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감시기능 상실한 화천군의회. 화천주민들의 불행이다.

2011.06.03

감시기능 상실한 화천군의회. 화천주민들의 불행이다.

도 류(정보공개센터 이사)


옛날 제나라에 용맹함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고, 칼 잘 쓰기로는 빈대의 이빨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게 다루는 무사가 두 사람 있었다고 한다. 서로의 명성을 익히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어느 날 극적으로 만나게 되어 친하게 되었다고 한다. 감회에 젖어 우정을 나누기 위해 술을 함께 기울이면서 술안주 고기를 구하게 되었다.

그때에 한 무사가 말했다.

『고기를 따로이 구할 필요가 있겠소? 당신과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이 모두 고기인데, 무엇 때문에 고기를 구하러 돌아다녀야 한단 말이요?』

이에 용맹함을 지기 싫어하는 다른 무사가 그 말에 짐짓 크게 웃으면서 먼저 자신의 칼로 자신의 몸에서 살을 한 점 도려내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고 한다.

이어 두 무사는 술을 마시며 계속해서 각자 자신의 살을 잘라내어 거침없이 씹어 먹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출혈이 심해져 숨이 끊어져서야 멈추었다고 한다.

 
제184회 화천군의회임시회.

각 실과의 사업보고서는 항상 그렇듯 반듯한 서류철과 굵고 선명하게 그려진 활자들로 채워져 있다. 온갖 무지개같이 화려한 미래와 필수불가결한 당면 과제임을 장담하면서, 수십억 수백억을 이리저리 잘라 그려온 사업내용들이다.

그 다양하고 현란하기까지한 사업내용들을 검토 하다보면, 화천군에는 이제 가난과 고통이 없고 불편함이 없는 지상 낙원의 도시로 변모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들 모두 보고서 종이 위에서만 춤추는 낱말들의 요란한 광무에 불과하다.

화천군과 화천군의회가 바로 용맹함을 뽐내며 수천억의 예산을 척척 칼질하는 것이 위의 두 무사와 다를 바 없다고 느끼는 것이 나의 소감이다.

펜션열차 카트레일카 사업 역시 그 보고서 안에 반듯하게 배열된 낱말들로 새겨진채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칠 준비를 마치고 있는 양 보였다.

언론에 의해 그렇듯 낱낱이 잘못된 사업내용이 지적되었건만, 그에 대한 해명은 커녕 6월2일 관광정책과는 8억5,000만원의 예산집행의 승인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상정된 예산에 대해 누가 하나 잘못을 지적하고 불가를 선언하는 의원은 없었다. 무조건 멋있게 잘 해보시라고 격려인지 아부인지 모를 행동 뿐이니, 제 살을 잘라 먹는 것을 보면서도 잘하신다고 박수치며 이쪽저쪽 몸뚱이 맨살을 내어주는 격이다.

지방 행정을 책임진 담당자들이 제 아무리 영특하고 기묘한 사업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것이 명분에 맞지 않고 또 적법한 절차 이행을 무시하며 추진한다면, 그것이 곧 편법과 술책이다. 이러한 사업은 반드시 이면의 특혜와 부당한 거래가 숨어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합리하고 편법으로 집행된 사업의 종말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공통된 불이익과 암울한 삶의 고통으로 나타날 뿐이니, 이는 실로 화천군 2만 주민 몸통의 출혈과 같은 것이다.

펜션열차 사업에 대한 예산집행 불허를 주문하는 나의 의견에 대해 의원들의 반응을 요약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았다.

『아니 행정 집행부가 몇십억 중앙정부 돈을 끌어다가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냥 모른 체하고 내버려 둬야지요. 어차피 이 지역에서 지출되는 건데‥‥‥그리고 그 돈을 들여서 멋있게 꾸며서 지역에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화천을 알리고 하면서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데‥‥‥그냥 믿고 한번 맡겨 봐야지요.‥‥‥어떻게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서 잘못됐다 예산낭비라고 안된다고 반대만 하시는 겁니까‥‥‥절차나 명분이 좀 잘못될 수도 있는 거지요‥‥』

의회의 순기능을 상실한 어용의회가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언의 양상이다.

의회 의원의 가장 큰 역할은 행정 추진사업과 예산집행에 대한 감시기능이다. 행정에서 요청하는 사업마다 일사천리 예산승인을 해줄 거라면, 주민들이 무엇 때문에 의회라는 대의기구로 만들어 운영해야 하는가. 행정 집행 담당자를 그 어떤 권력자로 존경하고 추종하라고 화천군의회라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그간의 터전에서 쫒겨 나가게 될 것이고,  그 수익성 없는 철로 예정부지의 부동산 매입에 지방세를 낭비하느라 급박한 민생 지역현안사업 예산은 외면할 수 밖에 없게 될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일들이 이제까지의 상황이고 또 앞으로 벌어지게 될 사태들이다.

이 사업은 본래 한국철도공사가 운영권을 쥐고 굴리는 폐열차 폐철로 재활용 수익사업에 불과할 뿐인데, 화천군이 지방비를 지불하고 철로 부지를 매입하고 나팔을 불며 앞장서는 격이다. 이 사업의 배후에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분명 지역주민들이 아닌 사업의 집행자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융자심사가 무언지도 모르는 의원들, 그리고 사업설명회를 어떻게 했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사업계획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실시설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담당부서의 예산신청을 무조건 일사천리로 의결해버리는 오늘의 의회는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는커녕 행정부의 시종 노릇을 하는 화천군의회는 오히려 주민들의 권익을 훼손하는 기구나 마찬가지처럼 되어있다.

밀실행정의 전형으로 추진되어온 고철 재활용 펜션열차 사업과 같은 터무니없는 사업에 행정력이 집중되고 예산이 낭비되는 동안 직간접으로 감수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의 손실은 얼마나 막대할 것인가. 훗날 고철 철로와 열차를 철거하기 위해 적지 않은 폐품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예정되어 있는 미래의 사실까지 생각이 미치다보면 이 또한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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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저축은행 사태는 인권살인?

2011.05.30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부산 저축 은행 사태가 심상치 않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되는 한편 다른 감사위원들도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게이트로 비화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온갖 비리에 대해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감사원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사태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 우선 이번 사태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부산저축은행이 무분별한 PF 사업 및 부당대출로 부실화 위험에 빠진다. 퇴출을 막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임원들은 감사원을 포함 해 정치권에 온갖 로비를 펼친다. 하지만 퇴출이 잠재적으로 결정이 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시민들에게 어떤 위험성도 고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임원 및 직원들은 VIP 고객들에게 퇴출 위험성을 알리고 돈을 인출하라고 정보를 흘린다. 퇴출 하루 전까지 맹렬히 돈을 인출한다. 그 현장에서 있었던 금감원 직원들은 그 현장을 방조한다. 
이 과정에서 5000만원 이상 예금을 가지고 있거나 후순위 채권을 가지고 있었던 60-70대 시민들은 퇴출 결정을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된다. 은행으로 달려 가보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후다. 위 사안들은 한겨레 21을 통해서 특종 보도되게 된다. 그제서야 언론들은 득달 같이 부산 저축은행의 온갖 로비와 비리에 대해서 보도하게 된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민중의소리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였으며 그 돈의 성격도 퇴직금, 전셋돈, 자식 결혼자금 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위 사태는 핵심은 무엇인가? 피해자들의 처지가 딱하지만 예금자보호법을 정확히 인지를 못한 것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한 피해자는 언론에 기고문을 보내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처음에는 부산저축은행에 예금으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후순위채로 변경하면 더 좋을거라고 말하여 바꿨습니다. 바꿀 때 은행직원은 나에게 원금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아니, 원금 전액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후순위가 법에서 말하는 그런 거였다면 바꾸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그저 내가 평생 동안 모은 돈을 은행에 맡겼을 뿐입니다. 나라에서 은행이라 하여 평생을 모은 내 평생의 세월을 믿고 맡겼습니다. (중략) 
내 돈을 돌려준다면 나는 발가벗고 춤도 출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나라에 내가 저금한 돈을 빼앗아가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가슴이 뛰다가도 한에 눈물이 납니다. 나는 그 돈 포기 못합니다. 내 평생의 세월이 담긴 그 돈은 나와 남편의 생명 같은 돈입니다. 내 돈 돌려주세요. 나는 그 돈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한겨레 5월 11일자)“ 
이 글을 보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위 글은 이번 사건의 부산은행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정부는 은행이라고 허가해줬고, 시민들은 정부를 믿고 돈을 맡겼다. 그런데 은행은 점차 부실화 되었고, 정부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치 해두었다. 심지어 은행은 그 부실화를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서민들에게 예금을 후순위 채권으로 전환하게 하는 영업을 펼치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그리고 사태가 벌어 진 후 예금자 보호법을 들먹으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한다. 서민들은 그저 정부를 믿고 돈을 맡겨 두었을 뿐인데, 평생 추위에 쩍쩍 갈라진 손을 부여잡으며 번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게다가 힘 있고 빽 있는 자들은 폐업 전날까지 돈을 다 찾아가버렸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위 사태를 권력형 비리나 도덕성의 문제로 단순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사건의 여파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부의 방관적인 태도는 범죄에 대한 공조나 다름없으며, 그토록 정부를 신뢰하고 충성해야 한다고 배워왔던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에 대해 인권살인을 자행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하기 위해서는 위 사건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했어야 했다. 은행은 VIP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금감원 및 감사원이라고 불리는 정부기관들은 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라도 충분히 알렸어야 했다. 
그게 정부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라고 이런 기관들에게 세금내고 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형사 소송법 잘 모른다고, 강제연행하고, 고문해도 되는 것인가? 강제연행하고 고문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법을 몰랐으니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 
정부가 시민들에게 법을 몰라 피해를 입은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다. 스스로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라고 알리는 것이다. 법 잘 알고 돈 많은 사람들은 국가기관이 별로 필요 없다. 로펌에 맡기면 더욱 잘해준다. 아니 알아서 은행에서 VIP 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해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은 정부의 책임성 문제이다. 우리는 왜 법을 만들고, 정부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인가? 바로 법도 잘 모르며,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을 보호하라고 만든 것이다. 그것이 정부 혹은 국가의 존재 이유이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필자가 법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격언이 있었다. ‘권리는 잠자는 자를 구제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다. 대학 때 교수님은 위 격언과 함께 형사소송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임대차 보호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노동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았는지 상세히 열거해 주셨다. 권리의식과 법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정부는 잠자는 자를 깨워서라도 권리를 구제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의 책임성 문제를 두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하루속히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해결되어 고통당하고 있는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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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무원의 이름은 김땡땡?

2011.05.24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필자는 유난히 발달 된 구강구조 때문에 어릴 때 유독 많은 고난(?)을 당해야 했다. 특히 학창 시절 중 제일 견디기 힘든 시간이 자율학습 시간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책만 보면서 몇 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럴 때마다 여러 얘기를 준비해뒀다가 짝이나 앞 뒤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면 반 전체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는데, 지루한 자율학습 시간이 서로 뻥을 자랑하는 만담 시간으로 발전 하곤 했다. 주로 연예인 얘기나 주위에 있는 여학교 중 가장 예쁜 여학생들이 어떤 도서관을 이용하느냐가 최대한 관심사였던 것 같다.  당연히 나는 자율학습 시간에 주적과 같은 존재였다. 선생님들은 반장을 시켜서 칠판에 자율학습에 잡담을 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적게 했고, 난 그 명단에 최고 단골 고객으로 뽑히는 신공을 발휘했다.

칠판에 이름을 적히는 순간 자율학습 시간은 항상 공포에 떠는 시간이 된다. 언제 어디서 선생님이 닥쳐서 그 이름을 확인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반장에게 최대한 읍소와 뇌물(미팅 주선 약속)을 써서 지우곤 했지만 가끔 이름이 지워지지 않아 교무실에 여러 차례 불려갔던 적도 있다. 물론 불려가는 순간 공포의 체벌이 기다리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인가 잘못하여 만인 앞에 이름이 적시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지 그 시절부터 알았던 것 같다. 반대로 이름이 공개되는 것이 아주 자랑스러울 때도 있었다. 중간 기말고사를 치면 반전체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반 게시판에 붙여 놓곤 했는데, 성적이 가끔 올라갈 때면 그 명단 공개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때로는 자랑스럽게, 때로는 불명예스럽게 느껴 질 때가 있다. 그러면 공무원들은 자신이 생산한 공문이나 정책에 대해서 본인의 이름을 공개하는 문제는 어떨까? 만약 공무원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공문을 널리 알리고 싶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름을 공개할 것이며, 그 반대면 어떻게든 은폐할 것이다.
최근 이 이름 때문에 황당한 경우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수많은 공공기관에 연 수 천 건씩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공개 및 비공개 결정을 하고, 내용을 첨부하게 되는데 추가적인 질문을 위해 담당 기안자 및 검토자, 결재권자의 이름 및 직위를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지 않은 기관들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 최대의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다. 얼마전부터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한 결정통지서에서는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확인 할 수 없다. 서울시 정보공개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왜 담당자 이름을 표시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담당 공무원이 실수를 해서 그런 것이다”라고만 대답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정보공개센터에서 정보공개청구한 것이 한두 건이 아니고, 한두 부서가 아닌데… 하는 것 마다 담당 공무원들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MB 정부 이후 청와대는 더욱 더 큰 변화가 있었다. 청와대의 정보공개결정통지서에는 담당자 이름이 <김oo> <정oo>과 같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 부터는 직통 전화도 사라졌다.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안내 전화를 해야 하지만 이 조차도 연락이 쉽지 않다. 스스로 국정원의 위치를 부여 받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보공개청구인으로서는 매우 불편하다.
안내전화에다 “이 정보공개 답변서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으니 김땡땡님 바꿔주세요” 라고 하는 웃긴 멘트까지 날려야 한다. 국정원을 제외한 모든 정부부처가 담당자 이름 및 연락처를 누리 집에 공개하고 있는데, 유독 이름을 비공개하고 있는 이 두기관의 행태는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스스로 생산한 공문이나 정책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설명할 책임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스스로의 정책 및 공문에 대해 매우 불편해 하는 느낌까지 든다. 마치 자율학습시간에 떠들다가 적힌 본인의 이름처럼 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행태들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정보공개법에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법을 집행해야 할 청와대와 서울시가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는 관련 시스템이 문제가 생겨서 발생 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이 몇 개월간 문제가 있음에도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도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정책실명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정책실명제란 정책을 주창하고 설계한 공무원 그리고 그 정책을 시행하고 감리한 공무원들의 이름을 확실하게 밝혀 그 정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점인 청와대와 서울시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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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밀실행정, 폐철로 폐열차 52억 편법집행

2011.05.23

도 류
정보공개센터 이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청와대 보고사업
전국 22개 구간 700km폐쇄 철도의 관광상품 개발방안.

2008년 12월 12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대통령 참석하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9차 회의안건이 상정되었다.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그것이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 및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15개 부처가 함께 마련한 기획방안이다.

이 기획사업 가운데 한가지 사업이 전국 폐쇄철로와 간이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 관광명소와 연계한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는 방안이 있었다. 전국 22개 구간의 700km에 달하는 철도가 전철복선화사업으로 인해 폐쇄되는 까닭에 이 구간의 철도를 그대로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화천군은 전국 유일의 철도가 없이 수려한 경관을 보존하고 있는 자치단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2010년 5월 페철로와 폐열차를 이용한 예산신청이 급속하게 추진되면서 사건의 발단이 비롯되었다.

2010년. 5월 7일. 관광자원개발분야 광특 예산으로 폐철로를 이용한 예산 신청요구서가 급조하여 제출되고, 강원도에서는 졸속으로 예산지원을 확정함으로서, 화천군은 전국 22개 철도구간에 해당되지도 않으면서 폐철로와 폐열차를 억지로 끌고 들어와 52억의 예산집행을 감행할 수 있게 되었다.

광특예산 사업내용 통보받고 2~3일만에 예산신청서제출.
강원도는 화천군의 신청서 접수 즉시 국비지원 확정.

이처럼 단 3일 만에 졸속으로 폐철로 국비지원사업이 확정되어 추진되었다는 증거문서는 다음의 내용으로 확인이 된다.

화천군에서 강원도에 제출한 것으로 <2011년도 관광자원개발분야 광특 예산안 신청요구서(관광진흥과3625. 2010.05.07)>인데, 이 신청요구서의 주제는 “관광진흥과-3625(2010. 05. 07)호와 관련 2011년도 관광자원개발분야 광특 예산안신청요구서를 붙임과 같이 제출합니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강원도에서 이 요구서를 검토 완료한 <2011년 관광자원개발 국고(광특)신청사업 검토보고(관광진흥과3686. 2010.05.10.)> 인데, 이 문서의 주제는 “2011년 관광자원개발 국고 신청사업에 대하여 -관광자원성, 사전행정절차이행, 사업대상 부지확보 등 사업추진 적합성여부 검토결과를 보고 드림.”이다.

그렇다. 위의 두가지 문서가 작성된 날짜를 확인해보기만 해도, 강원도에서 5월 7일 화천군에 통보해준 사업신청 자료에 대하여 화천군은 즉각적으로 이에 부응하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착수하였고, 그렇게 단 하루 이틀 만에 급조하여 완성한 <예산신청요구서>에 대해서 강원도에서는 단 3일 만인 5월 10일 검토를 완료하고 사업지원을 확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래에 그 <예산신청요구서>와  <국고신청사업 검토보고서>가 있다.

위의 문서는 강원도의 관광진흥과에서 (2010.05.07)에 발송한 3625호에 관련하여 예산안 신청요구서가 제출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화천군에서 제출한 예산신청요구서에 대한 강원도의 검토보고서 표지>

 위의 문서 결재일자는 2010. 5. 10.로서 화천군의 <예산신청요구서>가 단 3일만에 검토 확정되었음을 보여준다.

2010년 5월 사업비 30억원으로 지방재정투융자 자체심사.
2011년 총액규모 52억원. 강원도심사 회피 위한 반토막 분리 위장.

2011년 3월 8일. 화천군은 한국철도공사와 코레일테크와의 삼자 투자협약서를 체결하면서 4월부터 7~8월까지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선포했다. 아래는 언론에 공개된 기사 전문이다.

 “7월부터 화천읍내 열차이용 신수변 관광테마 기대”

2011/03/10 11:31

【화천=강원타임즈】화천군이 체육공원 인근에 테마펜션열차와 붕어섬~용신교를 잇는 시티투어 카트레일카로 새로운 수변관광테마를 조성할 예정이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천군은 지난 3월8일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김헌 한국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박흥수 코레일테크(주) 대표, 정갑철 화천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상호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협약은 한국철도공사에서 레일, 침목, 기관차, 새마을열차 등 12억여원 상당의 현물과 코레일테크(주)에서 1억여원 상당을 투자하고 상호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오는 7월 준공 목표로 화천 시티투어 카트레일카 및 테마펜션열차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카트레일카는 화천읍 붕어섬에서 제3터널을 지나 용신교까지 강변을 따라  4.06km를 운행한다. 또 승강장 6개소를 조성해 쪽배축제 등 산천어축제 관광객들의 시내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등 화천의 새로운 볼거리로 부각시킨다.

특히 전동카 25대를 구입해 3월초 실시설계를 마치고 4월까지 하천점용허가를 비롯 사전 행정절차를 마무리해 4월부터 7월까지 모든 사업공정을 완료한다. 이와 함께 하남면 위라리에 조성하는 테마펜션 열차는 독특한 체험거리로 관광객들에게 선보인다.

전체 3천㎡ 규모의 테마펜션 열차는 폐열차 10량과 기관차 2대로 연결한  4인용 18실, 단체용 1실, 전시실 1실로 오는 7월중 완공해 7~8월경 개최 예정인 2011년 물의나라 쪽배축제에서 선보인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카트레일카 및 테마펜션 열차는 도보로 읍내까지 10여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다”며 “북한강변 자전거 1백리길과 연계해 수도권지역의 수 많은 관광객 흡수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의 기사내용 대로 한국철도공사와 MOU를 체결한 협약서를 공개받았는데, 여기에는 사업비 총액이 52억5천만원으로 투자규모가 명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에 협약서 내용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총액 52억5,000만원 규모임이 명시된 화천군과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테크. 협약서

그러나, 2010년 5월 당시에는 펜션열차 사업부분은 감추어 두고, 카트레일카조성사업 30억 예산에 대한 국비지원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서 그 규모를 반토막으로 축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서 상급기관인 강원도의 지방재정투융자심사를 피하고 형식적인 자체심사로 대체하였다.

또, 화천군에서 제출한 <광특 예산 신청서>의 “□사업내역별 투자계획”을 보면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심의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한 부실한 재정투융자심사
백암산특구 사업비 전용의 타당성검토 필요

아래는 지방재정투융자심사의 기본요건이 무엇인지 행정안전부 답변으로 확인된 내용이다.
그러나, 2010년 5월 7일 광특예산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급조한 지방재정투융자심사 회의록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화천군의 지방재정투융자심사 자체심사 회의록이다.

심의 날짜도 없고, 심의위원이 누구인지 명시되지도 않은 회의록이다. 그리고 사업비 역시 <광특예산신청서>30억 보다도 축소되어 있는 22억 사업으로 심사를 하고 있으며, 특이한 점은 “백암산 특구사업비”중의 일부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이다. 백암산특구사업비를 성격이 전혀 다른 폐레일 철로 사업비로 전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부분 또한 적법한 예산집행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검토되어야 할 내용이다.

미래 예정형 사업규모와 행정절차로 국비지원 졸속신청
눈속임 지원근거, 예비타당성조사는 허위 실적보고

2010년 5월 화천군에서 제출한 <광특 예산신청서> 가운데 본 사업신청서의 <3.고려사항>을 보면, 신청서 제출 이전에 이미 완료했어야 하는 사항들이 미래 예정형으로 서술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원근거>에서 밝히고 있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전국 폐쇄철로 간이역의 관광자원화” 방안은 기존 철도시설에 한하여 기획된 것임은 이미 서두에서 밝힌바와 같다. 화천군은 본 신청서를 통해 그 의미를 억지로 확대해석한 눈속임으로 폐철로 폐열차를 화천군으로 끌어 들여 예산을 집행하려는 허무맹랑한 사업계획을 세운 것이다.

 <○추진경위>역시 신청서를 제출하는 5월 보다 1개월 이후의 시기에 한국철도공사와 협약을 체결했음을 밝히고 있는 미래예정형 추진경위를 보여주고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역시 신청서 제출 시기보다 1개월 이후인 ′10년 6월 기본계획이 수립용역이 완료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주민공청회 역시 2개월 이후인 ′10년 7월 개최하였음을 보고하고 있으니, 이 모든 내용들이 <예산신청서>를 제출했던 ′10년 5월 8일 즈음에는 하나도 실천된 것이 아닌 허위내용임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행정이행 사실 확인도 없이, 근거도 없이 평가점수는 만점.
단 3일만에 강원도 예산 우선집행 순위 12위 확정.

강원도에서 확정한 2011 관광자원개발 국고신청사업 검토보고서 예산순위 배점

화천군이 급조하여 제출한<광특 예산안 신청요구서>를 토대로 강원도에서 2010. 5. 10일 검토보고를 완료했는데, 그 가장 마지막장에  다음과 같은 평가점수로서 사업이 확정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배점표에서 사실상 터무니없는 부분을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관광파급효과>에서 만점(10점)을 부여했는데 이는 사업 실시 이후 수년간의 과정을 통해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다. 예상점수는 현실적 평가기준에 부합할 수 없는 것이다.  
②<관광수요 지방비능력 성과우수> 10점은 무엇을 기준으로 결론지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③<녹색성장전략>에서 만점을 부여했는데, <녹색성장전략>이란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개념화되고 있는 자연환경보존 및 저탄소에너지경제구조를 정착시킨다는 개념이다. 이를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의 미래산업과 지식문화 육성을 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녹색성장전략의 실제적 의미와 폐철도 폐열차 설치운영 사업이 어떻게 부합하기에 만점을 부여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④<개발용지확보>에서 만점에 가까운 9점 역시 터무니없다. 화천군이 사업실시를 전면 선포했던 2011년 4월에 공개한 정보공개결정통지서에 의하면 (~생략~기본계획용역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변동의 여지가 많으며, 아직까지 사업의 세부적인 시행방안 및 대상부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이며~생략~)라는 통보내용을 통해서도, 대상부지가 확정되지도 않은 부분에 만점 가까운 점수를 부여한 허구적인 것에 불과하다.
⑤<행정절차이행> 은 이미 부실한 주민설명회, 심의요건도 갖추지 못한 지방재정투융자심사, 사업의 전면실시를 선포한 시점에서도 시행과정에 대한 확정된 사안이 없는 기본실시설계용역 등등 온통 부실하고 또 허구적인 내용에 대하여 그 사실관계를 확인도 하지 않고 15점을 추가함으로서 총점 결과 예산집행 우선순위 12위로 끌어올려 놓았다.

화천군의회에 제출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의보고서는 허위.
예산규모, 실제 사업진행 모두 현실과 달라

화천군의회 2010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한 사업내용은 더욱 황당한 예산내역과 계획을 보여 주고 있는데, <6. 시티투어 카트레일카 조성>사업의 보고서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 강원도에 제출한
1.  <광특예산신청서>에 따르면 폐레일설치 구간의 사업량은 1,5km다. 그러나, 화천군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4,6km로 확장된 규모의 폐레일 설치사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2.  <광특예산신청서>에 따르면 국비7억5,000만원. 도비 2억2,000만원. 군비 12억7,500만원이다. 그리고 강원도에서 검토확정한 보고서에는 국비7억5,000만원. 지방비 15억원. 기타 7억5,000만원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화천군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국비21억원. 도비 2억2,500만원. 군비 6억7,500만원으로 국비는 부풀려져 있고, 군비는 축소된 내용으로 보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1. 03. 27일 현재까지도 사업계획 실시설계 등이 아직 확정된바 없음을 알려주는 통지서 

또, 주민설명회 역시 2010년 7월에 화천군 지역현안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발전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단 한차례 실시하였을 뿐, 의회에 보고한 것과 같이 ′10년 09월 03일 주민설명회는 개최한 바가 없다.  

또, <□향후계획>에서 밝히는 내용을 보면.
1. 실시설계 완료 : ′11. 1월말로 되어 있지만, 실제는 ′11. 3. 28일까지도 실시설계는 물론 구체적 사업계획서 조차도 확정되어 있지 못한 상태였다.(정보공개결정통지서 참고)
2. 화천군&철도공사&코레일테크 다자간 투자협약체결 : ′11. 2월초도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1. 3. 8일 체결되었다.
3. 시설조성 : ′11. 3월 ~ 6월. 시범운영 : ′11. 7월중 으로 보고했지만, ′11. 5월이 지나는 현 시점에서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천군의 행정이행 사실 확인 없이 예산지원 확정한 강원도.
 
위의 사실에 대하여 강원도에 화천군이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였을 위의 관련들에 대하여 일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해보았다. 그러자, 강원도는 화천군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는 하나도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이번에는 화천군에 2010. 7월에 완료했다는 실시설계와, 2010. 12월 시범운영했다는 태양광 카트레일카와 관련한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자 2011. 04. 26일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한국철도공사와 화천군이 야합하고 강원도가 졸속 국비지원 확정.

폐철도 폐열차 재활용사업은 예산빼먹기의 전형적인 수법을 보여주는 것.

지방재정 자립도 15%에 불과한 화천이다. 강원도에서는 위와 같이 엉터리 심사 검토보고 결과를 확정하면서도, 화천군이 제출한 부실한 예산신청보고서에 따른 행정절차 이행사실에 대하여 그 어떤 사실 확인도 없이, 단3일만에 검토를 완료하고 예산집행 우선순위 12위로 확정했다.

2011년 5월 9일 오후 2시. 나의 요청에 의해 본 사업안건에 대한 긴급 의원간담회가 화천군의회에서 있었다.  2010년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본 사업 내용에 대한 의회보고서를 신중하게 검토한 의원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 확인했다. 그렇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게 심의 의결한 의회는 가장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늘의 무능한 의회가 그 어떤 획기적인 결론을 도출해 낼 것으로는 나는 믿지 않는다. 한편으로 무능한 지방자치의회가 오늘의 행정전횡과 편법이 난무하는 공직사회를 양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허무맹랑한 밀실형 졸속 행정집행은 중앙 감사기관의 철저한 감사를 통해 그 간의 부실한 내용들과 허구적인 실체가 낱낱이 검토되고 지적되고서 사업집행의 계속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 2011년 7~8월까지 1차 사업으로 카트레일카 1.5km구간을 시범운영할 계획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현재 팬션열차 카트레일카사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아 볼 수도 없다. 예산을 심의한 의회의원들 조차 이 사업을 검토한 사람이 없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기존의 철로가 운영되고 있던 자치단체들은 수십년의 세월을 통해 철로와 자연경관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풍경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지만, 화천군이 급조하여 설치한 철로가 자연과 어우러진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전국 관광객의 성원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결국, 몇 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흉물 고철시설을 철거하기 위해 수억의 예산을 낭비해야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뒤죽박죽 엉터리 행정절차에 엉터리 예산심의, 이것은 밀실야합으로 예산을 빼먹는 부패한 자치단체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진정한 의미를 조롱하며 편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늘의 화천군 카트레일카 팬션열차사업은 즉각 중지하고 또 전면 취소를 선언해야 한다. 이 사업이 실제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사업개념의 정당성부터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폐철도 구간이 없는 화천군은 이러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명분도 없고, 폐철도 폐열차를 설치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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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금융비리 대책 헛다리

2011.05.19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지금 현실을 보면, 금융기관의 사외 이사들도 독립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에게 감사를 맡긴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내부감사 기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저축은행들의 부실과 비리가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영업정지된 7곳의 저축은행에서 발견된 순자산 부족액만도 무려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공시된 회계보고서 상의 부실은 510억원 수준이라는데, 실제 부실은 60배가 넘는 규모였던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보면 내부감사, 외부회계감사, 공시, 금융감독 같은 제도들도 우리나라에서는 존재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으니 이런 부실이 은폐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의 경우는 금융비리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고객들의 돈을 마음대로 쓰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실을 감추기 위해 뇌물이 오고가고, 영업정지를 앞두고는 특혜성 예금인출을 했다고 한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비리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현재 영업정지가 되어 있는 저축은행에 예금을 했다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만 3만명이 넘는다. 지금 문제가 된 부실저축은행들을 정리하는 데에만 5조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금융기관에서 부실이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부실들을 공적자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그럴 경우엔 사실상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감독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제 역할을 못한 정도가 아니라 비리의 한 주체로 연루되었다는 점이다. 돈을 받고 저축은행의 부실을 눈 감아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줄줄이 체포, 구속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사의 상근감사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렇게 내려간 낙하산 감사들은 ‘감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을 은폐하거나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결국 이번 일을 통해 부실한 금융감독의 문제, 낙하산 인사의 문제 등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뒤늦게 정부가 대책을 수립한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엉뚱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기관의 상근감사를 없애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근감사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상근감사의 독립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 지금 현실을 보면,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들도 독립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에게 감사를 맡긴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내부감사 기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필자도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을 해본 적이 있다. 필자는 소액주주들과 노동조합의 추천으로 들어간 케이스여서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외이사들은 대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게다가 ‘사외’에 있다 보니 회사 내부사정도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감사기능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급하고도 정확한 대책이다. 더 이상 금융부실이 확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것과 함께 전체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금융부실의 현황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파악을 하고 정리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법률을 통해 금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금지하고, 상근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헛다리를 짚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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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민주주의와 양심의 문제

2011.05.18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웃 나라인 대한민국은 벌써 후쿠시마를 잊어버린 듯하다. 원자력 발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여전히 높다. 정책 결정자들이나 일부 언론들은 ‘원자력 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반복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지진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얘기도 덧붙여진다. 그래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하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연장하는 것도 추진되고 있다.

이웃 일본이 사실상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탈핵’ 정책을 추진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원자력 발전 확대’를 고집하는 것을 단순한 ‘소신’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무지’와 ‘둔감함’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 다행히 대한민국에서도 원자력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려는 노력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나온 격월간지 ‘녹색평론’은 주류 언론에서 외면하고 있는 원자력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녹색평론’에서는 ‘지금 우리는 안전한지?’ 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땅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도 ‘허용 기준치’ 이내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얘기만 들어 왔다. 그런데 이번 ‘녹색평론’에 실린 대담에서는 이 ‘허용 기준치’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허용 기준치를 누가 정한 것인지를 따져 묻는다. 김익중 교수에 따르면 허용 기준치는 의사들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치를 참고해서 국가가 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미칠 위험성에 대한 정밀한 평가보다는 원자력 산업계의 이해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허용 기준치 이내’라는 말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허용 기준치’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후쿠시마에 대해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후쿠시마에서는 이미 체르노빌 사고 때보다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었다고 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하지 않은가? 후쿠시마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핵폐기물들은 더 큰 문제다. 동해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경주에 짓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암반이 연약하고 땅을 파면 물이 나오는 곳에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 기간이 연장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문제 제기는 어느 정도 사실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데에도 있다. 원자력 문제는 그 영향이 수만 년에 달할 정도로 오래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런데도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한해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지만, 원자력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결국 원자력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은 일부 정치인과 관료, 산업계가 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결정으로 인한 영향은 전 국민이 받는데, 소수가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한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또한 원자력 문제는 양심의 문제다. 인간이 원자력 발전을 한 것은 불과 5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그로 인한 폐기물은 수만 년을 보관해야 한다. 현 세대는 원자력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후 세대는 남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골머리를 앓으면서 현 세대를 원망하기를 바라는가? 그래서 원자력 문제는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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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유치 경쟁이 없는 사회를

2011.05.18
국책사업마다 반복되는 지역갈등, 해법은 무엇인가?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 최근에 여러 지역에서 유치하려고 과열경쟁을 벌였던 사업들이다. 요즘 안전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대해서도 한때는 3000억원의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유치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모두 ‘국책사업’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국가정책에 관심이 있어서 이 사업들을 유치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지자체들의 관심은 ‘지역발전’에 있었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의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다. 왜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정책이 아닌 국가정책에 목을 매야 하나?

이미지 출처 : SBS

그것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자체의 재원이나 역량으로는 지역발전이 어렵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그 결과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유치하려고 지자체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분권형 국가구조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중앙정부가 재정을 틀어쥐고 그때그때 사업을 지역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자율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정을 지방에 주고 자율권도 줘야 한다. 그리고 지역은 지역발전을 위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성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지역갈등의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편 지역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책사업 유치는 지방권력의 무능함을 덮는 수단이 되고 있다. 국책사업 유치만이 살길인 것처럼 얘기하다가, 유치가 안 되면 정권을 욕하면서 자기 자신은 면피를 하는 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태이다. 이런 행태를 뒷받침하는 데 온갖 단체들이 동원된다. 다른 목소리는 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도 스스로의 민주적 역량을 키우고 중앙의존적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에 희망은 없다.
따라서 지금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지역 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의 혁신과 지역의 민주화이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그 어떤 처방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역의 기득권자들이 삭발과 단식농성을 하고, 온 지역을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우스운 현실이 내일도 반복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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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방역일지, 허위 대필서명 지시받고 실행”

2011.05.09

이 게시물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인 도류스님이 5월 8일, 오마이 뉴스에 기고한 글 입니다.

“1월 중순 무렵부터 3월까지 그렇게 근무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야간근무 배정을 받은 공무원이 사실상 초소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항상, 당일 오전에 근무했던 공무원이 그날 저녁 근무할 공무원의 서명까지 대신해서 적어 넣었고, 우리가 공무원을 대신해서 그날 저녁 근무를 했습니다. 군청에서 미리 공무원 대신 배치될 사람의 명단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래서 우리가 대신 근무했습니다.” – 방역 근무자의 증언 내용

 

화천군 구제역 방역 활동 
강원도 화천군은 지난 2010년 12월 22일 사내면 명월리에서 구제역 최초 발병이 확인됨에 따라, 주변 도로 차단방역과 동시에 관내 전역에 30여 개의 초소를 설치하고, 공무원1인 2교대(각 주야 12시간), 주민 3명 3교대(1일 11명)로 조를 짜 방역을 했다. 

공무원의 경우 직급에 따라 차별을 두면서 초과근무수당과 출장경비가 지급되었고, 일반 근무자들 역시 8시간 근무수당 6만 원이 지급되었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방역근무 수당으로 15억원’을 지출했다.

수일 전, 지난 겨울 내내 강원도 화천군에서 구제역 방역근무를 했던 한 사람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찾아와 당시 방역초소에서 일어난 비위사실을 제보했다.

이 제보를 토대로 나(정보공개센터 이사로 일하고 있다)는 당시의 근무일지와 공무원들의 근무일정표 그리고 수당지급내역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해보기 시작했다. 근무일지만을 우선 공개 받은 까닭에 이에 준해 확인된 사실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비위 사실을 털어놓은 그 사람은 2월 한 달간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의 ‘야간근무 배정표’를 증거 자료로 내놓았다.


구제역 방역근무자 “허위 대필서명 지시받고, 조 짜서 실행”

산림방재과 작성 구제역 근무자 명단
ⓒ 도류

2월 한 달간 배치명단에 따라 야간 방역근무를 해야 할 공무원을 대신해 자리를 지켰고, 야간 근무해야 할 공무원의 서명은 주간 근무자가 미리 허위로 기재해주었다는 것이다. 야간 근무를 안 한 공무원이 12시간 철야 근무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부당하게 야간근무수당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해당 공무원은 다음날 결근을 했어도, 야간근무에 따른 휴식으로 간주됐다고 제보자는 말했다.

공무원 대신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야간근무 대가로 받은 수당은 평소 일용수당인 4만 2000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지급된 수당은 구제역 방역비용으로 정산된 것이 아니라, 해당 분과(산불진화대)의 임시직 고용비였다. 해당 과목에 명시되지 않은 사업에 임의로 인원을 배치하고 예산을 편법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5회 방역초소 근무를 하면 1회를 보너스로 주어 6회 근무한 수당으로 지불해주었다고 한다.

▲ 2월 방역초소에 대리근무한 대가로 임금을 받은 청구서 사본 
ⓒ 도류

위 사진은 2월 방역초소에 대리근무한 대가로 임금을 받은 청구서 사본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방역근무 5일을 완료했을 경우에 ‘주차 1’이라는 하루 근무수당 보너스를 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10일을 완료했다면 ‘주차 2’가 되어 12일치의 근무수당을 받게 되고, 그래서 20일을 근무한 사람은 ‘주차 4’가 추가되어 24일치의 수당을 받는 방식이다. 2월 한 달간 하루 4만 2000원의 대리근무 수당을 받은 횟수와 수당지급 내역을 알 수 있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근무일지에 대한 세부 검토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가슴에 가득히 끌어 안아야 이동이 가능한 분량의 서류 더미였다. 그 많은 분량도 사실은 약 3개월에 걸친 모든 방역초소의 근무일지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기간 중간 중간에 걸쳐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는 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 많은 서류 더미 가운데에서, 우선 위의 대리근무자 명단으로 확인된 해당 부서의 2월 근무일지를 살펴보았다.

근무일지 확인 결과, 한 사람이 근무자들의 사인 일괄 기재 부지기수

넘겨받은 자료 가운데에서 산림방재과의 근무일지는 10초소(’10. 12. 23.~’11. 01. 13), 21초소(’11. 01. 03~ ’11. 02. 28), 28초소(’11. 03. 01~ ’11. 03. 05), 34초소(’11. 01. 17~ ’11. 02. 13)의 서류가 있었다. 산림방재과 21초소에 대한 부실한 근무일지를 우선 확인해 보기로 했다.

▲ 산림방재과 21초소의 부실한 근무일지 
ⓒ 도류

위의 근무일지 서명은 한 사람의 동일한 필체로 모든 근무자의 성명 서명이 매우 깔끔하게 정리된 서명부임을 보여준다.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1일 3교대의 민간근무자들의 서명 역시 한 사람에 의해 허위로 기재된 흔적이 역력하다. 사실 다른 거의 모든 초소에서 민간근무자의 이러한 허위 서명의 흔적이 부지기수로 드러났다. 

앞서 소개한 대리 근무자가 명시된 ‘구제역 발생에 따른 병역근무자 명단’에 해당하는 산림방재과 2월의 방역초소 근무일지를 확인해보았다. 물론, 2월의 방역초소 근무일지 서명란에는 임시직 근로자들이 방역초소에 근무했다고 볼 수 있는 대리근무자 서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당시 해당 실과의 공무원들 서명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버젓이 기재되어 있었다. 과연 주간 근무 공무원의 필체로 야간 근무자의 서명도 기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각각 주야로 서명을 대조해볼 수 있도록 사진을 배열한 것이다.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2011년 2월 1일 주간과 야간에 이은 위 두 서명자의 필체가 유사하게 보인다.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2월 12일 주야간으로 이어지는 위의 서명 역시 동일인의 것으로 추정되며 아래에 기재된 일반근무자들의 것도 모두 한 사람이 서명한 것으로 짐작된다.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임시직 대리근무자가 증언한 바와 같이 실제 근무일지의 서명은 동일인의 주야 중복된 서명으로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넘겨받은 모든 근무일지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나머지 거의 모든 실과에서도 부분 부분 허위 서명이 보였고, 일반근무자들의 서명 역시 명백하게 대리서명 기재로 보기에 충분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담당 실과장 결제도 없는 부실한 근무일지… 한 사람의 필체로 20일 이상 서명

주민생활지원실 직원들이 근무했던 5초소의 경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보였다. 2011년 1월 31일부터 2011년 2월 20일까지 장장 20일 가량 주야근무자들의 서명이 한 사람의 필체로 일사천리 기재되어 있는 곳이 있다.

아래에 몇 가지 사진자료를 공개하면서 설명하기로 한다.

▲ 주민생활지원실 (좌)2011. 02. 01. 시간:21:00~9:00 (우)11. 1. 31. 시간 21:00~9:00 
ⓒ 도류

▲ 주민생활지원실 (좌)2011. 02. 20. 시간:9:00~21:00 (우) ‘11. 1. 31. 시간 9:00~21:00 
ⓒ 도류

위의 서명자 필체는 장장 20일 가량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상단부 결제박스의 근무자 담당 과장의 결재란도 비워져 있는 부실한 근무일지다. 마치 누군가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근무일지 원장을 넘겨가며 단숨에 20일치의 서명을 한꺼번에 기입해 넣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25 방역초소에 근무했던 의회사무과 근무일지 가운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서명 몇 가지를 보기로 한다.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역시 결재자의 확인서명도 없는 부실한 일지다. 위의 네 사진자료 모두 23일 오후 5시부터~25일 오전 1시까지 한 사람에 의해 모든 서명이 기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회사무과 25초소 근무일지다.

한 사람이 그날의 근무자 모두의 확인서명을 대신해주어도 상관없는 일이라면, 자필 서명란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 근무일지를 무엇 때문에 작성해야 한다는 말인가.

기획감사실 직원들의 허위서명… 화천군의 총체적인 기강 해이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 구제역 방역 초소 근무일지 
ⓒ 도류

위의 문서들 모두 기획감사실 근무일지에서 확인되고 있는 자료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서명까지 허위로 기재해 놓았다. 이러한 허위문서에 담당자와 과장이 버젓이 결제 도장을 찍어 넣었음을 알 수 있다.

기자는 군청에서 외부열람 형식으로 넘겨받은 방역초소 근무일지 원본을 거의 모두 검토한 뒤, 그 원본 가운데에서 의혹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근무일지는 모두 복사해 두고서 반환했다. 원본 서류철은 단순히 끈으로 묶어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반환된 뒤 비위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당사자들이 문서 보관함 속의 해당 근무일지들을 자필서명으로 바꿔치기 해 넣을 수도 있어서다.

화천군청은 이런 사실과 관련해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감사계에서 진위를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으나, 7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화천군의 한 관계자는”산불 전문진화대원과 병해충 방제요원 9명이 야간근무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공무원들과 함께 근무토록 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 공무원들이 제대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부 과의 경우 개인별로 한달에 4만-10만원씩 부적절한 수당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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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공공기관 이메일은 임의로 폐기할 수 있다?

2011.05.0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지난 5일 법원에서 국민의 알권리 및 기록관리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 하나가 나왔다. 공문형태로 작성되지 않아 서명에 의한 결재가 없고 기록물관리 대장에 등록. 관리되지 않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해 상급기관에 보낸 이메일은 정보공개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고령군민 이모(44.여)씨가 고령군수를 상대로 낸 ‘행정정보공개청구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고령군수는 정보비공개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러면 이 판결이 왜 중요하고 공공기관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분석 해보자. “공무원은 ‘공문’으로 말한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무원 자신의 직무행위와 관련 된 모든 말과 행동에 공문(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되어 어떤 행위를 했음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거나, 다른 형태로 남겼다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를 의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래서 ‘공공기록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6조’에는 “공공기관은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업무수행을 위하여 업무의 입안단계부터 종결단계까지 업무수행의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될 수 있도록 업무과정에 기반한 기록물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행위를 기록(공문)으로 남기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겼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래 사례들은 공무원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고 업무지시를 한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들이다.

사례 1

2008년 신영철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촛불재판의 진행과 관련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해당 판사들에게 수차례 보낸 것이 나타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명백히 재판관 독립원칙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2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당시에 청와대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하는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청와대에서 사실상 경찰의 홍보지침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3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이란에 잡힌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군인 콘트라에게 지원한 사건이었던 “이란-콘트라”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의 조사와 폭로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자메일의 삭제와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미국 정가에 충격을 주었다.

위 사례들은 공무원이 업무행위를 공문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사적 이메일을 통해 업무지시를 한 사건들이다. 사례마다 외부로 알려지면 큰 파장을 일으킬 만 사건들이라 은밀히 진행하기 위해서 이메일로 일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 언급했던 대구지법 판결에 따라 향후에는 이메일로 통해 업무 지시 및 명령을 받아도 정보공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행위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 판결의 결정적 약점이 있다. 우선 모든 기록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고 영구로 보존기한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보존기간이 도래하더라도 기록전문요원의 심사와 외부인원이 참여하는 기록물평가심의회 심의를 거쳐야 만 공식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록물을 파기 및 폐기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 및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메일은 어떨까? 현재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직원들의 공적 이메일에 대해서는 공공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임의로 폐기하는 경우에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그나마 기록을 남겨 두고 있어 정보공개 소송이라도 가능했지만 애초 기록물을 삭제해 버린다면 소송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이에 대해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설문원 교수(전 국가기록원 정보서비스 부장)는 “현재 기록물관리법상 이메일이 기록관리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이 없다. 다만 실무적 이유 및 관리상 어려움 때문에 기록물관리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고위공무원 중심으로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는 기록물관리법상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에서는 공문 형태로만 기록을 남겨야 기록물관리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사실은 모든 형태의 기록을 기록관리대상으로 남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라고 주장했다.

설문원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기록이라 함은 “CCTV 녹화테이프, 공공기관 출입기록, 경찰 정보보고 기록, 전화녹음 기록” 등을 말한다.

이들 기록은 기록물관리법상 대상 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각 공공기관마다 임의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CCTV 기록은 향후 개인정보 보호 및 공공기록 차원에서 공공기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기록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그 관리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진행하지 않으면 향후 수많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행정안전부 및 국가기록원의 면밀한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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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폭력과 사랑의 매의 차이는?

2011.05.04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폭력과 사랑의 매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필자는 정확히 8살 때부터 22살(군대 상병)까지 ‘사랑의 매’ 라는 이름으로 맞았었다. 대상도 부모님, 선생님, 학교 선배, 동아리 선배, 군대고참, 고향선배 심지어는 인생선배라는 이름으로도 맞아봤다. 때리는 사람들은 모두 다 ‘사랑의 매’ 라고 말했으나 나는 한번 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오직 내 머리 속에는 폭력이라는 생각과 억울하다는 심정뿐이었다.

가장 큰 기억은 30년 전, 초딩 1학년 때인데 숙제를 안 해 가면  항상 손바닥을 10대씩 맞았던 것 같다. 두 번 정도 안 해가면 귀때기를 때렸던 것 같은데, 맞을 때마다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난 유독 놀기를 좋아했던 성격이었고 부모님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 거의 매일 숙제를 해가지 않았던 것이다. 쉽게 말해 매일 손바닥과 귀때기를 맞았던 것을 뜻한다.
8살 어린아이에게는 도저히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난 3일 동안 부모님에게는 학교를 간다고 속이고, 굴다리 밑에서 논 적이 있었다. 혼자 돌과 물을 벗 삼아 3일을 버텼다. 행복한 3일을 보냈지만 그 이후 같은 반 학생들의 고발로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합동단속에 걸려 거의 죽을 만큼 맞았던 기억이 난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맞았던 시절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 중 한명은 한문을 가르치던 분이었는데 이분의 폭력은 가히 예술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큰 봉으로 머리 치기, 성적 떨어지면 100대 때리기, 머리 긴 학생들에게 학생증 찝게로 콧구멍 찝기 등 온갖 신공을 자랑했다. 특히 콧구멍 찝기는 견딜 수 없는 굴욕감과 아픔을 선사했는데 10분 정도 둔 채 벌을 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가혹행위는 처음에는 눈물로 시작해서 얼굴 경련까지 번질 정도로 큰 아픔과 모욕감을 선사했다.
게다가 이런 태형뿐만 아니라 모욕형도 있었는데 담배라도 피우다 걸리면 바리깡으로 머리 5군데 정도를 쥐구멍을 낸 적도 있다. 어떤 친구들은 저항의 의미로 머리를 밀지 않은 채 며칠 동안 학교를 그냥 등교한 적도 있는데 그것을 이유로 몇 십대 정도 맞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선생님의 행위가 ‘사랑의 매’ 였다고 지금껏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수없이 일들이 발생했다. 하루는 예체능 시간 이었는데 그 수업에 관심 없던 친구 몇 명이 떠들다 발각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당시 그 선생님은 태권도 유단자였고 사태는 매우 이상하게 꼬였었다. 당시 상황을 한번 구성해보도록 하자.
“ 야 너희 둘이 이리 나와”
“(대뜸) 너네는 커서 꿈이 머냐?(이 선생님이 이걸 왜 물어봤는지 지금도 의아하다)”
“(그중 한 친구가 빈정거리며) 잘 먹고 잘사는 건데요”
그 순간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반 애들 전체가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책상을 치며 웃는 친구,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 친구, 웃음을 참을려고 인상 쓰다 웃는 친구등 말 그대로 박장대소였다.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변해갔다.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심하게 뒤틀린 것이다.
그 순간 몸을 붕 띄우시더니 선생님의 오른 발이 그 친구 머리를 강타했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라 웃음을 차마 거둘 수 없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웃음소리에 더욱 격분해(웃음은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우리였는데) 휘청하는 친구를 붙들고 다시 앞차기와 돌려 차기로 기염을 토하시더니 머리채를 잡은 채 니킥과 등찍기로 이어 나갔다. 그 상태로 머리, 등, 다리를 번갈아 가격하시다가 체력이 고갈되셨는지 밀대봉 으로 그 친구의 종아리를 수십 대 쯤 때린 것 같았다. 교탁 옆에서 시작된 이 장면은 결국 뒷문까지 가서야 마칠 수 있었다.
이런 폭력은 선생과 제자뿐만 아니다. 당시 학년별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군기를 잡는 행위가 있었다. 예를 들어 3년3반은 2학년 3반 학생들 반을 방문해 복장, 머리, 태도 등을 문제 삼아 복도로 끌고 나와 마구잡이로 때리는 일들이 빈번했다. 나도 이 행사(?)에서 수없이 맞았는데 심지어 얼굴이 기분 나쁘게 생겼다고 맞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행사는 한 학기 서너 번 정도 있었고 학교에서 이 행사에 다 알고 있었으나  전통이라는 이유로 방조했다.
얼마 전 방송에서 고등학교도 아닌 한 대학교에서 마치 내가 고등학교 봤던 장면을 그대로 재연 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먹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선배들이 우리를 잘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선배들을 용서해 달라고 울부 짓 는 장면이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사랑의 매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쯤 되면 폭력과 사랑을 구분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생각으로 지금도 학교, 군대 등에서 필자가 경험한 수많은 폭력에 대해서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일어나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포털 창에 ‘사랑의 매’ ‘사랑의 회초리’ 라고 검색해 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온갖 쇼핑 몰에 ‘사랑의 매’ ‘지휘봉 회초리’ ‘종아리 회초리’ 라는 제목으로 각종 대나무 회초리, 싸리나무 회초리 등을 팔고 있었다. 심지어 ‘(고급형)사랑의 매’ 까지 등장하고 있었다. 입을 다물 수가 없다.
5월은 어린이 날을 포함해 청소년의 달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수없이 학교에서는 폭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런 막을 학생인권조례는 선생님들의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수많은 곳에서 반발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맞아야 교육되는 것인가? 폭력과 사랑의 매는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서는 우리사회의 폭력은 계속 재생산되고 힘없는 계층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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