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정공센은 지금] 97외환위기 아카이브 작업중!

2019.04.05


97년 가을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광풍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이른바 30대 대기업 중 17개가 연달아 무너지고은행과 금융사들 역시 퇴출되었습니다정리해고로 인해 1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주식과 부동산 시장 역시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2001년 8, IMF 관리 체제가 끝나면서 이례적으로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외환위기의 후폭풍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비정규직 문제취업대란소득 양극화 등 오늘날 심각한 사회 문제들의 뿌리가 97년 외환위기라 할 수 있으니이 시기야 말로 가히 헬조선의 기원이라 부를 만 합니다.

이처럼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에 남긴 커다란 상흔에도 불구하고우리는 외환위기의 원인과 발생경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대표되는 위기 극복 서사는 있지만정작 위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없는 셈입니다. ‘제 2의 외환위기를 이야기하는 언론들 역시외환위기를 수사로 활용할 뿐 외환위기 당시의 문제들을 짚어내고 복기하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외환위기 20년을 맞은 2017년부터 20년 주기로 비밀이 해제되는 국제기구 IMF의 기록을 청구하는 한편국내의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이 보유한 관련 기록들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센터는 이러한 기록들을 잘 모아서 외환위기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넓히고많은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합니다.  


외환위기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한 작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얼마 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하면서 외환위기를 재조명하는 글이나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외환위기 당시의 구체적인 기록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컨텐츠를 찾아보긴 어려웠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의 주요한 기록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죠.

2017, 정보공개센터는 IMF에 한국 외환위기(Korean Crisis)에 대한 문서들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IMF에서 공개를 위한 비밀해제 작업에 들어간지 어언 2년째,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미안하다는 답변만 돌아와, 활동가의 숨이 넘어가는 것은 물론 아카이브 작업에 많은 차질이 생겼습니다. 국가기록원 서고에 직접 가서 정부 문서들을 찾아보았지만, 이 문서들 역시 제대로 정리되어있지 않아 하나 하나 살펴보고, 목록화하는 노가다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국가기록원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들도 많았구요.

누구보다도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을 기획재정부는 정보공개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국익침해가 우려된다거나 외교사항이라는 등의 이유로 거의 모든 자료를 비공개해, 현재 기획재정부에 대한 행정심판이 진행중입니다.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주요 문서들도 많았습니다. 흔히 1997117일 열린 외환시장 대책회의에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IMF 금융지원을 처음으로 거론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작성한 보고서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은행에 해당 보고서를 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마 가지고 있더라도, 자료 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카이브 작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작업을 직접 진행하게 되면서 외환위기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단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자료들이 너무나 많고, 이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기록물 관리를 맡은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가면, 역사적 사건으로 외환위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관련 기록물 목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관련 기록물이 54건에 불과합니다. 54건의 기록물들도 대부분 외환위기 이후, 외환위기가 미친 영향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외환위기 과정의 기록들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이처럼 자료수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차곡차곡 아카이브를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이라는 책으로 외환위기 전후의 과정을 설명한 지주형 교수님은 아카이브 작업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아카이브를 위해 자신이 정리한 자료들을 제공해주셨습니다. 아카이브 전문 기업인 아카이브랩에서는 아카이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자료를 정리하고, 구성해야 하는지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외환위기 아카이브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신 덕에, 정부 문서에서부터 노동조합의 문건에 이르기까지, 4천 건이 넘는 자료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지주형 교수님을 만나기 위한 마산행!


정보공개센터는 외환위기 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단순히 기록을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다양한 전시 컨텐츠를 통해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대중들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97년 외환위기가 단지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한국 사회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교훈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합니다모쪼록 2019년 하반기에 공개될 아카이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고의 아키비스트그룹 아카이브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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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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