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이 공개될 때까지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는다

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열두 해가 되어간다. 참사로부터 1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의 국가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직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비록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대해 참사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를 했지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활동을 종료하며 권고한 진상규명 추가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참사로부터 12년, 그리고 사참위의 진상규명 추가 조치 권고로부터 4년에 이르는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인 참사다.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한 여러 사안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그리고 엄중하게 규명되어야 하는 부분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세월호 참사 개입이다. 사참위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이들을 지원한 시민사회단체, 공익법률가, 사참위 위원과 특별조사관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국정원의 광범위한 사찰을 자행했다는 것은 이제 전 국민에게 모두 알려진 사실이다.
국정원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국정원이 수집·작성·배포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를 국외 및 북한 정보,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내란과 외환의 죄, 국가보안법과 반국가단체에 연계된 안보침해행위로 한정하고 있다. 온 사회가 힘을 모아 재난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썼던 시간에 국정원은 스스로 존립 근거인 국정원법을 어기며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들을 ‘반국가단체’, ‘좌파’, ‘불순세력’ 등으로 갈라치기 했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드러난 국정원의 민낯이었다.
이 사찰문건들을 포함해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세월호 관련 문건은 무려 68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정원이 이렇게 광범위한 활동을 했음에도 국정원이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의 지시로 세월호 참사에 개입했는지, 왜 자국민을 상대로 대규모 사찰을 일삼았는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아직 아무런 설명이 주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배가 바다에 가라앉은 사고를 의미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작동했던 국정원과 같은 보이지 않는 국가권력의 작용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아직 참사의 총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이 무기한 유예되고 있는 셈이다.
사찰 피해자들이 국정원에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하다

지난 2월 국정원의 사찰 피해자인 세월호 유가족, 유가족을 지원해 온 시민사회단체, 공익 법률가들이 국정원을 상대로 자신들의 사찰 문건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사찰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정보공개청구는 이전 정보공개청구와는 다르게 사참위 조사에서 발견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찰 정황들을 특정해 사찰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찰 문건들을 공개함으로 국정원 스스로 진실을 규명하고 사찰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을 인정하라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국정원이 이번 사찰 피해자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응답으로 사찰 문건을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사찰 피해자들에게 자신들에 관해 어떤 정보가 수집되었고, 그것들이 어떤 목적과 표현으로 누구에게 제공되었는지 정보 주체로서 알 권리가 있다. 만약 사찰 문건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사찰로 인해 어느 정도로 수집되고 감시받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런 불안감 자체가 이미 사찰이라는 국가폭력의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폭력이다.
두 번째는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원 스스로 세월호 참사에 개입한 정보들을 이제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들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는지, 그리고 참사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에게 정보수집과 사찰, 진상규명 방해를 직접 지시한 것인지 여부 등 앞으로 밝혀져야 할 진실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에 사찰 피해자들이 정보공개청구한 사찰 문건들의 공개는 온전한 진상규명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찰 문건이 담고 있는 내용은 외국 첩보 활동이나 안보상 기밀이 아니다.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들을 감시한 기록이며 국가폭력의 증거이다. 사찰 피해자들의 권리회복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공익적 가치보다 그 무엇도 우선시될 수 없다.
진실과 마주함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완수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11주기에 “유가족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고 중대 피해에 대한 재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꼭 3개월 뒤인 7월 16일에는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식 사과와 함께 “다시는 국가의 부재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지난해 6월 25일 취임식에서 “국정원 조직 중 일부가 때때로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며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에 우려가 있었다”며 “지난날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털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유가족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난날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 털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국정원장의 말은 실천되지 않았다.

이제 곧 4월이 다시 돌아온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을 지킬 시간이다. 12년간 끝나지 않은 참사를 끝낼 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종석 국정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완수될 수 있도록 참사와 관련된 사찰 문건부터 국정원이 어떤 정보들을 수집하고 보고 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보기관이 세월호 참사에 개입해 조직적으로 국민들을 감시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한 국가폭력에 대해서 사찰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