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공개사유] 국민 알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비공개 공화국’

2024.06.20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의 가치를 역설하며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행보를 돌아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고자 했던 나라의 모습은 ‘비공개 공화국’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정치적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보를 숨기고, 통제하는 데 골몰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깡그리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동해 가스전 ‘대왕고래 프로젝트’만 봐도 정부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통령의 야심 찬 발표 이후 사업 추진 과정의 의혹이 불거지자 관련 자료의 공개 여부를 하루아침에 뒤집어버렸다. 당초 정보공개포털에서 ‘부분공개’하던 시추 용역과 현장 감독 관련 계약 정보를 한국석유공사가 순식간에 ‘비공개’로 바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과 최수지 문화체육관광부 청년보좌역의 2024 청년정책 추진계획 보고를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2024.03.05. ⓒ뉴시스

정보공개법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 중 공개 대상으로 분류된 정보를 따로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정보공개포털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자료들이 본래 ‘부분공개’였다는 것은 이미 비공개해야 할 만한 내용은 가리고, 공개 가능한 정보들은 공개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는 것인데, 이는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애초에 개인정보 등을 가리고 공개했기에 ‘부분공개’ 상태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영업상 비밀’과 ‘국가 자원안보’ 등을 사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를 숨긴 것이라 보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를 초청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초청자 명단을 파기했다고 둘러댔다. 명단 파기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다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집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시공능력이 의심스러운 소규모 건설사와 수의계약한 것이 논란이 되자, 재빨리 관련 수의계약 정보를 꽁꽁 감췄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일정이 보도되자, 바로 해당 자료를 비공개로 바꿨다. 논란이 생기면 일단 정보를 감추고 보는, 이른바 ‘논란 → 비공개 → 시간 끌기’가 윤석열 정부의 행정 공식인 듯하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보이는 행보 역시 실상은 정반대다. 올해 초 새해 첫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민생토론회’로 열었지만, 대통령 모두 발언만 현장 취재를 허용했을 뿐 행사 대부분은 깜깜이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인터넷 생중계도 없었고, 참여 시민을 어떻게 선정했는지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데, 그마저도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라고 한다. 사과는 사과인데 ‘비공개 사과’를 한 셈이다.

 

 

국정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한 정부가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소통과 투명성 밖에는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정보 공개 청구가 들어오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의혹이 불거지면 바로 쉬쉬한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불편한 진실과 감추고 싶은 사실이 너무 많기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이 습관이 되어버린 걸까. 어느 쪽이든 ‘국민이 주인인 나라’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by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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