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틀어막는 정보공개법 개정안 반대한다
최근 국회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대표발의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안번호 : 2126286)이 발의되었습니다. 핵심 내용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중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하여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인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금지하고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는 종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권자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를 가지게 되고,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종결 처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민원으로 처리된 내용을 재차 정보공개 청구하거나, 이미 정보공개 여부가 결정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등에 한정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를 집어넣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하다는 모호하고 확정적이지 않은 문구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공공정보는 공개가 원칙이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해놓은 사유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입니다. 정보공개 청구권은 기본권인 알권리와 직결되는 만큼, 비공개의 근거 역시 법률로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통념’ 따위의 명확하지 않은 문구를 들어 공개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시키는 것은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부당하거나 사회통념 상 과도한 요구”인지를 판단하는 주체가 공공기관의 담당 공무원이기 때문에, 결국 공무원 마음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시민은 이의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같은 내용을 다시 정보공개 청구하면, 이번에는 반복 청구라는 이유로 다시 종결처리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공무원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 청구인이 민원성 청구, 악의적 청구를 남발하면서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보공개 청구 시 수수료 납부 후 청구처리를 수행하도록 하고,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개 업무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무엇보다도 대다수 정보공개 업무 담당자들이 민원 업무 등 여러 보직을 겸임하는 상황을 인력 충원 및 전문성 강화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반대합니다.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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