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남-광주,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안은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권력을 탄생시키는 독소조항의 집합체다. 정보공개센터는 이 법안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투명성과 견제 장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 하며, 누더기식 수정보완이 아닌 법안의 전면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통합 인허가 의제’,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보 은폐의 합법화
특별법 제94조(전남광주)와 제79조(충남대전) 등에 담긴 ‘인허가 의제’ 조항은 행정 효율을 핑계로 주민의 알권리를 처참히 짓밟는 장치다. 이 법안은 통합특별시장이 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면 국토계획법, 농지법, 산지관리법 등 40~50여 개의 개별 법률에 따른 인허가와 신고를 마친 것으로 간주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별 법령이 정한 ‘고시’와 ‘공고’마저 생략하거나 실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시와 공고는 주민들이 내 동네에 어떤 사업이 벌어지는지 인지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알권리이자 최후의 방어선이다. 이를 시장의 승인 한 번으로 뭉개버리는 것은 주민을 행정의 주체가 아닌 ‘통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주민들이 굴착기가 들어오고 나서야 사업 내용을 알게 되는 ‘깜깜이 개발’을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예타 면제’, 납세자의 감시권을 무력화하는 재정 폭주
특별법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들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거나 대폭 간소화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이러한 검증 시스템을 생략하겠다는 것은,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감시하고 비판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선언이다. 검증되지 않은 수조 원대 사업의 강행은 결국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타의 전면 면제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예타 평가 기준을 주민의 실질적 편익과 공익성 중심으로 혁신하여, 사업 타당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검증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은 자치분권이 아니라, 재정 집행의 불투명성을 합법화하는 행정 편의주의일 뿐이다.
‘감시와 견제 실종’, 견제받지 않는 ‘소통령’의 탄생
특별법은 시장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몰아주면서도, 이를 견제할 내부 장치를 스스로 무력화했다. 통합특별시장에게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막강한 권한을 주면서, 정작 이를 감시할 감사위원회를 시장 소속으로 두었다. 위원장 임명권 역시 시장이 갖는다. 시장이 임명한 감사위원이 시장의 핵심 사업을 제대로 감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전형적인 ‘셀프 감사’ 구조다. 주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자치분권이 아니라, 중앙 권력을 떼어다 지역의 특정 정치인에게 상납하여 견제받지 않는 ‘지역 소통령’을 양산하는 꼴이다. 투명한 감시와 견제가 거세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며,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의 몫이 된다.
독소조항 투성이인 법안, 폐기만이 유일한 답이다
우리가 지적한 세 가지 핵심 문제 외에도 환경영향평가 권한 이양, 그린벨트 무분별 해제, 국립공원 해제 강제 등 이 법안은 국토를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독소조항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법안은 특정 조항 몇 개를 고쳐서 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주민의 권리보다 개발의 속도를, 민주적 통제보다 행정의 편의을 우선시하는 법안의 근본 철학 자체가 틀려먹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주민의 눈을 가리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이 기만적인 특별법안에 단호히 반대하며, 정치권은 이 위험한 질주를 즉각 멈추고 법안을 전면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2월 9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