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청구인의 개인정보공개에는 관대한 서울시설공단

2009.11.20

 

정보공개센터 강언주간사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 개인정보와 사생활침해를 이유로 비공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보공개법에는 비공개할 수 있는 정보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정보공개법 제9조 비공개대상정보 중 제 6항에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다만, 다음에 열거한 개인에 관한 정보는 제외한다.

    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
    나. 공공기관이 공표를 목적으로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정보
    다. 공공기관이 작성하거나 취득한 정보로서 공개하는 것이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
    라.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마.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써 법령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


라는 규정이 있다. 이 조항을 포함한 비공개대상정보를 제외하고는 청구한대로 공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은 이 조항을 근거로 비공개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들어간다면 그 부분만 삭제하고 부분공개를 해달라고 해도, 공익을 위하여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해도 갖가지 이유를 들며 비공개하기 일쑤이다.


그렇게 개인정보, 사생활침해에 민감한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개인정보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나보다.

얼마 전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 에 게시된 정보공개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 공공기관은 홈페이지에 정보목록 을 게시하고 있는데 정보목록이라 하면 해당 정보를 담당하는 부서명, 문서의 제목, 등록번호, 등록일자,담당자, 공개여부, 문서유형, 보존기간, 담당부서를 포함한 것들을 말한다. 그런데 서울시설공단은 정보공개목록을 게시하여 접수일, 청구인, 청구내용, 공개여부, 공개내용, 결정통지일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는 ‘공공기관과 청구인의 의무’ 라고 하여 ‘주요문서 목록 등의 작성 비치 공공기관은 일반국민이 공개대상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문서 목록과 정보공개편람 등을 작성·비치하여야 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정작 작성, 비치해야 할 정보목록은 없고 정보공개처리대장인 정보공개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보공개목록에 청구인의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청구인이 누구이며 무엇을 청구했는지 서울시설공단홈페이지에 방문하여 정보공개목록을 보는 사람들은 다 알게 된다.  실제로 이 목록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들의 이름도 있었다.
그들의 눈에 청구인은 사생활도 없는 사람으로 보였을까.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처리대장을 청구하면 당연히 개인정보의 문제로 청구인의 이름은 삭제하고 공개해준다.

 

<청와대 정보공개처리대장>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정보목록과 정보공개목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청구인의 개인정보공개 따위는 관심없다는 것일까?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개인정보의 이유로 비공개하더니 청구인의 개인정보에는 참 관대하기도 하다.

서울시설공단의 정보공개목록 올립니다. 개인정보보호의 이유로 이름은 삭제하였으나 원래 문서에서는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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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만든 기록에 재산권 주장하는 나라!

2009.11.18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저작권이란 생산자가 독창성 있는 표현이 담긴 저작물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얻을 권리와 이러한 표현물에 대한 공공의 이용을 통제할 권리를 말한다. 복제, 전송 등 일단의 방식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데 대한 통제권을 저작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창작에 대한 영리적 대가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저작권은 공공기록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기록은 창작에 대한 대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업무의 과정 중에 당연히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7월,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한 비공개기록물 재분류 공개목록에 대해 국가기록원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라는 내용의 결정통지를 한 바 있다.

 저작권법에 의하면 보호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성이 없는 사실 그 자체의 나열에만 불구한 공문서나 창작성이 없는 대장, 카드 등은 저작물로 보기가 어렵다. 이에 따르면 정보공개센터가 청구한 위 정보는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비공개 목록의 공개재분류업무를 위해 목록화 시켜놓은 것으로 별도의 창작성이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

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또한 공공기록의 경우에는 창작에 대한 대가 역시 세금으로 지불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공공기록의 개념은 ‘정부가 세금으로 생산하고 생산’했다는 데에 핵심이 있다. 이는 공공기록이 어떤 한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명지대학교 기록과학전문대학원에서는 수업실습의 과정으로 역대 대통령사진을 공개청구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공개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후 이 사진을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 올려 시민들과 공유하였고 수차례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국가기록원은 사진의 저작권을 이야기하며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의 저작권이 국가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업무의 과정 중에 국민의 세금으로 생산되었고, 현재까지도 세금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사진이 국가기록원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이것이 국가의 기록이며 공적 목적으로 생산되었다는 의미이다. 공공기록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그 소유권은 국민 전체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업무의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는 이러한 행위는 공공의 정보를 사유화 하려는 의도일 뿐만 아니라 기록의 활발한 활용을 제한해 정보공개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전직대통령 사진 일부

  마지막으로 공공기록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목적자체가 활용에 있기 때문에 이용의 통제장치인 저작권은 오히려 기록의 활용 목적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서도 국가기록물은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공기록 이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우리 사회에서 저작권은 기록 활용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책연구정보서비스 시스템인 프리즘(www.prism.go.kr)은 중앙부처에서 수행하는 정책연구용역 과정을 관리하고 연구용역 결과물에 대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연구용역에 대한 검색뿐만 아니라 보고서의 원문열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정보공표 시스템중의 하나인 것이다. 2009년 4월 정보공개센터에서는 프리즘에 등록되어있는 『국군장병의 국어능력 실태조사』보고서를 센터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이미 공개로 설정되어 원문의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연구 자료이기는 하나 국립국어원이 발주한 연구용역으로 국가예산이 투입된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적 활용이 가능한 자료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제동이 걸려왔다. 이 용역과제의 연구협력기관인 국방부가 자료삭제를 요청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연구가 종결된 이후 이 보고서 전문을 프리즘에 올렸고,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국방부는 정보공개센터가 이 내용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언론보도가 나온 뒤 ‘보안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며 정보공개센터에 ‘유출’한 자료를 회수해달라고 국립국어원에 요구하였다. 그리고 ‘저작권법 위반’을 근거로 들어 파일삭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보공개센터에 발송했다.
 
국방부가 주장한 국가안보와 사기저하라는 모호한 자료삭제 근거에 국립국어원이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는 타당하지도 않은 근거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행정투명성 확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하고 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정보공개에 대한 민감한 대응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권력기관이 정보의 확산에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공공정보의 이용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필자는 그것이 거세되어 가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이 선출한 관료들이 자기가 낸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국정운영 내용에 대해 당연히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공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보공개청구가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실현해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공개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비로소 시행하는 ‘공개’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정보를 알려내는 ‘공표’로, 더 나아가 우리사회 구성원 공동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공유’로 정보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이 당연한 권리를 국민들에게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공공정보의 공개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고는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확대되면서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은 곧 저작권의 문제와 맞닿아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공공기록에 대한 저작권 규정 자체가 매우 미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정부의 정책이 공공기록의 이용확대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공기록은 비밀과 비공개를 제외하고는 시민들에게 공개되어 정책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성을 지닌 기록에 저작권을 부여하면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 저작권을 가지는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국가’라고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본래 저작권이란 창작자의 재산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기록이 자기의 것이라며 재산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공공기록의 활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추세다. 기록 자체가 이미 사회 공동이 대가를 지불한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기록의 이용과 활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시민이 공공기록의 활용과 공유라는 화두로 고민해봐야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민과 관의 지속적인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어 더욱 성숙한 기록 공유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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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들의 기록물 제대로 관리해야

2009.10.19

설문원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오래 간직해온 선물에는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더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받은 선물이라면 대통령 개인의 역사를 넘어 외교와 국정의 역사가 담기게 된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기록관과 우리나라 대통령기록관은 현재 대통령이 받은 선물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미국 아칸소 주에 위치한 클린턴 전 대통령 기록관에서는 ‘보석에서 젤리빈(사탕의 일종)까지(Jewels to Jelly Bean s)’라는 주제로 레이건 대통령이 즐겨 먹던 젤리빈 병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가 담긴 애장품과 선물 2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기록관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받은 선물과 유품 약 200점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하는데(10월20~29일), 전시물 모두가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외국을 방문하거나 각국 정상 및 주요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대개 선물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선물은 각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품일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교재가 되기도 한다. 가령 이번에 전시되는 선물 중 존슨 전 미국 대통령에게서 받은 백마 조각상, 김일성 주석이 1972년 7·4공동선언 발표 때 증정한 금강산 선녀 자수, 장제스 전 타이완 총통이 선물한 쌍사자 조각상 등은 1960~70년대 굵직한 외교사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1981년에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대통령이 일정 가격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신고·제출해야 하며 이에 따라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 받은 선물들은 이미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돼 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법률 시행 이전의 대통령이었으므로 신고하거나 제출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었지만, 기증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앞으로 국가기록유산의 일부로 관리될 수 있게 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008년 11월 19일에 이명박대통령내외 브라질 방문시 한 선물

그러나 이러한 선물과 달리 대통령기록물이 국가 소유임을 명시하고 국가가 보존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공공기록물관리법은 1999년에야 제정되었다. 따라서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 이전의 대통령 기록물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가기록원의 역대 대통령기록 소장통계를 볼 때,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 문서는 박정희 대통령 9044건, 전두환 대통령 4782건, 노태우 대통령 2494건, 김영삼 대통령 8214건으로, 연간 문서철 생산량으로 추산하면 박정희 대통령은 약 50철, 전두환 대통령 100철, 노태우 대통령 50철, 김영삼 대통령 170철 정도가 될 것이다. 그나마도 알맹이 있는 정책문서가 아니라 행정문서가 다수를 차지한다. 많은 문서를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거나 당시 폐기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의 찬란한 기록문화유산을 이야기할 때마다 머리 한쪽에서 떠오르는 풍경은 이렇게 초라한 현대사 기록의 현장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시가 역대 대통령과 가족, 측근들이 기증한 기록 전시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물론 특정 인물을 중심에 둔 전시가 어쩔 수 없이 ‘공적(功績)’ 위주로 흐를 위험은 있다. 이는 개별 대통령기록관 체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대통령기록 전시가 비판받는 대목 중 하나이다. 그러나 기록은 역사 속에서 ‘스스로 말을 하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 현대사의 씨줄과 날줄이 제대로 얽힌 충실한 기록유산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선물 외에도 많은 문서와 기록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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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부압박에도, 정보공개는 쭈,,,욱

2009.10.08

  

정보공개센터의 공동대표인 이승휘 명지대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

ⓒ 김장환

이승휘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한 번이라도 청구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무뚝뚝하고 냉랭한 담당 공무원, 당신은 누구고 왜 정보공개를 청구하느냐며 취조하듯 따지는 그들의 반응, 그나마 돌아오는 건 ‘비공개’. 공무원의 대국민 서비스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정보공개 영역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난해 10월, 작은 시민단체 하나가 발족식을 가졌다. 바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다. “비록 지금은 정보공개센터가 작은 단체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리라 생각한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이자 정보공개센터의 공동대표인 이승휘 교수의 거침없는 발언이다.

 

아직까지 ‘정보공개’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어느덧 정보공개센터는 설립 1주년을 맞이하여 후원의 밤까지 개최한다고 한다. 이에 이승휘 교수를 만나 정보공개센터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지난 1997년 세종대 재단 비리에 맞서 해직교수 타이틀까지 얻었던 이승휘 교수는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분야로 영역을 넓혀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종 시민사회 단체에 가해지고 있는 압박에 대해 “정보공개라는 것은 진보와 보수, 좌우, 그리고 여야를 떠나서 어떠한 구분이나 당파성과 상관없이 응당 해야 할 것”이라며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의 언론재단 강의가 취소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압박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지만,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 있게 말한다.

 

다음은 이승휘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보공개는 직접 민주주의에 다가가기 위한 중요한 수단

 

– 정보공개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정보공개란 무엇인가.

“정보공개라고 하는 것은 공공 영역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일한 공무원들이 업무의 결과로 생산한 기록을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공개가 최근 들어 중요시되는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형태로 일반 국민이 쉽게 정보를 공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향후 시민사회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말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직접 민주주의는 현재 불가능하다. 때문에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같은 제한적인 간접 민주주의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보공개는 직접 민주주의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인터넷과 같은 IT의 발달은 직접 민주주의가 현실화되는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어야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중요한 결정은 국회나 국무회의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바로 정보공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가와 시민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국민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를 통해 국민이 원활하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 호흡에서 바라볼 때, 정보공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투표율 자체가 많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선거만 하고나서 뒤에서 스스로 뽑은 사람에 대해 욕만 하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수단이 바로 정보공개라며 그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이어 본격적으로 정보공개센터 설립과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정보공개로 쌍방향 민주주의 실현”

 

  

“긴 호흡에서 바라볼 때, 정보공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 김장환

이승휘

– 정보공개센터의 설립 취지와 임무는 무엇인가.

“정보공개센터를 수식하는 문구가 ‘투명사회를 위한’이다. 말 그대로 투명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 센터를 설립한 목적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쌍방향 민주주의 실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말하고 싶다.”

 

–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람들이 모여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기록관리의 일부분이 정보공개라 할 수 있는데, 기록관리의 초석을 다진 민간 기관이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하 연구원)’이라는 곳이다. 연구원은 주로 연구·교육·대외협력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중 일반 시민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대외협력 기능을 확대하고자 정보공개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정보공개센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설립하고, 정보공개 전문가이자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전진한 선생에게 사무국장을 맡겼다.

 

의사결정은 주로 이사회를 중심으로, 정책집행은 소장 이하 사무국에서 수행하고 있다. 기록관리 학계에 있는 학자와 학생, 언론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기자와 PD, 그리고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인사들, 그리고 일반 시민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어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 기록관리 역시 일반에게는 생소하다.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는 어떠한 관계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기록관리가 원인이고 정보공개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업무의 결과인 기록을 잘 생산하고 제대로 보존하고 있어야만, 그에 대한 결과인 기록을 시민이 잘 이용하고 부당한 권력행사를 견제할 수도 있다. 기록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정보공개도 있을 수 없다.”

 

– 지난 1년간 정보공개센터의 활동 영역과 그에 대한 성과는 어떠한가.

“우선 알 권리와 관련된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모니터링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정보공개 단체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정보공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분별한 비공개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물론 비공개해야 할 기록은 엄격한 기준 하에 비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큰 문제다. 이를 다방면으로 압박하고 공공기관과 소통함으로써 최대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활동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정보공개가 결코 어려운 게 아님에도 일반 시민들은 그 존재 자체도 모를뿐더러 알더라도 막연히 어렵게 생각한다. 그래서 정보공개 대상자를 세분화하여 일반 시민과 전문직 종사자인 기자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정보공개를 일반 국민들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국민과 센터에서 정보 공개한 소중한 기록들을 아카이빙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우리 정보공개센터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문제점이나 한계점도 분명 존재할 것 같다.

“의욕적으로 이것저것 추진하다 보니 일을 벌여만 놓은 감도 있다. 이제는 조직을 좀더 추슬러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안정을 꾀해야 한다. 우리나라 NGO가 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인력이 모자라 뜻한 바를 다 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전문적이면서도 집중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민단체 대부분이 취약한 재정구조로 고생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보공개센터의 경우, 국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 없이 설립 당시 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씨앗자금을 토대로 350명이 넘는 회원이 자발적으로 내는 회비로 재정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었다. 이처럼 적극적인 회원을 기반으로 향후 정보공개센터의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물었다.

 

중앙에서 지역으로 정보공개운동 확산

 

– 향후 정보공개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1주년을 맞이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완숙하게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이 있다고 가정하면, 각 후보들이 했던 일을 정보공개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즉 이슈별, 주제별로 특화를 해서 정보공개 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또 하나의 방향은 지역적으로 정보공개운동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이 지역 간 경계의 벽을 허물고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추진한 정보공개 운동을 검토해 보면 여전히 수도권 중심, 또는 전국구 포괄적인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지역 중심으로 필요한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을 마련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회원 및 일반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보통 선거권이 너무나 당연히 주어진 권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랜 기간 수많은 민중이 땀과 희생의 결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정보공개 역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으면 원래의 취지를 살려나가기 힘들다. 그럴 경우 서두에 말했던 쌍방향 민주주의나 직접 민주주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정보공개라는 게 우리 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것을 알림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우리 사회가 말 그대로 투명한 사회가 되고, 그 결과 실질적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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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기록 유출, 법제처는 거수기?

2009.10.08
고 노무현 대통령 편히 잠드소서
고 노무현 대통령 편히 잠드소서 by joone4u 저작자 표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법제처가 이춘석(전북 익산갑)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법령해석심의위'(위원장 윤장근 법제처 차장) 회의록에 따르면, 1차 회의 당시 다수의 심의위원들이 “사본제작도 열람에 포함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e지원 시스템 복제를 통해 대통령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합법적 행위라는 해석인 것이다.

하지만 법제처에서는 법랭해석심의위 위원 전원을 교체한 다음 불법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위 정황에 따르면 법제처는 전형적인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봉하마을로 내려갈 때 대통령기록관과 거리등의 문제로 열람권 확보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온라인 확보권을 주장했고, 대통령기록관 측은 보안 상의 이유로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인의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봉하마을에서 성남까지 계속 출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노무현 정부시절 당시 청와대 측은 법제처에 대통령기록 사본을 유출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지 문의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법제처에서는 사본일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위에 대해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1차 회의에서는 합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도, 다시 별다른 근거 없이 그 결정을 2차회의에서 번복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제처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합법) – 이명박 정부시절 1차회의 (합법) – 이명박 정부 시절 2차회의 (불법) 의 의견을 내게 되었다.

어떻게 법률을 해석하는 데 정권이 바뀌면 그 해석도 바뀔 수 있는지 모르겠다.

법제처의 주요 임무중 하는 “법령 해석” 이다.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따라 ‘법령해석’이 달라진다면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법제처의 책임이 매우 큰 부분이다. 왜 합법에서 불법으로 바뀌었는지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향후에도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기록원과 법제처는 전직 대통령기록 열람에 대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관련 제도 및 시설등을 완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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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법바꿔가며 투명성을 높이려고 하는데, 우리는?

2009.10.01
하승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오늘도 한권의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마존에서 60달러나 주고 산 책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책입니다. 정보공개와 관련된 소송을 하는 미국 변호사들에게 매뉴얼과 같은 책인데, 미국 시민권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이라는 단체의 변호사들이 처음 만들었고, 지금은 EPIC(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라는 단체에서 편집.출판하고 있는 매뉴얼입니다.

제목은 “Litigation Under the Federal Open Government Laws 2008″입니다. 정보공개와 관련된 소송 매뉴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책을 보면 앞부분에 미국 정보공개법의 변천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국 정보공개법은 1966년 제정되었고, 여러차례 개정되다가, 2007년 12월 31일에 또 한번 크게 바뀌었습니다.

2007년 연말에 개정된 여러가지 내용들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안에  Office of Governement Information Services(OGIS)라는 기구를 신설한 것입니다. 이 OGIS라는 기구는 정부기관들이 정보공개법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OGIS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청구인과 정부기관들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권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2007년 개정된 정보공개법에서는 ‘프리랜서 언론인’도 정보공개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기관들이 정보공개시한을 초과하는 것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통제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기록을 관리하는 민간계약자들이 관리하는 기록도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와는 정보공개제도에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도 최근들어 정보공개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구제절차 외에 OGIS라는 기구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것처럼, 우리나라보다 늦게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정보공개커미셔너라는 독립기구가 활동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정보공개제도 개선 논의가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정치인들도 관심이 없습니다. 기자실 폐쇄로 한참 시끄러울 때에 언론-학계-시민단체가 참여한 태스크포스팀에서 만든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있지만, 이 안도 잠자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뭔가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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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공무원이 세금 낭비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 영국의 정보공개법

2009.09.24
하승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최근에 영국의 정보공개제도에 관한 책자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영국의 탐사보도 관련 저널리스트이자 운동가인 Heather Brooke이 쓴 “Your right to know – A citizen’s guide to the freedom of information act” 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영국 정보공개제도와 그 활용 현황,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시민들이 읽기 쉽게 쓴 책입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조만간에 출판하려고 하는 책과 비슷한 컨셉입니다.

이 책을 보면, 영국의 정부관료들이 얼마나 정보공개법에 대해 저항했는 지도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영국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은 2000년말에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져서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늦은 편입니다. 그만큼 영국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저항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일단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언론사 기자들과 시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발행되는 Sunday Herald라는 신문의 Paul Hutcheon이라는 기자는 영국의 정치인들이 사적인 용무를 보는 데 택시를 이용하고도 그 돈을 공금에서 청구한 사실을 밝혀 냈답니다. ‘택시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 때문에 해당 정치인이 사퇴하기도 했답니다. 이 Paul  Hutcheon이라는 기자는 그동안 혼자서 400건이 넘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정보공개청구에 빠져 있는 기자분들이 있는데, 스코틀랜드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영국에서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제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세금낭비와 관련된 정보인가 봅니다. 정보를 요구하는 언론인, 시민들과 공개하지 않으려는 공무원, 정치인간에 끊임없는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가 봅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정보공개법이 다르다는 것인데요. 스코틀랜드의 정보공개법이 더 잘 되어 있답니다. 법조항 자체도 잘 되어 있고, 스코틀랜드의 정보공개 커미셔너(정보공개제도를 관리하고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결정을 내리는 기관입니다)인 Kevin Dunion이라는 사람이 정보공개에 아주 적극적이어서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보다도 정보공개 측면에서 더 앞서 나가고 있답니다. 이 Kevin Dunion이라는 사람은 ‘지구의 친구들’이라는 환경단체의 스코틀랜드 지역 이사였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 Kevin Dunion이라는 사람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데, 우리는 왜 이런 사람이 없을까요?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더 빨리 법을 만들긴 했지만, 영국을 따라 가지 못하는 점이 바로 이런 면인 것같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정보공개 커미셔너가 독립된 지위를 가지고 정보공개제도를 총괄하고 이의신청에 대한 판단까지 하기 때문에 정부관료들이 정보공개에 태만하기가 어렵습니다. 잉글랜드의 경우에도 정보공개 커미셔너가 있고, 정보공개재판소(Information Tribunal)도 있습니다. 커미셔너의 결정에 불복하는 사람은 정보공개재판소에서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보공개제도에 대해 총괄하는 독립된 기구도 없고, 잘못된 정보비공개에 대해 독립된 지위에 있는 기관으로부터 신속하게 판단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런 후진적인 제도가 정보공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영국에서도 정보공개법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법을 만들 때에 관료들의 저항 때문에 비공개조항이 많이 들어가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를 위해 노력하는 저널리스트가 쓴 글이라 그런지, 공감되는 것이 많은 책 ‘Your right to know’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가 책 서문에서 쓴 내용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저도 참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사람과 정부간에는 일종의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답변으로 인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전투는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전투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라. 만약 당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항의하고 항의하라. 심지어 당신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당신의 케이스는 왜 이 법이 개선되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정보를 얻는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시민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에 정부는 투명해준다. 어쨌든 첫번째 목표는 팩트(fact)를 얻는 것이다. 팩트가 있어야만 우리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 할 때에 힘을 가질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을 개방시키고, 정부는 더욱 책임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권리이지 특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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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상대로 명예훼손ㆍ저작권 주장하는 나라

2009.09.2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 정부 들어서 국가정보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번에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질 때에 국가정보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교수들이 있었다. 국가정보원이 교수들의 시국선언 동향을 파악하는 게 본연의 임무는 아닐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들은 더욱 흉흉했다. 결국 박원순 변호사의 입을 통해 사찰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런 의혹이 제기되었으면 국가는 그런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국가는 국가정보원의 말만 믿고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만약 박원순 변호사의 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국가는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국민에 대해 소송을 들이대며 협박한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명예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게다가 국가가 국민에게 명예훼손을 주장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도 무리하다는 비판이 많다. 만약에 법리적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이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무리한 소송을 제기한 대한민국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 경향신문 9월18일자 3면.

어처구니없는 일은 또 있다. 국가가 정보를 공개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운운하며 정보의 확산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에 처음 겪는 황당한 일이다.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일을 하면서 작성하고 관리하고 있는 기록들은 공공의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록들을 공개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지난 7월에 일어났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가기록원에 대해 기록목록을 청구했더니, 국가기록원이 정보를 공개하면서 “제공되는 기록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라며 허락을 받지 않고 기록을 배포하면 저작권법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엑셀파일 형태로 되어 있는 기록물을 공개 받으려면 540만원의 수수료를 내라는 내용도 통지서에 들어 있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다른 정부부처가 정보를 공개하면서도 저작권 주장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일회적인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의도는 분명하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아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자파일 형태로 정부기록들이 생산되면서 국민들이 이런 정보를 공유하기가 아주 쉬워졌다. 예전에는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려면 문서를 스캔으로 떠서 올려야 했지만, 지금은 전자파일 형태로 정보를 공개받기 때문에 공개 받은 정보를 인터넷에 쉽게 올릴 수 있다. 그러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정보를 받은 시민 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같은 단체는 공개 받은 정보를 블로그에 올려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국가가 저작권법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보가 확산되지 못하게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생산한 기록들이 저작권법의 대상이 되는 창작물인 지도 의문이지만, 이런 식의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주위에서 저작권법을 잘 아는 변호사들에게 상의를 했더니, 저작권법 해석 문제를 떠나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저작권을 주장하겠다는 발상이 너무나 황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아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가? 그래 소송도 좋고 고소해도 좋다. 국가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작정한 것이라면, 그리고 이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공복(公僕)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도 상실한 것이라면 소송을 당하고 고소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점 하나만은 분명하게 하자. 진정으로 국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은 당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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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 국정원 소송 본질은?

2009.09.2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요즘 국정원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가 일반 시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참을 수 없게 만든다.

  필자도 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번 소송을 반대하는 수많은 국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원순 변호사 블로그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소송에서 내 이름을 빼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소송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박원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을 투신했으며, 누구보다도 청빈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필자도 박원순 변호사의 강의에 매료되어 시민운동에 뛰어 든 경우이다. 오히려 국정원의 명예훼손 소송이 박원순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 같아서 역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박원순 변호사가 주장하는 국정원 사찰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정원인지, 다른 실세의 개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오전에 필자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한국언론재단에서 24일로 예정되어 있던 강의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한국언론재단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 이번 강의도 3주전에 미리 예정이 되어 있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행사 자체가 취소 된지 알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강의 이틀 전에 강의를 취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강생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지역 MBC 박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언론재단 강의 행사가 취소되었니? ”

“아니… 갑자기 나한테 강사가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까 강의를 해달라고 하던데?”

“그래? 난 행사가 취소 된지 알았는데”

  그제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모 기자가 한국언론재단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물어보았다. 위에서 박모 기자에 따르면 나를 포함해 시민사회단체 출신들 강사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불편해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내 자신이 불편한 사람이 된 것이다.

  매우 불쾌했다.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전 국장님 이런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전국장님만 빠진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3명 모두 제외 되었습니다”

“왜 제외 된 거죠? 전문성이 없어서 그런가요? ”

“아닙니다. 전 국장님 전문성은 다 아는데 어떻게 얘기하겠습니까? 어쨌든 죄송합니다.”

  게다가 한국언론재단 모 연구이사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강사진에서 제외한 것은 “강사 풀에 전 국장 등이 포함되어 있길래(전 국장을 포함해) 몇 명을 적어 이런 분들 말고 기자나 교수 등 좀 더 전문가 그룹에서 찾아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몇 명이 바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다. 물론 한국언론재단 강의가 계약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행사가 생기면 그때그때 강의를 하는 곳이다. 평가가 안 좋으면 바로 그 다음날 강사에서 제외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필자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정보공개법으로 강의를 하면서 한번 도 수강생들에게 나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담당자들의 얘기였다.

  그 결과로 수많은 언론인들이 지금 정보공개청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고 지금도 수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정보공개청구 강의는 우리나라 투명성과 책임성을 크게 높이고 언론인들의 취재 능력을 크게 향상 시켰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합리적인 결정 근거 없이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강의가 제외되었다고 생각하니, 매우 큰 모욕감이 든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언론재단 강의 하나가 취소된 것이 큰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대학교 겸임교수직에서 해고되기도 하고, 별 문제 없이 지원하고 있던 기업들의 후원이 끊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을 글을 올렸다고, 구속되기도 하며 주간지 인터뷰에서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고 2억원의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박변호사님 2억이라는 돈이 있는지도 걱정스럽다) 군인도 아닌데, 국군 기무사령부에서 민간인들의 사진을 찍고 다닌다.

  그런데도 국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을 하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다. 당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왜 이리 미제 사건들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이런 압박을 한다고 해서 시민사회단체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뿌리는 더욱 튼튼해 질 것이다. 희망제작소만 하더라도 박원순 변호사 소송이후에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회원가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일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girok.or.kr)도 아주 작지만 꾸준히 회원가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반증적으로 사회의 의사결정구조가 이렇게 때문에 시민사회단체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얘기를 듣는 것은 매우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다. 거버넌스 행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동안 고민해왔던 사람들의 얘기를 국가가 듣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쓴 소리면 더욱 가치가 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듣기 싫다고 구속, 소송, 해직의 방법으로 입을 막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권과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을 하늘은 청렴한데, 마음속에는 황량한 사막 길을 걷는 듯 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를 위해 박변호사님 부디 건강 하시라고 당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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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관 건립은 포기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투자

2009.09.23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영삼 이사
                                                                                              (한신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에 건립하기로 했던 대통령기록관이 위기에 처해 있다. 배정된 예산을 도로 건설하는 데 전용하고, 내년도 예산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국가재정적 부담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 종합검토가 요구돼 잠정 중단한 것”이라고 하지만 올해 관련 예산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건립 계획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섣부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이명박정부의 ‘기록 홀대’로 볼 때 안타까운 결론이 눈  앞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과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으로 더 이상 대통령기록물의 온전한 수집과 관리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에 기름을 붓는 결정이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의 수집․평가․기술(記述)․보존 및 공개 재분류 △역대 대통령기록물의 전시 △대통령기록물의 열람․교육 및 홍보 △대통령기록물 관련 연구 활동 지원 △전직대통령 전용 열람편의 제공 등의 기능을 하고 대통령기록물 효율적 활용 및 홍보를 위하여 기록관에 전시관․도서관 및 연구지원센터 등의 설치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역대 및 향후 생산될 최고 국정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활용할 수 있는 상징적 시설로 건립하고, 기록보존기관으로서의 기능과 박물관, 도서관, 교육장, 연구지원센터 등 다양한 대통령기록물 활용을 보장하는 이용자 친화적 복합시설이 되게 하며, 최적의 기록물 보존 환경이 조성되는 첨단 시설로 건립하기 위해 세종시 중심행정타운의 국가기록물박물관 부지 내에 약 8,500평을 배정해서 추진하였던 것이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은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물원 나라기록물관에 소재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이 이곳에 소재토록 한 것은 2012년까지의 임시적인 조치였는데, 만약 건립이 취소된다면 상당한 기간 동안 나라기록관에 대통령기록관이 세 들어 사는 상황이 지속된다. 대통령기록관을 별도의 시설로 하지 않고 나라기록관을 활용하는 것은 대통령기록관의 설립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현실적인 조건도 충족되지 않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첫째로 나라기록관은 접근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어서 기록관을 건립하는 본질적인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을 통한 교육적 효과는 거의 이루기 어렵다. 나라기록관이 위치한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편하게 이동하여 견학이나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재도 단체 견학이 아닌 개인 관람객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둘째, 기록물의 수용능력을 고려할 때 시급한 보존서고 건립이 필요하다. 국가기록원은 성남(나라기록관), 대전 본원, 부산(역사기록관) 등 세 곳의 서고에 약 6,164,000여권의 기록을 수용할 수 있으며, 현재 39.8%인 2,455,000권을 수용하고 있다. 성남에는 총 4백여만권을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38.7%인 1,550,000권을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2012년까지 약 3백여만권의 기록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4년 뒤에는 세 곳의 서고가 약 80%정도 수용되어 새로이 서고를 마련해야 한다. 기록관리를 위한 서고는 30~50년 앞을 보고 건립해야 하는데 국가기록원의 계획에 의하면 불과 몇 년 뒤에는 만고가 되는 것이다.

셋째, 대통령기록관에서 수행할 기능 수행에 장애가 많다. 특히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전시관, 도서관, 연구지원센터를 설치하려면 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의 나라기록관에는 더 이상 활용할 공간이 없다. 대통령기록관은 전시관람에 대한 수요가 크므로 역대 대통령 관련 전시 기능이 강화되어 일반 공공 기록물관에 비해 전시공간의 비중이 크다. 그런데 현재 나라기록관은 총면적 1만 9,000평 중 불과 300평(1.9%)이 전시 공간이다. 이런 상태로는 역대 대통령기록물 전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명색이 대통령기록관인데 역대대통령별로 조그마한 전시부스를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 대통령기록물관 건립 계획에 따르면 대통령별로 약 44평을 반영하여 총 700평 정도가 전시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듯 세 들어 있는 상황으로는 대통령 기록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기능 수행도 어려운 형편인 것이다.

한편,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시설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물의 보호․활용에 필요한 기관의 중립․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며, 아울러 기록관리를 체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여전히 대결적 정치구도가 남아있어서, 퇴임 후 남긴 기록물이 정쟁의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는 대통령기록관이라는 기관의 독립성은 시설을 따로 건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기록물관리비서관실에서 제작한 <대한민국 기록물문화의 혁신>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기록물에 대한 투자다. 기록물에 투자하면 미래와 우리 아이들에게 큰 번영과 기회를 남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록물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도 투자를 하도록 우리 시민들이 함께 독려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 한국이 그야말로 기록물문화의 강국, 기록물문화의 선진국이 되도록 그렇게 함께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통령기록물관 건립이 좌절되지 않고, 미래의 산 교육장으로 건립되도록 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웹진 <더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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