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공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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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기준에는 여전히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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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범위 확대와 정기적 공개로 투명성 실현해야
지난 9월 23일, 대통령실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예산 집행 내역을 “역대 정부 최초”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동시에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자료도 메일로 보내왔다.
이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대통령실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인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특수활동비를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하겠다”고 약속하며, “그간의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국민의 귀중한 세금을 올바르게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집행정보 공개를 결정한 것은 이전 정부들과는 확연히 다른 투명성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은 그동안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함께 국회, 검찰, 대통령실, 감사원 등 권력기관 예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특히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등 예산에 대해서 2022년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3년여의 법정 싸움 끝에 올해 6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의 자발적 정보공개는 더욱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그간의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개된 정보는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여전히 미달한다는 점에서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수활동비 관련 쟁점
법원은 특수활동비와 관련하여 대통령실에서 보관·관리하고 있는 ‘현금수령증(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에 기재된 정보 중 “(현금) 수령일, (수령) 금액, 집행내용”은 모두 공개 대상이고, “확인자(수령자)” 정보만 비공개 대상이라고 명확히 판시하였다.
특히 법원은 특수활동비 집행내용이 “단순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사항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므로, 이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대통령 또는 대통령비서실의 직원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어떠한 목적으로 접촉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국가기밀의 유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부분공개 사유로 “집행명목 중 일부는 개별적·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대외 공개 시 기밀을 요하는 사안들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방향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법원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라고 보고 국가기밀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는데, 대통령실이 “개별적·구체적”이라는 막연한 기준으로 가린다면, 법원 판결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법원은 지출증빙서류를 공개 대상이라 판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에 회신하며 ‘업무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았다.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관련 쟁점
법원은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집행일자, 집행명목, 집행장소(상호 및 주소 포함), 집행금액”과 같은 집행내역과 신용카드 영수증 등 지출증빙자료를 공개하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50만원 이상 집행 시 기재되는 “외부참석자의 소속기관 및 부서, 직, 성명”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 대상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자료에는, 법원이 공개대상으로 판단한 집행장소 등의 집행 정보가 대부분 가려져 있고, 신용카드 영수증 등 지출증빙서류 역시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우리의 요구
우리는 대통령실이 보여준 투명성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법원 판결 기준에 부합하는 완전한 정보공개를 실시해야 한다.
– 특수활동비: ‘현금수령증,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 등 실질적 지출증빙서류 공개 및 과도한 마스킹 해제
– 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장소 등 구체적 집행 정보의 추가공개와 신용카드 영수증 등 지출증빙자료 공개
둘째, 대통령실이 스스로 약속한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 분기별 또는 반기별 정례 공개를 통한 투명성 제도화
대통령실의 이번 정보공개는 분명 투명성을 향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 법원이 제시한 공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신이 천명한 원칙에 부합하는 정보공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특수활동비를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하겠다”는 약속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 투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지속적인 감시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5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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