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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등 기업의 안전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산재 예방 및 노동자의 안전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산재정보제공 의무화법’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민주당 김태선 국회의원(울산 동구)은 2월 12일 수요일 구직자에게 제공되는 구인정보에 산업재해 발생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는 ‘직업안정법’을 발의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현재 구인정보에 임금체불 여부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산재 정보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구직자에게 사업장의 산재정보제공을 의무화 하는 직업안정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 구직자는 지원하려는 사업장에서 최근 3년 이내에 산업재해가 발생했는지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2. 직업소개소와 취업정보 제공 사이트도 산업재해 발생 정보를 구직자에게 알릴 의무를 갖게 됩니다.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오늘 사람이 죽은 기업에서, 내일 다시 사람을 뽑고,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사업장 안전이 개선되지 않은 채 연달아 사고가 터지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구직자들에게는 안전한 직장을 찾을 권리를 보장하고, 기업들에게는 채용을 위해서라도 산재 예방에 힘을 쏟도록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표발의한 김태선 의원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과 같은 사후 조치뿐 아니라 정보 공개를 통한 사전 예방 조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노동자의 안전을 경시하는 기업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산업재해 예방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지 발언에 나선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어떤 기업이 위험한지 노동자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산재 사고 정보 공개는 구직자가 미리 위험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하다”면서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회가 반드시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 발언문
오늘 사람이 죽은 기업에서 내일 다시 사람을 뽑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사실은 위험한 일이라고, 사고가 날 수 있고, 유독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그래서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는 없습니다.
구인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채용공고를 찾아봅니다. 구인공고에는 업무시간과 급여액, 복리후생 등 기본 정보밖에 없습니다. 맡게 될 일들도 간락하게 적혀있지만, 어렵지 않은 일 이라는 설명이 붙기도 합니다. 채용공고를 본 구직자들은 그 말을 믿고 지원을 하고, 채용이 되고, 일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어제 누군가 일하다 죽은 자리일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사망사고로 빈 자리를 구직자들은 알 수 없습니다. 채용정보를 아무리 꼼꼼히 살펴봐도 업무의 위험성과 사망사고 사실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려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고, 벌써 시행 3년이 되었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일하다 죽지않고 퇴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외침 역시 여전합니다.
변한 것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산재기업 명단 은폐는 더 노골화 되었습니다. “수사 관련 정보다”, “기업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보를 은폐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국회의원들에게는 제출하던 중대재해 발생 기업 명단을 지난해에는 국회의 자료제출요구에 못이겨 중대재해 기업의 이름을 현땡땡땡땡 이라고 가려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눈치를 보며 눈가리고 아웅 식의 얕은 수를 쓴 것입니다.이런 상황에서 구직자와 시민들에게 산재기업현황이 제대로 공개될리 만무합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2년 전 고용노동부에 산재기업명단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아직도 공개를 받지 못해 소송중에 있습니다. 재판부도 정보 공개로 인한 기업의 사회적 낙인 우려는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고용노동부는 항소까지 해 정보은폐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시민들이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직장을 찾는 구직자들에게는, 일하다가 죽지 않을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정보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정부가 산재발생기업명단을 포함한 산재사고사망데이터를 시의성 있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의 경우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주요한 사고 사례에 대해 언제, 어느 사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고 사업주의 책임이 무엇인지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반경 5km 내 동일한 업종의 비슷한 시설에서 안전관리 위반사례가 무려 73%가 감소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직업안정법이 개정되면 구직자가 워크넷, 잡코리아, 사람인 등 채용정보 플랫폼에 구인공고를 확인할 때 기업의 중대재해 발생 여부를 확인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구직자들에게는 안전한 직장을 찾을 권리를 보장하고, 기업들에게는 채용을 위해서라도 산재 예방에 힘을 쏟도록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산재기업의 명단을 공개할 수록, 위험정보를 공개할 수록 더 안전할 수 있게 됩니다. 알권리는 안전하게 살 권리 입니다.정보공개센터도 앞으로도 더 안전한 일터, 더 투명한 사회, 노동자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활동해 나가겠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노동자 구직자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 지지 발언문
오늘 이 법을 위해 국회의원 17명이나 발의에 참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국회의원이 합류하여 산재사망을 줄이는데 아낌없는 노력으로 법안이 꼭 통과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미력하나마 저에게도 힘 보탤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저의 아들이 직장을 구할 때 제가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어떤 회사가 위험한 일자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제가 이직할 때도 직접 현장에 들어가 봐야만 어느 정도 위험 인지가 가능했다는 것과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 공업용 알코올을 장갑 낀 손으로 만질 때 손은 보호될 수 있는지, 지급된 방진복과 면 마스크만으로 입으로 물질이 흡입 되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 같은 현장 안에 제품 간지로 사용한 에폭시를 기계에 넣고 고온 소독할 때 지독했던 냄새는 우리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이밖에도 회사마다 다른 현장의 위험을 관리자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안전 교육을 한 번도 시행한적 없이 개별 사인만 받아가니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로부터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몰라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더더군다나 산재사망 공개 청구는 아예 엄두조차 어렵습니다. 제가 살면서 이직한 여러 회사들은 모두 이와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저의 아들 용균이는 사회 첫 직장인 서부발전 하청에 입사했고 3개월만 산재사망을 당했습니다.
입사하기 전 회사를 검색하니 국가기밀시설이라 위험을 인지할 수 없었으므로 부모로서 마음 편히 보낼 수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아들에게 적절한 안전교육도 없었고 안전 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체 위험한 현장에 회사가 혼자 떠민 것을 특조위를 통해 밝혀냈습니다.이처럼 산재사망사고는 거의 대부분이 취약한 비정규직에게 발생합니다.
비정규직이라 모진 갑질을 감내해야 되고 체불임금과 생사를 거는 위험한 현장이지만 쉬운 해고로 생계위험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왜 어떤 정부든 묵인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우리나라 성인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각종 비정규직들을 대신해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 관료들에게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이와 같은 일들로 인해 우리의 몸과 정신은 망가진 채로 병원을 전전해 다시 고쳐 쓰면서 노인이 되어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삶에 현장이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가 따로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산업발전에만 치중하여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사람 한명 한명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취급해왔는지 해마다 수천 명 중대 산업재해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나 있습니다.
구의역 김군이나 아들 김용균 산재사망으로부터 사회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다시는 일하다 죽는 사람 없도록 우리는 동조하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시행된 지 3년차가 되었지만 산재사망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오늘 발의하는 직업안정법은 기업에 의해 발생하는 산재사망을 줄이고 구직자들이 직장 구할 때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산재사망 정보공개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권리를 제공받는 중요한 법입니다. 함께 애써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고 다시한번 더 이 법을 꼭 통과 될 때까지 의원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노동자들이 적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매진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