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후기] 교통데이터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데이터 민주주의 집담회

2025.05.28

 

 

 

2025년 5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통학자 조중래 선생님의 3주기 추모행사를 겸해 ‘교통데이터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데이터민주주의’를 주제로 집담회가 열렸습니다. 조중래 선생님은 한국 1세대 환경운동가이자, 교통학자로서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 모델을 만들고, 교통실태조사를 통해 교통 정책의 기반을 닦은 분입니다. 이번 집담회는 조중래 선생님의 작업이 가진 의미를 되새기고, 시민을 위한 교통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교통데이터의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토론자로 교통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함께 하여, 울산시와 순천시의 버스 노선 개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중심으로 시민을 위한 교통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아래는 김예찬 활동가의 토론문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입니다. 정보공개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로 왔는데요, 동시에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통정책에 대한 시민 불신의 근본 원인은 바로 데이터 문제입니다. 데이터 접근권은 곧 정책 참여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매일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걸어 다니면서 교통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통 정책에 대해 알고, 의견을 제기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교통정책을 시행하지만, 시민들은 그 정책이 왜 필요한지,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교통정책에 불신을 갖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올해 초 울산시의 버스 노선 개편 사태를 보겠습니다. 올해 초 울산시의 버스 노선 개편 사태를 보겠습니다. 울산시는 1월부터 시내버스 노선을 대폭 개편했습니다. 기존의 복잡한 노선을 간선-지선 체계로 바꾸면서 환승을 통해 이동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이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개편 후 시민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었습니다. 울산시민연대가 조사한 결과 2,022명이 응답한 설문에서 평균 이동시간이 26.6분이나 증가했다고 나타났습니다.

특히 환승 과정에서 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하고, 기존에 한 번에 갈 수 있었던 곳을 두 번, 세 번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시민들의 불편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울산시는 버스 노선 개편 후 교통관리센터 홈페이지에서 데이터 메뉴를 아예 제거해버렸습니다. 개편 전까지는 메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노선별 이용량, 시간대별 이용자 수 등의 버스 운행 데이터를, 개편 후에는 시민들이 구글링을 통해 숨겨진 링크를 찾아야만 볼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것은 데이터는 있지만 찾을 수 없게 만드는 교묘한 정보 차단입니다. 시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 접근성을 차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순천시 사례는 또 다른 방식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순천시는 2023년부터 2년간 버스 노선 개편을 추진해왔습니다. 연구용역을 주고, 주민설명회를 열고, 안내판까지 제작해서 올해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행 한 달을 앞두고 갑자기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지금까지 투입된 연구용역비, 주민설명회 비용, 안내판 제작비 등이 모두 매몰비용이 되어버렸습니다.순천시는 그 이유를 “읍면 지역 주민들의 환승에 대한 반발이 예상보다 컸다”, 즉 민원이 많아서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정말로 민원이 많았는지 시민들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민원빅데이터 사이트를 보면 전라남도 순천시의 2025년 교통 분야 민원이 1만 7천 건이라는 숫자는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성격의 민원들인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버스 노선 개편 찬성 민원인지, 반대 민원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교통 불편 신고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민원이 행정의 정책적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취사선택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행정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순천시가 “민원이 많아서 백지화했다”고 발표해도,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시민들은 검증할 수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행정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공개가 제한적인 상황이 너무 전반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행정은 정책 결정을 할 때 항상 “시민들의 요구”, “민원 증가”, “여론 수렴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결국 민원은 행정이 이미 내린 결정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맙니다. “민원이 많아서 정책을 바꿨다” 또는 “민원이 많아서 정책을 취소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설령 데이터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복잡한 통계표와 수치 나열에 그칩니다. 시민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화는 거의 없고, 정책 효과 예측과 대안 시나리오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 노선을 개편하면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이동시간은 얼마나 변할지, 비용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전거 이용자로서 더욱 아쉬운 점은 자전거 관련 데이터의 한계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자전거 관련 통계를 보면, 자전거 도로 총 길이, 자전거 보관소 개수 등 시설 위주 통계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전거 도로는 늘어나는데 왜 자전거 이용이 편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공급 중심 데이터는 많지만, 수요와 이용 실태에 대한 데이터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는 다릅니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실제 이동 거리, 이용 목적, 시간대별 패턴은 어떤지, 안전성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도로 환경 만족도는 어떤지, 대중교통이나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이유와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서울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조사되지 않습니다.

결국 정책 수립 과정에서 특정 자전거 단체 의견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출퇴근이나 생활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자전거 정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서울시의 여론조사 패널로 꼬박꼬박 참여하는 시민인데, 제 의견이 자전거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는 거의 없다고 느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복잡한 수치를 직관적인 그래프와 지도로 시각화해야 합니다. 시민이 5분 안에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합니다. 정책 효과 예측 시나리오도 전문 용어가 아닌 시민 언어로 설명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 보장입니다. 시민이 직접 데이터 수집과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책 시행 전후 비교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데이터는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공공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지방정부의 교통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고, 시민 참여형 교통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교통데이터의 민주주의는 시민이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시민의 손에 돌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교통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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