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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작하고서야 알았다”… 여야에 ‘깜깜이 난개발 방지 7대 조례’ 촉구

2026.03.25

6·3 지방선거 D-71, 전국 80개 시민단체 민주당·국민의힘 당사 앞 연속 기자회견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공장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이었습니다.”

3월 24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종순 사무처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1999년 하루 15톤짜리 소각장 하나가 충북 청주 북이면에 들어섰다. 업체는 조용히 규모를 키웠고, 어느새 소각장은 세 곳으로 늘었다. 신·증설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하루 543.8톤, 전국 폐기물의 6.5%를 이곳에서 소각한다.

소각장 굴뚝에서는 악취와 함께 빨간 연기, 노란 연기가 솟아오르고 농작물에는 까만 먼지가 뒤덮였다. 소각장이 가동된 27년 사이, 주민들 중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그 중 31명은 폐암이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소각장에서 무엇을 태우는지,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지 못한다.

박 처장은 이 상황이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과 행정 어느 누구도 사전에 주민들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숨기고 쉬쉬하는 데 급급했다. 제도가 그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청주시 북이면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익산시는 비료공장, 김포시는 주물공장 등 농촌지역에 입지한 유해시설들로 인해 주민들은 암 등의 질병으로 고통받아왔다. 정읍시, 고창군 등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토석채취로 인한 소음과 분진이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식 통계나 보고에 잡히지 않는 지역·농촌 주민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위험은 지역과 농촌으로 전가되고, 이익은 업자가 보며, 결국 피해는 주민이 감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뒤늦게 행정이 책임을 져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국의 80개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이하 조례운동본부)를 꾸리고 주민들도 모르게 추진되는 ‘깜깜이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3월 2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3 지방선거에서 난개발을 끝낼 알권리 조례 제정을 공식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조례운동본부가 여야에 6·3 지방선거의 당론 공약으로 제시한 ‘7대 표준 조례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갈등유발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다. 지자체가 인허가권을 갖거나 환경영향평가 등 승인기관에 협의의견을 제출할 경우 개발사업 전에 주민들에게 문자고지 등으로 알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 조례가 시행될 경우, 주민들이 사업 추진 현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위원회 회의 공개 조례다. 지자체 산하 모든 위원회의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회의 7일 전에 안건을 미리 공표하며, 회의록은 종료 후 7일 이내에 홈페이지에 상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공개·고지 의무를 위반한 회의는 의결 효력 자체를 무효로 한다는 점에서 개발 결정 과정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주민참가 보장 조례다. 도시계획위원회,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등 개발 관련 위원회에서 이해관계 주민이 회의 참가와 발언을 공식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업 설명’을 이유로 회의실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정작 그 시설의 영향권에 사는 주민은 회의가 열리는지조차 모르는 정보 불균형과 참여권 박탈을 바로잡을 수 있다.

넷째, 환경영향평가 조례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1일 100톤 이상 소각시설만 평가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악용해 ‘1일 99톤’ 허가를 받는 꼼수가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조례를 통해 평가 대상 기준을 법령 기준의 50% 이하로 대폭 낮춰 이 사각지대를 메운다. 고형연료(SRF) 소각시설처럼 ‘재활용’으로 분류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던 시설도 조례로 추가할 수 있다.

다섯째, 환경정책위원회 조례다. 폐기물처리시설, 소각장, 악취 유발 재활용시설 등 환경오염 우려 시설의 인허가 전에 환경정책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민관 공동운영 체제를 도입해 단체장 재량에 의한 자의적 결정을 막을 수 있다.

여섯째, 환경피해 예비조사 지원 조례다. 조례 도입 시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주민에게 지우는 현재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일곱째, 도시·군 계획조례다. 폐기물처리시설이 주거 밀집지역, 학교, 하천, 저수지, 주요 도로 등으로부터 직선거리 2,000미터 이내에는 입지할 수 없도록 이격거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조례운동본부의 근본적 요구는 개발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재섭 사무처장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 이제 달라질 것이라 했습니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지금, 저는 묻고 싶습니다. 그 권력은 정말 주민에게 왔습니까.”

그는 대전에서 공공기관 민간위탁 심사 과정 공개를 요구해 소송에서 이긴 경험을 꺼내며, 사업자와 행정이 마주 앉아 결정을 내리는 동안 정작 그 결정을 평생 안고 살아갈 주민들은 바깥에 있는 구조를 “제도의 허점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라고 짚었다. 김 처장은 “회의 전에 알려달라. 회의록을 7일 안에 공개해달라. 이해당사자 주민에게 발언권을 달라. 알권리는 주민주권의 시작입니다. 출발선도 없이 참여를 말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라며 조례의 공약화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깜깜이 개발 중단하라’, ‘주민 알권리 보장하라’를 함께 외쳤다. 이후 조례운동본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7대 조례 정책 제안서를 직접 전달했다.

by
    정진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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