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 약속 어디로 갔나

2012.07.0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이견 없음.’ 우리나라 주요정책을 심의하는 정부 최고의 정책 심의기관인 국무회의 회의록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 각부 장관들이 모두 모여 외교, 국방, 민생 등 그 내용과 영향의 중요도가 결코 가볍지 않은 갖가지 현안을 다루면서 토의 내용에는 고작 ‘이견 없음’ 단 네 글자뿐인 것이다.

한미FTA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토의내용에는 이견없음 단 네글자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무회의가 속기록 작성 대상 회의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공공기록의 관리를 주관하는 국가기록원에서 속기록 작성 회의를 지정하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소위 권력기관들에서 주관하는 회의들은 대부분 여기에서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회의의 요약본으로 남기는 회의록과는 달리 속기록은 당시의 상황을 모두 기록해 의사결정과정과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서라도 국무회의와 같은 중요 회의는 속기록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수차례 국무회의 속기록 지정을 수차례 주장해 왔다. 

그리고 2009년 8월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를 속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발언내용 전부를 기록해 속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수를 쳤다. 칭찬도 했다. 이전 정권에서 자체적으로 대통령주재 국무회의를 속기록으로 남기기는 했지만 이렇게 공식화 시킨 것은 MB정부의 말마따나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무회의 회의록 작성 현황을 보면 황당할 뿐이다. 과하게 표현하면 청와대에 속은 기분도 든다. 속기록으로 작성한다던 국무회의는 여전히 속기록 작성 0건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2010년 회의록 작성현황을 보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인 국무회의의 속기록 작성 횟수는 0건이다. 행안부가 공개한 2010~2011년 111회의 국무회의록에서도 속기록 작성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행안부에 물으니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청와대가 따로 속기록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자기네 소관이 아니고, 총리 주재 국무회의는 여전히 회의록으로만 작성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속기록은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속기록으로 남기고 있던 사안이다. 이를 마치 자기 대에 들어 처음 하는 양 떠드는 것은 투명한 정부, 책임 있는 정부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는다.

청와대의 답변을 듣기 위해 대통령실에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봤다, 그런데 청와대 하는 모양이 가관이다. 속기록 작성현황에 대해 공개하라고 분명히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을 행안부로 넘겨버렸다.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수립 이후 최초라며 투명성과 역사의식이 높음을 자랑하던 현 정부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후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야 결국 청와대로부터 대통령주재국무회의에 대해서는 속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현 정부는 정치, 경제, 외교 전반에서 심지어는 퇴임 이후 살 내곡동 사저를 마련하는 데까지도 수많은 꼼수를 부려왔다. 오죽하면 현 정권 헌정방송이라는 ‘나는 꼼수다’까지 등장했을까. 그런데 대통령의 꼼꼼함이 여기에까지 미칠 줄 몰랐다. 원래 하던 대통령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을 가지고 역사의식 높은 대통령 행세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역사의식 있는 대통령, 투명한 정부, 책임있는 정부가 쇼나 코스프레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는 아직 충분히 남았다. 대통령 임기도 수개월이나 남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모든 국무회의를 속기록으로 작성하도록 해라. 총리 주재회의는 제외한다는 어줍잖은 꼼수는 부리지 마라. 현 정부의 역사성, 투명성, 책임성은 지금 정부가 남긴 기록을 보고 후대가 평가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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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떨어진 권위를 찾는 법은?

2012.06.08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국회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하는 곳이다. 우선 입법부라는 명칭처럼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 전반에 관한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맺은 각종 조약을 의결하는 역할도 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의견 청취 기관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을 요약하자면 시민의 입장에서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일이 가장 큰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문제를 일으키면 누가 감시를 하는 것일까? 정치인들이야 문제가 발생하면 공천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선거에서 낙선하는 것으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정작 국회 전체가 문제를 일으키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매우 모호하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가 문제를 일으켜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면 피감기관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정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국회는 최근 호화 청사라고 하는 국회의원회관을 신축하면서 온갖 고급 치장제와 좋은 재질로 장식을 해 1881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의원회관도 4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할 뿐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에 500억원을 들여 의정연수원을 지을 예정이라 한다. 물론 이 자체로도 예산 낭비로 비판받아야 할 일이지만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호화 청사를 지었을 때 어떻게 비판을 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성남시 청사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호화 청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예산 낭비 사례를 비판해야 할 국회가 스스로 그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18대 국회의 최악의 입법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헌정회육성법’에는 전직 국회의원을 연로회원 지원금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을 단 하루라도 한 전직 국회의원이 65살이 넘으면 종신토록 매달 120만원씩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금액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높아질 수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행정동우회(전직 공무원 모임)와 의정회(전직 지방의원 모임) 예산 지원 현황을 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광역자치단체가 의정회와 행정동우회에 지원하거나 책정한 예산은 각각 112억여원, 44억여원에 이르렀다. 이런 예산 지원은 그동안 끝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 대법원은 2004년 서울 서초구의 의정회 지원조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2008년과 2009년에는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각각 관련 조례 삭제와 지원 중단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서울시 같은 경우 2012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행정동우회는 예산 지원을 할 근거가 없는 친목단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을 감시해야 할 국회가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만들어 잇속을 챙기고 있으니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 가지만 더 지적해보자. 정부에서 가장 부패하고 위험한 돈 중 하나가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및 집행 내역을 남기지 않아 언제든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유흥비와 골프 부킹비로 사용해 장관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이 민간인 사찰 및 특수활동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년 850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책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비판해야 할 국회도 특수활동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도 매년 85억원을 특수활동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특수활동비의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감시가 되겠는가.

이제 19대 국회가 개원한다. 19대 국회의 비판 기능이 더욱더 매서워지려면 자기의 처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을 비판한다면 그 자체로 비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권위는 목에 핏대를 높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무장한 채 정부의 아픈 곳을 찌르는 것에서 나온다. 19대 국회가 스스로 얼마나 뼈를 깎는 개혁을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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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2012 후기: 더 많이 공개되고 더 넓게 공유되는 것이 정부2.0

2012.05.30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렸던 서울디지털포럼(Seoul Digital Forum, SDF) 2012에 참가했습니다.

 

 

서울디지털포럼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공유하고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비영리 국제 포럼입니다. 서울디지털포럼 2012에는 마이크로 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오라일리 미디어 그룹 창시자 팀 오라일리(Tim O’reilly), 『위키노믹스』, 『디지털네이티브』의 저자 돈 탭스콧(Don Tapscott) 등이 연사로 참여해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둘째 날인 23일 <정부2.0: 정부와 시민의 ‘공존’ 과연 가능한가?>라는 세션에서 정보공개센터 활동과 정보공개의 사회적인 효과를 설명하며 정부2.0의 시대적인 요청을 역설하는 프리젠테이션으로 참여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또한 같은 날 오후 <거버먼트2.0의 현재와 미래/시민의 참여와 협업을 디자인 해라>라는 주제로 열린 심화토론세션에서는 더욱 진지한 토론이 오고갔습니다.

 

심화세션에서 팀 오라일리는 “경험상 지나친 혁신만 강조하다 결과적으로 내용만 부실한 실패사례가 많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하기 요구하기보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착실히 정보를 공유하고 그런 체제를 다져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돈 탭스콧의 경우에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데 현재 PIPA나 ACTA 등의 협정으로 오히려 정보가 폐쇄되고 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지적재산권체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저작권을 국가기록에 까지 지나치게 확대적용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해 “회사에서 어떤 생산물을 두고 그 저작권을 회사가 갖지 직원에게 주지 않는다”며 “공직자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아 국민에게 위탁받은 업무를 하는 사람인데, 그 저작권은 시민에게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토론참가자들은 각 국가와 개별적인 경험과 연구를 근거로 현재까지 정부의 정보공개와 공유행태, 그리고 정부2.0의 한계를 비판하고 새로운 비전을 토론하고 교환하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토론자들의 한 결 같이 정보는 보다 더 많이 공개 되어야 하고 넓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또한 정부는 그것이 가능한 체계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바로 정부2.0이라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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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정보은폐가 재앙이다

2012.05.29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

 

 

지난 5월2일 협상 개시를 선언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외교통상부는 철저한 비공개 원칙으로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발주해 생산한 한·중 FTA와 관련된 11개의 연구용역은 한·미 FTA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 비공개 상태다. 또한 공공기관들은 생산한 정보를 목록화하여 정보목록을 비치해야 한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의 2012년 1월부터 4월까지 정보목록을 보면 한·중 FTA에 관한 정보는 ‘한·중 FTA 공청회’ 책자 송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는 불 보듯 뻔하다. 민주적 소통보다 광고와 선전을 선호하는 정부와 외교통상부는 한·중 FTA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또다시 ‘괴담’이라고 치부한 채 FTA 허브국가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할 것이며, 국민들은 한·중 FTA 협상의 목적과 전략이 무엇이며 협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한·중 FTA 협상 역시 한·미 FTA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정보은폐-밀실협상-졸속체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미 한·중 FTA 협상 개시에 대해 농·수산업 종사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한·중 FTA가 체결될 시 농업과 수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한·미 FTA의 몇 배에 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농·수산업계의 격렬한 반대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갈등의 해법은 무엇보다 민주적인 소통과 토론일 것이다. 한·중 FTA의 손익과 정당성을 범사회적 차원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민주적 토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중 FTA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는 또다시 반대의 목소리들을 ‘괴담’ 취급할 것이고, 그로 인해 겪어야 할 사회적 갈등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디 한·중 FTA에서는 ‘정보은폐-밀실협상-졸속체결’로 이어졌던 한·미 FTA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 글은 2012년 5월 27일자 경향신문에도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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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 외면하는 공공기관

2012.05.29

강언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

 

 

 

 

<사진출처 : 청년유니온>

 

“지금 다니는 직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야 당연히 정규직 전환이지!”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줄 알았다던 대학동기는 입사 2년 뒤 ‘특수전문직’이라는 직군을 달았다. 입사 3년차, 월급은 인상되었으나 여전히 연차휴가 쓰기는 눈치 보이고 비정규직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는 이 시대 청년들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정치인의 성향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청년실업의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데 정부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이 궁금증을 풀려고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16개 지방자치단체에 ‘청년관련 정책 및 일자리사업현황’을 청구했다. 공개된 결과를 보니, 지자체 대부분이 청년들에게 정규직이 아닌 인턴이나 비정규 계약직으로 고용지원을 하고 있었다. 일자리사업에는 아르바이트·모니터링·리서치 등과 같은 일회성 사업들이 많았고. 교육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구직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면서도 서울·경기·인천·충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가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의 예산을 줄였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란 게 있다. 이 법을 보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장은 매년 각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정원의 100분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에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현황’에 대한 자료를 청구했더니, 2009년 정부공공기관 259곳, 지방공기업 123곳 가운데 청년의무고용을 한명도 하지 않은 곳이 64곳에 이르렀다. 여기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같이 큰 공기업도 포함돼 있다. 2010년의 경우 정부공공기관 267곳, 지방공기업 127곳 중 청년의무고용이 아예 없었던 곳이 55곳이나 됐다. 2009년에 견주어 줄어들었지만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대규모 공기업에선 여전히 청년고용을 기피했다.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만 쳤지 청년고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대학등록금 때문에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고용의 안정화는 그만큼 절실하다. 청년이 사회의 미래라고 한다면, 청년들의 ‘일할 권리’를 위해 청년고용촉진법을 개정하고 청년의무고용의 할당을 강제해야 한다. 그리고 각 지자체는 자기 지역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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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뒤에 숨은 권력, 이제는 공개돼야.

2012.05.08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 현 권력의 실세들이 연루됐다. 누구는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고, 누구는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참여했단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현 정권이 끝나가는 이제야 알았다. 그 누구가 최시중이고, 박영준이고, 곽승준이라는 것도 이제야 드러났다. 그동안 그들의 이름은 비공개라는 장막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공개 근거는 “개인정보 보호”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거나,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내 이름의 비밀유지가 우선이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런데 공적인 영역에서 개인정보와 공익정보를 혼동하는 경우는 의외로 비일비재하다. 그것이 이권이나 권력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투명사회를 위한정보공개센터에서는 16개 광역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공공기관이 하는 대부분의 사업에는 자문기구인 각종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위원회는 사업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고 진행상황과 예산을 승인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관련자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 업무에 신뢰성과 투명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공개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많은 기관이 개인정보 등을 빌미로 하여 비공개를 한 것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당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참여했다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살펴보면 16개 기관 중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소속을 공개한 기관은 서울, 전북, 충북, 경남, 광주, 제주. 6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관은 해당위원회가 없거나 이름과 소속 모두가 비공개다.

 (관련글 보기 : 위원회 명단 개인정보라 비공개라는 공공기관, 왜죠?!!)

이렇게 기본적인 것 조차도 비공개의 철옹성 안에 꽁꽁 숨어 있으니, 그 뒤에 숨은 권력은 제 힘을 마음껏 부리기에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앙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의 경우에는 기관 내 각종 정책자문위원회의 모든 위원 명단이 비공개다. 공개한 자료에는 글씨보다 개인정보를 가리기 위한 동그라미 표시가 더 많은 지경이다. 이유는 역시 개인정보 보호 때문이다. 만약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 명단이, 회의내용이 세상에 공개되는 내용이었다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거리낌 없이 참여할 수 있었을까,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제맘대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무식 수준의 용기가 없다면 그리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소중한 정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정보일 때에만 한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써 법령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은 공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빌미로, 공적 영역에서 행하는 자신들의 행위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 

개인정보는 말 그대로 개인의 생활을 보호한다는 것이지, 시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까지 보호해주자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재원과 시스템이 동원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파이시티 사건 이후 서울시는 당시 도시계획위원회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지난 사안이라 하더라도 시끄러워지면 숨기고 보자는 게 그 세계(?)의 습성인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회의록을 한 달 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하니 이는 마땅히 박수 받을 만하다. 대한민국 정부 주요인사들과 수많은 지자체 기관장들에게 애먼 해외 연수 대신 서울시를 견학하고 이런 것 좀 배워 오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권력이양기에는 어김없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시끄럽다, 한보사태, 진승현게이트, 박연차게이트.. 대통령의 임기 말기 마다 터지는 비리사건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앙정부가 이런데 지역이라고 다를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토호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비리가 더욱 판을 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져만 간다. 다행히 이런 불신은 치료가 가능하다. 정부의 도덕적이고자 하는 의지와, 신뢰할 만한 장치가 뒷받침 된다면 말이다. 

  일단 장막 뒤에 숨은 권력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그들의 이름을 밝히고, 그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결정을 했는지 하나하나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제 이름 공개가 두려울 리 없다. 제 발언이 낱낱이 공개 된다는 데 국민의 눈초리에 신경 쓰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의 실체가 공개 될 때 추한 비리와 탐욕의 춤은 멈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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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 계약서 공개해야

2012.04.30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메트로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문제로 불거진 민자투자사업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원성이 높다. 특히 특정 세력과의 관계를 의심받고 있는 맥쿼리인프라가 전국의 17개 유료 도로와 터널, 항만, 지하철 등에 약 2조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시민의 호주머니를 털거나, 세금지원 형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사실이 지하철 9호선의 기습 요금인상 발표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자투자사업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면서 자치단체장들의 무리한 보여주기 행정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이다. 임기 동안 본인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거대한 토건사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 결과 투자자를 찾기 위해 무리한 계약을 추진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하철 9호선에서 보듯이 그들의 탐욕적이고 안하무인의 오만한 태도는 어쩌면 서울시에서 그 빌미를 제공한 탓도 크다. 향후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각종 민자투자계약 및 민간위탁계약에 대해서 계약서를 일정시간 동안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계약서는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서이다. 그런데 그동안 지자체들은 시민들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는 각종 계약을 맺으면서 그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계약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 원칙이다. 영국에서는 컨설테이션 제도라고 해서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시행할 때는 필수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 제시 방법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지만 우편, 전화, 방문 등 다양하게 열려 있다. 이후 시민의 의견을 정리하고 걸러내는 작업을 거친 후, 정책 사안에 대한 국민 의견이 공식 기록으로 최종 정리되고 이를 집행부서에서 재차 검토하도록 하여 정책에 반영한다. 지하철 9호선 및 우면산터널이야말로 이러한 정책을 반영해야 할 표본이다.

다음으로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회의공개법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6년에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대국민적 공개를 법적으로 제도화한 ‘회의공개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일반 국민에게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을 직접 관찰하도록 하여,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해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의 특징은 회의를 비공개하려면 참가자들의 동의를 일일이 묻고 그 이유를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민자투자사업에 대한 회의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지하철 9호선과 같은 비상식적인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떤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대상정보를 규정하면서 의사결정과정 중인 정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연간 수천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지만 이 조항으로 수많은 비공개 처분을 받고 있다. 이 얼마나 비민주적인 방식인가? 하루속히 법안을 개정해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해주는 법률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회의록을 한달 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향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비공개처분을 까다롭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서울정보소통광장을 설치해 향후 시민의 알권리 및 참여에 대해 전반적인 정책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시민이 계약의 이해관계 주체인데, 그 과정에 시민이 빠져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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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경남도민일보] -갱블- KBS는 공정방송을 지양하는가

2012.04.16

MBC, KBS, YTN의 파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선거를 기점으로 움직임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방송 3사는 공정방송과 낙하산인사반대,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11총선이 끝나자 KBS의 김인규 사장은 선거방송에 투입된 사원들과 새노조의 파업을 비교하면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에서 취재와 제작을 거부한 본부노조의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KBS에 사장으로 돌아온 제가 소원했던 것은 KBS가 정치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마련해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김인규 사장의 행보가 그랬다면 새노조가 파업하는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KBS 홈페이지를 보면 ‘국가기간방송 KBS는 방송법 제43조 제1항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국내외 방송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사회환경 감시 및 비판, 여론 형성,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모든 시청자가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S는 내부 혁신을 바탕으로 고품위·고품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으며, 이렇게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으로 방송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한편,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설립의 목적을 밝힙니다.

 

하지만, 그간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내부 혁신을 바탕으로 고품위·고품격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KBS가 이승만·백선엽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독재정권과 친일파의 역사를 조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백선엽 씨 관련 다큐멘터리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을 때 많은 문제제기에도 ‘문제 없음’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해방 공간 전후로 중국에서 활약한 음악가 정율성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보수진영에서 정율성의 사회주의 투신 이력을 문제 삼으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공정성 위반 여부를 방심위에서 한국방송학회의 의견을 물어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방심위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원자력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도 한국원전의 문제점, 위험성 등을 비롯한 반대 입장의 내용 없이 한국원전의 발전을 찬양하기만 하는 편향적 프로그램이라는 비판도 있었고요.

 

해당 프로그램들의 제작비를 정보공개 청구해보니 이승만 대통령 다큐멘터리에 5억 6000여만 원, 원자력 다큐멘터리에 1억 2000여만 원, 백선엽 관련다큐멘터리에 1억여 원, 음악가 정율성 다큐멘터리에 7000여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KBS는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해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제작의 공정성 문제, 새노조의 파업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경영진을 비롯한 이사회에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KBS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의록 일체가 공개될 때 어떤 부분에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침해하는지, KBS는 어떤 연구·개발을 하고 있기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부분이 있으면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특별한 부분은 가리고서 부분 공개를 할 수도 있는데 이미 한참 지난 회의록까지 무조건 전부 비공개한 것은 이해되지 않고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은 말뿐이었을까요? 생색만 내고 실제로는 공개를 거부하는 게 KBS의 경영방침인가요?

 

KBS는 공정방송을 ‘지향’하는 곳인지, ‘지양’하는 곳인지 알쏭달쏭합니다.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고 공영방송으로서 사회환경 감시와 비판, 여론형성,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강언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http://www.opengirok.or.kr/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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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활동가 11년의 삶을 시레토코에서 돌아보다.

2012.03.26

                                             
*아름다운재단 비움과 채움 프로그램이 전진한 소장이 선정되어 다녀온 소감문입니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재단에 감사드립니다. 
                    

‘따르릉’ 전화가 온다. ‘전진한씨 계세요’ 뭔가 불쾌한 느낌을 가진 기분 나쁜 음성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한 공공기관 담당자였다. 담당자는 다짜고짜 왜 이런 것을 청구 하냐며 부하를 치밀게 한다. 수천 번의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이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짜증이 난다. 알고 싶어서 청구했다는 말을 도대체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나?

친절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궁금해서 청구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다가 날카로운 말들이 서로에게 오고갔다. 나는 공개하라고 열을 올리고, 저쪽에서는 비공개해야 한다고 말을 던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내가 부하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누라가 나타나 옆에서 흔들어 깨운다. 그렇다. 꿈이었다. 현실도 모자라 이제 꿈에서도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싸움을 한다. 흥분 된 상태로 잠이 들고,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활동가 11년의 세월이 낳은 직업병인 것이다. 수많은 활동가들은 스스로 대안적 직업을 찾아 시민활동가가 되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그 누구도 그 스트레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저 상처를 숨기고, 참고 견딜 뿐이다.

어느 날 아름다운재단에서 ‘비움과 채움’이라는 프로그램 공지를 했다. 수년간 각자 분야에서 활동을 했던 활동가들을 쉬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교육과 연수가 아닌 활동가들을 쉬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프로그램 장소는 일본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훗카이도, 거기서도 가장 북쪽인 시레토코이다. 그 공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글썽했다. 우리 같은 활동가들에게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4박 5일 동안 꿈같은 시간을 선물 받았다.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 5명과 공정여행 전문회사인 트래블러스 맵의 직원 한명이 여행안내를 했다. 모두들 각자의 분야에서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열정을 쏟아 부었던 활동가들이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눈빛을 보는 순간 비슷한 경험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순수비행시간만 4시간, 차로 3시간, 대기시간 까지 총 9시간이 넘는 여행이었다. 오전 8시에 출발해 저녁 6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일본 전통 료칸이었고 주위는 온통 눈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눈이 원채 많아 1미터를 넘지 않으면 눈도 아니었다. 시레토코의 일년 중 절반은 눈으로 쌓여있다.

짐을 풀고 현지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 스노우 슈쥬를 신고 숲속을 등반했다. 신기하게도 아무런 불빛도 없는데 눈에 비치는 별 빛으로 가는 길들이 보였다. 좀 더 걸어 들어가자 정말 평생에 볼 수 없었던 별들의 천국을 볼 수 있었다. 하늘에는 수천 아닌 수만의 별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고, 우리는 눈밭에 누워 그 장면을 즐겼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유성이 곳곳에 지나갔으며 우리는 소원을 빌었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등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현지 안내인은 특수 레이져 빔을 가지고 하늘을 피피티 삼아 별자리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 스노우 슈쥬를 신고 숲길 체험 –

1미터 높이가 넘는 눈길은 폭신했고, 바람도 시원했다. 하지만 이곳도 일 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파 여파로 많은 오염된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인간의 탐욕이 만든 쓰레기로 오염시켜 놓았던 것이다. 분노를 넘어 슬픔이 밀려왔다.

첫날 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인의 기백을 보여야 할 때이다. 모두들 피곤 할 만도 한데, 료칸 숙소에서 캔 맥주를 사들고 밤이 깊어 가는지 모르고 얘기했다. 작은 방에 모여 사회적 현실, 가정문제, 꿈, 인생 등을 얘기하며 서로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둘째 날은 여행의 백미였다. 아모르 강에서 내려오는 유빙을 체험할 수 있는 날이었고, 각종 천연기념물인 참수리 독수리와 사슴 등을 관찰하는 날이었다. 가장 기대가 큰 것은 특수 장비를 착용한 채 유빙 속으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우선 지역 곳곳을 다니며 각종 동물을 관찰하러 갔다. 망원경으로 본 참수리 독수리 및 사슴등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자연 속에서 양쪽 날개 길이 2미터 넘는 참수리 독수리의 유유한 자태를 망원경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이었다. 심지어 10마리 넘게 한 곳에서 쉬고 있었고, 사슴 등은 일반 길거리 등에서도 수도 없이 관찰 할 수 있었다. 역설적인 것은 이 지역에 수만 마리의 사슴 등이 나무껍질을 갉아 먹어 나무가 죽어가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사슴과 나무의 보호 속에서 고민이 깊어가고 있었다.

– 나무를 갉아먹는 사슴 –

– 독수리를 관찰하고 있는 참가자 –

오후에는 유빙워크 시간이었다. 유빙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빙하다. 아침에는 마을 근처까지 왔다가 시간이 지나면 먼 바다 까지 밀려가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마을 근처까지 밀려들어와 있었다. 특수 장비를 입고 유빙 위를 걷기도 하고, 심지어 유빙사이 벌어져 있는 수심 수십 미터 바다 사이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공포가 밀려왔지만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몸은 떠올랐고, 슬러쉬와 같은 얼음조각들이 몸을 마사지 해주고 있었다. 큰 유빙에 같이 올라 발을 굴렀고, 유빙은 거대한 몸을 세우며 뒤집어 지고 있었다. 모두 30-40대였지만 아이들 같이 즐거워했다. 얼어 있는 바다 속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지 몰랐다.

– 유빙에 빠져 즐거운 시간

셋째 날은 시레토코를 지키기 위한 100평방미터 운동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원래 사유지였던 땅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서 100평방미터운동이 시작되었다. 국립공원이 되면서 각종 이권사업, 골프장등이 건설되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해 주민들에 의해 땅을 구입하는 운동이 벌어진 곳이다. 1977년에 이 운동을 시작해 2010년에 완료되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 5만 명이 참가하여 5억 2249만 6천엔을 모금, 447.56ℎ의 땅을 사서 잘 보존하면서 자연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 100평만미터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을 전시한 벽 –

이 운동은 계양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이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인천에 있는 계양산도 각종 개발사업과 골프장 건설 계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에 대응하여 시민들이 계양산 한 평 사기 운동을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정구 처장은 본인 딸들의 이름으로 시레토코 한 평을 구입하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이운동의 주체가 샤리쵸라는 지자체라는 것이다. 그렇게 구입한 땅의 소유도 샤리쵸로 되어 있고 이 지자체가 시레토코 국립공원을 잘 보존하기 위한 노력 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자유 시간에는 시레토코 시민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갈하게 꾸며져 있는 마을 곳곳에는 보는 사람마다 우리를 반겨 주었다. 특히 초등학교를 방문해보았는데, 마침 하교 길에 있는 초등학생들이 우리에게 중국어, 베트남, 한국어 등으로 안녕을 구사하면서 반겨주었다. 작은 우체국에 들어가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고, 작은 상점에 들어가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싼 사케를 구입해 보기도 했다.

넷째 날은 정든 시레토코를 떠났다. 대신 쇄빙선을 타고 멀리 나가 있는 유빙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바다에 수많은 얼음이 떠 있는 장면을 배에서 관찰하는 것은 생각보다 절경이었고,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이후에는 무한도전 촬영으로 유명해진 아바시리 호수에서 빙어 낚시를 해보기도 했다. 한국인의 기지로 빙어를 잡자말자 먹으려고 했으나 주체 측에서 놀란 토끼 눈으로 디스토마 등의 위험으로 만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뒤에 튀김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이었었다. 이분은 유학중에 일본인 학생을 만났고, 결혼 후 이곳에서 정착 한 후 호텔을 경영했다고 말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숙소와 음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었고 나갈 때는 태극기를 흔들며 마중을 하기도 했다. 훗카이도 여행을 가는 여행자들은 이 호텔을 거치면 이분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 쇄빙선을 타고 멀리 나간 유빙을 관찰 –

이렇게 아쉬운 4박 5일 동안의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참가자 모두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 몸은 일에 서서히 지쳐갔고, 별다른 쉼을 받지 못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는 재미, 먹는 재미도 있었지만 밤이 새도록 활동가들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그 시간만큼은 집에 갈 걱정도, 담날에 출근할 걱정도 없었다. 무엇보다 본인의 일에서 해방 될 수 있었고, 자신이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서서히 서로를 치유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필자도 정보공개센터를 창립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3년 6개월을 달려왔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반성과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채우기만 하면 넘치기만 할 뿐 새로운 물을 받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비움과 채움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 시간을 빌어 이런 기회를 준 아름다운재단에 감사하고 싶다. 이런 기회를 바탕 삼아, 다시 투명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기회를 수많은 활동가들이 경험했으면 한다. 그분들의 활동에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혜택을 보고 있으며, 이런 여행이 우리에게 더 큰 혜택을 갖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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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무명화가에게 약12억 예산투입. 화천군의 묻지 마 배팅.

2012.03.20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도류 

2012년. 화천군에서는 지방예산 약12억을 한 무명화가를 위한 겔러리와 생활 작업공간으로 투입하기로 사업을 집행하고 있기에 그 사업설계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탐사해보았다.
-의회보고 내용-
2012년 01월 16일. 화천군 관광정책과장은 이른바 사운드 갤러리 조성사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의회에 보고하였다.
「DMZ생태관광코스와 산소실 등 관광코스 상품을 개발하고 팸투어, 기업연수 그리고 소규모 수학여행단 등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겠고 더불어 ~중략~ 아울러 라이브갤러리 유치 ~중략~ 파로호에는 사운드 갤러리를 조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산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되는 것인지는 다음의 설명에서 나온다.
 
「국가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은 금년에 15억원이 배정됐는데 ~중략~ 은행나무라든가 무궁화 같은 걸 식재하는데 한 2억원 정도를 쓰면 되겠고, 나머지 예산을 가지고는 파로호 생태탐방로를 이렇게 병행해서 허허당 선화갤러리를 조성하는데 쓰도록 하겠습니다.」
「특수시책이 되겠습니다. 파로호 사운드갤러리 조성사업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허허당스님을 파로호에 유치해 갖고 갤러리 지어 주면서 이렇게 작업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이 되겠습니다.」
-묻지마 배팅의 규모와 개요-
사업의 개요는 이렇다.
2011년 11월부터~2013년까지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2365번지(4,000평)의 토지에 사업비 총액 11억5,000만원을 투입하여 화가의 전시실(150평), 본관동(30평), 야외공연장(200평), 갤러리 및 작업실(2동 100평), 시가지 선화 갤러리(30평)을 건립하는 것이다.
파로호 수변의 천혜 산림지역이 관광개발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인해 대규모 시설물 적치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열악한 지방재정 상황에서, 11억5,000만원의 약80%에 해당하는 8억2,500만원이 지방자치 군비가 투입한다는 것에서 거듭 이 사업의 터무니없는 발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허허당’과 화천군이 맺은 협약서에는 겔러리의 모든 시설 관리 운영의 권한을 ‘허허당’에게 모두 부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여 그 지원의 ‘묻지 마 배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름도 생소한 ‘허허당’이라는 승려의 약력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문화 미술계의 객관적 평가자료, 사업추진 타당성 검토보고서 등을 화천군에 요구해보았다. 

그러나, 2012년 02월 09일 화천군에서는 ‘허허당’의 개인정보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등의 매체에 소개된 것을 참조하라고 답변했다.
12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주체 인물에 대한 약력조차도 화천군에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관심을 가지는 모든 국민들에게 화천군은 ‘허허당’지원사업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승려 신분의 그분이 어느 종단에 소속된 분인지, 그분이 어느 스승으로부터 사사를 받았고, 그동안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 전시출품의 경력은 어떠한지, 문화계의 평가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업타당성보고서 조차도 없이 지방비 약9억원이 투입된다는 것은 명백한 선심지원이고 지방자치법이 정한 예산운영 원칙에 위배되는 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책임한 지방의회-
이렇게 근거도 확실치 않은 인물에 대한 사업, 타당성 검토보고서도 없는 거액의 투자사업에 대해서 의회가 승인해준 이유를 추궁해보니,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했는데‥‥‥괜찮은 사업이라고‥‥‥앞으로 잘해 보겠다고 해서‥‥‥」승인해주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예산사업 승인 과정이 그렇다. 그 어떤 객관적인 평가 자료도 없이 의원들 기분에 따라 사업이 승인된다는 것이 오늘의 지방의회 무용론이 등장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문화계에는 캄캄한 존재, 인연 맺은 사람은 후회-
본 사업에 대한 탐사가 시작된 2월 9일 무렵부터 1개월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가 찾아 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허허당’ 미술세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수소문 해보았다. 접해본 분들은 동양미술, 단청, 선화, 출판 문화계의 각 방면에 걸친 전문가들이었다.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허허당’이라는 분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출판계의 어떤 분은 그분과의 인연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는 처지였다.
‘허허당’에 대한 약력을 대신해서 화천군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으로 공개해준 것은 한 신문사와의 기자 인텨뷰 내용 뿐이었다. 한 신문사의 기자 인터뷰로 ‘허허당’에 대한 약12억원의 지원사업의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파로호 자연환경 보존만이 최고의 관광자원-

1월 낮 파로호풍경.

파로호 1월의 아침

 DMZ와 연계한 파로호의 산림과 호수의 자연경관은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는 강원도 북부의 최고 천혜 관광 자원임을 자부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산림과 자연자원이 장차 세계적인 명소로 인정받을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그 자원의 가치는 자연생태계가 얼마나 온전히 보전되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행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단지 수년간의 행정 권력이 주어진 그들의 치적을 위해서,‥‥‥ 이러한 천혜의 자원이 온갖 관광화 사업 명분아래 파헤쳐지고 건축물이 들어서고 공원이 만들어진다면,  파로호는 세계 어느 도시에나 즐비한 동네 공원 놀이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향후 50년, 100년 뒤의 후손들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도록,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오늘의 노력만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국가적 차원의 관광자원 개발임을 행정 책임자들이 각성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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