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행정명령으로 명문화 / ‘공개가 기본·비공개는 예외’ 원칙 확고 / ‘막강한 권한’ 정보보안감독국서 관리 / 매년 비밀 현황 연차보고서 작성·공개
세계일보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공동기획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
⑭ 美, 암호체계·군사작전 등 제외 ‘자동 비밀 해제’
전 세계를 상대로 공작·첩보활동을 펼치는 미국의 중앙정보부(CIA) 등 정보기관들에선 해마다 무수한 비밀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러 안전장치를 통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으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일반에 공개된다. 비밀에 관한 한 무조건 “안 된다”며 감추려고만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공개가 기본이고 비공개는 예외’라는 원칙이 확고하다.
미국은 우리나라 국가기록원에 해당하는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밑에 정보보안감독국(ISOO)을 둬 연방정부의 비밀기록물 생산·관리·해제 등을 관리하고 있다. ISOO는 각 기관에서 통보받은 현황을 토대로 연방정부가 한 해 동안 생산한 등급별 비밀 건수와 해제 건수, 정책 등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펴낸다. ISOO는 2004년 부통령실이 비밀정보에 관한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자 직접 백악관에 조사팀을 파견, 정치적 파장이 일었을 만큼 감독 권한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비밀 공개는 1995년 대통령 행정명령 제12958호를 통해 이른바 ‘자동 비밀 해제’ 조항이 신설되며 본격화했다. 암호체계나 군사작전 계획 등 9가지 범주에 속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비밀을 보유한 모든 기관으로 하여금 생산 후 25년이 넘은 비밀문서를 공개하도록 했다. 아예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즉각 해제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비밀을 생산하는 입장에선 ‘언제든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 구조다.
미국의 비밀은 생산 단계부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각 기관의 비밀 지정권자들은 비밀 생산에 앞서 해당 정보가 공개됐을 때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비밀로 분류한 정보가 기존 비밀과 어떻게 다른지도 밝혀야 한다. 똑같은 비밀 생산을 막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정부 잘못을 덮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방어하기 위한 비밀 지정 시도 등은 철저히 금지된다. 미국은 비밀의 해제도 마찬가지로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으며 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폐기는 불가능하다.
비밀의 생산과 관리부터 해제 및 영구기록물 이관, 공개까지 각각의 절차가 빈틈없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생산 현황조차 공개를 거부하는 한국과 차이가 크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은 “최소한이라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김태훈(팀장)·김민순·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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