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문제는 회계시스템 보안 강화와 업무추진비 투명 공개

2018.10.08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출처: YTN)

강성국(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심재철 폭로 사건’ 본질 다시 생각하기

심재철 의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비인가 예산자료 열람·다운로드와 청와대 업무추진비 무단 공개로 한 차례 과열된 정쟁이 오고갔다. 심 의원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을 두 차례 기자회견까지 벌여가며 (무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폭로 했지만 청와대가 조목조목 해명하며 부정사용 의혹을 일소시켰고 심 의원은 비인가 예산자료에 접근하고 이를 무단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법적·정치적 부담만 안게 됐다.

정쟁이 과열됐던 만큼 고소·고발도 잇따랐다. 기획재정부가 먼저 지난 달 17일 심재철 의원을 정보통신망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틀 뒤인 19일 심재철 의원은 자신을 고발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을 무고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심 의원은 자신을 비방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지난 5일 고소했다.

한데 결국 온도는 쉽게 오르다 식기마련이고 거칠게 오고 갔던 말들은 역시나 클릭소리와 함께 휘발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사태도 정작 긍정적인 결론은 없이 혼란만 남기고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사태가 완전히 잊혀지기 전에 함께 생각해보아야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이 사태도 아무 이유 없이 심 의원의 과도한 정치적 의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 정부가 해결해야할 고질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보안 강화 시급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보안이다. 물론 심재철 의원실에서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기술적 우회를 통해 보안을 무력화 했는지는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밝혀지겠지만, 행여나 심 의원의 주장처럼 백스페이스 몇 번 누른 것으로만 비인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향후 정보보안 대참사로 기록될 정도로 큰 문제이다. 그럴 경우 응당 해당 보안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관련된 기획재정부의 대응은 사실 비상식적이었다. 심 의원 측이 비인가 예산정보를 열람·다운로드 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심 의원이 자신들의 기대보다 협조적이지 않자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1차적으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보안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되기 전에 심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범죄혐의가 있는듯한 프레임을 형성시켜 결과적으로 정쟁이 무모하게 과열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주요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을 감사청구까지 했다. 이렇게 과도한 대응이 시급하게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보여주기 식 대응은 결국 사태의 본질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보안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추진비가 사건의 본질인 듯 보이게 만든다. 이런 기획재정부의 비상식적으로 과장된 대응들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추궁과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위적인 ‘물타기’로 해석되게 만드는 부분이다.

따라서 현 정부는 지금 사태로 발생하고 있는 정쟁과 거리를 두고 공공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는 행정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들의 정보보안체계 전반을 다시 면밀하게 점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또한 단순히 점검하고 특별한 문제점이 없으면 종결하는 게 아니라 행정시스템의 정보보안체계의 수준을 새롭게 한 단계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방식 바꿔야

다음으로 청와대 역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방식도 보다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는 업무추진비를 상반기와 하반기로 연 2회 공개하고 있는데 대략적인 유형별 업무추진비 총액만 공개하는 수준이다. 이런 방식의 업무추진비 공개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딱히 크게 의미 있는 정보공개라고 할 수도 없다. 업무추진비의 공개 목적이 혈세낭비와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함 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세부적인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청와대의 공개행태는 형식적인 구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면 심 의원의 기자회견과 청와대 업무추진비 무단공개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청와대의 이렇게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공개 행태는 다른 공공기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청와대는 행정부의 최상위 기관이며 따라서 청와대의 행정제도운영태도 하나하나가 일종의 국가차원의 행정 기조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공공기관들의 업무추진비 공개방식과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최근 국회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공개에 대한 여론이 강하다. 그런데 국회가 청와대 수준으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한다면 업무추진비의 공개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따라서 향후 행정부 외 입법부·사법부 또는 독립기구들의 업무추진비의 올바른 공개 확대를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먼저 공개 행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업무추진비 내역에 청와대 거래 식자재 업체명, 대통령의 공개·비공개 동선, 대통령 진료병원 등 기밀정보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에 관한 예산 사용은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하지 않고 다른 지출항목에서 지출하거나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내역에서 해당 정보들에 대해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편집 처리한 후 최대한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책공약들이 채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를 구성했다. 그래서인지 업무추진비 공개를 포함하는 정보공개정책들도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 비해 크게 나아지거나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취약했던 공공기관들의 정보보안을 강화하고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공개 또한 개선된다면 이 또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다르게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칼럼은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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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알권리는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2018.10.02


 

김유승(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지난 달 27일 기획재정부는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혐의로 심재철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그가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정부법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일부에서는 공공기록물관리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의 위반 여부도 따져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법정에서 밝혀질 문제이긴 하지만, 그 행위가 던진 사회정치적 파장은 일파만파다. 백스페이스 두 번 두드렸더니 보안장벽 안에 담겨있던 비인가 정보 40여만 건이 쏟아져나왔다는 그의 황망한 주장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를 자의적이고 선정적으로 활용한 방식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그의 입에서 아전인수격으로 알권리가 불려나왔다.


정보에 대한 접근, 수집, 처리의 자유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지칭되는 알권리는 오늘을 사는 시민의 살권리. 알권리를 통해 시민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일상적 위험으로부터 건강과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알권리가 모든 권리에 앞서는 권리는 아니다. 개인정보의 보호, 재산의 보호 등 시민의 다양한 기본권과 어우러지면서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알권리의 제한과 구현은, 다른 기본권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며, 공익을 판단기준으로 한다. 알권리의 최종적 목적은 공익의 실현이다.


이 대목에서 심 의원은 공익을 위해 위험을 무릅써 정보를 공개하고, 알권리를 주장하였는가 되묻게 된다. 그는 국회 정책연구용역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여러 시민단체의 요구에 끝까지 묵묵부답했던 사람이다. 그의 국회부의장 재임 당시 국회 예비금 지출 내역은 정보공개 소송 중에 있다. 그는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무엇 하나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알권리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사람이자, 알권리를 훼방놓았던 사람이다. 하룻밤 사이 돌변한 그의 태도에 진정성을 읽어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익이 아닌 사익이 목적이었던 그 행위는 결국 알권리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국회는 그동안 정보공개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알권리는 시민의 삶과 권리를 위한 것이다. 시민의 삶과 권리의 기준을 높이려면, 알권리가 더 넓고 깊게 보장되어야 한다. 권력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은 시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엄정한 기준으로 설명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등, 시민의 알권리가 닿지 못했던 영역에 대한 적극적 사전 공개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법이 필요하다면 법을, 제도가 필요하다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행정부처들은 과거의 행정편의주의, 비밀주의를 단호하게 떨치고, 정보공개의 패러다임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스스로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이제라도 시민의 알권리 요구에 빠르게 화답해야 한다. 현행 국회정보공개규칙국회정보공개법으로 새롭게 제정하여 국회의원들 스스로 그 책임을 도맡아야 하며, 시민의 알권리 확장을 위한 입법활동을 즉시 재가동해야 한다. 이것은 부탁이 아니다.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다. 알권리는 정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한겨레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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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⑧] 이런 후보 있으면 꼭 뽑을 겁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

2018.06.04

이런 후보 있으면 꼭 뽑을 겁니다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⑧] 지방민주주의 실천 공약으로 내건 후보 찾아야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지방선거가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방선거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대통령을 뽑는 대선과 비슷한 점도 꽤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국민 또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제시되는 것은 공통점입니다. 자기 권한을 넘어서는 일까지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자도 있으니 잘 가려야 합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대선이나 총선에서 검찰을 포함한 행정부 개혁과 국회 및 정치 개혁 공약은 한 번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에서는 지방행정과 지방의회 개혁, 주민자치 활성화를 약속한 후보들은 얼마나 있을까요?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는 지역단위에서도 실천되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지방선거에서 잘 다루어져야 할텐데 말입니다.

지방민주주의 실천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를 찾습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18년 지방선거 후보자 공약 정보 웹사이트 갈무리 화면. 각 정당의 10대 공약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5대 공약이 등록되어 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정보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정당들의 공약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후보들의 경우에는 5대 우선공약이, 정당의 경우에는 10대 우선공약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5월 31일 기준, 전국의 17개 광역시도와 광역특별시를 대상으로 상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지방행정·의회 개혁과 주민자치 활성화를 5대 우선공약 중 한 가지로 제시한 후보는 겨우 6명이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문대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오거돈 부산광역시장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후보(후보 이름 가나다순)가 바로 그들입니다.

우선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5순위 공약의 제목을 “참여와 소통으로 도정을 혁신하겠습니다”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참여범위 확대 및 내실화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확대 및 기준완화 △노사민정 협의회 구성 추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및 노사민정 사회적 대회가구 설치 △농민,소비자,행정,전문가로 구성하는 농어촌특별기구 설치로 협치농정을 내세웠습니다.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후보는 2순위 공약의 제목을 “시민주권특별자치시 완성”이라고 내걸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읍면동장 추천제(공모제)도입 △읍면동 주민자치회 및 리 단위 마을회의 신설 △마을총회 등 참여연령 만 16세로 하향 △자치분권특별회계 신설 △읍면동에 재정조정권 부여 △읍면동 주민공동체에 규칙과 조례에 대한 제안권 부여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장 오거돈 후보는 “시민이 주인인 시민행복 시정혁신”을 5순위 공약으로,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후보는 “시민참여예산 200억으로 확대”를 4순위 공약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는 “직접민주주의 확대로 참여하는 경기”를 4순위 공약으로, 문대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후보는 “특별자치 분권모델 완성”을 1순위 공약으로 등록해 두었습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보기만 좋지, 실속이 있을까 의심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대 공약 중에 지방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공약을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합니다.

전국 곳곳의 시민단체들이 지방민주주의 실천을 제안 중

전국 각 지역에는 주민참여민주주의, 지방권력 감시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참여연대 같은 단체들이 중앙행정부와 국회, 국정원 등을 감시하듯이 지역별로도 지방 정부와 의회의 정책 결정과 집행을 감시하며 고군분투하는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선거에 앞서 지방행정·의회 개혁과 주민참여자치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후보들이 이를 채택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이거나 공통적인 제안들을 살펴보면, 우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권을 쥐고 있는 지방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나 임원추천위원회에 단체장의 입김을 줄이는 방안이 있습니다.

울산시민연대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참여연대 등이 지역 후보자들에게 이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 지방자치개혁 공약 실종 비판논평 2018년 지방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들의 지방자치개혁 공약 실종을 비판하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지난 5월 17일 논평의 일부. ⓒ 참여연대

지방정부와 의회 정책결정에 시민의 뜻이 반영되게끔 제안하는 정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시민정책제안제 실시(충남참여자치연대), 정책공론화제와 조례 제정시 시민공청회 의무 실시(춘천시민연대), 도시개발정책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운영(참여자치전북연대), 시민배심원제 시행(세종참여자치연대)이나 시민협치위원회 설치(부산참여연대) 등이 그러한 것입니다.

지방의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나 조례안을 무기명 투표로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충북참여자치연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춘천시민연대, 익산참여연대, 여수시민협 등 여러 지역의 시민단체들의 제안이 그것입니다.

전국에서 권력감시와 참여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들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에서도 지난 5월 2일 ‘지방행정과 의회 개혁을 위한 4가지 정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감사기구를 합의제 위원회로 만들고 독립성을 높이자는 제안, 지방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전국적으로 실시하자는 제안, 행정정보를 더 폭넓게 공개하자는 제안, 지방의회에서 예산안과 조례안만큼은 무기명 투표 금지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뽑았던 그 시절

되돌아보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2007년 17대 대선이나, 오세훈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뽑았던 2010년 지방선거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잘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했던 선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 후유증을 근 10년 째 겪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그 때와는 달리, 민주주의를 한 발짝 나아가게 하는 선거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방민주주의에 관심있는 후보를 찾고, 유권자들이 나서 이들에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꿈꿉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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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⑦] 인천 재정건전화? 시민희생은 어디로 사라졌나 (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처장)

2018.06.04

인천 재정건전화? 시민희생은 어디로 사라졌나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⑦] 시민이 함께하는 복지도시 인천 만들기 필요

신진영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처장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인천시의 민생복지예산 삭감에 반대한 2014년 10월 26일 시민사회 투쟁선포 기자회견 ⓒ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재정건전화를 위한 부채 감축을 시정의 최대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복지예산은 계속 감소했습니다. 일례로 2015년 긴축예산 편성을 위해 시 자체예산 70%를 삭감하라는 지침을 마련하였고, 그에 따라 민생복지예산 약 327억 가량이 삭감되었습니다.

이렇게 삭감된 내역을 살펴보면 공공의료특화사업 3.7억, 한부모가족동절기생활안정지원 6.7억, 기초수급자교육비지원 4억, 출산장려사업 3.7억, 임산부건강검진비 2.5억, 중증장애인자립주택 1.2억, 경로당무료급식 3.4억, 거동불편저소득재가노인식사배달 1.1억, 보호자없는병실 운영 1.7억, 어린이집냉난방비 4.6억, 노숙인재활시설지원 1.2억, 지역아동센터학습환경지원 1.9억, 한부모가족 초중고생 학습비지원 0.95억원, 경인의료재활센터 병원 운영비 2억 등이었습니다. 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 과정이 예산삭감으로 인하여 커다란 고통을 받게 되는 수많은 당사자들과 제대로 된 협의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인천의 일선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는 ‘민생복지예신삭감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삭감된 복지예산 복원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그 중 28억만 복원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도에는 중앙정부가 전국 17개 시도에 통보한 ‘유사·중복 정비대상 사회보장사업’ 지침에 따라 인천시는 또다시 119억 3800만원의 복지예산을 삭감하였습니다. 이로 인한 고통 또한 고스란히 시민들과 사회복지 현장의 몫이었습니다.

이제 인천시는 재정정상화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복지예산을 줄이고 원금상환도 도래하지 않은 부채까지 미리 갚으며 채무액을 줄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재정안정화 과정에서 시민들과 사회복지현장이 감수한 희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공로를 인천시로 돌려 치켜세우기 바쁩니다.

재정위기의 과정에도 재정건전화의 과정 그 어디에도 시민들은 없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재정건전화인가, 정책의 우선순위는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지방정부의 역할

▲  중앙정부 지침을 이유로 복지축소를 감행한 인천시를 규탄하는 2015년 10월 29일 시민사회 기자회견 ⓒ 인천평화복지연대

우리는 인천 민선7기가 재정위기 극복의 결실을 시민의 삶의 질 분야에 투자할 것을 기대합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시민 복지체감도 및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질서, 그로 인한 양극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위험을 키우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사회복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방분권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복지정책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되어 있지 않고, 역할 분담의 기준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 결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나타납니다.

어느 측의 책임아래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지 기준을 마련하여 역할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재원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 반드시 민주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서도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도 지역주민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복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의식은 더욱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열등처우 원칙에만 충실한 정부의 사회통제적인 복지의식도 벗어나야 합니다.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권한과 책임이 지방정부로 단순히 이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이 지방정부 활동 곳곳에 참여하고 직접 활동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물을 수 있을 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이 가능합니다. 인천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합니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복지도시 인천

시민이 함께 만드는 복지도시 인천의 시작은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천의 사회적 위험을 파악하고 그 요구에 맞는 복지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증진시키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인천이라는 대도시에서 시민들 누구나 보편적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민이 행복한 복지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의 5대 분야에서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함께 설정해야 합니다.

산업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영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의 공백 문제는 대표적인 신사회적 위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앙정부가 대응을 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생애주기별, 생활영역별, 가구특성별 범주에서 미처 포함되지 못하거나 인천시의 지역적 특수 상황으로 인해 사각지대는 발생합니다. 이를 적절히 대응하는 데에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욱 빛이 날 수 있습니다.

복지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안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입니다. 단순히 재정건전화 과정에서 복지종사자들이 희생을 했기 때문에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를 대신해 일선에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는 시민들이 누릴 복지서비스의 질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정부의 의지도 중요합니다. 사회복지 현장의 종사자들은 불안정한 신분과 낮은 보수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업무 분야에 따라, 또한 지역에 따라 임금 편차가 있어 인력유출 등의 불안정한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지역과 분야를 뛰어넘는 단일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사회복지의 질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실행으로 옮기는 차기 지방정부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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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⑥] 공공의료 취약한 최대 부자 도시 울산의 비극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시민감시팀장)

2018.05.31

공공의료 취약한 최대 부자 도시 울산의 비극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⑥]광역시 중 사망률 1위·기대수명 꼴찌…16년만에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 확정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시민감시팀장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지역별 인구 백만명당 공공의료기관 허가 병상수 (출처 :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2017년 공공보건의료 통계집)ⓒ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울산에는 전국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공공종합병원이 없습니다. 응급의료 기관수와 응급의료담당 전문의 수는 전국 꼴찌입니다.  응급의료 말고도 지난 번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처럼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타 도시처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없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울산에는 지역에 맞는 보건의료체계 및 정책을 점검하고 연구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사망률 1위·기대수명 꼴찌 도시

▲  공공종합병원 없는 울산의 현실. 전국에서 기대수명 꼴찌. ⓒ 국가통계포털

이는 광역시 중 사망률 1위, 기대수명 전국 꼴찌라는 무서운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울산지역 의료단체와 시민단체는 울산의 열악한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정책과 계획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노력한지가 16년째 됐지만 특별한 성과가 없었습니다. 공공기관과 선출직 공직자의 태만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라면 살 수 있는 병임에도 울산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공통을 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울산에서 장기집권해 왔던 구 여권 출신 광역단체장과 소속 국회의원은 산업도시라는 이유로 산재 모(母)병원을 주장해 왔습니다. 전국 산재병원 10곳을 총괄 조정하면서 연구·의료능력 강화 역할을 수행하는 병원을 울산에 짓자고 합니다. 일견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산재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입니다.

짓자고 하는 산재병원의 내용도 희귀 난치성 질환 및 암 연구중심으로 설정했습니다. 게다가 산업단지와 한참 떨어진 시 외곽에 짓자고 합니다. 촌각을 다투는 산재환자에게도 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때문에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에서조차 산재 모병원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울산시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조사를 진행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정적 조사 결과는 이미 알려진 바가 있습니다.

기재부, 울산에 혁신형 공공병원 확정

지난 5월 23일 기재부는 산재 모병원 설립안을 백지화하고, 혁신형 공공병원을 설립한다는 안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시민사회의 주장대로 산재 모병원이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울산시민의 승리입니다. 시민과 노동자들의 건강을 외면한 ‘산재 모병원 설립안’이 폐기된 것은 마땅한 결과입니다. 

이런 사실 앞에 그간 수많은 대안과 제안을 뿌리치고 가능성 없는 산재 모병원 추진을 외치며 시간을 보냈던 울산시와 자유한국당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울산의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먼저 부족한 공공의료를 채우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의 특성을 고려해서 산재전문센터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는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료 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지역 현실에 맞는 보건의료체계와 정책을 점검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울산국립병원은 울산 공공의료의 중심으로서 민간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통해 공공의료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타 광역시에는 다 있는 장애인 치과 등 장애인 전문 치료 센터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감염병, 응급의료, 재난재해, 가정간호, 호스피스 완화의료 집중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취약계층(의료급여환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위한 의료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많은 것들을 울산시민은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전국 최대의 부자도시라 자랑하지만 보편적으로 누려야할 공공의료 서비스를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16년간 늦춰진 결론…시민 참여가 필요한 때

▲  지난 5월 24일 진행한 공공병원 설립 확정 환영 기자회견.ⓒ 울산건강연대

멀리 돌아왔습니다. 예견된 결론은 너무나도 늦게 찾아왔습니다. 지연된 만큼 이제 새롭게 만들어질 공공병원은 시민의 바람을 제대로 담아야 할 것입니다. 설립 논의 과정부터 시민의 참여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입니다.

시민들이 바라는 공공병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규모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 공공병원의 상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민들과 함께 ‘시민이 주인 되는’ 공공병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각 후보들은 제대로 된 공공병원 추진을 최우선 공약으로 선정하고, 당선 후에는 울산광역시와 제정당,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울산국립병원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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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⑤] 대구지역 출마자가 꼭 알아야 할 3가지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

2018.05.31

대구지역 출마자가 꼭 알아야 할 3가지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⑤] 시민안전, 시민사회활성화, 지방정부 계약 공공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대구YMCA와 구미YMCA, 대구참여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이 2016년 3월 15일 오전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낙동강 수질관리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지난번 글(관련기사 :[기획②] 주거침입 범죄 공무원, 어떻게 징계 피했나)에서는 전국에 있는 지방선거 후보자 및 정당에 정책을 제안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살고 있는 대구와 관련된 정책을 제안할까 합니다. 대구시민으로서 제안하는 주요한 지역정책공약의 주제는 바로 ‘시민안전’, ‘시민사회활성화’ 그리고 ‘기업의 공공성 강화’입니다.

첫 번째로 시민안전과 관련해서 제안하는 정책은 낙동강 수질관리 공동시스템과 공공 종합병원 증설입니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낙동강 페놀 사태입니다. 대구 시민 3분의 2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수돗물에서 나던 냄새와 그 사회적 파장을 결코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습니다.

27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낙동강은 식수원으로써 매우 불안합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식수원지 주변에는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낙동강 취수원에서는 각종 화학물질과 발암성 물질들이 검출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낙동강의 수질은 당연히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낙동강에 대한 관리가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영남의 식수원이라는 낙동강이지만 행정구역과 부처별 권한이 나뉘어져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사태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수질오염물질 때문에 그 하류인 안동댐에서는 몇 년째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고, 이를 먹은 새들도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수 십번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아직까지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환피아(환경부 마피아)가 문제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취수원 이전만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중앙정부도 이를 방관한 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다. 낙동강 식수원의 문제는 일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구와 구미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낙동강 수질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같이 시민들은 거대한 기업의 무책임한 화학물질 사용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낙동강에 화학물질이 섞여 들어가고 이를 시민들에게 상수도로 공급하는 것은 수십, 수백만의 시민들에게 화학물질을 마시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안에 낙동강 수질관리 공동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건강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시민안전과 관련해서 두 번째 과제는 제2시립병원 건립 혹은 공공 종합병원 증설입니다.이 역시 시민안전과 직결되는 정책입니다. 메르스 사태와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쇄에서 봤듯이 공공병원은 시민건강의 마지막 보호장치입니다. 민간병원에서는 안전성이나 수익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구의 공공의료는 매우 열악하기로 유명합니다. 대구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전국 평균인 5.7%에도 미치지 못하는 3.9%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건강불평등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입니다.

▲  전국 7개 광역시도의 소득 상위20%와 하위20% 간의 기대수명 격차 (남녀전체, 2012-2015년)(단위: 년)  ⓒ 한국건강형평성학회

2010년 대구 적십자 병원 폐쇄 이후로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건강불평등 문제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대구시 소득 상위 20%의 기대수명은 84.5세, 하위 20%는 77.7세로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가 7개광역시 중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응급의료, 감염병 관리, 재난의료 등 민간의료기관에서 지원이 취약한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주거빈곤환자, 의료급여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돌보고자 한다면 특화된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을 제안합니다. 대구지역은 정치적으로 ‘보수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진보적 시민사회운동이 뿌리 내리기에 척박한 지역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대구는 시민사회, 시민공익활동이 미약한 도시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행정자치부에 등록된 통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비영리단체 숫자는 다른 광역시인 인천, 광주, 대전에 비해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념과 지향을 떠나 전국에서도 가장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활기가 떨어지는 지역이라고 이야기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구지역을 비롯하여 광역자치단체에 NGO 및 시민공익 활동 지원을 위한 기관들이 생겨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구의 시민사회 활동화 정책은 아직까지 요원합니다.

이에 대구에서는 시민사회-지방정부의 파트너 증진 정책, 시민사회 성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수립과 전담지원체계의 확립이 절실합니다. 관련 예산이나 기금의 조성도 비슷한 규모의 광역단체보다도 더 많이 지원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대구은행 문제를 방관하면 안되는 이유

세 번째로 제안할 정책은 지방정부 계약 공공성 강화입니다. 최근 대구에서 가장 큰 기업인 대구은행이 각종 비리와 부패, 성폭력 문제로 검찰 수사, 은행장 사퇴 등 일련의 사건사고들이 줄지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이나 답변 등을 내어 놓은 적이 없습니다.
 

▲  대구지역 40여개 시민단체들이 ‘부패청산 시민대책위’를 결성하고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참여연대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말 할 수 없다고 생각 하실 수 있겠지만, 대구은행은 대구시와 8개 구·군의 금고를 맡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구은행은 대구지역 공공영역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공공영역의 특혜는 다 주고 책임을 방기하는 대구시의 행태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의문입니다.

민간영역의 사회적 책임, 공공성 강화를 기업들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생태계 조성 방법은 바로 지방자치단체으로부터 각종 보조금을 지원 받거나 또는 공공업무의 위탁을 받는 기업 및 민간단체에 대해 공공성을 평가하거나 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준수여부를 모니터링 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를 어길 시에는 계약 파기나 보조금 환수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삶을 개선하는 데에는 많은 과제들이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만이라도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추진한다면 시민들의 삶은 한층 더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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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④] 무조건 믿고 뽑아달라? 이거 확인하면 틀림없다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

2018.05.31

무조건 믿고 뽑아달라? 이거 확인하면 틀림없다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④] 정보공개심의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해야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선거철이면 무조건 믿고 뽑아달라는 후보자들, 과연 어떤 후보자들이 선거기간에 내건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저는 주저 없이 후보자의 정보공개정책을 확인해보라 말합니다.

당선자들은 시민이 위임한 권한과 세금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 예산사용에 대한 정보들은 반드시 공개해야 합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정보공개정책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정보 더 많이, 더 알차게 공개해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정보공개 요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2016년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건수는 무려 43만 4618건입니다. 지속해서 증가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지방자치단체는 정보공개청구가 없더라도 행정정보의 사전 공개, 공표를 확대하는 것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4년 정보공개법 전면개정을 통해 행정정보공표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요청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누구나 필요할 때마다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주요 행정정보를 공개해 두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후 14년이 지났음에도 지방자치단체 중에 자체규정을 가진 경우는 59%에 그칩니다. 나머지 41%의 광역자치단체는 정보공개법을 그대로 준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별도의 자체규정이 아니라 정보공개법을 그대로 준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각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에 맞게 행정정보 공표를 확대하고, 내실화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하는 최소한의 정보가 아니라, 시·도에서 집중하는 사업이나 관내 위험시설 등 여러 행정정보를 우리 지역의 주민들이 투명하게 알게 하고 싶다면 정보공개법을 그대로 준용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또한, 행정정보별 공표 주기·시기·방법·담당부서 등의 세부사항을 규정한 광역자치단체는 2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행정정보공표 운영에 대한 사항을 자치법규로 규정하지 않으면 행정정보공표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없고, 시민들이 최신의 정보,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할 근거 또한 없어집니다.

관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이나 개발정보 등 시민의 생활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기 위해 행정정보공표 항목과 세부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자치법규를 만들어야 합니다.

행정정보공표에 대한 자치법규를 제대로 구비하는 동시에 행정정보공표제도 운영을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자체가 공개하고자 하는 정보와 시민이 알고자 하는 정보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단 3곳만이 행정정보공표에 대한 시민모니터단을 구성하도록 자치법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공표된 행정정보가 시민이 원하는 정보로 구성되어 있는지, 최신 정보를 반영하는지 점검할 수 있는 시민모니터단을 운영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정보공개심의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해야

▲  2018년 광역자치단체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구성 현황 ⓒ 조민지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따라 시민의 알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가장 가깝고 빠르게 구제할 수 있는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심의회란 청구인이 비공개 결정에 납득할 수 없는 경우 청구된 정보의 공개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위원회입니다. 심의회는 정보공개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위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개여부를 심의하게 됩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을 ‘정보공개에 관하여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인사 중 기관의 장이 위촉한 자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제도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기관장이 위촉하는 방식으로는 정보공개심의회 구성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중 교수와 변호사 직군이 77.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적 지식과 학식이 있는 변호사와 교수는 정보공개심의회에 필요한 위원입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특정 직군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면 시민의 필요와 의견을 담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위원회가 운영될 우려도 높습니다.

위원회는 청구된 정보의 공개여부에 대해 해당 정보가 담고 있는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고 시민의 알권리와 공익에 필요한 정보인지를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인 심의가 필요한 만큼, 외부위원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담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관장이 한정된 범위에서 외부위원을 위촉하는 현재 방식보다는, 외부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위촉하여 정보공개심의회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과 소통하고 신뢰받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는 시민이 원하는 행정정보의 적극적인 공개입니다. 투명한 공개가 수반되어야 시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필요한 정보공개, 여러분의 후보자는 얼마만큼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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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③] 인천도시공사 사장의 부실경영이 가능했던 이유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

2018.05.31

인천도시공사 사장의 부실경영이 가능했던 이유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③] 8조원 부채 떠안아… 자치단체장 인사권 남용 견제할 인사청문회 필요

김명희 인천평화복지연대 협동사무처장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지방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이하 지방공공기관) 등을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시도의 도시개발공사, 도시철도공사, 관광공사, 시설관리공단 등이 그것입니다. 지방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뒤 따르는 것 중 하나가 지방공공기관장 인사교체인데, 이때마다 선거 조력에 대한 보은인사, 낙하산-회전문 인사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 오늘날 지역정치의 현실입니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 견제할 장치 미비

지방공공기관장은 자치단체장이 임면합니다. 자치단체장이 임명과 면직을 좌지우지 합니다. 그러나 현행법 체계 내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유일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방공공기관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추천된 자를 임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시 자치단체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견제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임원추천위는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지방공공기관 이사회가 각 2명씩 추천한 자로 구성됩니다.

시민사회는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지방공공기관장 임용 시 사전 검증철차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선6기에서는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대전시 등이 지방의회와 협약을 맺고 산하 공공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또는 인사간담회 등을 도입·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전 검증절차를 도입하지 않은 광역자치단체는 부산, 인천, 울산, 충북, 충남, 경북, 경남 등 7곳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검증을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인사청문회가 필요할까

지방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은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지자체 사례를 통해서 입증됩니다. 인천시가 대표적입니다. 인천은 지난 민선6기 동안 시 산하 공공기관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여러 시 산하기관장들이 부적절한 행위와 능력 등의 문제로 물러나거나 교체되었습니다.

2016년 인천교통공사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탈선 사고’를 ‘탈선 대응 모의훈련’으로 조작해 인천시와 국토부에 허위 보고했습니다. 이를 주도한 경영본부장(당시 사장 직무대행)은 법원으로부터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외에도 인천교통공사는 민선6기 동안 기관장 낙하산 논란과 시 퇴직공무원의 임원 채용 등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  인천시민단체들이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인천시에 대해 국민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도시공사 기관장의 능력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인천도시공사는 검단스마트시티 투자자 측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한 결과 공사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 116억을 발생시켜 사장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통보를 받은 바 있습니다.

검단스마트시티는 2015년 인천시가 서구 검단지역 택지개발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중동 오일머니 유치를 추진하다 무산된 사업입니다. 인천도시공사는 8조원의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고도 시장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철저한 검증 없이 추진한 부실한 투자유치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인 인천관광공사 역시 사장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한 직원 특혜채용과 행사대행업체 자금 유용 묵인에 대해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았고 그 결과 사장에 대한 문책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지방공공기관은 설립과 운영에 시민의 세금이 투여됩니다. 그러므로 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은 성실히 수행해야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전시성 행정과 무리한 공약의 수행 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기관장의 도덕성과 업무수행 능력,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 등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서 지방공공기관장 후보의 지방의회 인사청문(간담)회 도입 그리고 내실있는 인사청문회 실시는 민선 7기에서도 확대.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영향력에서 독립적인 인사가 임원추천위원에 다수 참여토록 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임원추천위원을 추천할 때, 해당 공공기관 소속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또는 노동자 대표 등 단체장의 영향력과 무관한 외부 인사를 추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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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②] 주거침입 범죄 공무원, 어떻게 징계 피했나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

2018.05.31

주거침입 범죄 공무원, 어떻게 징계 피했나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②] 지역정치 좀 먹는 부실한 자체감사제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 2017년 발표된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 ⓒ 감사원

매년 봄이 되면 감사원에서 나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감사 부실을 지적하는 ‘자체감사기구(지방자치단체)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입니다. 해마다 적발되지 않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고 도시와 농촌, 영남과 호남 등 지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감사원발 봄소식

가까운 몇 년 치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대전도시공사의 인사위원회는 뇌물수수를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공무원들을 중징계 해야 함에도 성실근무를 이유로 경징계 처분했습니다. 금품이나 향응 수수 등은 감경대상이 되는 공적이 있더라고 감경할 수 없다는 공무원 징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제 식구를 보호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같은 해 충남 논산, 태안, 예산의 자체감사기구 역시 징계 감경 조치한 것과 인사관리에 소홀히 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적발되었습니다.

2017년에도 감사원은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를 발표하면서 전국의 지자체에서 16건의 자체감사 운영부실 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강서구에서 주거침입 및 상해죄로 약식 처분을 받은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고 훈계로 종결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지방자치단체가 충청남도에서만 15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법률과 규정에 아무런 근거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지출한 경우인데, 감사원이 나서기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수성구청에서 발생한 인쇄 일감 몰아주기와 용역사업 특혜의혹에 대해서 대구시가 감사에 나섰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해당 공무원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과거 받은 표창 등을 이유로 감경되어 사실상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셈이 되었습니다. 한해 전인 2016년 대구 컨벤션센터 엑스코(EXCO)에서는 정산서류를 조작해서 공동주관사에 수익금을 적게 주는 어처구니없는 회계부정과 규정위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구시가 제대로 된 감사와 처벌을 하지 않아 대구지역 시민사회가 강력히 비판한 일이 있었습니다.

▲  시민단체들이 대구시장에게 엑스코 비리를 감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우리복지시민연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의 실효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단체들도 지자체의 자정능력을 믿지 못합니다. 결국, 감사원이나 중앙부처에 공익감사청구나 주민감사청구를 하는 등 추가적인 사회적 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일어나는 비리나 위법, 불법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민들이 지방자치 또는 지역정치에 대해 불신감과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이는 또 다시 문제 해결을 위한 과도한 기회비용 투입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지역정치, 지방자치 현실이자 한 단면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현안이 터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제도를 개편하자고 시민사회, 언론, 학계가 지적해 왔지만 단체장들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논의한 바는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미래, 합의제 감사위원회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의 독립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은 매우 오래전부터 제기된 과제입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이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었습니다. 2001년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 감사제도 개편방안(조직기구의 개선모형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감사원 산하의 감사연구원에서도 두 편의 보고서를 통해서 합의제 감사위원회가 독임제 감사관제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지방자치단체의 감사제도 개편, 그 중에서도 합의제 감사위원회 도입을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현행법과 조례를 개정해 더욱 강화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시민사회 역시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기구의 설치와 확대를 계속해서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태생적으로 자체감사기구가 자치단체장에 종속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냥 선출직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선의에 기대어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2010년 공공감사법이 제정되면서 합의제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률적 토대가 만들어졌습니다만, 현재 기초·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합의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습니다. 법률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아가 제대로 된 합의제 감사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독립된 인사권, 전문 인력 확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 확보 등을 보장하는 법률 및 조례의 개정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지역권력감시운동 단체들간의 연대체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5월 2일 합의제 감사기구의 설치를 포함해 지방행정과 의회를 개혁하기 위한 정책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5월 15일 현재까지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정책제안을 수용했는지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많은 후보들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뽑아주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은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역행정과 지역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그 활동을 보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 정당들과 후보들에게 호소합니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방자치단체의 합의제 감사기구 설치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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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①]이재명 시장의 명단 공개, 왜 항의 받았을까?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

2018.05.31

이재명 시장의 명단 공개, 왜 항의 받았을까

[지방정부 이렇게 바꾸자①] 무상교복 반대 시의원 공개했다 논란… 무기명 투표 뒤에 숨은 지방의회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

민선 제7기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은 정치세력교체의 중요한 계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지방선거인만큼 지역주민들의 삶,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의 질을 개선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정책과제들을 연속해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지방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칭찬보다는 욕먹는 일이 많다는 것은 국회나 지방의회나 똑같지만, 둘 사이에 확연히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누군지 국회에서는 알 수 있지만, 지방의회에서는 알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방의회와 국회의 결정적 차이

▲ 국회 본회의 표결 현황 국회 홈페이지에서는 본회의에서 표결된 모든 안건에 대해 찬반 의원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국회 홈페이지 ‘본회의 표결정보’에 올라와 있는 2018년 3월 30일에 표결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의원 명단 부분을 갈무리한 화면이다.

국회 홈페이지에는 ‘본회의 표결정보’ 코너가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가 보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된 법률안, 예산관련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https://bit.ly/2Iav0Z8). 각 안건 회의록을 보아도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의회에 가면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주민들이나 정당 간에 의견이 갈리는 조례안(지방의회에서 만드는 것은 법률이 아니라 조례)이나 예산안을 표결했는데 누가 찬성, 반대, 기권했는지 회의록에서도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무기명 투표 속에 숨어버린 시의원 누굴까

▲  2017년 11월 성남시청 앞에 걸려 있는 펼침막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잘 기억할 사례입니다. 2017년에 이 시장이 ‘고교 무상교복 지원’ 예산이 들어간 추경예산안을 성남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성남시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무상교복 예산을 삭감한 추경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겼습니다. 9월 22일에 본회의가 열리자 민주당 의원들이 무상교복 예산을 되살린 수정안을 제출하고 의원들이 투표를 합니다. 성남시의원 32명중 31명이 출석하여, 16명 반대, 14명 찬성, 1명 기권으로 부결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시장이 예결특위에서 반대의견을 냈던 8명의 명단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시민들이 이들에게 항의하게끔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그 중 당시 바른정당 소속 A의원은 자신은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며 항의합니다.

이 시장의 실수였습니다. 게다가 이 시장은 예결특위에서 반대한 8명의 이름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정작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16명의 이름은 거론하지 못했습니다. 무기명 투표를 했기 때문입니다.

더 역설적인 상황은 이것입니다. 이 시장과 같은 정당(민주당) 소속 의원이 무상교복 예산안에 반대 표결했습니다. 찬성표가 14명이니, 민주당 의원 1명은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인데, 그게 누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무기명 투표 뒤에 숨어버린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청소년 알바보호 조례안·무상급식 예산안도 무기명 투표

2017년 10월 25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의회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권리 보호 조례 제정안을 폐기하였습니다. 본회의에서 18명이 무기명 투표했는데, 찬성 7표, 반대 11표로 부결되었습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 뒤에 숨고 싶었을 것입니다.

▲ 대구 수성구 의회 회의록 2017년 10월 25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의회 본회의에서 청소년 알바 보호에 관련한 조례안을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표결하자는 박원식 의원의 제안과 이에 대해 이의가 없어서 무기명 투표가 확정된 상황이 의회 기록에 남아 있다. 당시 회의록을 대구시 수성구의회 홈페이지에서 갈무리한 화면.

서울시의회에서도 무기명 투표가 벌어집니다.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많이 걸린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일부개정안이 2016년 7월 6일에 통과됩니다. 찬성의원 58명, 반대의원 24명, 기권 8명이었습니다. 상인들 눈치가 보여 무기명 투표가 시행된 사례로 보입니다.

2015년에 인천시의회는 인천 강화군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예산안을 무기명 투표로 처리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인천시의회의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상급식 반대 당론에 구애받지 말고 소신 표결할 것을 기대한 일종의 작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찬성 14명, 반대 19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이탈표가 2~3명 정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작전은 실패했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누군지는 영원히 알 수 없습니다.

조례안-예산안, 무조건 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 성남시의회 회의규칙 의원들이 동의하면 어떤 안건도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표결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성남시의회 회의규칙 41조 2항. 이런 규정은 전국 어느 의회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물론 지방의회 본회의 안건의 대부분은 상임위에서 합의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본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처리됩니다. 가끔 쟁점이 뜨겁지 않은 안건들이 기명투표로 처리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안건인데도 의원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기명 투표 뒤에 숨기가 가능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조사해보니 대전광역시의회, 전북도의회, 춘천시의회, 여수시의회, 익산시의회, 광주광역시 동구의회 등에서 무기명 처리된 조례안, 예산안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충북도의회와 대구광역시의회에서는 손을 드는 방식, 즉 거수투표를 한 뒤에 숫자만 세고 찬반 의원 명단은 기록에 남기지 않는 방식을 쓰기도 했습니다.

간혹 국회에서도 무기명 투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국회의장 선출안, 의원징계안같이 ‘인사’에 관한 특수한 경우입니다. 이런 안건도 기명 투표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브라질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원의 이름을 부르면, 그 의원이 찬반입장을 말하는 방식 ‘호명 투표’로 처리합니다.

무기명 투표방식 뒤에 숨어버리는 자세는 무책임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 의원후보자라면 모든 안건을, 그게 어렵다면 지금의 국회처럼 최소한 조례안이나 예산안만큼은 ‘절대로’ 무기명 투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지방의회의 오랜 악습과 적폐도 끊고 청산해야 합니다.

6월 13일에 투표장에 가기 전에, 지방의회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물어봅시다.

“당선되면  무기명 투표 방식이 사라지도록 할 거예요, 안 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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