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천안함 교신일지 등 핵심기록 법적으로도 공개해야

2010.04.03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온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안전보장’

온 나라가 혼란과 슬픔에 빠져 있다. 46명이나 되는 귀한 생명들이 배가 두 동강나 실종된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는데, 그 원인도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정부의 무능한 모습이나, 미온적인 태도에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에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던 100t 규모 저인망어선 ‘금양98호’가 2일 오후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현재 기성 언론을 포함해 인터넷에는 온갖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억측과 추측이 난무하는 것은 정부가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우려스러운 것은 국방부의 발표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사건의 핵심 기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국민을 더욱 혼란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러면 국방부의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법률을 근거해서 그 타당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국방부는 사건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정보로 지목되고 있는 교신·항적기록, 교신일지,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 생존 병사들의 육성 증언 등의 기록을 일부 혹은 전면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의 이런 태도는 사건의 조사 기록을 소상히 공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하지 못한 태도이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국방부는 비공개의 이유로 ‘군사기밀’ 이라고 하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 국방부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군사기밀은 무엇이고 그 군사기밀을 규정하고 있는 군사기밀보호법을 명백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 2조에서 “‘군사기밀’이라 함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것과 그 내용을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북한과 인근하고 있는 백령도 해상에게 훈련을 하고 있던 천안함 교신기록 및 TOD 동영상 기록은 군사기밀로 지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방부가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하고 있는 것은 전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을 천천히 살펴보면 군사기밀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도 같은 법에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제 7조에서는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때’ ‘공개함으로서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법 9조에는 “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를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에게 문서로써 요청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률을 보면 군사기밀이라는 것은 공개할 수 있는 요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조항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천안함 사건이어야 말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공개함으로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는 경우다. 자식·형제의 생존을 알지 못해 애끓는 가족들이나 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것만큼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46명의 병사들이 실종된 사건을 제대로 밝히는 것만큼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참여연대는 지난 3월 31일 “일지와 교신ㆍ항해 기록, 해군 지침과 매뉴얼(지침서), 기뢰 등에 의한 폭파 혹은 오폭 의혹, 천안함의 당일 임무와 독수리 작전 관련 기록 등 4개 분야의 16개 항목”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군사기밀보호법 9조에 해당 하는 절차를 이행 한 것이다.

물론 군사기밀 체계가 공개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그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중요성으로 볼 때 그런 비용지출은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당연히 비용으로 생각된다.

한편 생존 병사들의 증언 및 자필 자술서 등의 공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함장이 기자회견에서 일부 내용을 밝히긴 했지만 국민적 의혹을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병사들의 인권을 존중해 육성 공개를 미루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유족들과 실종 병사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건의 당사자들인 생존 병사들의 증언은 이번 사건을 풀어줄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방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얼마나 큰다는 것을 알고 사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전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그 원인을 파악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군 시스템을 대폭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참담함을 금할 길 없으며 현재까지 실종자들을 애끓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천안함 수색작전에 참가했던 저인망어선 98금양호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구조에 나서다 순직하신 고 한주호 준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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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2010.04.01
      

하승수.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유권자운동이 그것이다. ‘유권자연대’ ‘희망연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단체나 모임들이 생기고 있다. 개인도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내에서 ‘투표한다고 약속하면 안아주기’를 하는 여성이 나타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마 선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행동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6·2 지방선거 유권자운동 열기

유권자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데는 유권자를 ‘찬밥’으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적혀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의 권력은 다수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 기득권 세력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를 주무르고 있는 재벌, 기득권을 가진 정당과 정치인, 관료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게다가 현 정부는 국민이 반대하거나 찬반이 엇갈리는 일들을 합리적인 검토와 토론 과정 없이 밀어붙여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사업, 세종시, 방송장악 등등. 그러나 잘 봐야 할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도 유권자들은 소외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늘 유권자들은 구경꾼이었다. 누구든 자기가 구경꾼으로 밀려나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행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투표율은 날로 떨어졌다.

이런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유권자들에게 있을 뿐이다. 제1야당은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하겠지만, 유권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나선 것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유권자운동은 과거의 낙천·낙선운동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낙천·낙선운동은 부적격 정치인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떨어진 정치인의 빈 자리를 채운 사람 역시 ‘그렇고 그런’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책도 유권자들이 만들고, 후보자도 유권자들이 만들고, 당선도 유권자의 힘으로 시키려는 적극적인 유권자운동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를 직접 만들지 못한다면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라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려는 것이다.

내 삶의 문제에 대한 당당한 요구

물론 까다로운 선거법이 유권자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상으로도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특히 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20일이 되면 유권자를 얽어매고 있는 족쇄가 느슨해진다. 그 전까지는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야 한다면, 5월20일이 되면 거리에서 외칠 수 있다. 전화도 하고 e메일도 보낼 수 있다. 5월20일에는 뜻있는 유권자들이 모두 쏟아져나와 자기가 생각하는 정책,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외치는 선거축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이전에도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 없는 ‘풀뿌리 좋은 후보’가 나온 지역에선 선거사무소에 가서 자원봉사라도 하자. 직접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못한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투표 방법이라도 알리고 공유하자.

내 삶의 문제에 대한 요구를 정책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20대는 20대의 요구를, 여성은 여성의 요구를 표출하자. 어쨌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유권자가 되자. 그것이 유권자들을 투표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우리의 리그’로 바꾸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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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하다.

2010.03.29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입니다.

신종 플루가 한창 유행일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이 엄습한 적이 있다. 머리 한 부분이 살얼음에 바늘을 문지르듯 한 차가운 고통이 계속되었고, 그 고통은 머리 전체로 퍼지기도 했다. 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동안에 그 고통 때문에 강의에 집중 할 수 없었고, 그 좋아하던 밥과 술도 넘어가지 않았다. 두통약을 먹고, 잠을 청해도 그 고통은 며칠 째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통은 사라져 있었다. 말할 수 없는 환희와 쾌감을 느끼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출근한 기억이 있다. 그렇다. 사람은 아프면 온 신경이 아픈 곳을 향한다. 우리 몸은 아픔의 원인을 찾아내려고 하고, 그 아픔과 온 힘을 다해 싸운다. 그곳을 외면하고는 온 몸 전체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아픈 곳을 치료하지 않으면 우리사회 전체가 서서히 병들고 죽어간다. 강남의 화려한 조명도 용산참사의 잔인한 불꽃을 외면하면 꺼져 버리고 만다. 용산의 아픔이 있으니 강남의 조명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노래하는 이가 있다. 20년째 시와 노래를 통해서 고집스럽게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쓰다듬고 있다. 우리 몸이 아플 때 의사의 처방과 약을 통해 해결하지만, 우리사회가 아플 때 그는 시와 노래로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바로 가수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상’이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사람을 노래하다(도서출판 삼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사람과 자연을 향한 그의 고집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픈 곳을 시와 노래로 차분히 치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노래를 통해 감동받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출강 중인 성공회 대학교의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라는 과목에서 ‘노래 듣고 울어보기’란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무척 생소해 합니다.”

그렇다. 그는 우리 노래들이 우리사회의 아픈 곳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세상의 아픈 곳은 그의 노래 말이 되고, 음악으로 옷을 입힌 채 사람들의 마음에 노크를 두드른다.

“평화 운동가이자 사진 작가인 이시우 씨는 ‘사람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고 했습니다. 새 구두가 맞지 않아 발뒤꿈치가 벗겨지면 아물 기 전까지는 그 상처를 가장 많이 신경쓰게 됩니다.(중략) 손톱 밑에 큰 가시가 박힌 사람이 당장 병원에 가야 할 돈으로 멋을 내기 위해 매니큐어를 사진 않습니다.”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그는 속담의 깊은 뜻을 들어 다시 한번 더 힘주어 말한다.

“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에서 미운놈은 자신에게 피해를 준 나쁜 사람을 뜻한다기 보다는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수자(minority)를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100명중 가진 게 있어 평범하게 사는 여럿이 아니라 가장 가진 게 없어 피눈물을 흘리는 몇 명을 가르킨 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관심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단군 이래 최대 공사이자, 최대 환경 파괴의 현장인 4대강에 대해서도 깊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다. 하지만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 강들의 아픔을 같이 감싸고 있다.

“자전거 도로를 깔지 않아도, 시멘트로 만든 벤치를 놓지 않아도 굳이 생태 박물관을 짓지 않아도 그곳은 이미 대자연의 너른 품으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핵심은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입니다. 내 무릎 아래에서 찰랑대던 수심 6미터의 거대한 호수가 되어 아이들과 짐승들이 놀던 금모레톱을 빼앗고 가족이 돗자리 깔고 누웠던 강가의 평온한 휴식 공간을 뺏앗는 것입니다.”

마음이 저 밀어 온다. 몇 천 년을 그저 흘러가고 있고, 인간에게 식수와 쉼터를 제공하던 강은 어느새 살려야 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누가 누구를 살린다 말인가? 포크레인 삽으로 뒤집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멀쩡한 사람을 수술하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전쟁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고 웅변하고 있다.

“전쟁을 기념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꼭 해야 한다면 전쟁은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가‘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폭격으로 죽은 이들을 묻고 돌아온 새벽, 또 다른 폭격으로 이미 숨져 있는 딸아이를 부둥켜 안고 오열하는 아버의 심정으로 피눈물의 역사를 선명히 기록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중의 역사입니다“

전쟁을 이토록 잘 표현 한 문장을 보지 못했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보면서 가슴 어딘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6.25 전쟁은 기념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들이 3년간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의 현장인 것이다. 전쟁은 기념할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 내 집 평수 넓히기에 인생의 목적을 두고 있는 사람, 운동의 목적을 상실한 채 힘들어하고 있는 시민활동가 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정성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명문장들 읽다보며S 아마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눈물 흘리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4대강 살리기’에 골몰하고 계시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가끔 일손을 멈추고,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면 느끼시는 게 많으실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시 한편 선물한다.

나는 네 개로 가고 너는 바다로 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손 내밀지 못하고 입안에서만 궁글었던

그 숱한 날의 고백을 뒤로하고

더 많이 외로우면 더 많이 그리울 거라고

나를 등지고 사람의 마을을 등지고

홀로 울며 떠나가는

강아 강아

내 마음의 강아

– [내 마음의 강]. 이지상 작사,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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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관복을 입고 1인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2010.03.26


연산군을 정치적 롤모델로 삼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

꾸준히 보던 드라마가 가끔 지루할 때 극복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 즐겨 쓰는 방법은 주연, 조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보조출연자(엑스트라)의 행동, 표정 등에 주목하는 것이다. 간혹 보조출연자의 어색한 행동과 표정을 발견할 때 지루하던 드라마는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왕의 옆에서 무엇인가 계속 적어대는 보조출연자를 발견하기 쉬울 것이다. 팔과 어깨가 무척이나 아플 것 같은 그들의 임무와 관직을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들은 바로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의 사초(史草)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이다. 실제 있었던 사실이 잘 반영되어 남겨지도록 하기 위해 국왕이 사초를 절대로 열람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것은 지나가는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기록문화의 전통은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이하, 대통령기록관리법)」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퇴임 전에 법령에 따른 비밀기록물, 인사와 관련된 기록물,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록물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하여 15년 동안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를 5년 동안 보장함으로써 후임 대통령의 정치적 악용을 방지하려는 것이 대통령기록관리법의 핵심골자이다. 이 법령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대통령의 중요기록물에 각종 보호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대통령이 퇴임 시에 중요한 기록물을 잘 생산하고 폐기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기록관리법의 근간이 첫 번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채 흔들리려 하고 있다. 그 우려의 시발점은 2010년 3월 15일 친MB인사인 김선진(45) 청와대 메시지기획관실 행정관을 신임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문제는 전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들을 열람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대통령기록관장이 승인한 직원이 기록관리 업무 수행 상의 필요에 따라 열람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에 친MB인사인 현직 청와대 행정관을 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임 대통령의 기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생산할 것이다.

 

 이 사안이 얼마나 심각하였으면 학술연구에 매진해야 할 학술단체들마저 신임 대통령기록관장의 임명을 제고하라는 성명서를 냈을까? 지난 3월 22일 한국기록관리학회(회장 경북대학교 남권희 교수)와 한국기록학회(회장 안병우 교수)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임명은 대통령 기록이 제대로 생산, 관리되어 국가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파괴하는 조치라고 판단’하고 ‘전임 대통령의 기록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느 정부가 대통령 기록을 제대로 남기려 하겠는가?’라고 우려하였다. 더불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 행태이며,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대통령기록관장 인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기록관리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은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2010년이 되면서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는 ‘행정편의를 위한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일부 시행령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보존연한 1년, 3년 이하의 기록물을 외부 전문가의 심의 없이 폐기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비공개 기록들의 공개여부를 5년마다 검토하는 절차를 삭제하려는 것이다.

기록물 폐기를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함으로써 중요기록물이 잘못 책정된 보존연한에 의해 폐기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개여부를 5년마다 검토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이 현재 법률의 목적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삭제하려는 것은 기록을 마음대로 폐기하고 국민들에게 최대한 오랫동안 숨기겠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원에서 기록관리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는 청와대 앞에서 사관복을 입고 1인 시위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들의 제지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대신하게 되었다. 단순히 사관복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쑈’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기록을 만들고 그 기록을 지켜나가려고 했던 전통시대의 사관의 양심을 오늘 현재 우리도 지켜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선진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이 ‘기록이 없는 나라’로 되돌아가는 오늘의 이 작태에 나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기록관리학 대학원생들이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

 

 1498년(연산군 4년) 「성종실록」을 편찬하기 위해 실록청당상관으로 있던 이극돈(李克墩)은 사초를 정리하다가 김종직의 〈조의제문 弔義帝文〉과 훈구파의 비위사실과 이 기록된 것을 발견하고서 <조의제문>이 세조의 찬탈을 비난한 것이라고 연산군을 충동해 무오사화(戊午士禍)의 빌미가 되었다.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가 21세기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며 이명박 정부는 친MB인사의 신임 대통령기록관장의 임명을 철회하고 학계의 의견을 귀담아주길 바란다.

 

전국기록관리전공 학생연합 대표 문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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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도 당비도 없는 정당이 기득권은 고수?

2010.03.24

우리나라 정당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요지경이다. 제대로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필자는 최근 중앙선관위의 자료를 보다가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추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자료를 받은 결과, 우리니라 정당들의 정치자금 수입ㆍ지출에 의심스러운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출처 : mbc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기득권 정당들의 명목상 당원숫자는 많다. 중앙선관위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도에 한나라당 당원수는 1,794,071명이다. 그런데 그 중에 당비를 내는 당원은 199,436명에 불과하다. 전체 당원 중 11.1%만 당비를 낸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당비도 내지 않는 ‘이상한 당원’이다.

모든 조직의 구성원은 그 조직의 재정에 회비 같은 형식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사람에 한해서 조직구성원으로서의 권리도 부여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당원임에도 당비를 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 그 조직은 이미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다.

그러면 야당인 민주당은 어떤가? 놀랍게도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몇배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당원은 2008년도에 1,643,021명이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당원 숫자로 보면 한나라당과 비슷하다. 그런데 그 중에 당비를 내는 당원은 23,233명에 불과하다. 당원의 1.4%만이 당비를 내고 있었다. 이런 정당을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비도 내지 않는 당원으로 구성된 정당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실현될 리도 만무하다. 그래서 지금의 민주당은 ‘민주’적이지 않은 야당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동안 선거가 있을 때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동원’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자료를 봐도 민주당은 선거 때에만 동원되는 당원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비내는 당원 숫자도 들쭉날쭉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 당원수가 늘었다가 선거가 없는 해에는 급감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민주당의 당비내는 당원 숫자는 대통령후보 경선이 있던 2007년에는 148,779명이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앞서 본 것처럼 23,333명으로 줄어들었다. 1년만에 당원 숫자가 6분의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선거시기에만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민주당은 공천헌금 시비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에 전남도의원 공천과 관련해서 공천신청자로부터 ‘특별당비’를 받은 문제로 최근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등록비라는 명목으로 공천신청자로부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받는 것은 관행화되어 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자료를 보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당비내역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2008년도에 중앙당에 소속된 ‘당비납부 당원’은 전무했다. 0명이었다. 그런데 중앙당으로 들어온 당비는 59억원에 달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당원은 0명인데, 당비는 59억원이 들어오다니! 그 중에 일부는 국회의원들이나 당직자들이 의무적으로 갹출한 것으로 보이는 돈도 있었지만, 일부는 불투명한 수입이었다. 필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장부를 보면, ‘당비’라고만 표시를 해 놓고 1건에 수천만 원, 수백만 원씩이 입금된 경우가 다수 있었다. 물론 누가 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처럼 뜯어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도 당원구조나 정치자금에 있어서 정상적이지 않고 불투명한 점들이 많다. 이런 식의 구조를 가진 정당들이 국민들의 기대에 맞는 정치를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의 실상을 보면, 민주당이 그렇게 기득권유지에 집착할 수 있는 이유를 알 것같다. 지금의 민주당은 제대로 된 당원들의 정당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주인인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민주당이 쇄신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로 끝날 것이다.

하승수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물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치자금 수입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출도 문제이다. 정당들이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받아서 흥청망청 쓴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따라서 여ㆍ야를 막론한 기득권 정당들의 실상을 더 철저하게 파헤치는 작업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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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측근 인사의 대통령기록관장 임명을 철회하라!

2010.03.22

현 대통령 측근 인사의 대통령기록관 관장 임명을 철회하라


  

역대 대통령 기록을 관리하는 대통령기록관장은 직급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과 그 보좌, 자문기관이 생산한 기록은 가장 중요한 국정기록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기록 가운데는 국가 안보와 중요한 경제정책에 관한 내용을 비롯하여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담은 것이 적지 않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들은 기록을 남기기를 주저하였으며, 지금 남아 있는 대통령 기록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귀중한 국민의 자산인 대통령 기록을 잘 생산하고 관리하여 후대에 국정의 전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한 정신에 따라 2007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하였다. 그 법률에서는 대통령 기록을 온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지정기록물제도와 대통령기록관장의 임기제를 도입하였다. 이러한 선진적인 법과 제도에 힘입어 지난 정부에서는 무려 8백 만 건이 넘는 대통령 기록을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새 정부는 5년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기록관장을 작년 12월 직권 면직시켰다. 대통령기록물 유출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였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기회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면직시킨 것은 현 대통령의 측근을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하여 대통령기록관을 장악하려는 사전조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측근을 관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지정기록물제도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지정기록물제도는 공개될 경우 국가 안보의 위기, 경제 혼란, 정쟁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록을 퇴임하는 대통령이 15년 이내에서 공개하지 않도록 유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대통령기록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대통령 기록이 충실하게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지정기록물을 포함한 모든 대통령기록을 관리하는 관장에 현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임명한 것은 지정기록물의 보호를 사실상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기록학계는 정부의 이번 대통령기록관장 임명이 대통령기록이 제대로 생산, 관리되어 국가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파괴하는 조치라고 판단한다. 현 정부가 전임 대통령의 기록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느 정부가 대통령 기록을 제대로 남기려 하겠는가? 지금 정부는 대통령기록을 제대로 남길 의사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기록 관리 제도를 파괴하고 설립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행위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 행태이며,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이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통령기록관장 인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면직시킨 대통령기록관장을 복귀시키거나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새로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

2010년 3월 22일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 남권희 (경북대학교 교수)
한국기록학회 회장 안병우(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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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후퇴시키는 법무부

2010.03.19

장유식 변호사 (정보공개센터 이사)

7년 전 이맘때 사회보호법 폐지 공대위를 구성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전에도 사회보호법(보호감호)에 대한 문제제기는 늘 있었지만, 그때만큼은 26개 인권·시민단체가 똘똘 뭉쳐 “보호감호제를 꼭 없앤다”는 각오로 힘을 합쳤다. 수많은 토론회와 성명서, 농성, 집회가 이어졌고, 수차례의 청송 방문과 피감호자 면담, 피감호자들의 집단 단식농성, 자살… 그리고 마침내 보호감호의 이중처벌성과 반인권성이 다수 국민에게 인식되고 여야 합의를 거쳐 2005년 8월 보호감호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며칠 전 마치 유령이 부활하듯 법무부발 ‘보호감호제 재도입’ 소식이 들려왔다. 김길태를 비롯한 반인륜 강력범죄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와중이다. 물론 보호감호라는 제도가 절대악은 아니다. 독일 등 인권 선진국에서도 성폭력 범죄자를 중심으로 치료를 주목적으로 한 보안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법무부가) 청송에서 실시했던 보호감호와 독일의 보안처분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청송에서 실시했던 보호감호는 이중처벌임은 물론이고, 피감호자들의 사회복귀를 방해하고 그들의 가정을 파괴했으며, 사회방위는커녕 오히려 사회를 불안하게 했던 ‘괴물’이었다. 그 괴물이 사라진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사이 우리의 교정정책이나 범죄자의 사회복귀 시스템에 진전이 있었는가.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부활시키고자 하는 보호감호는 여전히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신 누범·상습범 가중처벌 규정을 없앤다고도 한다.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누범과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은 1953년 제정 형법 때부터 이어온 우리나라 형사법의 골격이다. 제대로 된 공청회나 보고서 한 장 없이 수십년 계속된 제도를 덜컥 없애겠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여론 떠보기’ 식으로 그냥 해본 소리라면 일국의 법무부 장관의 처신과는 거리가 멀다. 일각에서는 누범·상습범 가중처벌을 없애고 보호감호제를 부활시키면 법원의 권한은 약화되고 검찰(법무부)의 권한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계산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지만,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졸속처방이라는 지적 때문인지 법무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도시 주변에 ‘보호감호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 따르더라도 적용 범위는 여전히 넓고 애매하며, 도시 주변에 보호감호소를 만들거나 개방형 처우를 확대하는 문제는 수년 전에도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없어 외면당한 방안이었다.

법무부 장관 덕분(?)에 잊고 지냈던 보호감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보호감호제가 사라진 것은 한국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있는 전진이었다. 아직 존재하지만 사실상 10여년간 집행되지 않은 사형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한다. 가둔다고, 죽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건 뒤로 가려는 것이다. 김길태만 보더라도, 어릴 적 소년원을 시작으로 인생의 절반가량을 갇혀 있었지만, 오히려 그 시기를 거치며 끔찍한 흉악범으로 성장했다. 현 정부 등장 이후 ‘역주행’이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왜 뒤로만 가려고 하는가. 민주주의와 인권은 집권세력의 입맛대로 할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이제라도 법무부는 죽은 제도를 붙들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중단하고, 실효성 있는 범죄예방 대책, 전면적인 교정행정 쇄신방안 등을 내놓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장유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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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테러? 성추행범 우근민의 ‘적반하장’

2010.03.1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최근 우근민씨가 민주당에 복당한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 문제로 민주당은 ‘성희롱 용인 정당’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우근민씨는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그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주고 있다. 사실 우근민씨의 성희롱 사실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된 사실이다. 궁금하신 분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주’, ‘성희롱’이라고 검색해 보면, 판결문(2005두13414)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은 우근민씨가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성희롱 결정에 불복해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 판결이었다. 그리고 이 판결문을 읽어보면 법원이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근민씨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변명하고 부인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성희롱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되었지만 본인은 억울하고, 성추행은 절대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열린 우근민씨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우근민씨는 자신이 성추행범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 식 정치테러’로 규정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우근민 “성추행 한 적 없어… 무차별 정치테러 안타깝다”)
 그렇다면 과연 우근민씨가 한 행위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우근민 전 제주지사. 사진출처 : 제주의소리 좌용철

우근민의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성추행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특별한 증거가 없는 이상,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06년 12월 21일 선고된 우근민씨 성희롱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고등법원의 사실관계 인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는데, 당시에 고등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우근민씨는 2002년 1월 15일 오후 3시10분경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피해자와 면담을 하면서 사각형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에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90° 각도로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피해자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 왼손으로는 목 뒷부분을, 오른손으로는 피해자의 어깨를 잡은 후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왼쪽 가슴을 만졌고 피해자는 우근민씨의 오른손을 잡아 뿌리쳤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인정된 이러한 행위는 당연히 성희롱에 해당한다. 그래서 대법원도 성희롱이라고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우근민씨는 성희롱으로 판결을 받은 것은 맞지만, 자신은 성추행범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성추행이기도 하다. 

우근민 “정치테러” 주장은 ‘적반하장’

우리나라 대법원은 피해자와 춤을 추면서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했고(대법원 2001도2417판결),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러브샷의 방법으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2007도10050판결). 또한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직장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르고 껴안은 행위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4도52 판결).

법률적으로 볼 때 ‘성희롱’의 범주가 ‘강제추행(성추행)’의 범주보다는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근민씨가 한 것과 같은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본인은 극구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근민씨가 자신의 행위가 ‘성추행’이 아니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구나 민주당 지도부가 복당의 전제조건으로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는데도, 지금 우근민씨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정치테러’로 규정하는 적반하장 식의 행태만 보이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 우근민씨에 대해 민주당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낮에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한 것으로 판결난 사람은 당연히 공천부적격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을 복당시킨 것 자체가 민주당의 해이함을 보여준다. 이제라도 민주당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성추행 용인 정당’이라는 딱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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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관리의 근간을 흔들 대통령기록관장 인사

2010.03.1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대통령 기록관리 근본취지가 흔들 수 있는 인사이동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5일, 김선진(45) 청와대 메시지기획관리관실 행정관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통령기록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기록관리비서관으로 재직했던 임상경씨가 재직해왔으나 정권교체 기간 동안 대통령기록을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직권면직 돼 공석으로 유지되어왔다. 임상경씨는 검찰에서 기소유예를 처분 받았다.

그러면 이 인사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의 수장을 선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법의 취지와, 대통령 기록관리의 정신을 훼손하는 근본적 문제점을 담고 있다.

우선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보면 바로 문제점이 드러난다. 법을 분석해보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현직 대통령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은 3년 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서 관리하는 것이고, 현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이 800여만 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이명박 정부가 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첫째 대통령지정기록물의 훼손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기록을 많이 남겼다. 이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서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고 칭하고, 공개도 15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법령에 따른 군사ㆍ외교ㆍ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ㆍ신체ㆍ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다.

공개절차도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진 경우나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로 한정 되어 있다. 그간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가 시도가 한번 있었는데, 2008년 쌀 직불금 사태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야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있어 공개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대통령지정기록물의 공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지정기록물 자체가 매우 예민해 정치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통령지정기록을 공개할 수 있는 경우가 또 하나 존재한다.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기록관리 업무 수행 상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의 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이다. 이렇게 대통령기록관장의 역할은 매우 막중해 이 자리는 전직 대통령의 참모 중에 선임하게 되어 있고, 그 임기도 5년으로 후임정권이 끝날 때까지 보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 정부는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 후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를 선임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를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이는 정치적 도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향후 대통령 지정기록물 열람에 대한 기준이 완화 될 위험성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전직 대통령 비공개기록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나 소송이 제기 될 경우 비공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왜냐하면 이런 기록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대통령기록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의 연원과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외부의 정보공개청구나 행정소송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게다가 더욱 답답한 것은 현재 대통령기록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점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근간을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민감한 대통령기록을 후세에 남기게 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민감한 기록이 후세에 공개될 경우 정치적 보복 등을 이유로 대부분 본인이 직접 들고 나가거나, 소멸시켜 버렸다.

이런 결과로 불과 몇 십 년 전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는 처지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일례로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12.12 사태와 5.18 광주 민주화항쟁의 역사적 진실은 거의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현직 대통령이 지정하는 기록물을 대통령 15년동안 비공개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기록을 관리하는 인사도 본인이 가장 잘 믿을 수 있는 인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임기를 마친지 3년도 되지 않아, 후임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장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누가 민감한 대통령 기록을 남기려고 할 것인가?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지정한 기록물을 후임대통령 인사가 관리한다고 하면 대통령 기록을 제대로 남길 수 있겠는가?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이후 어렵게 만들어왔던 기록관리 현실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예전 사관 역할을 했던 기록전문요원의 임용 기준을 완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는가 하면, 기록물폐기 기준도 완화시키고 있다.

대통령기록관리를 포함해 기록관리는 행정의 뿌리나 다름없다. 뿌리를 무시한 채 속도전으로 일을 처리하고 나면, 나중에는 부실함으로 외부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견딜 수 없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속도를 내기 전에 우선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 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불어오는 강풍은 견딜 수 없이 벅찬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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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2010.03.12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꽃다운 나이에 한 여중생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너무나 참혹하고, 비통한 일이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무서움에 떨었던 여중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그 대상이 어린이 및 청소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고민을 못하는 듯 하다. 권력기관을 비판해야 할 언론과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게서도 그런 고민을 엿볼 수 없다. 피의자 얼굴 공개가 범죄 예방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범죄를 예방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 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과 해외 사례를 통해 이번 사건의 해결점을 찾아보자.

얼마 전 야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집이 이상해”

“뭐가 이상해? 물이 새? ”

“아니 문도 열려 있고, 서랍도 열려 있어”

그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해보니 방범장치가 정교하게 해체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서랍 문도 열려 있었다. 절도범이 다녀 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물건은 손대지 않고, 오직 아이들 백일과 돌잔치 때 받았던 돌반지 및 목걸이만 없어진 것이다. 돈도 아까웠지만 아이들의 추억을 잊어버렸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사진 몇 장 찍고, 사건을 접수만 했을 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저 불안감에 떨며, 며칠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놀라운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필자의 집근처 수 십 군데가 이미 절도를 당했고, 그 범인들을 잡았다는 뉴스였다. 빈집만을 노리는 전문 털이범이었던 것이다. 혹시나 아이들 반지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지만 필자의 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범인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그러면 이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필자의 집이 피해를 당하기 전 필자의 동네주위에는 이미 전문털이범들이 기승을 부렸고, 경찰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네주민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필자가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돌반지를 집에다 두지도 않았을 것이며, 피해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사회가 범죄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주민들은 인터넷에서 지역에서 일어난 강도·성폭행·절도 등 각종 범죄 정보와 통계를 항상 볼 수 있다.

‘스폿크라임’(spotcrime.com) 사이트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하면 구글 지도 위에 발생 장소와 유형별로 분류된 범죄 지도가 표시되고, 하나하나의 사건에 대한 개략적 설명이 나타난다. 특정 지역에서 어느 시간대에 어떤 유형의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지 알 수 있어, 시민이나 경찰 당국이 대비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정보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페이스북·트위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가입자에게 즉시 전달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범죄 정보를 민간에서 가져다가 구글 지도 위에다 표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인터넷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05년 ‘시카고크라임’ 사이트로 첫 선을 보인 공공 범죄정보 활용 사이트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현재 미국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이런 범죄 지도를 이용할 수 있다.(한겨레신문 2009.9.29일자 인용)

이뿐만 아니다. 2007년에 시작된 ‘EveryBlock(www.everyblock.com)’은 도시나 구처럼 광범위한 지역 대신 동네, 마을, 거리 등 ‘내 생활영역’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로서, 현재 뉴욕, 워싱턴 DC, 시카고 등 15개 도시에 대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EveryBlock은 뉴스나 웹상에 흩어져 있는 지역 정보를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보의 출처는 다양하다. 범죄 현황, 건축 허가 현황, 부동산 매매 정보, 식당 위생 평가, 도로 상태 등의 정보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얻고, 온라인에 정보가 없을 때에는 공공기관에서 직접 제공받기도 한다.(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료 참조)

오바마 정부는 취임 이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거버먼트2.0(Goverment 2,0) 운동을 본격화 하고 있다. 거버먼트 2.0 운동이란 전자정부 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행정서비스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도입한 서비스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아이폰이 도입되고 나서, 더욱 더 새로운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 경우를 살펴보자. 정부는 정보를 시민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그나마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정보도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검색을 막아 놓고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날이 갈수록 무겁고 복잡해져서 정보 하나를 찾으려면 몇 십 분을 소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불친절하게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고,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자의적 비공개를 남발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보를 아는게 그렇게 무섭나요?

미국과 같이 이런 정보를 미리 제공했더라면, 상당수 범죄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아주 작은 범죄라도 경찰신고를 접수받으면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스스로 범죄피해자가 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제 우리 정부도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아무리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도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범죄를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 미국사례와 같이 시스템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범죄정보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보유하는 있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정보를 공개하는 시대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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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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