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끝내 비공개, 이재명 정부에선 달라져야 한다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가 최초로 생중계되었다. 정부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누구나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공개를 넘어, 정책 결정의 흐름과 쟁점을 시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알권리를 획기적으로 확장한 조치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아직 닿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대통령실 홈페이지다. 현재는 개편을 이유로 임시 운영 중에 있어 핵심 정보 대부분이 빠져 있는 ‘정보 공백’ 상태다. 그러나 이 공백은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롭게 개편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어떤 정보가 담기는지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 실현’이라는 국정철학이 선언에 그칠지, 실천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수년간 역대 대통령실 홈페이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소통과 공개를 약속했던 역대 정부는 정작 시민의 알 권리에 대해서는 늘 방어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사전공표정보 목록을 형식적으로만 운영해 사실상 무의미한 ‘장식용 공개’에 그쳤고, 윤석열 정부는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직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를 끝내 공개를 거부하다가 대법원의 공개 판결이라는 사법적 심판을 자초했다.
이런 문제들은 대통령실 홈페이지가 시민과 정책을 연결하는 공공 플랫폼이 아니라, 정권에 유리한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홍보 수단으로 운영되어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국정의 중요한 정보는 감추고 드러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방식은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정부 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할 ‘기본 정보’ 포함해야
대통령실 홈페이지 개편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을 끊어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새 홈페이지가 담아야 할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모든 정부 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할 ‘기본 정보’들이다. 대통령실 역시 정보공개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인 만큼 다른 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공개 의무를 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법에 따라 사전 공표해야 할 정보를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시기, 주기, 담당부서, 정보의 소재지까지 명시해야 한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보공개포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 목록과 원문 공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연동해야 한다. 어떤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정보공개법의 기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명박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한 번도 대통령실 전체 직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어 매번 논란이 되어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 비공개에 대해 대법원이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 만큼, 이재명 정부는 적극적으로 공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이미 행정안전부 등 다른 행정기관은 부서별 직원명단, 직급직위, 담당업무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통령실만 예외일 수 없다.
예산과 지출 내역의 투명성 확보도 필수적이다. 대법원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수의계약 내역에 대해 공개 판결을 내린 만큼, 단순히 총액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용도로, 누구의 이름으로, 얼마가 집행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연간 예결산 총괄 정보와 함께 분기별 계약 발주 계획 및 월별 계약 현황 등을 제공하는 것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조치다.
아울러 대통령실의 거버넌스 구조의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외부위원이 포함되어 있는 대통령실 소속 각종 위원회의 구성과 회의 일정, 회의 결과도 공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원회는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직간접적으로 보조하고 있기에 누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책 결정의 맥락을 시민이 이해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만의 ‘핵심정보’ 공개로 책임정치 구현해야

한편, 대통령실이기에 더욱 상징적으로 공개해야 할 ‘핵심 정보’들이 있다.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기본적인 정보공개를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실천으로 다른 기관의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실 소속 고위공직자의 윤리 관련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 소속 고위공직자는 국정 전반에서 고도의 정책 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그에 따른 윤리와 책무성이 매우 강조된다. 이들의 재산, 병역, 퇴직 이후 재취업 현황, 이해충돌 관련 신고 내역 등은 이미 공개되어 있으나, 여러 기관의 웹사이트에 흩뿌려져 있어 시민들이 이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이를 통합 제공한다면 시민들이 대통령실 인사의 정당성과 공직윤리의 실현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과제 이행 현황의 실시간 공개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지시사항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어떤 과제가 어떤 단계에 있으며, 대통령의 지시가 어느 부처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공개이자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무회의 생중계라는 개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그다음은 대통령실 홈페이지다. 대통령실은 임시 홈페이지 개설 안내를 통해 정식 홈페이지를 ‘더욱 확장된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진정한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보공개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보 없는 민주주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남겼다. 공개를 거부하고 은밀함 속에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정부는 결국 정당성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탄핵된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었다.
국무회의 생중계로 변화의 의지를 보인 이재명 정부가 진정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이자 상징이 바로 대통령실 홈페이지며 이로부터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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