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법원 정보공개청구는 어디서 해요?

2009.06.15

“법원 정보공개청구는 어디서 해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박대용 자문위원
(춘천MBC 기자)

 

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려고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찾아봐도 기관명에 법원은 안나와있다. 

 정보공개시스템(옛 ‘열린정부’) 사이트는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며, 입법/사법/행정부 가운데, 행정부와 관련된 공공기관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인 법원은 별도의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해야한다.

 그런데, 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위해 대법원 홈페이지를 가보면 상당히 낯설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우선 행정부 정보공개시스템과 달리 회원가입이 안 돼 매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필수는 아니지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한다.

 가장 불편한 것은 기관 다중 선택이 안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춘천지방법원과 대구지방법원 두 군데를 동시에 선택해 같은 내용을 청구하는 것이 안된다. 18개 법원에 모두 청구하려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비밀번호를 열 여덟번 입력해야한다. 청구인이 불편하면, 기관은 편해지고, 청구인이 편리해지면, 기관은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불편하지만, 이렇게 정보공개청구를 하고나서 열흘이 지나면, 또 다시 불편함이 기다린다. 정보공개청구가 익숙하지 않은 법원은 수수료 받는 계좌도 갖고 있지 않다. 계좌가 없으면 수수료 어떻게 받으려고 하냐고 했더니 겨우 특정 은행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입금했다고 알려주고 나서야 자료 공개가 됐다. 입금했다고 안 알려주면, 그냥 날짜만 흘러간다.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면, 더 불편한 과정이 기다린다. 바로 이의신청이다. 정보공개시스템의 경우, 이의신청은 버튼 하나면 끝이지만, 법원은 이의신청 서류를 직접 우편으로 보내야한다. 팩스도 안된단다. 원본이라야 한다는 거다. 법원정보공개규칙 제18조(이의신청) ①항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다음 각호의 사항을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반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8조(이의신청) ①항은 “당해 공공기관에 ‘문서’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고 돼 있다. 법원만 꼭 ‘서면’으로 이의신청하도록 한 부분은 반드시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국회정보공개규칙도 마찬가지여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정보공개는 국민이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다. 하지만, 입법부와 사법부가 유독 별도의 규칙을 정해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별도의 정보공개제도를 운영하면서 정보공개를 원하는 국민에게 상대적 불편을 끼치는 것은 분명 시정돼야할 것이다. 그리고, 정보공개청구라는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게 방치해놓고, 또 국민이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하는 방법도 모르게 해놓고 있는 것은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할 것이다. 정보공개법과 정보공개제도에 관한 학습 역시 최소한 의무교육과정을 통해서라도 모든 국민이 숙지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국민주권국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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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청구 취하해달라고 졸라대는 공무원

2009.06.1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혜영 회원


안양시, 정보공개청구 취하해달라고 졸라대

2009년 4월 2일, 안양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정보공개청구 내용은 “명학역(지하철 1호선) 2008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공사(진행완료, 진행중, 진행예정 모두 포함) 관련 일정 및 내용”.
20080812-105306-Bangkok
20080812-105306-Bangkok by +Hu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매번 명학역에 갈 때마다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역내에 화장실을 만들었다가 다시 부수고 또 다른 데다 만들고

매점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공사를 왜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당연히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지하철역이니까 그쪽 소관인줄 알고

안양시 만안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안양시로 이송이 되었다.

 

그런데 안양시는 전화를 해서 지하철 역내 공사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관련 문서나 통보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 했다.

 

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모르고 있다니 의아했지만

안양시청에서 일어나는 업무가 아니고 소관도 아니라고 하니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해당 업무를 하는 곳으로 이송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디 소관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Question!
Question! by -bast- 저작자 표시

<시의 일을 공무원이 모른다면,, 시민들은 어디에 물어봐야 해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11조 3항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있다.

제11조 (정보공개여부의 결정)

③공공기관은 공개청구된 공개대상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사실을 제3자에게 지체없이 통지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대상정보와 관련된 기관에 통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대한 내용을 어디에서 알 수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만, 그저 모른다고만  대답하는 안양시청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안양시청은 어서 청구 취하를 해달라고만 했다.

다음 날 안양시에서 또 전화가 왔다. 청구 취하를 어서 해달라고… 나는 청구 취하를 왜이렇게 해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당기관이 한국철도공사인 것 같은데 그쪽으로 이송을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황당한 답변을 한다.

“시스템 상에 이송 기능이 없어요. 한국철도공사는 저희 이송 대상 기관이 아닙니다. 아예 이송할 수 없으니 청구 취하해주시고 다시 한국철도공사에 청구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정보공개법 제11조 4항에 보면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제11조 (정보공개여부의 결정)

④공공기관은 다른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청구를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소관기관으로 이송하여야 하며, 이송을 한 공공기관은 지체없이 소관기관 및 이송사유 등을 명시하여 청구인에게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

 
여기서 공공기관에 한국철도공사가 포함되지 않는걸까?

그래서 행정안전부 제도총괄과에 전화를 해서 법률상담을 했다. 그랬더니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인 안양시가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철도공사에 이송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투자기관 또한 공공기관의 범주에 든다는 것이다.

이런 당연하다는 법률 전문가 반응과 상반되게 안양시청은 대체 왜 없다고만, 모른다고만, 취하해달라고만 하는것일까?

 

다시한번 전화가 온 안양시청, (아 정말이지 정보공개청구 한 번 하면 걸려오는 전화, 스트레스이다)

내가 청구취하 하고 싶지 않으니 정보 부존재로 비공개 해달라고 하자, 담당자는 또 이런다.

 “정보 부존재로 비공개하는 기능이 없어요. 다른 부서에서 온 기록물에 대해 공개/비공개는 할 수 있는데 정보 부존재로 비공개할 수가 없어요”

 
하……. 다른 곳은 다 있는 기능이 이 곳에는 없다?
 

대체 안양시청 정보공개시스템에 있는 기능은 뭘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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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여! 당신에겐 학교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2009.06.05

우리에겐 학교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 대학에서 정보공개제도 활용하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우리는 왜 정보에서 배제되는가?

지난 2008년 사립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90만원이었다. 여기에 교재비 실습비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대학생 한명에게 돈 천만원은 기본으로 들어가게 된다. 가구당 평균소득이 월 322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매학기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매번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및 동결, 학교의 재정 공개를 외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마저도 학교당국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 허공속의 메아리가 될 뿐이다.

사진출처 : azeizle.tistory.com/503

연세대학교에서도 지난해 “부자학교 펀드감시단”을 구성해 학교 재정을 공개하라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3년부터 연세대학교는 이화여대와 함께 삼성 YES펀드를 조성하여 재단적립금을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또한 수익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문제를 느낀 학생들이 학교 적립금의 운용내역과 수익현황의 공개를 요구하는 “부자학교 펀드감시단”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현재 학교의 펀드운용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 소송을 요구한 상태이다.

학생은 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 주체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운영에 대한 내용을 당연히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생이 학교의 중요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운영에서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운영의 어느 부분에서도 학생들의 알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정보공개제도가 뭐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이하 정보공개법)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인 국가운영을 위해 공공기관이 업무의 결과로 생산하는 정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8년에 만들어진 제도이다. 이 법은 과거처럼 정보를 찾으러 국민들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 제정 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 연구자나 시민단체에서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이 법률에 해당하는지도 모르는 기관들도 부지기수다.

정보공개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정보이다.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원하는 내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에 의하면 ‘정보’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각종 유형의 기록을 말한다. 이 말은 공공기관이 생산한 정보뿐만 아니라 접수 및 수집한 정보도 정보공개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공공기관’으로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을 비롯하여 각급학교, 사회복지법인 등이 해당된다.

대학도 엄연한 정보공개 대상 기관

위에서 보았듯이 법에서는 각급학교도 정보공개대상기관에 포함시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각급학교란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그밖에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를 말한다. 이 말은 규모가 큰 국공립 대학교만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작은 유치원도, 또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국립대학교도,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대학교도 모두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정보공개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정보공개청구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는 대학을 찾기란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어디 이뿐인가. 공개할 정보의 실체라 할 수 있는 기록마저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대학이 기록의 생산, 등록, 분류, 폐기에 대한 명확한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록자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으니 정보공개가 잘 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는 학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자신들은 정보공개청구 대상기관이 아니라고 말하는 학교를 만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니 말이다.

실 예로 얼마 전 「한겨레21」에서는 각 대학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한 “로스쿨 합격생 실태보고”의 조사과정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기사화 한 바 있다.

정보공개제도, 대학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학교의 정보에 학생들이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이런 정보들이 있다고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지를 않으니 보통의 학생들은 알지를 못하니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2008년 12월 1일부터 시작된 ‘대학정보공시제도’를 통해서도 학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각 대학의 예결산 내역, 취업률, 재단전입금, 등록금 및 장학금 현황 등에 대한 정보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서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정보공시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 대학은 기록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록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공시되어있는 자료들에 신뢰성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공시되어있는 자료들은 대부분이 통계자료거나 최종 현황 정도이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그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결과는 반쪽자리 정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할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는 업무과정 중에 남겨진 ‘기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정보의 신뢰성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신분과 자격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청구, 절대 어렵지 않아!

정보공개제도가 어떤 것인지도 알았고, 왜 중요한지도 알겠다. 하지만 그건 “생선은 참 맛이 좋아. 그리고 우리 몸에도 건강하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말이다. 정보공개제도를 실제에 적용해 보기 위해서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잡은 물고기를 먹기만하기 보다는, 내가 한번 잡아보자!!

사진출처 : 사진에 표시

– 아는 것이 힘!

정보공개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그만큼 정확한 정보를 받아낼 수 있다. 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청구를 한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 엉뚱한 정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서 정보공개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록관리법까지 이해한다면야 금상첨화겠지!

– 정보공개청구, 어떻게 하면 되나?

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과 각 부처 홈페이지, 팩스, 우편, 직접 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청구가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정보공개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러 편의기능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그 범위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한정되어있다. 공사, 학교, 사회복지법인 등은 각 기관의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정보공개시스템’에 올라와있는 서식을 작성해 팩스, 우편, 직접방문을 통해 청구해야만 한다. 아! 우편을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등기나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한다. 일반 우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할 경우 청구서를 분실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청구, 학교를 바꿀 수 있는 작지만 큰 힘

1년에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도 학생들은 나의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를 못했다. 알려주지 않으니 원래 알 수 없는것인가보다 하고 체념하는 사람도, 답답해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가 알아내면 된다.

대학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공개운동에 참여한다면 이제까지 은폐되고, 부정적으로 이루어지던 학교의 재정 및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 스스로가 학교에 주체의식을 가지고 학교행정에 대해 검증하는 역할을 해 나갈 때 비로소 학내 민주주의의 성숙은 물론,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 역시 가능해질 것이다.

결코 어렵지 않은 정보공개청구가 학교를 바꿀 수 있는 작지만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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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평가는 ‘기록’으로 이루어져 한다.

2009.06.0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평가는 ‘기록’으로 이루어져 한다.

대통령기록관은 서둘러 공개작업 시작해야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한 지 10일여일이 지나가고 있지만 온 국민들의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전히 분양소에는 시민들이 찾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서 노무현 지향과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참여정부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작업이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대통령기록에 대한 것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은 총 825여 만 건이고 이중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물로 인식되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등록되어 있는 기록이 37만 여건이 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록들은 15년 범위 및 최대 30년 동안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진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에는 그 이전이라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8년도에 대통령기록 유출 논란과 쌀직불금 관련 조사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를 밟아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일부 열람된 적이 있다.

필자는 작년 대통령지정기록물이 국회나 검찰청에 의해 열람 시도가 이루어 질 때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시도가 향후 대통령기록 생산에 매우 부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이후에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한 논의가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지정기록을 해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재평가가 ‘대통령기록’을 통해 이루어질 때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기록을 통한 평가가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 측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및 재평가에 대한 국민적 욕망을 어떤 식으로든지 화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위와 같은 논의는 대통령이 생전에는 사회적 혼란 및 정치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서거 이후에는 그런 우려가 매우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 지정기록물 뿐만 아니라 비공개기록에 대한 재분류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조치 해제’와 ‘비밀기록물 및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를 위한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기록물관리법상 규정 하고 있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를 통합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 논의가 통과되지 않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기록 공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한 대통령기록관의 늦장 행정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대통령 기록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이관한 기록 중 종이기록으로 넘어온 기록 상당수에 대해서 아직 공개 및 비공개 여부를 분류하지 못한 채 방치해 두고 있다.

이에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고 종이기록은 분류조차 잘 되어 있지 않아 2009년 말이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히고 있다. 더욱 분통 터지는 것은 최근 국가기록원은 인사발령을 통해서 그동안 대통령기록을 총괄했던 인력 대부분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에 대한 히스토리 전반을 이해하는 인력은 거의 전무하다.

이로 인해 일반시민들이나 언론인들이 대통령기록관 측에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기록, 영상기록을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아도 공개 및 비공개를 여부를 설정해 놓지 않은 ‘미분류’ 상태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비공개 답변을 하고 있다.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수많은 기록을 생산하여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 이는 사회적으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한 차원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록을 평가하고 분류해야 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 공개에 작업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속히 대통령기록관은 국민적 열망을 받아들여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작업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자 대통령기록관의 소임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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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국회의원 활동 감시하는 방법!

2009.06.01

박대용 정보공개센터 자문위원
(춘천MBC 기자)

우리동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뭘 얘기하고, 어떤 법안에 투표하고 있고, 어떤 법안을 만들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유권자들에게 알려야하지만, 그런 의원은 드물고 설사 보낸다고 해도 홍보성 정보가 대부분이라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번 국회의원 투표할 때, 정당이나 학벌, 지연만 보고 투표를 하다보니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의 의미가 퇴색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회의원 활동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가장 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는 참여연대에서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 사이트를 방문하는 겁니다.

열려라 국회 사이트(http://watch.peoplepower21.org/)에서는 우리동네 국회의원을 정당별, 지역별, 위원회별, 이름별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찾고 싶은 의원을 검색한 다음 의정활동 탭을 선택해보면, 본회의 출석과 본회의 투표, 법안 발의, 상임위 출석 등의 정보를 상세히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본회의 투표를 보면, 개별 법안에 대해 우리 동네 의원이 찬성을 했는지 반대했는지, 아니면 아예 불참했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고, 그 법안의 내용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법안 발의 역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제목과 내용, 그리고 현재 계류중인지 통과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가족관계과 재산, 후원금도 열람이 가능합니다.

열려라 국회 사이트보다는 불편하지만, 국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
에 접속해서 상세검색탭을 클릭하면, 시기별, 의원별, 법안별 회의록을 볼 수가 있습니다.
(http://likms.assembly.go.kr/record/index.html)

18대 국회의원 가운데, 발언횟수가 가장 많은 의원은 누구일까? 어느 정당 의원들이 발언을 많이 할까? 어느 지역 의원들이 발언을 많이 할까? 이런 궁금증도 며칠만 수고하면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회 의록 시스템의 상세검색에서 대수(18대)를 선택하고, 이름을 치면, 본회의, 상임위, 특별위, 국정감사, 국정조사, 예결위에서 발언한 횟수를 확인할 수 있고, 횟수를 클릭하면 해당 의원의 해당 발언을 회의록을 통해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의안정보시스템도 법안별 현재 처리 현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likms.assembly.go.kr/bill/jsp/main.jsp)

특정 의원이 특정 기간동안 대표발의한 법안 목록과 내용, 그리고 1인 발의, 공동발의별로도 나눠 검색이 가능합니다.

우리 동네 의원의 출석률, 발의한 법안, 발언 횟수 등을 비교 분석해보면, 활동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같은 정보를 의원별 비교할 수 있도록 랭킹 정보도 제공한다면 더 낫겠다 싶은데요.

실제로 특정 의원 한 사람의 정보만으로는 그 수준을 짐작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기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유권자들의 감시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 언론인들이 수시로 이같은 도구를 통해 해당 지역 의원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골라 제공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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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대통령 서거와 국가기록원의 부끄러운 행태

2009.05.28

                                                  조영삼(정보공개센터 이사,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블로그의 <‘이게 다 노무현 덕분이다’라는 ‘노덕놀이’ 아시나요?>라는 글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공지가 붙어있다.

  봉하마을 빈소에서 부탁한 공지사항입니다. 각 지역 시민분향소에서 작성된 방명록을 봉하마을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나중에 ‘노무현기념관’을 만들 때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님 댁’ 앞으로 보내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중요한 기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다며, 꼭 봉하마을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이 공지를 보고 기록관리학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처지에서는 한 없이 부끄럽습니다. “이런 중요한 기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다”는 표현을 봉하마을 측에서 직접했는지 아니면 고재열기자가 분위기 전달 차원에서 쓴 표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기록원이 신뢰를 잃은 기관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니까. 기록관리계에 있는 한사람으로서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부끄러운 것은 더 있다. 국가기록원은 위기극복 사례를 담은 ‘희망기록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서울로 시작해 대전, 광주를 거쳐 지금은 부산역 광장에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전시회가 진행 중인 바로 옆에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주지하듯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유출 논란이 빚어지자 노무현대통령의 참모들 10명을 고발했다. 대통령기록관리법 어디에도 사본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이미 복제본을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발을 밀어부쳤다. 그리고 고의적인 원본(또는 진본)의 유출 혐의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고발을 철회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이런 행위를 한 국가기록원이 감히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 바로 옆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음이 한없이 부끄럽다.(아마 그곳 전시부스 옆에 희망나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시민들은 그 희망나무에 노무현 전대통령을 애도하는 글도 적어 매달고 있다고 한다. 추도하는 마음을 무시하고 전시회를 강행한 국가기록원은 아마도 이런 시민들의 행동을 보고 우리도 추모에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황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기록관에 노무현 전대통령을 추모하는 펼침막도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다른 기관과 달리 대통령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기관이다. 대통령의 서거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통령과 대통령기록 생산기관의 기록의 존재가 바로 대통령기록관의 존재의 이유이다. 따라서 다른 기관은 그렇다쳐도 적어도 대통령기록관은 추모 펼침막 정도는 걸어 놓아야 한다.

  더욱이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2004년 가을 이후 기록관리혁신의 추진을 독려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재임 중에 만들어 진 곳이다. 작년 1월에는 퇴임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기록관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마지막 인사에는 “여러분들에게 기록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것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기록관리계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가 더욱 비통하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은 몇 만원이면 마련할 수 있는 추모 펼침막 하나 없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 기록대통령의 서거에 임하는 예의인가?!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장례 전 과정을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역대 최대 기록관리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봉하마을과 서울 시내 분향소 등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관련 기록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행위들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 것으로 보였으면 정작 기록남기기에 최대의 협력자가 되어야 할 봉하마을에서 작성된 방명록을 국가기록원 따위에 줄 수 없으니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겠는가?

부끄럽지만 그래도 국가기록원에 인사는 해야겠다.

그래 니들이 참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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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신영철, 보수언론, 그리고 법률가의 길

2009.05.27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하승수 변호사, 제주대 법대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적인 소식에 온 국민이 슬픔과 안타까움에 잠겨 있다. 그러나 5월 29일로 예정된 영결식이 지나면 할 일을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자의 몫일 것이다. 특히 신영철 대법관 문제가 자칫 추모열기와 함께 사그라져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한겨레 3월 6일자

신영철 대법관은 엘리뜨 판사다. 같은 법률가라도 잡초처럼 살아온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정해진 엘리뜨코스를 밟아온 사람도 있다. 신영철 대법관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의 프로필을 찾을 수 있다.

“신영철 대법관은 1953년 말경 충남 공주의 작은 농촌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81년 9월 법관으로 임관되어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서울민사지방법원, (…)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다가 2009년 2월 18일 대법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 프로필이 보여주는 것처럼, 신영철 대법관은 판사로서는 최고의 엘리뜨코스를 밟아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젊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동기들 중에서도 선두자리를 유지하다 대법관에까지 올랐다.

물론 엘리뜨코스를 밟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아마도 이번 재판개입 파문이 없었다면, 그는 그동안 무수히 배출되었던 엘리뜨코스를 밟은 대법관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화려한 경력의 대법관이 삶의 현장에서 나오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요구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런 경력의, 또는 이런 성향의 대법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여긴 적은 없다. 아무리 불만스러운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그 판결을 비판했지 판결을 내린 대법관더러 물러나라고 한 적은 없다.


사퇴를 요구하는 진정한 이유

그런데 이번만큼은 다르다. 나는 신영철 대법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대법관으로서 아주 말도 안되는 판결을 했다고 치자. 나는 그것 때문에 물러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런 사람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씨스템을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임명된 대법관을 판결내용 때문에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일 때문에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라면 지금 보수언론이 주장하듯 ‘사법독립’의 침해라고 간주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신영철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내린 판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른 법관의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특정한 방향으로 재판을 몰고 가려고 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사퇴요구는 ‘사법독립’을 전혀 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법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법원장이 법관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다면 그 즉시 ‘사법독립’은 사망한다. ‘사법독립’을 죽이려 한 사람이 대법관이라면 그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영철 대법관이 대법관으로서 내린 판결 때문에 비판받고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물러나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그는 해서는 안될 일을 한 사람이다. 그래서 물러나라고 말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보수언론은 논점을 흐리지 말라

그런데 보수언론은 문제를 계속 왜곡하고 있다. 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여는 것을 가지고 ‘집단행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집단의 구성원이 모여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게 무슨 집단행동이고 하극상인가?

사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더라도 판사들은 한 사회에서 보수적인 집단이기 마련이다. 판사 개인이 가진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보수적이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판사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에 대해 분노할 정도라면, 그만큼 그 개입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처럼 심각한 사법독립 침해에 판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지금 판사들의 목소리는 매우 자제된 듯하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어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판사들의 고심을 이해하기보다 집단주의로 매도하는 보수언론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보수언론이 그들 말대로 ‘보수(保守)’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누구보다 먼저 신영철 대법관에게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 법치주의와 사법독립을 부정하는 보수나 자유민주주의가 있을 수 있는가? 권력의 편의대로 재판결과가 좌우되는 사회가 보수언론이 만들고 싶은 사회인가? 그렇지 않다면 보수언론부터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

동아일보 3월 21일자 사설

평판사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한편 사퇴요구가 법관의 신분보장에 반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거꾸로 보면 신분보장 제도를 존중하기 때문에 사퇴요구를 하는 것이다. 사퇴요구를 해도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사퇴하는 것이 마땅한 사람에게 사퇴하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사퇴요구는 하나의 표현행위이고, 의사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어떤 이유로든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파시즘이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평판사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그리고 내부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외부를 향해 비판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어려운 일이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평판사들의 용기 덕분에 ‘사법독립’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편 안타까움도 있다. 이런 일이 아예 없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다. 어느 개인을 비판하고 물러나라고 하는 일은 모두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신영철 대법관의 결단을 기대한다. 마지못해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사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게 많은 판사들이 선배법관에게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법률가의 길은 외로운 길

지금까지 많은 법률가들이 명멸을 거듭해왔다. 대법원장이 된 사람도 있고, 명예의 문턱에서 명예롭지 못하게 물러난 사람도 있다. 정치의 길로 들어서서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고, 낙선의 고배로 좌절한 사람도 있다. 처음부터 엘리뜨코스만 밟다 지는 사람도 있고, 비탈길을 자청해서 걷다 지는 사람도 있다. 어떤 길을 걷든 그 길은 외로운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나 잘못이 용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실수나 잘못을 변명하기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주말 아침에 들려온 소식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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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기록 대통령이셨습니다.

2009.05.25

조영삼 정보공개센터 이사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전 청와대 기록연구사)


아직도 어질어질합니다. 제 아버님 작고하실 때도 이렇게 많이 울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2년 이상 병상에 계셨고, 돌아가시기 전 두 차례나 중환자실에 갔었으니 아마도 준비된 상태에서 황망함을 맞았기 때문이겠지요.

며칠 전 가까운 친구와 인터넷메신저를 하면서 그 분 얘기를 했습니다. 황송하게도 차라리 구속되는 게 낫다는 얘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 6월 14일 봉하마을 논에 오리를 풀던 날 같이 근무했던 청와대 직원들, 선생님 몇 분과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날 그 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며칠 전 위클리경향이라는 주간지에 저의 인터뷰 몇 줄이 기사로 나갔습니다. 원래 인터뷰는 앞뒤를 자르면 본의가 틀어진다는 것은 다들 아시겠지요? “복제본이라 하더라도 가져간 행위 자체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 중 이 대목에 대해 어떤 사람은 입장을 바꿨냐고 했으며, 검찰이 이 내용을 악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기사가 나가버렸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진의를 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먹먹합니다. 혹 이 기사를 보셨다면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하셨으니 보지 않으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위클리 경향 기사보기 <나의 기록을 적에게 넘기지 말라>

그 분은 기록대통령이셨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 기록물관리부터 새롭게 하고 지난날의 이런 처리에 대해서 얼렁뚱땅했던 것도 다 국민들 앞에 진상 공개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2004년 7월 20일 국무회의)

기록관리를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록 중에 필요없는 기록이 상당히 많겠지만 100% 기록을 남긴다는 원칙을 가져가지 않으면 아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모든 기록들이 사멸되어 버리고 결국 기록문화는 유지할 수 없다.
(2005년 10월 4일 국무회의)

 

 나도 여러분들에게 기록대통령으로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2008년 1월 22일 대통령기록관 방문)

 

참여정부 기록관리라는 것은 단순한 기록보존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해서 언제든지 접근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지식자산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것이 아주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08년 2월 대한민국기록문화의 혁신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기록에 대한 투자다. 기록에 투자하면 미래와 우리 아이들에게 큰 번영과 기회를 남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록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도 투자를 하도록 우리 시민들이 함께 독려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 한국이 그야말로 기록문화의 강국, 기록문화의 선진국이 되도록 그렇게 함께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년 2월 대한민국기록문화의 혁신 다큐멘터리 중에서)

그 분의 이념과 가치는 최소한의 수준이었습니다. 그 최소한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최소한을 이루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겁니다.

오늘 그 분을 뵈러 갑니다. 그러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지는 못하십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이 슬픔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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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대통령기록!

2009.05.24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우리 정치사에 가장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본인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기록관리, 정보공개운동 활동가로써 그의 기록에 대한 사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독 기록을 사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하셨지만 그가 남긴 기록은 성남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무려 800여만 건이다. 그전 대통령들이 남긴 기록의 몇 십 배에 해당하는 광대한 양이다.

  그러면 그는 왜 이렇게 광범위한 기록을 남겼을까? 2004년 필자는 모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 기록관리 운동을 하는 활동가였다. 당시 우리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문화는 처참할 정도로 부실했다. 기록을 생산하지도, 보존하지도 않았던 매우 비참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보존되었던 기록은 그저 창고에서 곰팡이의 놀이터가 된 채 썩어가고 있었다.

  당시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론인들에게 기록 관리의 현실에 대해서 수없이 토로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메이저 언론사들에게 공동 기획기사를 쓰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제안에 대해 냉담히 거절했다. 시의성도 떨어지고, 국민들의 관심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자와 함께하던 전문가들은 절망했다. 정보공개청구로 통해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기록만 보더라도 모든 상황을 증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어느 날 세계일보 탐사보도팀에서 전화가 왔다. 기록관리 현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세계일보 탐사보도팀과 수많은 토론과 고민을 한 끝에 “기록이 없는 나라” 시리즈를 시작하기로 계획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그 이후 공공기관에서 기록이 썩어 들어가는 장면을 취재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외에도 공공기관에서 기록관리가 되지 않는 현실을 수없이 취재할 수 있었다. 탄핵국면이 마무리 되었던 2004년 5월 말 무렵 “기록이 없는 나라” 시리즈를 시작했다. 세계일보는 시리즈 둘째 날 신문 지면을 통해서 기록이 썩어가는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둘째 날 보도가 나가자 말자 당시 행정자치부 허성관 장관이 세계일보에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너무나 빠른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은 그 이후에야 알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보도를 보고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행자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그 시리즈는 10여회에 걸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보도되었다. 우리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기록관리 현실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당장 당시 구성 중 이었던 정부혁신위원회에 기록관리 분야를 추가시켰다. 그 이후 정부는 기록관리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전문가들을 총체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기록관리 분야에서 필자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거의 모두 다 정부로 불려갔다. 그때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기록관리 전문가(기록연구사)들이 정부에 채용되기 시작했고, 국가기록원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또한 각종 기록관리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온갖 예산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인력, 돈, 조직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이 시작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관리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 이지원 시스템이라는 업무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특허청에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공무원이 출근과 동시에 모든 업무에 대해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필자도 이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맹렬히 기록을 생산하고 보존했다. 뿐만 아니라 행정부 전체가 기록관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모든 부처가 국가기록에 대한 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안을 제정했다. 그 이전까지 없었던 대통령 기록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법안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를 만들어 대통령 기록에 대한 민감한 기록에 대해서는 15년 동안 비공개를 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었다. 대통령의 모든 노하우를 기록을 남기되 15년을 보호해 후임 대통령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였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에 반대도 있었지만 기록을 남기겠다는 그의 집념에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할 때쯤 일반국민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기록을 남긴 업보로 후임정권으로부터 엄청나게 시달려야 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록을 봉하 마을로 유출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건국이후로 최대 국가기밀 유출이라고 떠들어 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열람권 확보를 위해 스스로 생산한 대통령기록 사본을 가져갈 수 있는지 행정안전부 및 법제처와 수 없이 상의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무시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수혜자였던 국가기록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을 대통령기록 유출로 고발하는 사태로 비화되었다. 너무나 큰 애정을 가지고 키웠던 기관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너무나 억울한 마음을 홈페이지에 억울함을 토로한 채 전체 기록을 국가기록원에 반납해야 했다. 하지만 상처는 깊었다. 수많은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분노했다. 하지만 사건은 유아무야 되고 말았다.

  그리고 2009년 5월 23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했다. 모든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 이 세상과 작별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기록은 성남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기록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갈구했던, 국정철학, 민주주의, 정치개혁, 국정개혁에 대한 정신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으나 그가 남긴 기록은 영원할 것이다. 그 기록은 후대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이다. 그토록 괴롭혔던 대통령 기록은 그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후세에 장엄하게 웅변할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후대에 이런 기록을 남겨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 이 기록은 서거한 대통령의 정신을 후세에게 생생하게 증거 해 줄 것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기록으로 모든 것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님 평안히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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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생활 사진, 돈주고 사야하나?

2009.05.2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는 신비주의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간혹 보여주는 일상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열광한다. 지금이야 정치인들이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위해 블로그나 미니홈피로 사람들을 만나고, UCC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과거 수십년 동안의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겪으면서 정치인, 특히 한 국가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은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붙였을 정도니 유신헌법으로 대통령에게 영도자의 지위를 부여하기까지 했던 이전시기야 오죽 하겠는가.

얼마 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이제껏 주로 접했던 공식석상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라 더욱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공개된 전직 대통령 사진은 모두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낼 수 있었다. 이번 사진 공개는 기록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국가기록 또는 대통령기록은 진부하고 딱딱하다 라는 기존의 관념을 탈피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록에 대해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데 기여를 한 것 같다.

전직 대통령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보공개센터는 사진을 올린 후 몇몇 시민들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사진을 직접 보고싶다, 심지어는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의였다.

하지만 굳이 사진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아도, 가격도 매겨져 있지 않은 것을 굳이 구입하려하지 않아도 국민이면 누구나 정보공개법 상 규정되어 있는 정보공개청구라는 절차로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을 받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기록을 공개하고, 기록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국가기록원이 이런 대국민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나라기록포털(http://contents.archives.go.kr )’ ‘대통령기록포털(http://pa.go.kr)’등을 통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웹상에서 디지털화된 기록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시민들은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록의 활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가기록원이 기록을 보는 일이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느끼게끔 대처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 전직대통령 사진기록을 정보공개청구한 김혜영 명지대 기록관리학 대학원생은(정보공개센터 회원) “열람에도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열람할 수 있는 국가기록원의 중앙영구기록관리시스템(CAMS) 역시 이용하는데 불편해 열람환경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단순히 열람을 하는 데에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 “이런 식이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책을 열람 할 때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며 봐야하는 거냐”며 불편한 절차와 이해하기 어려운 규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업무과정 중에 생겨난 국가의 기록은 당연히 국민의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이 기록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받아볼 수 있도록 정보공개청구가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시민들은 기록이 국민의 것이라는 것도, 또한 모든 사람들이 정보공개청구로 기록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만약 정보공개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었다면 이번에 공개된 대통령 사진은 희귀사진으로 전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진을 공개한 정보공개센터에 대통령 사진을 판매하라는 문의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전직대통령 사진을 공개하면서 기록의 중요성과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알권리를 인식시키기 위해 정보공개청구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가기록원과 공공기관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보공개청구가 우리 사회 일상에 자리잡게 된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확산시키고 국가와 시민사이에 신뢰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창구가 될 것이다.

정보공개센터 역시 앞으로 정보공개 제도 확산과 알권리 실현을 위해 시민들에게 중요 기록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사진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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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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