심의위원에게 전달한다. 심의위원은 안건지를 읽고 의견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이렇게 제출된 기각(비공개 유지), 인용(공개), 부분인용 등의 의견 중 다수의견이 심의 결과로 채택된다. 참가자 간에 안건에 관하여 질의하는 과정,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 이견을 합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모두 생략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 심의의견서(2024년 제1회). 의견란이 비워져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정보공개심의회 심의의견서(2022년 1차). 심의의견란에 ‘동의’라고 적혀 있다.

과정이 허술하면 결과도 허술하게 마련이다. 졸속으로 작성된 심의의견서도 발견되었다. ‘동의’라든가 ‘비공개’라고만 적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내용 부실 문제야말로 회의록 공개를 염두에 둘 때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내용을 알차게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될 수는 있겠지만,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서라면 심의위원들이 더욱 신중히 의견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정보공개 원칙에 걸맞은 중앙행정기관이 되길

모든 기관이 불성실한 것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산림청, 소방청, 통계청은 대면회의를 진행하며, 회의록을 투명히 공개하였다. 정보공개의 원칙에 걸맞은 대응에 감사의 인사와 박수를 보낸다.

한편, 정보공개 업무를 태만히 하는 기관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대검찰청은 심의의견서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고(올해부터는 생산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다), 비공개 결정을 내린 국가안보실은 작년에 제기한 이의신청을 여전히 접수하지 않고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구 정보를 몽땅 비공개한 국가안보실과 대통령비서실을 제외하고 모든 중앙행정기관들이 이의신청 처리대장만은 공개하였다(결정에 대한 이유 칸은 삭제한 경우도 많았지만). 기관들이 이의신청 처리대장만큼은 통일된 양식으로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정보는 정보공개시스템에서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보공개를 위해서는 시스템 차원의 노력 또한 필요하리라는 것을 느꼈다.

정보공개심의회의 핵심은 회의에 있다. 심의회 회의는 헌법적 가치인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보공개의 공익 및 타당성을 숙의하는 장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정보공개법의 입법목적과 취지를 아울러 고려해 볼 때, 정보공개심의회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은 투명히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올해는 정보공개 원칙에 좀더 걸맞은 중앙기관들이 될 것인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2-2024 중앙행정기관 정보공개심의회 운영현황 자료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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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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