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6일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성명, 부서, 직급(직위), 담당업무를 포함하는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정보공개거부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지담과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임자운 변호사가 맡았다. (관련 기사 : 윤석열 대통령실과 정보공개소송을 시작합니다)
소송 제기 1년 뒤인 지난 9월 22일 서울행정법원 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투명한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의 친구 아들과 6촌 친인척을 행정관으로 채용한 것을 비롯해 극우 유튜버의 가족과 김건희씨 측근,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직원까지 이른바 대규모 ‘사적채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공개 받아 국민의 의혹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재산공개 대상으로 이미 신원이 공개된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1급 이상 직원 명단만 공개하고 나머지 직원 정보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에 해당하고 공개될 경우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 및 6호)로 비공개했다.
정보공개센터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성명과 소속, 직책, 담당업무를 포함하는 직원 명단 또는 조직도를 공개하고 있어 대통령비서실만 특별히 직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부족하다며 대통령비서실에 즉각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은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각종 로비나 청탁에 노출될 수 있어 공정한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며 되려 비공개 사유를 한 가지 더 추가해 이의신청을 기각해 버렸다.
대통령비서실 논리대로라면 이미 직원 명단이나 직원의 이름과 직책 등이 표기된 조직도가 공개되어 있는 다른 공공기관은 명단이 공개되어도 로비나 청탁에서 자유롭고 대통령실은 유독 그런 유혹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렇게 황당한 논리로 비공개가 된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공적 관심사안”
1심 재판부는 국가기밀과 안보 관련 정보라는 대통령비서실 주장에 대해 “국가기밀과 안보를 취급하는 국가정보원 직원 명단은 비공개되고 있으나, 국가 안보 업무는 대통령실 산하 국가 안보실에서, 대통령 경호업무는 대통령경호처에서 별도로 수행하고 있고, 이 사건 정보는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와 조직이 구분된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 명단에 국한된다”며 대통령비서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직무는 공적 영역에 관한 것이고,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서, 성명, 직위가 드러나게 된다”며 “단순히 공무원 명단을 공개한다고 하여 그 명단에 포함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이의신청과 재판 중에 각각 추가한 비공개 사유인 공정한 업무수행 차질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한다고 하여 해당 공무원이 로비 및 위협, 악성 민원 등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에 노출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뚜렷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공개되더라도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적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 예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한데 “대통령비서실 명단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 제5호, 제6호의 비공개사유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외 별다른 비공개 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정보는 비공개로 분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에서 ‘담당 업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이 공무원별로 담당하고 있는 업무분장이 기재된 문서를 보유·관리하고 있거나 이에 대한 기초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별다른 증거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 판결했다.
대통령비서실 전체 또는 각 부서에 업무분장표나 그와 유사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러운 사실이지만 담당 업무를 제외한 명단이 공개되면 직원별 소속과 직책으로 담당 업무를 대략 갈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항소한 대통령비서실
법원이 국민의 알권리 손을 들어준 판결임에도 대통령비서실은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대통령비서실이 승소하기 위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직원 명단의 공개가 위법하거나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1심 재판 내내 비공개 사유를 무리하게 추가한 대통령비서실의 소송 과정을 돌아보면 실제 승소의 확률이 다투어 봄 직 하거나 직원 명단을 비공개 하는 것에 어떤 공익이 있어 항소를 진행한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 대통령비서실장은 그저 자기 주머니에서 소송 비용이 나가지 않으니 승·패소 여부에 상관없이 대법원까지 항고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후반까지 직원 명단 공개를 유예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묻지마식 항소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보공개센터는 국민의 알권리가 존중 받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보다 높아지도록 이어지는 항소심에서도 최선을 다해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