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처럼’ 하겠습니다.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저는 아직도 제가 처음 정보공개청구하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1998년 2월쯤이었을 겁니다.
서울시청 민원실에 찾아가서(그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정보공개청구가 안 되었을 때입니다)
정보공개 청구가 뭔지도 모르는 공무원에게 설명을 해 가며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서 소송을 제기했을 때에, 법원의 판사가
‘이런 제도가 있는 줄은 자기도 잘 몰랐다’고 이야기하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만큼 정보공개청구라는 제도는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국민이면 누구나 정부를 상대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
이 제도야말로 시민이 주권자임을 보여주는 제도이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제도도 변하고, 인터넷으로 앉아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실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정부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형식적인 겉모습은 그럴 듯하게 갖춰져 있지만, 비밀주의와 관료주의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나라
곳곳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비영리부문을 포함한 민간부문도 여전히 투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신뢰가 부족합니다.
누구를 믿는다는 것이 어려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런 현실을 보며 저는 늘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2-3년 전쯤에 전진한 사무국장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정보공개와 관련된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보공개에 관심을 가지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막연한 꿈이었지만, 이제는 현실로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9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드디어 출발했습니다.
그동안 창립 준비과정에서 세분의 공동대표님들과 여러 이사님,
임원님들께서 헌신적이고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시고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열악한 상황임에도 전진한 사무국장을 비롯한 사무국 식구들이 용기를 내어 참여를 결정해
주셨습니다.
저도 센터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고 감사합니다.
정보공개운동에 20대 후반의 인생을 바쳤다는 전진한 사무국장은 그 전부터 이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해 왔습니다.
사실 감개무량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보공개 전문단체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서도,
그리고 최근 시민단체에 대한 여러 부정적 시각 속에서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여러 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도 있을 것이고, 또 기쁜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모든 단체나 모임이 처음과 같은 초심을 유지한다면, 그 단체나 모임은 활력있고 건강한 조직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창립할 때의 초심만 유지한다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고 시민들이 정보의
주인이 되는 데에 정보공개센터가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보공개센터의 주인은 회원 여러분들과 정보공개에 대한 순수한 관심을 가진 시민들입니다.
회원들과 시민들의 참여가 없다면 정보공개센터는 존재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앞으로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함께 하는 가운데 보람과 즐거움이 있는 ‘정보공개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