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악성정보공개 청구 방지와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법 개정 국회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박정현/양부남 의원실과 행정안전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그리고 재정넷이 함께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과 쟁점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발제에 나선 행정안전부 김동현 정보공개과장은 악성 정보공개 청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안전부 개정안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에 대한 종결 처리 근거 마련, 청구 비용 사전 납부제 도입 등이 있었습니다. 김동현 과장은 정보공개 청구 건수 급증으로 인한 담당자들의 업무 부담 증가를 언급하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사무국장은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사례들을 제시하며, 행안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정보공개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민지 사무국장은 정보공개 청구의 목적이나 필요성으로 공개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현행법으로도 악성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전정보공개 확대, 정보 부존재 이의신청 절차 마련, 독립적인 정보공개심판원 신설 등이 필요하며, 정보공개 포털 이용 제한 등 시스템적 개선을 통해 악성 청구를 예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부당한 비공개 결정에 대한 제재 조항 신설 등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시군구연맹 공주석 위원장은 악성 정보공개 청구로 인한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공 위원장은 악성 정보공개 청구로 인해 일부 공무원들이 자괴감을 느끼거나 사직을 고려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진 토론 과정에서 여러 쟁점들이 제기되었습니다. 경실련 신현기 위원장은 해외 정보공개법/정보자유법의 사례를 언급하며, 보다 구체적인 권리남용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대표는 무리한 법 개정 보다는 정보공개 포털의 이용약관 개정 등을 통해 악성 청구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행안부의 개정안이 현재 법무부,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정보 비공개 논리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권력기관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선 공무원들이 겪는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조와 시민사회가 보다 많은 대화를 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무엇보다도 행정안전부가 책임을 지고 정보공개포털의 이용 약관 개정을 통한 악성 청구인 이용 제한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정보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산시청 남정연 기록팀장은 담당자 한 사람이 연간 수백건씩 정보공개 청구를 처리해야 하는데, 악성 정보공개 청구 때문에 정상적인 정보공개 청구 처리 업무에도 영향을 받는 상황에 대해 증언하였습니다. 영주시청 이예경 주무관은 15년 간 정보공개 업무를 담당하면서, 청구 건수가 급증하는 경험을 했다면서 최근에는 협박성 문구가 담긴 정보공개 청구가 많고, 그외에도 국민신문고, 감사원 감사, 권익위 신고 등 다양한 경로로 공무원을 괴롭히는 일이 많다는 고충을 토로하였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악성 정보공개 청구에 공무원들이 무방비하고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대가 형성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권력기관의 정보은폐에 악용될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일단 공무원의 방패가 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공무원 노동자들과 정보공개 운동 단체들이 정보공개 제도 개선을 주제로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첫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악성 청구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공무원 당사자들과도 계속 대화하며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