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이 1월 15일에야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폐기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이는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제기된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뒤늦은 대응이다.
지난 12월 6일 박선원 의원은 국군방첩사령부가 ‘친위쿠데타 관련 문건’을 조직적으로 폐기하고 있다는 첩보를 공개했고, 12월 10일 공수처는 국가기록원에 기록물 폐기금지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12월 11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을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국가기록원에 즉각적인 기록물 폐기금지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나아가 12월 21일부터는 2,000명이 넘는 시민들과 함께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폐기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긴급 청원’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은 “보존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기록물은 폐기금지 대상이 아니다”라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며 한 달이 넘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정치인 체포 명단 폐기 지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윤석열 전달 문건 파쇄, 육군본부와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의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문건 폐기 등 새로운 기록 은폐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났음에도 국가기록원은 어떠한 긴급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비상계엄을 결정한 국무회의 회의록, 속기록, 녹음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확인되며 기록관리의 총체적 실패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이제라도 대통령비서실, 국방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20개 주요 기관의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폐기금지가 결정된 것은 다행이나, 그 사이 얼마나 많은 기록이 사라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철저한 관리실태 점검과 시정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해당 내용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국가기록원의 독립성 확보와 기록관리 체계의 전면적 개선이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행정안전부에 소속되어 있는 현재의 구조로는 국가기록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보장될 수 없다. 또한 주요 회의록 등 필수기록물 생산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정보공개센터는 12.3 내란 사태의 진상이 온전히 규명될 때까지 폐기금지 조치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면밀히 감시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2025년 1월 15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