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9일,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정된 ‘2025년 공표대상 사업장’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명단에는 연간 사망재해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11곳, 사망만인율이 동종 업종 평균보다 높은 사업장 329곳, 그리고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사업장 2곳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개된 명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사망만인율이 높은 사업장 329곳 중 절대다수는 ’50인 미만’의 소규모 건설업체입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영세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다시 확인된 것입니다.
일부 기업의 산재 은폐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구에 소재한 영빈건설(주) 대구지사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무려 10건의 산재 발생 보고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사고 사실조차 당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가 몇년 째 지적해왔던 명단 공표의 ‘시의성’ 문제도 여전합니다. 이번 공표는 ‘2025년에 형이 확정된 경우’를 대상으로 합니다. 실제 명단을 들여다보면 2019년, 2020년에 발생한 사망 사고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해가 발생하고 법적 책임이 확정되어 명단이 공개되기까지 무려 6~7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현장이 바뀌었거나 폐업했을지도 모를 시점에 나오는 ‘뒷북 공표’가 과연 실효성 있는 경고가 될 수 있는지 돌이켜봐야 합니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들이 산재 발생 현황 등을 매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산재 다발·은폐 사업장 공표 제도 역시 법원 판결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시에 위험을 알리고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