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과정에서 수의계약 정보 비공개 등으로 정보은폐와 비리 의혹을 받았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투명성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투명성을 그렇게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니, 대통령실 투명성에도 조금은 신경 쓰지 않았을까?
권력 감시와 알권리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공개심의위원 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정보공개심의회 운영 현황은 정부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정보공개를 판단하는 위원의 명단과 안건조차 비공개하는 곳이 다른 정보들을 공개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 어긴 대통령비서실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에 대해 “위촉일은 2022년 6월 23일”이며 “김동조 국정메시지비서관(당연), 윤재순 총무비서관(당연), 주진우 법률비서관(당연), 외부위원(위촉) 4명(김**, 김**, 이**, 이**) 등 7명”이라고 답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업무수행을 위해 위촉된 자라면 공익을 위해 명단과 소속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법을 어기고 위촉위원의 이름과 소속 모두 비공개했다.
대통령비서실이 밝힌 정보공개심의위원 비공개 사유는 ▲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신상의 위해를 초래하거나 범죄 예방의 현저한 곤란 초래 ▲ 심의회 운영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 초래할 우려 ▲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 ▲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수 있어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설명을 보자니,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이 마치 기밀이라도 되는 것 같다. 만약 실제 정보공개심의위원의 명단이 유출되어 대통령비서실이 말한 위험과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말 큰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이유로 숨길 수밖에 없었던 대통령비서실의 정보공개심의위원 명단은 생각보다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대통령비서실이 **으로 비공개한 이름은 “김영준, 김서인, 이용찬, 이현수”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검색도 아니고 해킹도 아니다. 불과 9개월 전에 대통령비서실이 직접 공개했던 정보다. 지난해 8월 3일 정보공개센터가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사 “이런 것도 비공개하는 윤석열 정부, 좀 지나칩니다”에 나온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은 정보공개심의회 외부위원 명단을 소속은 비공개 한 채 이름은 모두 공개했다.
국정 신뢰의 근간은 투명성과 책임성
9개월 사이에 정보공개법은 바뀌지 않았다. 해당 정보를 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달라지지 않았다. 답변한 대통령실 담당 공무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대통령비서실은 무슨 이유로 공개하던 정보를 비공개로 바꾼 것일까.
윤석열 정부는 취임 당시부터 불통과 은폐 행보로 문제가 되었다.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는 수의 계약한 업체의 특혜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과 정보를 제시해야 했지만, 대통령실은 수의계약 정보 일체를 비공개하는 것으로 사안을 무마시켰다.
대통령실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사적 관계인 지인들을 채용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실 공무원 명단 역시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취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진행 중인 정보공개 소송 건만 여러 개다.
국정 신뢰의 근간은 투명성과 책임성이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사이 대통령비서실은 투명성은 퇴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의 알권리는 침해되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의 이런 행보가 다른 정부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실제 중앙부처들 역시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은폐하거나 퇴행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신뢰가 없는데 국민의 지지와 동참이 따라올 리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공개한 것을 억지로 숨겨서까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