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유명 학원강사에서 시민운동가로

2009.07.03

  오쿠츠 시게키,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Information clearing house)라는 작은 일본 시민단체에서 무급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9년전 그를 처음 만났었다. 그 때에 그는 학원강사를 하면서 동시에 정보공개를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를 소개해 준 사람은 그에 대해 꽤 유명한 학원강사라고 했다.

9년만에 만난 지금도 그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작은 체구의 그는 어느 일본 변호사보다도 정보공개법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자원봉사 활동으로 정보공개를 위한 시민운동을 개척해 온 사람이다. 지금은 상근활동가가 없는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의 상무이사(常務理事)로 여러 실무들을 맡아 보고 있다. 그로부터 일본 정보공개의 현황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에서 오쿠츠씨와 만나고 있다. 맨 왼쪽이 오쿠츠씨.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라는 단체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는 정보공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법적으로는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 클리어링 하우스는 법을 위반한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되도록 한다. 관련단체나 당사자들이 정보공개청구하도록 지원해서 문제가 고쳐지도록 한다.

정보공개청구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정보공개청구는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가려져 있는 정보가 공개되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시민들, 언론인들이 참여하면 사회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가 직접 기획해서 정하기도 하고, 관련 단체로부터의 요청에 의해 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례로는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례나 경기대책으로 무분별하게 토지매입을 한 사례가 있다. 우리가 청구한 것을 보고 인터넷 언론의 시민기자들이 청구를 하기도 하고, 다른 시민단체들이 청구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에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언론인들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10명-20명 정도의 기자들만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몇백명의 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 다만 어려운 점은 기자들이 예전보다 사회를 보는 눈이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들을 국민이 알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 정부의 기록관리제도는 어떻게 되고 있나?

공문서 관리법이 어제(6월 24일)에 성립되었다. 최적의 법률은 아니지만, 장기보존된 문서는 총리의 허가를 얻어 폐기하도록 하는 등 진일보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정보공개제도가 더욱 개선될 가능성은 있나?

상대적으로 그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TF팀을 구성해서 검토중에 있고,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의 멤버도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이 있는가?

이메일 정보공개문제가 이슈로 되고 있다. 어느 도시에서 낙하산 인사를 청탁하는 내용을 메일로 보내려다가, 엉뚱한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메일을 정보공개청구했는데, 프라이버시 문제로 비공개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메일의 경우에는 정보공개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고, 더 큰 문제는 이메일을 무단으로 폐기하는 경우들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기준을 세우기 위해 앙케이트 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업간의 협력사업 같은 경우에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협의를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특히 이메일의 관리ㆍ보존이 중요하다.

또한 최근에는 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람에게 누가 협박편지를 보내서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중에 있다.

정보공개클리어링 하우스에서 진행중인 소송이 있는가?

이전에 상근활동을 하던 사람이 원고가 되어서 진행중인 소송이 있다. 이른바 ‘오키나와 밀약사건’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이다. ‘오키나와 밀약사건’이란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할 때에 그 대가로 일본이 핵무기 반입을 허용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여기에 관한 정보(녹음테이프 등)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 지난 6월 25일 정보공개센터의 하승수 소장, 홍일표 이사가 일본의 정보공개 관련 시민단체들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연재해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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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집에 쓴다더니 국회의원 접대비로 써?

2009.07.02

  일본 외무성을 뒤집은 외교기밀비 정보공개 소송 –

어느 나라나 세금이 ‘눈먼 돈’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끈 외무성 예산낭비 사례를 소개한다. 

2001년 4월 일본에서도 국가 차원의 정보공개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법이 시행되기만을 기다려 온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정보공개에 목마른 시민단체들이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예산낭비를 감시해 온 시민옴부즈맨들은 ‘정보공개시민센터’라는 작은 단체를 만들었다. 중앙정부의 세금낭비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되자마자 ‘정보공개시민센터’는 외무성에 대해 ‘외교기밀비’라고 불리는 돈의 지출관련 서류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외교기밀비’는 외교관들이 외국에서 정보수집이나 외교공작활동을 하면서 식사비나 정보제공 대가로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이 청구를 할 당시까지만 해도 이로 인해 8년 가까운 세월동안 소송이 계속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정보공개시민센터의 청구를 받은 일본 외무성은 전부 비공개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왜 비공개하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고 “정보공개법 5조 3호, 6호 소정의 사유가 있다”는 식으로 비공개를 한 것이다. 이에 정보공개시민센터는 외무성의 비공개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던 와중에 외교기밀비의 문제점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외교기밀비가 대사관 파티비용, 외국에 온 국회의원 접대경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명목은 ‘외교기밀비’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외교기밀과는 거리가 먼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보공개시민센터 사무실에 빽빽하게 꽂혀있는 외무성 소송 서류파일들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외무성은 외교기밀비 예산을 15% 삭감했고, 일부 문서는 부분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송은 계속되었다. 소송중에 외무성은 외교기밀비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심지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외무성 회계과장은 “재외 공관은 방문한 국회의원을 외교활동의 도구로 사용한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 접대비도 외교활동에 쓴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늘어 놓았다.

그러나 마침내 올해 2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외무성 기밀비 정보공개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이 내려졌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 순수하게 정보수집대가로 지급한 부분은 비공개 * 정보수집ㆍ외교활동을 위한 식사경비로 지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출일, 지출액만 공개 * 국회의원 등을 접대하면서 쓴 부분에 대해서는 모임의 목적, 참석자, 개최일, 지급일, 금액 등을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소송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1달 후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왔던 국회의원 접대비 등 외교기밀비 지출 관련 서류가 공개된다고 한다. 8년 가까운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서류가 공개되면 더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될 것같다고 한다.


이 작은 책상 하나가 정보공개시민센터의 전부이다. 사무실은 다른 단체와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는 요즘 정보공개 소송에서 누가 많이 이길까? 지금은 정보공개를 청구한 시민들이 많이 승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더 많은 정보공개청구가 정부의 부패와 타락을 막는 길이라는 것을 일본 법원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6월 25일 정보공개센터의 하승수 소장, 홍일표 이사가 일본의 정보공개 관련 시민단체들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연재해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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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에도 배뜨고 지진일어난 날에도 출장가나?

2009.07.01
폭풍에도 배뜨고 지진일어난 날에도 출장가나?
: 세금도둑 감시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일본의 어느 섬이 있다. 섬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자주 도청소재지(현청 소재지) 에 출장을 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몇몇 주민들이 여기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허위로 출장을 간다고 하고 세금을 횡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출장기록을 모두 정보공개청구해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꼼짝 못할 증거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누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 섬에서 현청소재지로 가는 배는 1년에 10일 정도는 폭풍때문에 뜨지 못하는데, 배가 못 뜬 날 출장간 것으로 되어 있으면 허위 출장의 명백한 증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폭풍때문에 배가 뜨지 못한 날과 출장기록을 대조해 보니, 허위출장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배가 뜨지 못한 날에도 현청 소재지에 출장간 것으로 출장기록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지역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이 지역의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허위 출장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엉터리가 여러저기서 발견되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고베대지진이 일어난 날 신칸센 열차를 타고 고베를 지나간 것으로 되어 있는 출장기록도 발견되었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는 세금이 새어나가는 것을 감시하는 작은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시민옴부즈맨’이라고 불리는 이 단체들은 일본 전역에 80여개 정도 존재한다. 사무실이 있는 단체는 별로 없고 상근자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변호사, 세무사같은 전문직 뿐만 아니라 은퇴자, 주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품을 팔아서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특히 나이드신 은퇴자 분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일본 시민옴부즈맨들의 활동에 대해 설명중이다. 가운데가 다카하시 변호사

이 단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세금을 어디에 쓰는 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일단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자료를 받으면 그 자료들을 분석해서 문제점을 파헤친다. 예를 들면 출장비를 썼는데, 진짜 출장을 갔는지? 기밀비 명목으로 돈을 썼는데, 진짜 기밀이 필요한 업무에 썼는지?를 조사한다. 꼼꼼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이들에게 한번 걸리면 빠져나가기 어렵다.

그리고 문제가 심각하면 소송을 제기한다. 우리나라에도 3년전부터 도입된 주민소송이라는 제도가 일본에는 오래 전부터 도입되어 있어서 잘못된 예산집행에 대해 소송을 할 수 있다.

2000년부터 한국에도 방문해서 정보공개과 주민소송에 관해 많은 정보를 주기도 했고 오랫동안 시민옴부즈맨 활동에 참여해 온 인물인 다카하시 변호사는 시민옴부즈맨 활동의 성과로 지자체 공무원들의 담합, 리베이트 조성, 판공비 낭비 등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뒤를 이을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의 어르신들께, 박수를….

** 지난 6월 25일 정보공개센터의 하승수 소장, 홍일표 이사가 일본의 정보공개 관련 시민단체들을 방문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연재해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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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만원 고철군함이 6억원을 삼킨사연

2009.06.30

도류스님
(화천 불도암주지 * 정보공개센터이사)

 

 2003년 7월 충주시에서 퇴역군함 한척을 진해항으로부터 해체 운반하여 온 뒤 복원 전시하는 사업에 대한 의회심의를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구의 제안에 의해서 어떤 계기와 사전합의에 의해 이 사업이 진행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2003년 7월 충주시가 230만원짜리 폐품 고철군함을 해군본부로부터 전격적으로 대여받아 1억3천990만원의 공사비를 지출해가며 충주시에 설치하게 된 그 시절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기로 한다.

-충주시 의회 최초사업 승인-

  2002년7월11일 조용화시민생활지원국장이 충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초로 퇴역군함의 도입에 따른 예산승인을 요청하는 발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때 당시의 조용화국장과 의원들과의 문답을 통해 모순된 사항을 먼저 지적해보기로 한다.

 

2002년 7월11일(목) 충주시의회 본회의

○시민생활지원국장 조용화 ~(중략)~

다음은 16p 해상초계기 및 퇴역군함 전시입니다. ???지난해부터 해군본부와 수차례에 걸친 실무협의결과 해군초계기 한 대를 인수받아 1억 2,2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5월 18일 충주천에 전시 관리함으로써 재래시장 활성화와 안보교육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금후 추진계획으로는 금년 10월초에 퇴역하는 군함을 해군본부로부터 무상 대부받아 중앙탑 주변 체험관광지 조성지내에 연말까지 전시 완료하여 관광 활성화를 도모해 나가겠습니다. ~(중략)~

●김대식 의원: 그러면 퇴역군함은 소히 가금면에 탑평리에 들어오게 되죠. ???1억 4,000만원을 주고 사서.

○시민생활지원국장 조용화: 중앙탑 있는데 체험관광지내에 전시할 계획으로……..

●김대식 의원: 그러면 예를 들어 동해안 강릉같은데는 간첩하고 반공교육에 그것을 활용했는데 저희는 그 퇴역군함을 민간위탁식으로 무슨 식당 내지는 커피숖으로 운영이 될 예정입니까? ???어떻게 운영을 할 예정입니까, 향후?

○시민생활지원국장 조용화 : 아직 거기까지는 검토를 안했고요. 우선 갔다가 설치를 하고 거기에 커피숖이라든지 이런 것도 검토를 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김대식 의원 : 지금 금방 가져오게 되어 있네요. 7월에 가져오게 되어 있네요.

○시민생활지원국장 조용화 : 아닙니다. 10월초에 가져와서 연말까지 전시가 되는 사항이 되겠습니다. (그 군함은)?그래서 퇴역을 9월말경 합니다.

  그러니까 2002년 10월경 퇴역을 앞둔 군함에 대해 2001년부터 이미 충주시와 해군본부는 수차례의 실무협의를 통해 퇴역군함을 충주시로 대여하는 사업협의를 진행해온 것이 된다. 말이 좋아 무상대여라고 했지만, 이송 운반 설치비가 약1억4천만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퇴역을 1년 이상 앞둔 군함의 소재를 충주시 행정공무원들이 어떻게 미리 알고 이를 대여 받아 전시용으로 활용할 계획을 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위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당시 충주시의회 심의과정에서 단 한사람 김대식 충주시의원 만이 이 퇴역군함의 설치 이후 활용계획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수 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고철군함 운반 이송설치사업에 대한 예산심의라고 하기에는 의회의 무능력한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당시 회의 내용이다.

의회심의라는 것이 단순히 회기중에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되면 즉석에서 가부를 결정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행정집행부 측에서 의회 회기전에 해당 사업에 대한 자료를 배포하고, 또 행정담당자가 의원 간담회등을 통해서라도 사전 설명을 했을 것인데도 본회의에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의 질문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하는 의원 한사람 한사람은 자체가 감사기관이라 할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위치다. 본회의에서 예산심의가 열리기 앞서 사전에 충분한 자료검토를 통해 이송 운반비뿐만이 아닌 반납조치에 따른 비용, 그리고 군함을 들여왔을 경우 활용도에 대한 실제적인 실물확인 등을 통해 타당성 검토를 하는 등의 성의는 기본적인 의원의 예산심의활동일 것이다.

위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퇴역군함의 대여 활용사업에 대한 충주시의회의 무기력한 심의과정은 2009년도에 화천군의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있음을 내용중에서 확인하게 된다.

-터무니 없는 커피숖 활용 발언-

  위의 회의내용중에서 충주시 조용화국장은 군함설치 이후 커피숖으로의 활용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발상에 불과하다.

  해군본부와의 군수품대여조건에 따른 <군수품 무상대여 계약서>를 보면, “제4호 계약(대여)목적: “국민 안보홍보 전시용”으로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고, 이어서

  <군수품 무상대여 특수조건> 제2조. 보관/관리장소: 대여품의 보관/관리장소는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호 체험관광지내로 하며 “을(충주시)”이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 충북 충주시 충주호 체험관광지내 이외의 장소에서 보관/관리 하거나, 대여품을 임의로 민간 또는 타 기관에 전대할 경우 “갑(해군본부)”은 지체없이 본 건 계약을 해지하고 본 대여품 원상회복 및 손해보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1년 전부터 수차례의 실무협의를 통해 이같은 계약조건을 잘 알고 있을 담당자가 해군의 대표적인 초계함(PKM=219고속정)을 커피솦으로 활용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의원들의 부정적 견해를 비켜가려는 얕은 수단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미 민간이나 타 기관에 전대할 경우 지체없이 계약을 해지하고 대여품의 원상회복은 물론이거니와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가운데, 커피마실 테이블도 설치할 수 없는 비좁은 선상 어디에서 커피를 주고받을 것이며, 이를 커피숖으로 활용할 계획을 실행할 계획이 있다면 누구에게 커피숖 운영을 맡길 생각이란 말인가. 충주시 공무원들이 커피숖 운영을 맡아 할 계획이었단 말인가?

이 초계함은 길이 33미터, 폭6.92미터, 높이 10.7미터의 철갑체형 내부에 초계함에 장착되는 갖가지 전투시설과 고속정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거대한 하부 기관부, 비좁은 수면실, 그리고 사령부 통신실 등을 제외하면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비좁은 통로와 시설이 가득한 갑판으로 이루어져 있어 5-6명이 한자리에 모일 테이블과 의자를 놓을 공간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이같이 눈물겹도록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방일선의 해군장병들의 노고를 절감하고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해군초계함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개선과 처우보장에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그 홍보의 초점을 두어야 할 사안이다.

  -퇴역군함의 고철단가-

  03년도 10월 16일 해군본부와 충주시가 상호협의하여 작성한 <군수품 무상대여 계약서> “제6호 계약(대여)품목 내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품명(장비부호):PKM-219호(40115102)

단가(원)2,273,400

물품상태(재질/무게):폐품(STL&AL/84.2톤)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형성된 84.2톤 무게의 폐품 고철로서 단가는 227만3,400원이라는 사실이다. 이 군함을 충주시에서 전시하기 위해 수십종의 사업비가 책정되고 집행되었는데, 당시에 지출된 공사비지출명세를 보면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그 각종 사업종목에 대한 타당성여부를 명확히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총액1억3천990만원이 집행되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금액은 삭제된체 공개해준 자료는 다음과 같다.

  1. 순공사비: 약1억1천543만원(총계)

2. 일반관리비: 약6백만원.(순공사비×**.*%)

3. 이윤: 약0백만원(노무비+경비+일반관리비×***%)

4. 공사손해보험료:-

5. 총원가: 약1억2,700만원.

6. 부가가치세: 약1,270만원(총원가×10.0%)

총공사비: 1억3,990만원.

이 공사비가 지출된 상세내역을 대충설명하자면, 당시 진해항에 정박 중이던 군함을 육지로 이송할 장소까지 50톤급 예인선을 동원해야 했고, 군함의 선체 및 의장품을 분해 절단하여 50톤급 대형트레일러로 충주 설치장소까지 운반한 뒤, 다시 조립 도장하여 완료되는 단계를 거면서 각종 장비사용과 노무비가 소모된 비용이다.

총액 1억3,990만원의 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이에 대한 세부 지출명세 영수증 자료를 아직 공개받지 못한 관계로, 이 지출비용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는 나로서도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다만, 이를 통해서 명확하게 다음과 같은 간단한 비교등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약230만원에 불과한 고철 폐품군함을 전시효과를 위해 대여 설치 비용을 1억3,990만원 집행했다는 사실이며,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반납에 따른 원상복구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퇴역군함의 반납 원상복구비 약3억원-

계약 만료기간이 도래하면서 충주시는 퇴역군함의 원상복구에 대해 의회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예산지출 승인을 요청하게 된다.

2008년 12월 9일(화) 제133회 충주시의회(제2차정례회)산업건설위원회

~(중략)~

●김종하 위원 : 전지군함정비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에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페인트 칠할 겁니다.

●김종하 위원 : 어디 이전이나 폐기시킬 계획은 없어요? 지금 그 쪽에서 세계조정선수권대회인지 이런 것도 하는 데 그게 오히려 장애요인이 되지 않나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저희들이 일단은 올 해 6월경에 전국 자치단체 협조공문을 보내서 필요한 시군이 있으면 신청을 해 달라고 했더니 들어 온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알아 봤더니 원대 복귀시켜주는 데 한 3억정도 예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그래서 진해로 옮기는 방법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데 지금 육군본부 계룡대까지 예기가 됐었어요.

●김종하 위원 : 우리 마음대로 폐기 못 시켜요? 고철로 판다든가 이렇게 하는 건.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반환을 해야 됩니다.

●김종하 위원 : 그게 애물단지가 됐네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비용이 한 3억정도 들고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중에 있는 데 아직은 마땅한 방안이 없습니다.

●김종하 위원 : 400만 원 가지면 칠은 돼요, 칠해가지고 효과가 있겠어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그것도 개방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서 지금 근래에는 열어 놨습니다. 그래서 올라갈 수 있는 데 속 안이 아주 비좁아요. 공간이 별로 없어가지고 사실은 위험한데 머리 부딪히거나 애들이 장난치다 다칠까봐 걱정은 되는 데 이왕 있으면 열어 놔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서 지금 현재는 시간적으로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김종하 위원 : 그 안에 들어갔다 정말 부딪혀서 머리 다치거나 이러면 시도 곤란한 입장이 될 것 같은데요.


 
퇴역군함을 반납해야 할 상황이 도래하여 충주시는 약3억원이 소요되는 반납비용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의 반납비용을 꼼짝없이 집행해야 할 상황은 이미 대여받을 당시 엄연히 예정된 일이었다.

  퇴역군함을 충주시가 대여 받으면서 상호체결한 <군수품 무상대여 특수조건> 제9조 대여품 반납 조항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①대여기간이 종료되었을 때에는 “갑(해군본부)”의 요구시 본 대여품을 “을(충주시)”의 비용과 책임하에 원상태로 “갑”이 지정하는 장소에 반납한다.

①대여품의 노후로 전시가 불가능할 경우 “갑”이 지정하는 해체장소로 “을”은 “을”의 책임과 비용으로 반납한다.

③대여기간중 제6조 제3항에 따른 영구적 개조 또는 형태 변경을 제외하고 “을”이 개조 또는 형태 변경으로 설치한 각종 시설물에 대하여는 “을”의 책임과 비용으로 원상복구하여 반납한다.

④대여품의 반납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폐자재 등 폐기물은 “을”의 책임과 비용으로 처리한다.

⑤대여기간 종료전에도 “갑”의 필요에 따라 대여품의 반납을 요구하는 경우와 제2조의 규정 미이행으로 반납하는 경우에는 “을”은 지체없이 이에 응하여야 하고 이때 “은”은 “갑”이 정하는 장소에 “을”의 비용과 책임으로 반납한다>

  고철군함이 노후되어 더 이상 전시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이 물건은 반드시 해군본부에서 지정하는 장소로 자치단체는 자신들의 비용과 책임하에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대여기간이 종료되기 전이라도 해군본부에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반납을 요구하면 자치단체는 지체없이 이에 응해서 비용과 책임하에 반납조치해야 한다는 엄정한 계약조건이 체결되어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다. 아직 일반에 내부 공개하지도 제대로 못한 체 5년의 기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홍보효과도 거두지 못한 고철덩어리 전시품 군함이 이제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의 행사에 있어서도 장애요인으로 전락되어 반납하자니 도입할 당시 금액의 두배가 넘는 약3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야할 실정이 된 것이다.

이러한 애물단지 고철군함을 다른 지자체에 떠넘기려고, 전력을 다해 다른 시군으로 공문을 보내며 전시용군함을 대여해갈 대상을 찾으며 충주시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 2008년도 12월이었다.

  물론 반납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충주시가 무진장 애를 쓴 흔적도 있다.

2009년 3월 25일(수)135회 충주시의회(임시회) 산업건설위원회

~(중략)~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중략)~

다음은 저희 중앙탑공원에 있는 군함 이전비용을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으로 8000만 원을 계상했습니다.

~(중략)~

●박인규 위원 : 박인규 위원입니다. 106쪽에 전시군함 가금면으로 이전했는데 이거 어떻게 되는 거에요, 설명 좀 해봐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이게 군함이 2005년도 12월에 설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세계조정경기를 할려고 준비하다 보니까 도로에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부득히하게 옮겨야 되는 데 해군하고 협의를 해 보니까 진해로 도로 갔다 주면 한 2억정도 소요가 된다고 그래요. 그래서 저희들이 그걸 2억을 들여서 해야 되느냐, 그래서 다른 자치단체에 알아 봤더니 화천군에서 가져 간다고 그래요, 그래서 화천군하고 자치단체 협약을 해서 반은 우리가 부담해 주마, 우리가 어차피 진해로 갔다 줘도 한 2억정도 소요가 되는 데 가져 간다고 그러니까 그래서 1억 6000만 원정도 총 예산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8000만 원 해서 주고 거기 8000만 원 예산 세워서 4월 10일경에 옮겨 갈려고 합니다.

●박인규 위원 그래 지금까지 어디 보관하고 있었어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조정고 앞에 배가 있습니다. 중앙탑 앞에 있습니다.

~(중략)~

●윤범로 위원 우리 박인규 위원님 잠깐 보충를 하겠는데요, 그 군함이 원래 소유자가 누구에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해군입니다.

●윤범로 위원 : 우리 임의대로 처분을 못하는 거에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못합니다.

●윤범로 위원 : 나는 그거 분해시켜가지고 고철로 팔라고 그랬어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 저도 그거 때문에 해군하고 해 봤는 데 군은 전혀 그런거 하고는 관계없고 그냥 제위치에 갔다 놓으라고 하니까 진해까지, 그래서 저희들도 그걸 고철로 해서 팔면 돈도 많이 안 들고 상당히 좋은 데 그게 안 됩니다. 그런데 화천군하고 협의가 되가지고 화천군에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윤범로 위원 : 그런데 그 사람들보고 부담하라고 하면 안 돼요? 우리가 가져가 주는게 고마운 거에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그걸 우리가 원래 복귀를 시킬려면 2억 들어 갑니다. 그래도 거기에서 가져간다고 그러는 바람에 그나마 작은 비용을 처리할 수 겁니다.

●윤범로 위원 어떻게 해서 오게 된 거에요?

○재난관리과장 김용탁 일단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물가고 이러니까 또 해군하고 협의를 해 보니까 더구나 내륙지역인데 군함이 강가에 있는 건 상당히 교육용으로 좋겠다 얘기가 되가지고 가져오게 된 겁니다.

  위의 내용을 보면 반납비용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해군본부측과 교섭한 결과 퇴역군함이 원래 있던 장소인 진해항으로 원상복구하는 비용이 약2억원 정도로 조정이 된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충주시의원들은 그 고철군함이 누구의 소유인지, 현재 그 고철군함이 어느 장소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이걸 고철로 팔아서 자치단체 수입으로 삼자는 발언도 있으니, 지난 5년여의 기간을 충주시 요충지에 터잡고 앉아서 약2억원 가까이 잡아먹은 고철군함에 대해 의원들이 실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화천군으로 떠넘겨진 고철군함-

충주시의회에서 골칫거리 퇴역군함의 처리문제로 위와 같이 웅성대며 회의가 열리던 바로 그날에, 화천군의회에서는 퇴역군함을 가져오기로 협의가 되었다는 행정담당자의 야심찬 의회 사업설명이 벌어지고 있었다.

2003년도에 충주시가 저질렀던 행정과오를 예외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2009년 3월 25일 (수) 제165회 화천군의회(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광정책과장 김세훈 : 관광정책과장 김세훈입니다.

(중략)

다음은 평화특구 개발 선박관리 시설비입니다. 퇴역군함 1척을 가져와서 북한강 일원에 설치하려고 합니다. 피니시타워 위에 하려고 하는데 운반비가 1억 8,693만 7천원이 되겠습니다. 이 배는 98년도 서해안 연평해전 때 승리한 배가 되겠습니다. 가져다가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원장 이태호 : 네, 이재원 위원님 수고하셨습니다. (중략) 그다음에 퇴역군함 운반 설치 사업비가 2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는데 바다에서 운영하는 것을 호수주변에 가져다 놓는데 내부도 일반에게 공개를 하는 것인지, 그다음에 관리 운영비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지 거기에 대해서 답변 바랍니다.

○관광정책과장 김세훈 : 퇴역군함은 1억 8,600만원인데 이것이 충주호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가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개최되니까 가져가라고 해서 하는 것인데 여기 1억 8,600만원을 세웠지만 실제 1억이면 될 것 같습니다. 충주시와 협의가 잘 되면 일부 부담한다는 연락을 받았으니까 나중에 2회 추경에서 삭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원장 이태호 : 그럼 내부시설도 일부 인들이 관람할 수 있게…

○관광정책과장 김세훈 : 네, 그렇게 할 겁니다. 이것이 33m에 7m이니까…


 
충주시와 예산분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는 쌍방간에 8,000만원씩 모두 약1억6,000만원의 예산을 세워서 운반 이송 설치를 완료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과는 달리, 화천군의회에서는 그 예산이 약 2천만원정도 불어난 1억8,600만원의 사업비를 말하면서 약1억원 정도의 자체예산 승인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0만원의 불어난 비용은 누구에게 지불하기 위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두차례에 걸쳐 퇴역군함이 화천군에 운반 설치된 과정에 소요된 비용과 지출영수증 사본의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아직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나는 기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간에 실제 비용이 누구에게 어떻게 지불되었는지 지출영수증 사본을 통해 기필코 확인할 예정이다.

충주시가 약8,000만원 정도 소요비용을 부담해주기로 협의가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화천군 행정담당자는 이 고철군함 도입 예산비용을 상당히 절감한 성공적인 것처럼 떠벌여 설명했지만, 그동안 이 군함을 끌어안고 골머리썩고 있던 충주시의 애로점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그리고, 화천군의회 의원들은 최초 도입당시의 충주시의회의원들 만큼이나 똑같이 단지 행정담당자의 설명만으로 가부를 결정할 뿐 실상을 파악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행정의 집행사업과 사업비의 타당성을 평가 감시하고 승인하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책임있는 화천군의회 의원들의 무책임한 사업심의 태도 역시 한심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어떤 의원도 현재까지 설치 운영해온 충주시의 그동안의 운영상황을 알아보면서 그 사업의 구체적 실상을 파악할 어떤 노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행정담당자로부터 허울좋은 피상적인 사업 설명을 단 한차례 들어본 것만으로 즉시 예산승인을 해준 것이다. 이로서 화천군으로 이송해오는 사업비 약1억8천만원과 반납 원상복구비 약2억원을 그리고 충주시에서 도입할 당시 지출했던 1억4,000만원과 화천군운송 분담금 8,000만원 (1억8,000만원×2억원×1억4,000만원×8,000만원=총액)합하여 약6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고철군함이 삼켜버린 결과가 된 것이다.

 비좁은 이 선박이 일반에 공개될 경우 자칫 실족하여 떨어지거나 좁은 공간내부에서 머리를 부딪쳐 상해를 입거나 할 위험 때문에 충주시에서도 일반에 공개하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방치되어 있었던 물건이다.

이 고철군함은 안보교육 홍보용으로 전시한다며 지자체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국민의 혈세를 잡아먹을지 모를 현대판 불가사리와 다름이 아니다.

 사실 안보교육 홍보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국가기념비적인 사업으로 현재 서울 용산구 육군본부 건너편에 전쟁기념관이 운영되고 있다. 전쟁과 관련한 1만3,600여점의 방대한 기념물들이 전쟁과 관련한 각종 방위무기견본들과 함께 역사적 자료들도 총망라되어 국민들에게 교육의 현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억의 예산을 낭비하며 고철군함을 강변에 매어두고 세월을 썩힐 것이 아니라, 그정도의 예산을 오히려 청소년들의 안보교육용으로 수년에 걸쳐서 전쟁기념관의 단체견학과 전방체험비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고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현재 화천군 화천읍에 소재한 그 이름도 해괴한 누드골프장 옆 인적없는 강변에 6억을 삼켜먹은 고철군함이 방치되어 있는데, 두동강으로 흉측하게 절단되어 실려 온 운송당시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말끔하게 접합되고 칠이 입혀져 강변에 매어져 있다.

이 장소에서는 또 얼마간의 기간 방치되었다가 수억 예산을 잡아먹으며 진정으로 퇴역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려는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자체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현장을 지켜보며 이 글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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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간 큰 기자, 무너지는 알권리

2009.06.29

                                                                                      정보공개센터 박대용 자문위원
                                                                                       (춘천 MBC 기자)

요즘 기자들끼리 모이면, 간 큰 기자들이 가끔 화제가 되곤 한다.

“요즘 같은 때,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까.”

이른바 언론사별로 기사를 쓸 수없는 성역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설사 가시적인 압력을 넣지 않아도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쓰지 않는다.

언론탄압은 언론인들의 고용불안 상황을 이용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언론인들은 눈을 감거나 외면하는 방법으로 난세를 버텨나가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사진출처 : 영화 “궁녀” 포스터 일부

살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라고 강요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

문제는 언론인의 자기 검열이 더욱 강화되면 될 수록 국민의 알권리는 점점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과거와 같이 광주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을까.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인터넷 아고라나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진실이 지금도 존재하듯 말이다.

이럴 때, 대안언론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나 정보 수집력이 갑자기 이뤄질 리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가 ‘알 권리’의 중요성과 실현 방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국민이 뽑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손바닥 보듯 훤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한다.

이것이 헌법상 보장된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자세가 아닐까.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직접 알 권리를 챙겨야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스스로 평가할 수도 있어야한다.

선정적인 기사와 왜곡된 정보로 국민의 눈을 가리는 언론사가 어딘지 알고, 구독이나 시청을 중단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국민이 스스로 알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바로 ‘정보공개청구’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5조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돼 있다.

서울에 사는 국민도 아니고, 제주도에 사는 국민도 아니고, 잘 사는 국민도 아니고, 장애인이 아닌 국민도 아니고, 18세 이상 성인인 국민도 아니다.

‘모든’ 국민이다.

1살짜리 국민도 정보공개청구할 권리를 가지고, 두 눈이 없는 국민도, 귀가 안들리는 국민도, 1급 중증 장애인도,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산 속 깊숙히 은둔해 있는 국민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도….. 모두 정보공개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모두 정보공개청구하는 ‘모든’ 국민의 권리가 존중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법 6조)

그래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 정보공개청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서 권력의 전횡을 감시하는 파수꾼이 돼야한다.

내가 사는 지역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이 얼마인지,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얼마인지, 행정소송 원고 승소율이 얼마인지도 알아야한다.

기자들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있으면, 주권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권리를 빼앗기게 되고, 결국 노예처럼 권력자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국민에게 당부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하자.

언론에 나오지 않지만, 알고 싶은 사실에 대해 지금 당장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학교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어딘지, 우리 학교 등록금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우리 지역 지방자치단체 지방세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우리 지역 자치단체장의 한 달 업무추진비는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혼자 알고 있기 보다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실이 있으면, 정보공개센터에 제공해도 된다.

정보공개청구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귀찮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정보를 알고 싶은 지 정보공개센터에 정보공개청구를 의뢰해도 된다.

필자 역시 동료 기자나 일반 시민들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도와주고 있으며, 밥까지 사줘가며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모든 국민, 대다수의 국민이 권력을 감시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의 알 권리를 챙기는 것이 바로 이 시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자 하는 언론탄압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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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영상] 4대강은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2009.06.24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정부는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내용을 보면 강 살리기가 아닌, 오히려 살아 숨쉬는 “4대강 죽이기”인 것 같습니다.

4대강은 죽지 않았습니다.

4대강은 오염되지 않았습니다.

4대강은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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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이명박 정부에서는 왜 유언비어가 많을까?

2009.06.24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이다. 눈만 뜨면 이곳저곳에서 소통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소통이 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부에서는 믿어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은 믿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한쪽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데모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데모 하는 것을 보고 민주주의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서로 누군가는 외국어로 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출처 : home.itcanus.net/actiontools/9951/page/11

  이런 소통은 인터넷 공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아침 인터넷을 접속하는 순간 수많은 정보에 돌아다니고 있다.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들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 등록되고 있고, 그중 팩트와 소문이 뒤섞여 있어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지 못할 때도 많이 있다. 이런 정보들은 각종 블로그, 게시판 등을 통해 “카더라” 통신으로 유포되기 시작하여, 메신저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국에 퍼져나간다. 과거 구전으로 확산되던 괴담과는 그 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속도가 빠른 만큼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면 우리사회는 크던 작던 혼란에 빠진다. 이런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정보통신분야는 훨씬 더 발전하고 있지만 소통은 오히려 더 막히고 있다. 그러면 소통이 이렇게 막히고 있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정부에서는 일차적으로 네티즌들에게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사이버 모욕죄’등을 신설해 누구라도 모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면 검사가 판단해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명백해 진다.

  그러면 과연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것이 네티즌(시민)들의 책임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과거 역사를 보면 우선 국민들이 정부가 불신하면 언제라도 유언비어는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언비어는 괴담으로 이어졌고, 괴담은 공포로 이어졌다. 아무리 유언비어를 단속하려 해도 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유언비어를 단속할수록 점점 퍼져나갔고, 퍼져나가는 만큼 정부의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다.

  그러면 이런 유언비어는 왜 기승을 부릴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유언비어는 정부가 정보를 정확하게 시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을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얼마큼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권력기관으로 불리고 있는 검찰에 대한 정보공개률 통계가 공개된 적이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검찰의 정보공개 처리현황

 

 

2007년

2008년

청구건수

공개건수

공개비율

청구건수

공개건수

공개비율

대검찰청

270

77

29%

994

133

13%

광주지방검찰청

52

26

50%

90

28

31%

전주지방검찰청

68

29

43%

50

21

42%

제주지방검찰청

8

3

38%

7

2

29%

대구지방검찰청

71

32

45%

135

51

38%

대전지방검찰청

71

31

44%

107

35

33%

청주지방검찰청

18

7

39%

53

10

19%

부산지방검찰청

73

38

52%

93

37

40%

울산지방검찰청

8

3

38%

31

10

32%

창원지방검찰청

33

17

52%

86

26

30%

서울남부지방검찰청

11

3

27%

48

15

31%

서울동부지방검찰청

31

7

23%

47

11

23%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7

10

37%

55

11

20%

서울서부지방검찰청

11

2

18%

50

13

26%

서울중앙지방검찰청

186

95

51%

262

106

40%

수원지방검찰청

45

18

40%

171

36

21%

의정부지방검찰청

35

11

31%

97

25

26%

인천지방검찰청

29

7

24%

99

34

34%

춘천지방검찰청

12

5

42%

354

14

4%

1059

421

40%

2829

618

22%


 
위의 표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가 노무현 정부 끝 무렵 이었던 2007년과 이명박 정부의 첫 시작이었던 2008년 전국 검찰청 정보공개률을 공개한 내용이다. 필자는 처음 이 통계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에 비해 2008년은 정보공개청구 건수도 2배 이상 늘었지만 놀랍게도 비공개률도 2배 이상 (참여정부 40%→이명박 정부 22%)늘어났다.

  춘천지방검찰청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2007 42% 공개률을 자랑하던 것이 2008년도 단 4%만 공개했다. 이는 언론을 통해서도 공개되었지만 검찰청은 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왜 갑자기 검찰청의 비공개률이 높아진 것일까?

  이뿐만 아니다. 일선 기관들의 행태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우선 정보공개센터가 과거 대통령들의 일상적 얼마 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공개해 많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전직 대통령 사진들은 명지대 기록관리대학원 학생들(정보공개센터 회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던 것들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 받은 것이다.

  대한국민 국민이면 누구든 사진기록을 정보공개청구 할 수 있고, 그 공개 받은 내용은 다른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 이번 정보공개청구는 그런 점들을 국민들에게 각인 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국가기록원의 담당자가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한 학생에게 전화를 해 “연구목적으로 공개를 했는데 정보공개센터에 공개하면 저작권법 위반이니 홈페이지에서 내려달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저 소리를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를 해도 담당자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답변만 반복해서 할 뿐이다.

  그러면 위 담당자의 말은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정부에서 업무의 결과로 생산·수집한 기록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정부 기록물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업무의 결과물이며 이는 최종적으로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목적으로 청구를 해 국민들에게 공개를 다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없다. 정보공개법에는 정보공개청구 목적을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을 운운하면서 사진을 내려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공무원의 자격이 의심이 될 정도이다. 과연 정보공개법을 제대로 공부라도 한 것일까?

  이러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조항을 두고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써 법령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에 대해서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위의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법률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알고 있다.

  그러면 위 사례는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많은 기관에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들의 이름을 비공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감사를 시행한 공무원의 성명, 하위기관으로 파견한 공무원들의 명단이 비공개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도대체 공무원들의 이름을 왜 비공개하는 것일까? 그 심리가 매우 궁금하다. 더군다나 “업무의 일부를 위촉한 개인의 성명 및 직업”에 대해서는 비공개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각종 위원회의 외부 참가인원의 성명 및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해봐도 거의 대부분의 기관이 비공개를 남발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국가기록원의 경우도 필자의 기록물공개심의회의 명단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비공개 결정을 하기도 했다. 기록의 공개여부를 심의하는 기록물공개심의회 외부전문가들의 이름을 비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지 않은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할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

  비단 이런 문제는 정부의 문제뿐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로 가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역언론사 기자들이나 지역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묻지마 비공개” 남발되고 있다. 그 내용을 듣고 있으면 너무 기가 막힌다.

  춘천의 한방송사에 일하는 기자는 “범죄예방위원회 목록을 청구했던 한 지방검찰청의 경우, 검사장이 해당 기자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크게 화를 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보공개청구 했다고 괘씸죄 적용해 잡아가기라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보공개청구를 검찰에 대한 도전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라고 밝히고 있다. 이쯤 되면 도를 한참 넘어서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언비어는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데 시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정부는 이런 현실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관련 법령을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

  그러면 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정보공개법을 악의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도 ‘비공개’로 처리될 뿐 공무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행정안전부는 참여정부 말 벌칙 조항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소통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비극적이기 까지 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에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우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업무의 결과로 생산되는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선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을 계속 해 나간다면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고 국민들도 정부를 신뢰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하다.

  이글은 참여사회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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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정치인들의 밥줄 “정치자금”의 어제와 오늘

2009.06.17
뉴스쿨매점에서 만원짜리 숨기..
뉴스쿨매점에서 만원짜리 숨기.. by themaum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정보공개센터 정광모 이사
                                                                                        여의도 통신 선임기자

정치자금은 그 간 부패와 같은 말로 여겨졌다.

 부패의 한 예를 보자. 박철언은 저서 ‘바른역사를 위한 증언’에서 “1990년 1월 설연휴를 앞 두고 상도동에서 김영삼총재를 만나 노태우대통령이 전달하라고 한 10억원을 건네주었다”라고 밝혔다. 당시 10억 원은 지금 수십억에 달한다.

이 돈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으며, 김영삼 총재는 이 돈을 어디에 쓴 것일까? 당시 이런 일은 늘 있었고, 심지어 물 좋은 국회의원 보좌관은 4년 임기를 마칠 때면 집 한 채를 번다는 소문도 돌았다. ‘배달사고’도 흥청망청 돈이 돌아야 일어나는 법이다. 예전 한나라당이 했던 차떼기의 뿌리는 깊었다.

이런 정치자금을 규율하는 정치자금법은 1965년 2월에 처음 제정되었다. 처음 제정할 때는 전문 6개조에 불과하였지만 20번의 개정을 거친 지금 정치자금법은 전문 65조로 크게 늘어났다.

지금 법조문은 일반인이 읽기 까다로울 정도로 복잡한 규제가 많다. 그 만큼 한국정치자금은 ‘부패의 일상화’에서 나름대로 ‘투명성’을 향해 나아왔다.

투명성을 향한 전환점은 14번째 개정인 2004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된 정치자금법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의원이 앞장서서 통과시켰다고 하여 오세훈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고액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등 ‘깨끗한 정치’를 위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2005년 1월 이 법의 개정 움직임에 대해 오세훈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이 정착되면 3년 뒤에는 정치 지망생 사이에 헛바람이 빠지고, 정말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만 나설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국회의원 한 두 번 하고 끝내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10%면 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현실을 보면 오세훈의 희망은 이루어지기 힘든 듯하다. 또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10%라면 나머지 90%는 어디서 오는가?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는 정치인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항구적인 정치 향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타당하다.  

설령 ‘직업 정치인’이 정치만으로 벌어먹을 수 있게 하더라도 그 간 쌓아온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깍아 먹는 식의 제도 변경은 곤란할 것이다. 뒤탈 없고 정치개혁에도 맞는 소액기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가가 소액기부액에 상응하여 자금을 지원하는 매칭펀드 방식 등 소액다수 기부에 따른 인센티브의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한국 서민대중에게 정치자금이란 말은 곧 착취의 역사다. 조선시대 말기 매관매직과 착취시스템을 보자. 수령의 임기는 3년이지만 1년도 못 채우고 바뀌는 예도 많다. 관직을 산 사람은 부임하자 말자 돌아갈 여비와 관직을 산 비용을 챙기고 자리 보전을 위해 상납할 뇌물을 만든다.

1890년대 조선을 방문한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은 “면허받은 흡혈귀인 양반계급으로부터 끊임없이 보충되는 관료계급”을 묘사하고 있다. 탐관오리는 ‘면허증을 딴 흡혈귀’였고 조선민중의 가장 큰 일상적 관심사는 이들이 뜯어가는 세금문제였다.

한국 정치자금의 역사를 보면 ‘흡혈귀’가 해방 후 ‘모리배’로, 다시 ‘특권층’에서 ‘정치인’으로 진화해 왔다. 지금 정치인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흡혈귀’로 변할 리 없겠지만 노무현이 몰락하는 현실을 볼 때 정치자금이란 ‘유혹의 상자’를 함부로 열어서도 안 될 것이다.

소액기부를 더 많이 풀어 정치인이 신세를 적게 지고도 정치를 하고 밥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정치자금 역사가 가야 할 종착지일 것이다.

– 이글은 여의도 통신에도 실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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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MB 정부, 건설은 호황, IT는 불황?

2009.06.16
flickr_IMG_9756
flickr_IMG_9756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하승수 교수(제주대 법대)
                                                                                               정보공개센터 소장
얼마 전 건설업을 하는 옛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요즘 사업이 어떠냐고 했더니 건설업은 경기가 좋다고 한다. MB정부가 예산조기집행이니 4대강 정비사업이니 해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바람에 위기에 처할 뻔한 사업이 호황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덧붙이는 말이, ‘그런데 IT는 완전히 죽는 것 같은데, 건설업이 살아나서 나야 좋지만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옛 친구 말대로 건설업은 다른 산업보다 형편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IT산업 전체의 경기는 잘 모르겠으나,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 때 인터넷강국을 자처하던 대한민국에서 요즘 인터넷은 규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웹 2.0시대에 들어섰는데도, 정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웹 2.0시대에 반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유로운 정보의 생산과 소통, 공유와 개방이라는 웹2.0의 정신이 대한민국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인 발전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죽하면 ‘사이버 망명’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러다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모양이다. 정권의 서슬에 잔뜩 움츠린 포털사업자들은 정보를 가리기에 여념이 없다.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명예훼손 당했다고 주장하면 보호받고, 반면에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을 길이 없게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네티즌들은 정보를 생산하기도 유통시키기도 조심스럽다. 걸핏하면 명예훼손, 모욕죄 운운하고 수사기관이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마음 놓고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겠는가? 이러다간 대한민국은 웹2.0 시대를 따라가기가 어렵게 될 것 같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작년 촛불 집회 이후에 정부가 보여 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에 있다. 아고라를 운영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세무조사를 받는가 하면,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촛불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린 네티즌들도 조사를 받았다. 전기통신기본법이라는 숨겨진 법조문이 튀어나와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글을 올리면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는 판이다. 자신이 쓴 글이 100%진실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리고 수사기관이 생각하는 ‘공익’에 맞지 않으면 인터넷에 글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이런 글을 올려도될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글쓰기를 회피하게 될 수 있다. 동영상을 올리기도 사진을 올리기도 조심스럽다. 이래서야 인터넷이 소통의 공간이 될 수가 없다. 소통의 공간이 되지 못하는 인터넷은 웹 2.0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만 하는 인터넷,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고 싶은 정보만 제공하는 인터넷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속에서 창의성과 자발성, 참여는 억압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익숙한 세대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결국 젊은 세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고, 그들에게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닫으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지금 미국의 경우에서는 인터넷이 치열한 정치적 토론과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인터넷과 풀뿌리의 결합어인 ‘Netroots’로 불리는 블로거들은 정치인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가 생산되고 소통되고 의견이 교류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서비스들, 커뮤니티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정치학자들은 TV나 시청하는 수동적인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런 능동적 문화는 단지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활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기능만 하는 인터넷으로는 웹 산업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불리한 의견, 사회적 논쟁이 필요한 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표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 조지오웰이 한국에 살고 있다면 ‘2008년’이라는 책을 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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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청와대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 매우 이상하다.

2009.06.1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영삼 이사
(한신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전 청와대 기록연구사)

 

청와대는 대통령기록생산현황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08년도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 청와대 생산현황통보 바로가기 클릭 에 따르면 이명박대통령 취임 후 지난 해 연말까지 생산한 대통령기록은 총 12만 714건이다.

대통령기록물의 생산현황통보는 대통령기록물의 원활한 수집 및 이관을 위한 것으로서,「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관리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령 제4조에 따라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이 소관 기록관 및 중앙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으로 매년 전년도 기록물의 생산현황을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을 비롯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은 지난 5월31일까지 국가기록원으로 생산현황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었고, 이번에 그 현황을 미리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생산현황을 미리 공개한 것은 아마도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하여 과연 이명박정부는 얼마나 대통령기록물을 잘 생산하는지 두고 보자는 일각의 문제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굳이 이번 생산현황의 수량이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첫해 생산건수인 7천498건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밝힌 2008년도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은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갖는 것이어서 생산현황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거나 이미 생산된 기록물 일부가 멸실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만하다.


①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본적인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관리법령에 정한 생산현황통보의 기본적인 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대통령기록관리법 시행령 제4조 제2항에 의하면 생산현황통보는 “대통령기록물의 생산부서, 생산연도, 기능명, 기능별 생산수량 등의 정보가 적혀 있는 목록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그런데 다음 <그림 1>에 의하면 이번 생산현황통보는 부서별도 아니고, 기능별도 아니다.

<그림 1>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08년도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표(부서 및 기능 부분)

일반적으로 부서란 행정기관의 직제에 규정된 최하단위를 말한다. 이렇게 볼 때 앞의 <그림 1>의 적색 부분에 표시된 ‘실장직속 부서’, ‘정무수석실’ 등은 부서의 단위가 아니다. 물론 최하 단위부서만 ‘부서’가 아니고 상위의 단위도 ‘부서’라며 필자의 이런 인식이‘오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기록관에서 작성・배포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 업무매뉴얼』에 의하면 생산현황통보 항목의 ‘생산 및 관리부서’는 명백하게 ‘처리부서’라고 적시하고 있다.(이 매뉴얼은 사실상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기록물관리지침이다.) ‘처리부서’는 「사무관리규정」제3조 제3호의 ‘처리과’와 동일한 단위이며, “문서의 수발 및 사무처리를 주관하는 과ㆍ담당관 또는 계”를 말한다. 이렇게 볼 때 정상적인 생산현황통보라면 각 부서인 비서관실별(예를 들어 정무수석실이라면, 정무기획비서관, 정무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행정자치비서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대통령실이 해당 법령을 어겨가면서까지 왜 처리부서별로 생산현황통보를 하지 않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만약 처리부서별로 통보하는 것이 특정한 부서의 생산량이 적어 타부서와 비교되는 등 문제 제기될 소지를 사전에 없애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법령에 따라 다시 통보하고 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기능별 통보문제도 심각하다. 위 <그림 1>의 청색부분을 보면 기능명이 모두 ‘보좌’로 기재되어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보좌기관이다. 따라서 ‘보좌’는 대통령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지 기능명이 될 수 없다.

『정부기능분류시스템 운영지침』에 의하면 행정업무의 기능은 기능별․목적별로 구분하고, 기능별로는 정부가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능수준에 따라 정책분야ㆍ정책영역․대기능․중기능․소기능․단위과제로 분류한다. 대통령실 등은 업무의 특성상 반드시 이 지침에 따라 기능을 분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직제에 따라 분장사무를 정해야 하고, 그것은 위 지침의 대․중․소기능 체계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생산현황통보도 이에 따라야 하고, 앞에서 언급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 업무매뉴얼』에도 기능명에는 생산․관리부서의 핵심 기능명을 기재하며, 이것은 기능분류체계 또는 기록물분류기준표의 중․소기능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기능명을 기재하는 문제도 너무 당연한 이런 사항을 지키지 않은 의도를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것도 처리부서별로 통보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②총체적으로 부실하다.

부서명과 기능명을 법령에 따라 기재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이번 생산현황통보는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먼저, 전자기록생산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기록물이 위민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것 밖에 없다고 한 부분이다.

위민시스템은 참여정부 시절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e지원시스템’을 대신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청와대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정부 내 다른 기관과 전자적 유통체계를 갖추지 않은 시스템이다. 만약 청와대가 타기관과 문서유통을 하려면 신전자문서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앞의 그림 1)의 초록색 부분을 보면 신전자문서시스템에 의한 전자문서 생산은 공란이다. 단 한 건도 이 시스템에 의한 생산은 없었다는 것인데, 업무수행 상 이런 상황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온나라시스템과 신전자문서시스템이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이 통합시스템은 기존의 온나라시스템에는 유통 기능이 없어 이원화된 문서 생산․유통 체계를 통합한 것이다. 만약 청와대가 이 통합 온나라시스템을 사용했다면 온나라시스템에서 생산한 기록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공란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대통령실은 다른 기관과는 문서 유통을 하지 않은 것일까? 그게 가능한 것인가? 혹 e메일로 업무지시를 하기 때문에 전자기록물생산시스템에 의한 유통은 필요 없는 것이었을까? 정말 e메일로만 소통하나? 그렇다면 그것은 업무수행에 의한 기록물의 유통이며, 그것도 생산현황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생기는 의심은 위민시스템에 의해 생산되었다는 전자기록이 혹시 신전자문서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것을 포함한 수량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오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그것은 아니라고 ‘오해’를 풀어주기 바란다.

둘째, 민정수석실 등 몇 개의 수석실에서만 종이기록물이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 2>에 표시한 보라색 부분을 보면 실장직속부서, 외교안보수석실, 홍보기획관실에서만 종이문서가 생산되었고, 민정수석실은 기타 종이기록물이 생산된 것으로 통보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민정수석의 종이기록물은 민원문서이다.

<그림 2>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08년도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표(종이기록물 부분)

아무리 전면적인 전자기록관리체계에 의해 기록물을 생산한다고 해도 단 한 건의 종이기록물 생산이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즉, 현실적으로 업무의 결과물이 종이로 생산되는 것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경우는 대통령 또는 수석에게 불가피하게 대면보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당연히 종이로 작성된 문건을 가지고 보고를 하게 된다. 그런데 단 한 건의 종이기록물로 없다는 것은 대면보고가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런 식의 대통령 보고 체계가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필자는 종이기록물로 생산된 중요 기록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멸실되었거나, 생산현황통보가 부실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③참여정부와의 비교 문제

청와대는 이번 생산현황통보를 하면서“지난 2003년 참여정부 첫해 생산건수인 7천498건의 16배에 달한다고 한다”고 ‘자랑’한 것 같다. 그런데 7천498건이라는 수량이 어디에서 나온 통계인지 짐작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필자는 참여정부 기록관리비서관실에 근무하면서 2004년 10월 e지원시스템에 의한 문서관리카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의 전자적으로 생산된 기록물의 생산현황을 분석한 적이 있다. 당시는 전자기록이 ‘게시판 보고’, ‘업무관리카드 및 그에 의한 추진 실적’ 그리고 ‘지시사항’ 등의 형태로 생산되었으며, 수량도 비록 2004년 이후에 비하면 적지만 약 2만여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종이기록물, 시청각기록물, 개별업무시스템을 통해 만든 데이터세트 등도 상당 수 있다.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서 종이기록물을 연도별로 건수를 계량하여 이관하지는 못했으므로 그 수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 대통령기록관에서도 비록 이관 수량에 대한 통계는 가지고 있지만 기록물철 중심의 개략적인 통계이고, 종이기록물의 건수 통계도 1권당 10건이라는 일정 산식을 적용하여 파악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참여정부 대통령기록물 중 대통령비서실에서 생산한 약 68만9천여건의 시청각기록물을 연도별로 분류하여 통계를 가지고 있는지, 아예 건수 파악이 불가능한 업무를 위해 따로 개발하여 사용한 개별업무시스템의 기록물에 대한 계량화를 시도한 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렇듯 생산 건수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굳이 2003년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통계를 건수로 적시하여 이번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 수량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명박정부 임기 첫 해와 참여정부 임기 첫 해의 기록물 생산 수량을 비교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합리적인 것 같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2003년은 대통령기록관리법이 시행되지 않은 때였고, 전면적인 전자기록물 생산체계가 갖추어지기도 전이었다. 즉 지금은 당시와는 근본적인 조건이 다른 때이다. 따라서 2003년과 2008년의 기록물 생산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계적인 것이어서 비교의 의미가 없다. 만약 비교를 하려면 전년도인 2007년과 하는 것이 옳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생산현황통보와 이에 대한 공개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에 대한 관련 사항 공개는 이전에는 없던 일이 분명하다. 그 행위 자체는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법령에서 정한대로 하지도 않았고, 그것마저도 매우 부실한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것으로서 “과거 정부에 비해 대통령관련 시스템이 발전해 기록물이 크게 늘어났다”고 자평 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자랑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통보가 부실하게 이루어진 것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오해라고 도망갈 구멍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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