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언론인들의 자기검열과 무너지는 알권리

2009.04.21

박대용 정보공개센터 자문위원
(춘천mbc 기자)

                                                                           
언론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게이트 키핑이라는 말이 있다. 좀 나쁘게 말해 내부 검열이다.

우선 기사 작성 과정에서 취사 선택되고, 편집 과정에서 또 한 번의 검열 과정을 거친다.

과거 군사정권때는 외압이 작용해 이런 외부에 의한 검열이 무차별적으로 횡행했지만, 지금은 그런 외압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요즘은 기사 작성자 스스로 검열을 하는 내부 검열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양심에 따라 보고 들은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요, 소임이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가 않다.

써서는 안될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곳을 건드리는 일이 금기시되는 분야가 기자들의 내면에서 검열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기 검열의 영역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데, 요즘들어 이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큰 원인은 기자,  PD에 대한 검찰, 경찰의 수사가 과거보다 과감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기자나 PD 들은 법에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표현의 자유를 일반 국민보다 더 누리고 있고, 일종의 면책특권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부여돼 왔다.

그래서 자신의 양심에 따른 기사 작성과 제작을 해왔고, 국민들은 과거 어두웠던 시절보다 훨씬 더 권력의 치부나 부자들의 변칙을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요즘은 취재 시작 단계부터 그러한 시도를 자제한다. 쉽게 말해 나름 지식인으로 자부하는 기자나 PD들이 소나기는 피해보자는 생각으로 알아서 안쓰고 있다.

기자의 자기 검열은 보다 과감한 취재와 정보공개청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기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대신 국민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에 관심을 더 보이고 있다.

언론사의 경영이 악화된 것도 원인이지만, 매일 뭔가를 취재해야할 기자들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라는 영역을 지워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려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반성이나 자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오히려 집단적 자기 합리화를 통해 뉴스의 가치와 방향을 새로 정립해나가고 있다.

때문에, 주류 언론을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 언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자들이 자기검열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재 방향이 좌나 우가 아닌, 상하 어디에 편중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보실에서 대접하는 융숭한 식사 자리보다 빈민들과 함께하는 단촐한 식사 자리를 더 자주 가볼 필요가 있다.

출입처 편안한 자리보다 시장 좌판 언저리에 앉아 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자들끼리 어울려가며 집단적 자기 합리화하는 것보다 언론사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초심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력난에 시간도 부족하다보니 그냥 쉽게 편한 선택을 하기 보다 기사 작성을 좀 늦게 하더라도 약간 더 불편한 선택을 해볼 필요도 있다.

결국 과거의 편한 선택을 한 결과가 현재 자신의 인식과 양심, 자기 검열의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정권의 언론탄압을 탓하기에 앞서 기자들 스스로 자기 검열의 덫에 걸려 있지나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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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무죄선고, 검찰의 굴욕

2009.04.20
오늘 미네르바가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애초 이 사건은 구속은 물론 벌금 거리도 되지 못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기통신기본법”이라는 일반인들이 대부분 알지도 못하는 법안을 근거로 미네르바를 구속시켰습니다. 

미네르바라는 한 네티즌의 글 하나가 어떻게 공익을 침해했는지, 공익을 침해했으면 구체적 피해자들은 누군지에 대한 정확한 지적조차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검찰이 네티즌들의 입과 귀를 막겠다고 하는 의지에 다름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욕하면 잡혀들어가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술자리 보다 더욱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가 바로 사이버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을 전기통신기본법이라는 시대착오적 법안으로 막겠다고 하는 것은 전세계적 망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다시 검찰청의 존재의 이유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검찰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입니다.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대변하고, 국민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입니다.

지금이라도 미네르바가 왜 이런글을 썼고, 이 글에 왜 국민들이 환호했는지 천천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30년 초반 한청년이 부당하게 몇 개월동안 차가운 감옥안에 있었던 것에 대해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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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찬 신부 김보슬 PD와 4.19 혁명

2009.04.16

– 피디저널 – 

                                                                                              – 정보공개센터 –

4월 19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보슬 피디가 수갑에 묶인채 서울중앙지검으로 끌려 갔습니다.

결혼을 3일 남겨놓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국민의 한사람으로 기가막힐 뿐입니다.

저 장면을 보는 양가 집안은 물론 온 국민들이 충격을 먹고 있습니다.

광우병 위험을 알리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새신부가 수갑을 찬 현실이 너무나 기가막힙니다.

답답하고 또 답답할 뿐입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김보슬 피디의 결혼식이 4월 19일이라는 것입니다.

4월 19일은 4.19 혁명일입니다. 4.19혁명은 이승만 독재정치와 부정부패에 항거하여 일어난 혁명이었습니다.

이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50년가까이 지난 지금 양심있는 언론인들이 수갑에 묶인 채 잡혀가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역사를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인을 탄압하는 정부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소통하는 정부, 능력있는 정부는 언론의 따끔한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국민과 대화하려고 합니다.

언론인이 잡혀들아가는 모습에 국민들은 정부와 대화의 의지를 잃습니다.

정부는 50년 전 4.19 혁명이 왜 일어났는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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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정보공개제도 200% 활용하려면..

2009.04.16


정보공개 옆에 두고 활용하기 – ‘만들기, 남기기, 보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류한조 회원


정보공개 청구는 공공기관 어디선가 생산한 기록을 요청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정보공개 요청으로 인해서 새로운 정보가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생산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청할 뿐이지요.

이 때 생산된 기록을 볼 수 없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지정된 사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이미 없어져버린 경우입니다. 어쩌면 정보공개는 정보가 생산되고, 남겨져 보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청구자 입장에서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얻어내고자 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록들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았거나 잘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에 청구자들은 공개내용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언제나 느긋하게 기다려야 하는 정보공개 청구 자체에 대한 회의를 품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불만족스런 청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정보가 생산되는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보는 주로 기록의 형태로 생산되는데, 이 기록은 어떤 행위의 결과물로 생산되어 관리됩니다. 따라서 청구한 기록이 없다는 통보는 곧 청구자가 보고자 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폐기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담당기관이 생산해야할 기록을 생산하지 않거나 중요한 기록을 폐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당 기록과 그 배경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통보받은 결과물을 ‘공개, 비공개’, ‘완전, 불완전’의 단순한 관점을 넘어서 생산자와 관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논문이나 기사작성에 도움을 얻고자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이러한 관점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논문이나 기사는 쓰고자 하는 대상(행위)이 대체로 분명하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는 원하는 정보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가치를 지닙니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원하는 대상이나 행위에 대한 기록이 생산되어 있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생산되어 있다면, 청구자가 이를 보완하여 직접 생산하거나 민간에서 수집 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정보공개 청구가 원하는 정보를 얻는 제 1의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기록은 대상(행위)을 완전하게 담아낼 수 없습니다. 생산 및 관리과정에서 누군가의 해석과 선별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록을 보는 이가 정확히 해석해 내려면 배경정보 및 보완정보가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대상(행위)을 누군가에게 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주려면 정보공개 결과물을 포함한 여러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그에 대한 이해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정보공개 청구는 어렵고 실망스런 존재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정보공개 청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청구한 정보, 즉 기록이 어떻게 생산되고 관리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해 눈여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는지만 확인하는 정보공개 청구에서 벗어나 한발 더 나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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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부패방지 의지가 있는가

2009.04.16

국회만 없는 ‘공무원행동강령’

국회 부패방지 의지 있는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광모 이사

여의도통신 선임기자


국회는 공무원행동강령이 없다. 2009년 현재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312곳, 공직유관단체 553 곳이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행동강령이 유일하게 국회만 없는 것이다. 공무원행동강령은 공직자가 준수해야 할 청렴규정으로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공무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무원행동강령 입안 단계부터 국회에서도 행동강령을 제정하여 운용할 것을 촉구하고 지금까지 독촉하고 있으나 17대 국회와 18대 국회 모두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공직자의 부패행위 감시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8조는 공직자가 준수하여야 할 행동강령을 대통령령과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관위규칙으로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는 ‘부패방지 시행규칙’과 공무원행동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였으나 국회는 제정을 미루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회의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회의, 중앙선관위는 상임위원회의에서 위 규칙 등을 정하고 국회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은 2008년 2월 제정되었지만 위 법 시행으로 폐지된 종전 ‘부패방지법’도 8조에서 ‘공직자 행동강령’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종전 부패방지법 시행 때부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등은 모두 공무원행동강령을 제정하였으나 국회는 제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제정한 ‘법관 및 법원공무원 행동강령’은 2조에서 ‘선물’과 ‘향응’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고 5조는 법관과 공무원의 특정인에 대한 특혜 금지, 6조는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상급자가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지시를 할 경우에 지시에 따르지 아니할 수 있는 내용도 3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2008년 2월 29일 ‘국제연합 부패방지협약’을 비준동의하였다. 위 협약은 선출직을 포함한 공무원의 부패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기준인 부패방지협약을 비준한 국회가 정작 자신들에 적용할 공무원행동강령은 제정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박연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박관용, 김원기 전직 국회의장이 조사를 받는 부끄러운 모습은 부패한 입법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 뿌리는 공무원 행동강령도 제정하지 않은 안이한 자세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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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에서 골리앗까지- 풍동 철거민을 바라보며

2009.04.13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하규 회원

  검은 스크린. 여러 개의 망치가 콘크리트 벽을 부수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간간이 무언가 무너지는 묵직한 소리 그리고 파편과 가루들이 어지럽게 떨어지는 소리들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들려온다. 잠시 후 화면이 밝아오면서, 어딘가를 무기력하게 쳐다보는 노인의 얼굴이 한동안 클로즈업된다.

이 두 장면은 2002년 대한주택공사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폭력을 폭로하는 김경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골리앗의 구조’의 첫 장면이자, 70년대 힘없고 소외된 자들이 희생되는 사회 구조를 드러낸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현재로 호출하는 이미지이다.

  영화는 풍동 철거민 대책위원회 위원장 채병남의 진술을 담담히 들려주면서 그 사이 사이 철거민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격렬하게 대치하는 장면들을 삽입해서 보여준다. 채병남 위원장의 진술을 정리해보면 그들이 대치했던 상대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건설업체와 용역업체 직원들, 대한주택공사와 관할구청과 경찰과 소방서 같은 공공기관들, 그리고 여론 형성 주체들이다. 

  건설회사는 철거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을 고용하고, 용역업체 직원들은 다음 계약을 손쉽게 수주하기 위한 실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당시 고공크레인 끝에 달린 컨테이너에 몸을 실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무장한 채 철거민들을 공격해 왔다고 한다. 

  골리앗은 이들과 맞서기 위해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만든 구조물로서 최후의 근거지이다. 채병남 위원장은 물리적 근거지가 없으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상실된다며 용역업체 직원들이 가장 먼저 건물을 부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 과정을 철거민들은 ‘침탈’이라고 부르는데 침탈에는 똥을 퍼붓고 도망가거나, 옆집에 불을 지르거나, 죽이겠다는 협박 등이 동반된다.
 
  이 폭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업무방해와 폭력으로 2명이 구속되고 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쇠(유리)구슬을 강력하게 쏘고 화염병을 더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해외에서 수입한 새총을 사용하고, 옆 건물에 불을 지르고, 최루가스 및 정체불명의 액을 철거민을 향해 뿌려도 그들은 증거불충분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채병남 위원장은 경찰이 이처럼 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하여 용역업체 직원들의 불법과 폭력에는 눈을 감고 철거민의 작은 저항은 잡아가거나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더불어 그들은 건물에 불이 나도 출동하지 않는 소방서나 관할 구청의 태도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사람, 불법적이고 떼를 쓰는 사람, 보호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시선과도 맞서야 했다. 

 이 영화를 보며 필자가 가장 불편했던 것은 용역깡패라고 불러도 무방할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 전 서울 한복판에서 공권력의 이름으로 철거민들을 화형시킨 용산참사 때에는 용역깡패들이 경찰과 공권력을 공유했다는 것이 전국민에게 공개되기도 했다. 사적 분쟁의 당사자인 용역깡패가 공권력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활동했다는 사실과 그들이 결국 가난한 자들을 처리했다는 현실이 대단히 불편하고, 무서웠던 것이다. 

  조세희는 이미 30여 년 전에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이러한 사회상을 정확히 그려냈다. ‘상계동 올림픽’과 같은 독립영화, ‘비트’나 ‘비열한 거리’ 등 파급력 있는 상업영화에서도 철거깡패들은 등장한다. 박정희,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 공히 철거깡패들이 공권력의 비호 아래, 혹은 직접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해 온 것이다. 철거깡패의 연원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30년 이상을 공권력과 동거해 왔다.

 철거민 문제를 무차별적인 토지개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주민에 대한 보상가와 그 지역에 세워질 건물의 분양가 사이의 비현실적인 격차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본 편향적인 정부와 법원의 처사는 언제든 견제해야 할 비판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은 공적인 영역, 정치의 영역, 법의 영역에서 대립하고 합의되면서 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용역깡패라는 사적 폭력은 공공성과 정치와 법의 영역에서 갈등이 해결되거나 증폭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방해한다. 따라서 비록 정치와 법이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더라도 사적 폭력을 공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는 일은 현재의 정치와 법의 성격을 광장에 공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풍동 철거민 문제는 아직도 법원에 계류 중이고, 풍동 이외의 수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뉴타운 개발로 인해 철거민과 자본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듯하다. 
 

  풍동 철거민들은 침탈해오는 용역깡패들에 저항하기 위해 ‘골리앗’을 만들었고, 골리앗이라는 어휘에는 약하지만 약하지 않겠다는 철거민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영화 ‘골리앗의 구조’는 철거민들이 처한 사회구조적 상황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철거민들을 압박하는 거대한 협업 관계 주체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덧댐)
  ‘골리앗의 구조’는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소수자에 관한 사회문제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하나의 기록물로서 철거라는 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당대의 사회문화의 증거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영화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며, 극영화보다 덜 주관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픽션이라는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다는 전제를 관객과 공유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리앗의 구조’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전면적으로 벗어나 있던 지점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역할을 하고 있고,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 사적 폭력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과 위험성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책이 출간됐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여기 사람이 있다’는 일종의 구술기록으로서 철거에 관한 공시적, 통시적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492726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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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수사를 보며,,기소편의주의와 명예훼손에 관한 단상

2009.04.09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성창재 변호사
(성원법률 사무소)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후의 정황’.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필자로서는 연수원 시절 검찰실무수습 2개월(검사 직무대리)이 검찰에서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였던지라, 감히 검사의 직무에 관하여 운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허나 위와 같은 형사법의 규정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는, 현행법상 기소(공소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피의자의 연령, 성행(성품), 가정환경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굳이 기소를 통하여 형사처벌까지 받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기소유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기소편의주의라는 것은 기소를 통한 형사처벌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검사로 하여금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잠재적 피의자(?!)’들인 일반 국민들에 대한 형사제재의 폭을 최대한 좁히자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소편의주의를 역으로 생각하여, ‘현행법상 도저히 처벌할만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검사가 일단 기소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유추해석’을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제도적 취지를 감안하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현행법상 처벌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이는 사건이라면, 위와 같은 기소는 물론이고 그와 같은 사건에 관한 ‘수사’자체도 매우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기소하지도 않을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명백한 수사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은 ‘수사’라는 그 자체가 가지는 사실상 ‘처벌의 효과’와 사회적으로 ‘범죄자’라는 ‘낙인’효과까지 감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모 방송사의 PD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 위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담당자가 ‘기소편의주의’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필자보다 법조 선배이거나 적어도 검찰업무에 관하여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많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사로 보인다.

사진출처 : 미디어오늘

‘명예훼손죄’에 관하여는, 공직자 개인이 피해자인 경우에도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라면서 대법원도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 공직자가 아니라 ‘정부의 중앙부처’의 대외적인 협상업무의 타당성 여부에 관한 견해 표명행위에 관하여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필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위 사건에 관한 검찰의 수사태도 대로라면, 텔레비전에서 매주 방영되는 시사토론이나 일간신문에 게재되는 시사대담 등의 꼭지에서 정부 내지 정부의 특정 부처의 업무처리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과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수사하여야 한다는 것인바, 과연 그와 같은 수사가 타당한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가능할 것인지조차도 의문이다.

이제라도 검찰은 ‘기소편의주의’를 처벌가능성이 없는 행위에 대한 ‘수사’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할 것이 아니라,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처벌받기에 마땅하지 않은 어린 백성들을 구제하는데 사용하여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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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출산 그러나 반복되는 이산가족 현실

2009.04.07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봄날의 피어나는 꽃보다 아름다운 생명이 우리 가족에게 다가왔다. 6살짜리 아들 녀석은 동생을 볼 때마다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이곳저곳을 만져보고, 얼굴도 비비고 아끼면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동생에게 선뜻 가져다준다. 그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

아내도 첫째 아이를 키울 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숙련 된 솜씨로 아이를 다루고 있다. 얼굴에는 제법 엄마의 따뜻함도 묻어나는 것 같다. 오줌과 똥을 싸도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고 젖을 빠는 아이의 모습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가난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우리가족에게 연일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런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막내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세월보다 빠른 것이 아이의 성장과정이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우리 가족은 헤어져야 한다. 아내의 출산휴가 종료일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휴가가 끝나면 우리 부부는 모두 직장으로 가야 한다. 아내가 직장으로 복귀하는 순간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우선 서울에서 막내를 키울 수 없다. 서울에 연고지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애를 어린이 집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없이 부모님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런 경험은 이미 우리가족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기 때문이다. 딱 6년 만에 이런 일들을 반복한다는 것이 그저 기막히고 답답할 뿐이다.

아이가 지방으로 가면서 겪을 일들을 조금 나열해보자. 우선 아이가 옹알이하고, 뒤집고, 앉는 과정을 보지 못할 것이다. 2주에 한번 씩 내려가면 아이는 변해있다. 아이는 할머니를 점점 엄마로 여길 것이며 같이 살고 있는 삼촌을 아빠로 대할 것이다. 가끔 오는 부모들을 보면서 그저 낯선 인물로 여기며 울어댈 것이다. 한 이틀 아이와 정이 들 만하면 그 고사리 같은 손을 뿌리치고 서울로 올라와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한 이틀 아이 걱정을 하며 눈물을 지을 것이며, 난 그 모습을 보면서 괴로워 할 것이다.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밤이 새도록 걱정할 것이며 핸드폰을 귀를 기울이며 안타까워 할 것이다. 장모님은 육아의 피로 때문에 온 몸이 아플 것이며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죄송함에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더군다나 6년 전에 비해 한 가지 고민거리가 늘어났다. 첫째와 막내와의 관계다. 둘의 관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나 걱정스럽다. 한 2년쯤 떨어져 있다 보면 과연 형제로써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예상컨대 형제는 서로를 보며 어색해 할 것이며 2년 후 한 집안에서 자라면서도 서로 적응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할 것이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아픔이 싫어 집에 육아도우미를 고용 하려고 하면 15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며, 그 또한 믿고 맡기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은 첫째 아이가 탄생했던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이 36년 전 우리 어머니도 나를 이렇게 키웠다는 것이다. 4-5살쯤 어머니가 눈물을 지으면서 나와 헤어지던 장면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정말 비극적인 현실 아닌가? 답답하고 개탄스럽다. 

4대강 정비에 몇 십 조의 예산을 쏟아 붓고, 건설 경기를 부양한다면서 미분양 아파트까지 사주고 있는 정부에서 왜 이런 가정들의 어려움에는 눈을 감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각 지역마다 육아센터를 개소하고 전문적인 육아 전문가들을 고용해 3세 이하 영아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돌봐주는 것은 꿈같은 현실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발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육아 분야이다. 각종 선거 때 마다 부모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준다고 공약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많이 놓으라고 채근하고 있지만 육아현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한 가정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이 평범하고 보편적인 진리가 이 사회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몇 주후 면 우리 가족은 이런 현실에 체념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2년 동안 수많은 아픔과 눈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능력한 가장과 살 수 밖에 없는 가족들에게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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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유

2009.04.0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박대용 자문위원
(춘천MBC 기자)


숨어 있는 정보를 찾아내야하는 일이 직업인 기자에게 ‘정보공개청구’는 분명 효율적인 취재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 강의를 처음 듣는 기자들은 탄성을 지를 정도로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다. 갑과 을의 관계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바뀔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보공개청구라는 취재기법을 알게된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천여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지방자치단체 예산 감시와 관련해 여러가지 보도를 해왔다. 기관장 차량 운행 실태, 해외 출장 실태, 홍보비 지출 내역, 동계올림픽 후원금 사용 실태, 고위 공무원 땅 투기 의혹 등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는데 정보공개청구는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필자 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를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청구하고 난 뒤, 열흘동안 기다려야하는 불편때문이다. 당일 때거리를 찾아 헤매는 기자에게 열흘 뒤 기사 거리를 준비한다는 것은 팔자 편한 얘기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매일 하나씩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는 습관을 들이다보면, 열흘 뒤부터는 매일 기사거리가 생산되고, 이따금 다른 기자들이 취재할 수 없는 정보를 내가 이미 확보하고 있을 때 미리 준비하는 자의 행복을 맛볼 수 있게 된다.

두번째 이유는 출입처를 가진 동료 기자들로부터의 따가운 눈총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다보면, 동료기자들의 출입처 행정기관에도 자주 하게 되는데,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성가시게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출입처 동료기자들에게 눈치를 주게된다. 쉽게 말해서 ‘출입처에 기자가 있는데, 왜 다른 기자가 자꾸 영역 침범하게 놔두냐’는 식이다. 그런데, 막상 출입처 해당 기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그냥 달라고 하지 왜 정보공개청구하냐’고 섭섭한 기색을 보인다. 결국 기자들이 이런 불편한 관계때문에 정보공개청구에 점점 멀어지게 되고, 종국에는 출입처에서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정보만 가지고 기사를 쓰게 되는 일에 안주하고 만다.

세번째 이유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정보가 그다지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이 문제이기도 한데, 정보공개 초심자들은 정보공개청구하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무원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오거나, 실컷 설명해서 받은 정보도 결제과정에서 정제된 상태여서 기사 가치가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가급적 원본 기록물을 청구해야한다. 증빙서류 사본 같은 손대지 않은 원본 자료를 입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나중에 분석해야하는 불편이 뒤따르겠지만, 정보공개를 해야할 공무원도 자료 분석, 발췌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 서로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네번째 이유는 신문기자와 달리 방송기자는 입수된 자료만으로는 기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방송기자는 현장 화면이 우선 필요한데, 당장 기관장 관용차 가격을 입수했다고 해도 기관장들을 따라 다니며, 촬영하고, 인터뷰까지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열흘을 기다린 뒤에도 촬영을 위해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섯번째 이유는 갈수록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공무원들의 태도가 불성실해지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작년 4월과 올해 4월과 비교해봐도 그렇고, 한 달 전과 지금을 비교해봐도 그렇다. 고의적으로 정보를 누락한다거나 허위 정보를 노출시킨다. 그렇다고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는 줄 안다. 이의신청하면 곧바로 공개할 정보를 일단 비공개부터 결정하고 본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것 저것 신경쓸 것 많은 기자에게 이런 문제로 실랑이 벌이고, 신경전 벌이는 것은 어쩌면 정보공개청구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위 다섯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은폐된 정보를 캐내야하는 사명을 가진 기자에게 정보공개청구는 취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요 과정이다. 동료가 불편해한다면, 입수한 고급 정보를 한 번 쯤은 그 기자에게 자료를 넘겨주거나 같이 공동 취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기사 거리를 제공하는 취재원(기자 포함)에게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항상 특종하는 기자는 단명할 수밖에 없다는 불문율도 서글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보공개청구하는 요령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익힐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법 뿐만 아니라, 관련 판례도 알아두면 이의신청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필자의 경우, 정보공개법과 판례를 들어 이의신청을 해서 거의 원하는 정보를 받아냈다. 이런 점에서 정보공개센터가 언론재단 같은 기관과 손을 잡고 현직 기자들을 위한 교육과 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아예 이의신청하는 요령만 골라 사례별로 특강을 열어봐도 좋을 것 같다.

투명한 사회는 돈과 힘을 가진 자에게는 불편하겠지만,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질서를 가진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 은폐된 정보를 캐내고 이를 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기자들의 사명이요, 의무다. 정보공개청구는 이같은 기자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고, 취재 수단이라는 점만 명심하자. 언젠가는 스스로 기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왜 기자가 되었는지, 그동안 초심에서 얼마나 벗아나 있었는지 깨닫게 될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큰 특종을 낚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딥스로트(Deep Throat)가 내 휴대폰 벨을 울리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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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베짱 국회

2009.04.01

의원외교관련 문서 여전히 감추기
대법 판결도 무시하는 배짱 국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광모 이사

지난 3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대치가 끝나자 의원들의 국외출장이 시작되었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이 외유를 자제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만큼 국회의원들의 외유 관행은 뿌리 깊고 국민들의 외유에 대한 불신도 높다. 그렇지만 국회는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의원 외유 실태와 경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국회에 2006년부터 2009년 2월까지 국토해양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의 해외연수 및 출장 내역(계획서 및 예산서, 출장보고서, 영수증)을 정보공개청구하면 국회기록보존소는 이 공개청구를 의전과에게만 보낸다.

의전과는 3월 하순 필자에게 2006년 1건, 2007년 2건 총 3건의 외유결과보고서를 열람하게 하고 복사를 못하게 한다. 영수증은 아예 열람 금지다.

4년 2개월간 3개 상임위 중 국제국을 통해 나간 의원이 3개 팀이라는 사실도 믿기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국회 사무처와 의전과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 1월 15일 의원외교 관련 영수증과 서류 사본을 교부하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졌다. (대법원 사건 2008두 19802호, 사본공개거부처분취소, 피고 국회사무총장) 따라서 국민이 정보공개를 통해 국회사무처에 의원외교 문서 사본을 요청하면 당연히 응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사무처와 의전과는 대법원 판결이야 있든 말든 사본공개를 하지 않고 영수증도 교부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국회사무처는 지난 2002년 6월 경실련이 낸 ‘국회의원 외유 정보공개거부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일이 있다. 당시 경실련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 의원 해외활동 자료, 비용지급현황, 회계보고 및 영수증 자료 △ 상임위원회별 해외시찰 현황자료 △ 해외선물수령신고 현황 등 8개 항목에 대해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국회사무처는 2002년에 의원외교 자료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패하였는데도 계속 자료공개를 거부하였고 다시 2009년 1월 대법원 소송에서 졌다. 그리고도 아직 의원외교관련 문서 사본 교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회사무처가 사본공개를 못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이 의원외교 실상을 알면 분노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필사한 건설교통위원회가 2007년 1월 9일부터 19일(9박 11일간)까지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다녀온 결과보고서를 보자.

외유단장은 조일현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단원은 윤두환 간사 (한나라당), 정장선의원(열린우리당), 정진석의원(국민중심당)이고 유병곤 수석전문위원이 수행하였다. 9박 11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몇 차례의 교민간담회와 건설지사장 면담과 현장방문을 제외하면 모두 관광일정이다.

1월 10일 방문한 블루마운틴은 호주의 대표적 관광지인데 ‘호주관광 성공상품 사례’란 방문 목적이 쓰여 있다. 결과보고서에는 3장의 블루마운틴 관광지 사진이 있는데 관광상품 성공 사례란 설명이 붙어 있다. 국회의원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이런 관광성 외유활동을 하고, 그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회의 신뢰도가 올라갈 수 없다.

국민들이 국회를 믿지 않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국회가 의원외교활동과 경비 내역을 국회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국회는 국민에게 성큼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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