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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끝을 향해가고 있다. 무장한 계엄군 수백명이 헬기를 타고 국회 본관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수천만 국민들이 있음에도,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는 법적 절차는 고되기 그지없다. 윤석열과 내란세력은 민주주의 회복의 열망을 끈질기게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의 터널이 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과 중요임무종사자들의 죄를 낱낱이 밝혀,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내란범죄의 중요 증거가 될 대통령기록이 다시 봉인될 위험에 처해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으로 지정될 경우, 최장 15년 간,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경우 30년 간 봉인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세월호 관련 기록 등 20만여 건의 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으로 봉인한 전례가 있다. 악몽같은 전례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로 구속된 초유의 상황에서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대통령기록이 법적 보호라는 명목으로 봉인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드러난 법률적 미비 사항을 보완하고자 신설된 조항인 <대통령기록물법> 제20조의2는 대통령 궐위 시 차기 대통령 임기 개시 전까지 모든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대통령기록관장으로 하여금 대통령기록의 이동, 재분류 등의 금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 신설 조항에도 불구하고, 탄핵심판으로 인한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에 권한대행의 대통령기록 지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통령 궐위 시 지정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기록을 지정하는 행위에 대한 위헌확인 심판청구(2017헌마359)에서도 대통령 궐위 시 권한대행의 지정권 행사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권한대행의 지정행위에 대한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 여부, 즉 헌법소원 청구 적격성 문제만을 다루었을 뿐, 권한대행의 지정행위 자체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이 와중에 온갖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는 최상목 권한대행은 전례를 핑계대며, 지정권한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권한대행이 당연히 대통령기록의 지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현실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및 중요 임무 종사자들과 동조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한대행이 대통령기록 지정권 행사를 통해 핵심 증거를 봉인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대통령기록의 지정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대통령기록물법>의 긴급한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위헌적 비상계엄 등 헌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기록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정기록으로 분류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17조 신설)
둘째,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기록에 대한 지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의적으로 기록을 봉인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기록에 대한 지정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17조 2항 개정)
셋째,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은 폐기를 포함한 대통령기록의 일상적 처분일정을 즉각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20조2 개정)
넷째, 대통령 궐위 시, 특별위원회에 지정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 및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를 받고 있는 자들로부터 임명된 대통령기록관장이나 전문위원회가 아닌 특별위원회에 지정권한을 부여하여 대통령 지정기록의 지정행위에 대한 공정성, 객관성, 전문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국회, 대법원,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여야 하며, 특별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정하여야 한다. (20조2 3항 신설)
위헌적 계엄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증거인 대통령기록은 남김없이 보존되어야 한다. 대통령지정기록제도가 대통령의 범죄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위의 4가지 개정사항은 윤석열의 내란 행위에 대한 증거보전과 진상규명을 위한 필수적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