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저 같은 사람도 청구할 수 있나요?

2011.11.08

광화문 광장 꽃을 가꾸는 데 도대체 얼마나 들까 의문 가졌다면 직접 알아내는 방법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활발하게 시행되는 제도,
모든 일반시민이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도구

어느 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보내온 우편을 열어보았다. 이대로 국민연금을 잘 넣으면 65세 이후 83만원이 연금으로 보장된다는 내용이었다. 내심 감격했다. 국가가 내 노후생활을 이렇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단 한건의 정보공개청구로 분노로 바뀌었다.

 내용은 이렇다. 국회사무처가 전직 국회의원들을 지원하는 헌정기념회라는 곳이 있다. 국회 사무처가 이 단체에 어떤 명목으로 돈을 지원하고 있는지를 청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이었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는 65살 이후 종신토록 월 120만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말이다. 그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사람도 있고,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사람도 있다. 심지어 재산이 2~3조 쯤 되는 정몽준 의원도 국회의원에서 낙선하면 바로 지원대상이 된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더욱 기가 막힌 사례를 보자. 작은 모임이나 단체 총무를 맡아 본 사람들은 안다. 행사 한 번에 수십 장의 영수증을 챙겨서 수입·지출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지 말이다. 영수증 한 장 잘 못 처리 했다가 인간관계가 파탄 나기도 하고, 심지어 경찰 조사 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영수증 없이 공금을 마구 쓸 수 있다면?

 공공기관이 영수증 없이 쓰는 돈 8,503억

공상만화에나 나올 법 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 국방부 및 경찰을 포함해 20개 공공기관에서 특수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8,503억이라는 돈을 영수증 없이 쓰고 있다. 가끔 언론에서 그 사용내역이 나오기도 하는데, 기가 막힌다. 검찰총장이 출입기자들에게 게임을 통해 봉투를 돌리기도 하고, 문화관광부 차관이라는 사람은 특수활동비 1억 원으로 개인유흥비와 접대비로 사용했다가 장관인사청문회에서 들통이 나기도 했다. 이런 자금을 국민의 입장으로 감시해야 할 국회조차도 연간 85억씩 영수증 없이 쓰고 있다. 이런 실태가 정보공개청구로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기왕 나간 김에 한 가지 예만 더 들어보자. 오세훈 전 시장 시절 광화문 광장을 걸어 걷다보니 온갖 화려한 꽃밭과 분수가 요동을 친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그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시민의 세금으로 치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장이라는 것이 비어 있으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왜 분수와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꽃을 가득 심어 놨을까?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두 달 간 관리비를 청구해보았다. 정보공개청구결과 두 달 간 관리비용으로만 3억 6천만원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1년이면 20억이다. 저렇게 세금을 무개념으로 쓰면서 무상급식 못하겠다고 땡깡을 놓았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밤을 새워서 얘기해도 할 수 있다.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늘어놓다보면 사람들은 놀란 토끼 눈을 하며 쳐다본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 공공기관에는 수없이 많은 특혜와 특권이 있다. 그런 특권들을 꼼꼼히 들춰내고 감시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우리사회에 이런 공감대가 있어 법 제도적으로 감시를 보장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보공개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보공개청구권이다. 개인적으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언론 정보공개론’ 이라는 이름으로 정보공개청구를 강의하고 있다. 청와대, 검찰, 경찰도 정보공개청구 대상이라고 강의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한다.


  “교수님 저 같은 사람도 그런 곳에 청구할 수 있나요?”  

 학생들과 함께 웃고 넘겼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질문이다. 아직도 일반 시민들은 공공기관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 대검찰청, 경찰청 이런 곳에 정보공개청구 하면 왠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은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일반 시민들이 많이 청구하고 기록을 공개받아야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높아진다.

 그 질문을 한 그 학생은 지금 공공기관에 불친절한 모습에 격분해 투사처럼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다. 매우 흐뭇하다. 자신의 권리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정보공개센터와 한겨레신문이 개최하는 정보공개청구 캠페인은 혁명의 시작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감시하고, 그들만이 놀고 있는 어둠의 세상에 햇빛을 비추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일주일에 한 건이라도 정보공개청구한다면 우리사회는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다. 시민여러분의 폭풍 같은 정보공개청구로 수많은 특혜와 반칙이 드러나길 바란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화천군. 구제역방역 근무비리 경찰수사 착수

2011.11.01
도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강원도감사 징계조치발표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징계 미집행-

지난 5월 8일. 오마이뉴스에 사건을 소개한 이래 전국적인 특종보도가 되었던 화천군 공무원들의 구제역 허위근무 사건이 5개월이 지난 10월까지도 비리공무원에 대한 징계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이번에는 경찰수사가 시작되었다.

 
최초 언론에 사건이 발표된 당시 강원도에서는 언론 보도 직후 긴급히 감사를 실시했었다. 그리고, 대리근무자 명단 배정표까지 작성하여 비리를 저지른 산림방재과의 공무원들을 중징계하기로 4~5일 간의 감사결과로서 언론발표가 있었다.
당시 본 비리사건을 언론에 발표하기 위해서 근무일지 원본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던 나는 당시 구제역 방역근무일지에는 화천군청의 모든 실과에 걸쳐 허위서명으로 작성된 흔적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 감사결과는 사건의 규모가 산림방재과 한 곳만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당시 산불진화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인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산불진화대원들과 협의해서 대리근무제를 도입했다는 발표도 사실과 다른 일방적 통보였다는 것이었다.
또 거짓 대리근무 이튿날 휴무까지 챙긴사실이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야간근무자의 이튿날 결근에 대해 출근부에 그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을 토대로 정상출근했다고 주장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구제역 허위근무 사건이 언론에 발표된 이래 현재까지 5개월여가 지나도록 징계결정이 어떻게 확정되고 최종 실시될 것인지 확인하고자 기다려왔던 나는 더 이상 강원도와 화천군의 행정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제역방역 비리 공무원 고발장 춘천지검에 제출-
10월 18일 오후 2시 무렵. 화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방역 비리 공무원들의 비위사실을 철저히 수사하여 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사법처리하고, 그들이 부당하게 수령한 근무수당을 환수조치하도록 해달라는 고발장을 춘천지방검찰청에 제출하였다.
고발장과 함께 제출된 증거자료로서 당시의 구제역근무일지 사본들과 언론보도내용, 그리고 산림방재과 대리근무 편성표, 대리근무자 수당지급 내역, 화천군청 전 실과에 걸쳐 발견되고 있는 근무일지의 허위서명의혹 자료 등 모두 A4 2,000장 정도의 증거자료가 함께 첨부되었다.
10월 30일 고발인 진술을 하면서 본 사건의 혐의를 입증할 수사근거가 되는 근무일지 원본을 압류 확보할 것을 요청하였다. 경찰서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즉시 원본 근무일지 임의제출을 화천군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본 사건은, 어쩌면 단군이래 최다수 공무원이 연루된 공직자비리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화천군 500여명의 공무원들이 3개월 동안 근무해온 일지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장의 근무일지 문건도 소홀함이 없이 신중하고 엄정하게 조사하여 부정과 비리를 찾아내야 할 것이며, 확인된 비위사실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것은 향후 화천군이 전국에서 가장 호평받는 투명성을 확보와 공정한 공직기강이 확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또 엄정한 수사결과를 통해 신뢰받는 경찰의 존립 위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고발장 제출하기 까지 정보공개청구 내용과 기다림 –
다음은, 검찰수사 요청 고발장을 제출하기 까지 비리공무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기다리며 행정에 정보공개를 요청해온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공무원범죄 감사 적발 후 처리과정- 
상위 기관에서 징계 결정 통보에 따라 실시예정.
2개월이 되도록 징계 인사위원회 개최여부 미확정
5월에 적발된 공무원범죄가 즉각적인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중징계를 하기로 언론에 발표한 것과는 달리 2개월이 되도록 관련자에 대한 징계조치가 실시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나는 단계별로 차근차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답변을 얻어내 보았다.
최초 7월 7일. 사건 발생 당사자인 화천군에 징계 결과를 문의하자 다음과 같은 답변을 통보받았다.

정보(비공개) 결정통지서

접수일자 2011.07.07 

처리기관 화천군 

통지일자 2011.07.18

<청구정보내용>

구제역방역 허위근무사건의 감사결과에 의해 징계를 받은 공무원의 명단과 그 징계결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집행되었는지 상세하게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개내용>

비공개내용사유

1. 저희 군정에 대한 귀하의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 귀하께서 청구하신 위 정보에 관하여, 우리군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 제6항(개인정보보호)에 근거하여, 비공개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3. 참고로 구제역방역 허위근무사건의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으로, 화천군에서 2011년 6월 24일자로 강원도 징계위원회로 징계 요구하였음을 통지합니다.

비리 공무원들의 성명을 비공개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통지서에서 첫 번째의 의문점은, 5월 7일 최초 언론발표 이래 강원도 감사와 자체감사를 종결한 이후에도 1개월이 지난 6월 24일에서야 그 비리내용을 강원도 징계위원회로 공식 징계 요구서를 발송했다는 것이다.
5월 7일 감사결과 중징계를 결정한 강원도 감사결과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1개월 간 지체했다가 강원도 징계위원회로 공식 요구서를 발송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 답변을 통보받은 그 날. 이번에는 강원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접수일자 2011.07.18 

처리기관 강원도 

통지일자 2011.07.26

<청구정보내용>

지난 5월 25일 강원도청은, 화천군청의 구제역방역 관련 허위근무비리 공무원에 대하여 관련된 12명의 공무원을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고 감사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본인은 지난 7월 7일. 

그 감사결과에 대한 징계조치 이행여부를 화천군에 문의한 결과, 그 징계여부를 강원도 징계위원회에 6월 24일 요청했음을 통보해주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1. 이번 화천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비리공무원에 대한 징계 조치가 강원도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

2. 아니면 화천군 자체적으로 징계를 이행하고 강원도에 그 결과를 보고했어야 하는 것인지, 이에 대한 강원도의 명확한 입장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3. 그리고 화천군의 요청에 의해 강원도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 분명하다면, 강원도징계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하여 언제 어떻게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또 언제 사건을 종결지을 것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참조문서. 화천군 정보(비공개)결정통지서

<공개내용>

도정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귀하께 감사드립니다.

귀하께서 문의하신 구제역 방역 관련 화천군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징계 관할은 강원도인사위원회이며, 징계심의 시기는 ’11년 8월 예정으로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징계 실시 권한을 가진 인사위원회 개최가 8월 예정으로 있으며,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다는 답변이다.
그래서 본 사건의 결말은 결국 8월달이 지난 이후에 문의해보아야 알 수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화천군 비위 관련 공무원. 징계 미집행 중임에도 
징계로 인해 정직 중이라며 일없이 배회하는 모습 보여
그렇듯, 징계조치가 그렇듯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6월 7월 당시 산림방재과 고위 공무원 한 사람은 징계조치에 의해 현재 출근이 정지된 상태라면서 일없이 이곳 저곳을 배회하는 모습으로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종 결정되지도 않은 징계결과를 운운하며 그렇게 헤메고 다니는 것으로 마치 징계 처리가 최종 실시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거억 속에서 구제역방역 비리사건은 잊혀져 가고 있었다.
9월 어느 날. 강원도 담당자에게 전화문의를 해보았다. 그러자 아직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다시 기다렸다.
사건 발표 4개월이 지난 9월 말경 어느 날. 
강원도 담당자에게 또 전화문의를 해보았다. 그러자 비로소 징계인사위원회 결정이 내려졌다고 답변해 주었다. 그러나, 그 위원회의 징계처분 결과는 화천군에서 실시하기 까지 아직 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또 그 징계실시 여부를 기다려야 했다.
10월 11일. 화천군에 징계실시 여부를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다음과 같은 통지를 받았다.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접수일자 2011.10.11 

통지일자 2011.10.12

<청구정보내용>

구제역방역 허위근무자에 대하여, 강원도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하여 화천군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1. 징계 대상자명단 

2. 징계처리일자 

3. 징계이유와 징계수위 내용 등을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개내용 O 강원도징계위원회 심의결과는 현재까지 우리군에 통보되지 않았으니 이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개내용>

강원도징계위원회 심의결과는 현재까지 우리군에 통보되지 않았으니 이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화천군. 징계위원회 결정문서 우편물 미수령한 까닭에 징계조치 보류중
강원도. 징계 결정 20일이 지나고서야 통보문서 발송
위의 통지서를 받은 즉시 화천군 기획감사실 담당자에게 다음과 같이 문의했다.
「강원도 징계위원회에서 9월 말경 심의를 통해 징계 내용을 결정지었다고 하는데, 그 결과는 즉시 전화를 통해서도 알리고 확인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통보가 되지 않았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통보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징계심의 결과는 그 즉시 알 수 있었을 것인데, 그에 따라서 바로 관련자를 징계조치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건 행정적인 절차 방식에 따라서 해야 합니다. 먼저 강원도징계심의위원회에서 공식 통보 문서가 우리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그 문서를 이쪽에서 우편물로 수령한 이후에야 징계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인사위원회 징계결정 문서가 반드시 화천군 감사실 책상위에 도착해야만, 징계절차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 인사위원회 징계결정 통지서가 우편물로 도착해서 그 봉투를 열어 확인되어야만, 비로소 연결된 행정절차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로 실시간 전세계가 메시지를 주고받고, 대화의 소통이 가능한 21세기에서도 정부 행정기구는 아직도 문서를 우편물로 보내고 받으면서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10월 12일. 이번에는 강원도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징계위원회 결정이후 또 20일 가까운 날짜가 지나도록 그 징계위원회 통보를 화천군이 받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아‥‥죄송합니다. 제가 그 문서를 발송해야 할 책임을 지고 담당자입니다. 그런데,‥‥‥여러가지 행사 때문에 바쁘다보니까 아직도 미처 발송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이틀 안에 곧 발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강원도 담당자의 해명을 듣고 또 기다렸다.
10월 20일이 지나면서 마지막 주일이 되었을 때, 화천군 감사실로 전화를 해보았다.
「강원도 인사위원회 징계통보가 도착했습니까?」
「아직 통보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그 즉시, 다시 강원도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그동안 하루 이틀 처리 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발송을 했습니다. 아마도 내일쯤이면 화천군에서 받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확인된 사실을 또 즉시 화천군 감사실로 이 사실에 전해주었다.
「강원도 담당자분이 어제 징계통보서를 발송했다고 합니다. 오늘 늦은 시간이나 아니면 내일은 도착할 겁니다. 그렇게 알고 계시고,‥‥‥그 결과를 제게도 통보를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징계통지서가 도착하는 즉시 처리하고 나서 꼭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이후 화천군에서는 그로부터 1개월 여가 지나도록 단 한차례도 이와 관련된 연락을 해온 적이 없다.
결국, 더 이상 행정 기관의 사건 축소 기피 은폐를 위해 시간끌기 작전에 우롱당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고 판단하고, 10월 셋째주가 시작되는 이틀간에 걸쳐 그간의 모든 증거자료와 토대로 고발장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10월 18일. 마침내 춘천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였다.
10월 28일. 고발장이 춘천지검으로부터 수사지휘가 내려왔다는 통보를 해주었던 경찰서 지능팀장에게 나는 수사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일러주었다.
「내가 고발장과 함께 증거자료로 제출한 근무일지 사본은 원본의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 사본에는 서명이 한 사람에 의해 위조된 것이 많고, 또 결제 담당자의 직인도 없이 그저 날짜에 맞추어 끼워져 있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허위문서를 근거로 야간근무 수당도 받아냈던 겁니다.
지난 5월 강원도감사 이후 5개월여가 지난 그 동안 혹 원본 근무일지에 대해서 증거조작이나 인멸을 했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 근무일지 원본은 이번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입증 자료가 아닙니까. 화천군에서는 아직 고발장에 의한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테니, 즉각 그 근무일지 원본을 모두 압수 조치해서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고발인으로서 이 점은 제가 분명하게 요청을 하는 겁니다.」
-감사관들 피감기관 공무원들과 첫날 술과 고기파티 2차 노래방-
감사원 감사관들도 축소된 감사결과를 묵인
구제역 방역 비리발생 1개월이 지난 6월 16일.
화천군 감사를 나왔던 중앙 감사원의 감사관들이, 감사첫날 화천군청 공무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술과 고기를 먹고, 2차로 노래방에서 흥겹게 놀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감사원의 위상에 큰 오점을 남긴 사건이 있었다. 이 보도는 한국의 모든 언론에서 한번 이상 보도를 내보낸 특종 사건이었다.
감사원에서는 파견 나왔던 감사관 3명을 모두 징계 결정하고 사건을 마무리 하였다.
당시에 향응을 받았던 감사원의 감사관들은 그간의 구제역방역 비리 감사결과에 대해서 아무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결말짓고 한주간의 감사를 종결지었었다. 이미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서 전 실과에 거친 위조 허위서명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그 자세한 증거자료와 함께 5월 8일 보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감사원 조차도 한사코 산림방재과 관련 공무원들 10명에 대한서만 징계한 것으로 이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 것이다. 
그렇게 축소되고 은폐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화천군은 감사관들에게 고기와 술과 노래방으로 전전하면서 비위를 맞추며 전국적인 망신을 떨었던 것이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화천군. 수렵협회 사냥활동에 지원금 지급?!!

2011.10.27

화천군. 수렵협회 사냥활동에 지원금 지급.
야생동물 보호 정책은 없고, 수렵협회 지원정책은 있고.

작물재배 피해농가에 수렵허가를 해주어야 한다.

도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사)

화천군에서는 매년 수렵협회에 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2010년 416만원 활동비 지원을 했고, 올해 2011년 12월에도 50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그 재정지원 이유는 유해야생동물 구제활동 보조비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상 겨울 수렵기간 야생동물 사냥꾼들의 수렵 활동비를 보조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한겨울 숲 속이나 인가근처에서 발견되는 그 야생동물이 누구의 농작물에 어떻게 피해를 주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무엇으로 확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겨울 수렵협회 사냥활동은 농작물 피해와는 상관없는 야생동물이 무차별 살상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관련 법령을 보면, 야생동물 관리와 보호 및 구조활동에 그 법 제도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외적으로 농가피해를 발생시키는 유해동물에 한하여 수렵허가를 통해 포획 허가를 해줄 수는 있지만, 수렵인에게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이나 재정지원은 화천군에서 이제까지 단 한번도 집행된 일이 없었던 것에 비추어, 수렵협회 수렵인들에게 겨울 사냥활동비를 지급해주는 것은 오히려 정부의 야생동물 보호정책과는 상반되는 모순된 행정집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화 스윙걸스 중 한장면

해마다 야생동물로 인해 농가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적지 않지만. 그러나, 그 피해농가에 보상해주는 금액은 실제 피해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야생동물수렵활동비 지원금은 오히려 피해농가의 보상금 지급 수준을 현실화하는 예산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예산 정책이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군에서 활동비를 지원해주면서 수렵협회 사냥을 허가해줄 것이 아니라, 피해 농가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관리 기간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 농가에 수렵을 허가해 주어야 한다.
야생동물 구제활동은, 피해 농가 자체에서 올무 또는 덫을 이용해 포획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총기 안전사고 위험도 없으며 지방정부의 명분없는 재정지출도 필요 없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다음은 수렵협회 활동비 지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화천군의 답변 내용이다.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수신자 : 강원 화천군 화천읍 상리 209번지 불도암 안정호
제목: 수렵협회 보조금 지원에 따른 사업 계획서
접수번호 1474403 
접수일자 2011.10.12 
통지일자 2011.10.25
<청구정보내용>
지난 9월5일 의회에 보고한 환경수도과 사업내용 중에에는 야생동물 보호활동을 명분으로 수렵협회에 보조금 500만원을 지불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수렵협회는 본래 야생동물보호와는 성격이 다른 단체입니다. 그분들이 야생동물보호운동을 위해 어떻게 활동하겠다는 것인지, 또 보조금 500만원은 어떻게 지출하겠다는 것인지 행정집행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개내용>
1. 저희 군정에 대한 귀하의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 귀하께서 청구하신 위 정보에 대하여, 우리군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에 의거, 공개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우리군은 야생동물 협회는 없으며 수렵협회을 말하는 것이며, 아울러 보조금이 아니라 농작물피해 유해야생동물 구제단 운영에 따른 구제활동 보상금으로,
군에서 직접 야생동물 구제단 운영에 따른 농작물 수확이 완료되면 예산에 범위내에서 지휘부 방침을 받아 경찰서 총기 출고 횟수 자료을 제출 받아 개인별로 활동횟수에 따라서 활동비조로 최소의 경비(차량 유류대)을 지원해주는 사항 입니다
(참고: 2010년 4,160천원 지원,   2011년 12월에 지원할 계획임)

*다음은 2011. 09. 05. 화천군의회 추경예산심의에서 보고한 내용이다.

 제187회 화천군의회(임시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회의록 제1호 화천군의회사무과
——————————————————————–
 일 시 : 2011년 9월 5일 (월) 10시
 장 소 : 특별위원회 회의실
  ~생략~
 ○신금철 위원
 네, 2011년도 제2회 추경에 환경수도과장님으로부터 간단한 설명 이해를 하겠습니다. 205페이지에 유해야생동물 관리와 그 다음 야생동물보호협회 구제활동 보상금 이렇게 돼있는데 이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이것에 대해서만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태호 위원
제가 좀 착각을 했는데 과장님 야생조수 담당하시지요? 저희가 그걸 보면요 매번 되풀이 되는 것 같아요.
농작물을 피해 입혔다 그러면 신고가 들어가서 유해조수단이 가서 또 포획내지는 예방을 하고 그런 것보단, 차라리 한 겨울에 수렵허가를 내가지고 개체수를 줄여가지고 원체적으로 이걸 방지를 하는게 낫지 꼭 피해를 입은 다음에 피해 보상도 해주고 또 구제단 갖다가 이렇게 투입시키는 것 보다는,‥‥‥ 저희도 한 겨울에 개체수를 줄이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실 의향이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 한번 과장님 답변 듣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환경수도과장 김창덕
환경수도과장 김창덕입니다.
우선, 신금철 위원님께서 그 야생동물 보호협회 구제활동과 관련해서 질문주신 것에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건 야생동물 보호협회라는 것은 수렵협회를 이야기한 것인데, 회원이 한 40명인데 현재 25명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11월 달 이라서 기름값 정도 준다는데, 지금 회장은 오00씨고요 간동에 연간 5백만원 정도 보조하는 걸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이태호 위원님께서 야생동물조수 피해예방과 관련 되서 피해 난 다음에 허가내서 하는 것보다 겨울에 수렵허가를 해서 먼저 개최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지금 기본적으로 야생조수 구제하는 것은 농작물의 피해신고가 있은 후에 경찰에서 총기를 내주거든요 그래서 그것이 조금 문제가 있는데 이 관계는 경찰하고 한번 별도로 논의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이제 한국의 청년들도 자기정치를 해야 한다

2011.10.13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안철수 바람’이 거세다. 전국의 대학가를 돌며 청년들과 소통하는 멘토 역할을 하던 그가 정치에 의지를 보이자 순식간에 대권후보가 돼버렸다. 이를 두고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변화욕구가 안철수라는 아이콘을 만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세대별로 좀 더 상세하게 분석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안철수씨에게 열광하는 세대는 청년들이다. 안철수씨는 20, 30대에서 과반수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던 청년들이 안철수씨로 인해 정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청년들은 매우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청소년기에는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보니 OECD 국가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 시절을 보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에 80%가 넘는 비율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비싼 등록금에 시달려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의 문은 좁기만 하다. 대학을 가지 않은 20%의 현실은 더욱 답답하다. 학력차별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당수는 암울한 현실을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한다. 기득권을 가진 정당들은 선거용 구호로만 ‘청년’을 이야기한다. ‘반값 등록금’도 외치지만 진정성은 떨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청년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정당 내부에도 청년들이 설 자리는 없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전달될 통로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낮은 투표율로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안철수씨가 등장했고, 그래서 청년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멘토는 멘토일 뿐이다. 그리고 안철수씨가 대권에 도전하는 순간, 그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철수씨도 청년들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안철수 바람’이 부는 동안, 독일에서는 다른 사건이 터졌다. 엉성해 보이기 짝이 없는 정당인 해적당이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을 올려 15석의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독일 해적당은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20~30대들의 정당이라는 것이다. 해적당 당원들의 평균연령도 29세이고, 당대표도 20대다. 그래서 해적당은 ‘청년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청년들의’ 정당이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정당인 것이다. 이런 해적당을 보면서, 30여년 전 독일 녹색당이 출발할 때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다. 녹색당이 가장 관심을 쏟은 핵문제만 하더라도 앞으로 많은 세월을 살아가야 할 청년들의 문제였기 때문에 녹색당에도 청년들이 많이 참여했었다.

독일 해적당

일본에서도 정당은 아니지만 청년이 자기정치를 시도한 사례가 있다. ‘가난뱅이의 역습’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청년활동가, 마쓰모토 하지메는 사회적으로 보면 루저(loser)다. 그는 대학에서 시위를 하다 쫓겨난 후 지역에서 재활용가게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청년들과 소통한다. 그러던 그는 구의회 선거에 출마해서 선거를 록콘서트장으로 만들어버리는데, 그래도 1000표 이상의 표를 얻는다.
해적당이나 ‘마쓰모토 하지메’는 청년들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다. 누가 대변해주고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 점에서 ‘안철수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한국의 정치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어떤 방법이 맞을까? 누군가 영웅이 나타나서 청년들을 잘 대변해 줄 것을 기다리는 게 맞을까, 아니면 청년들 스스로가 조직화되어서 정치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맞을까? 아무래도 후자가 더 현실성있는 방법일 것 같다. 해적당이든 녹색당이든 루저당이든, 이제 한국의 청년들도 자기정치를 해야 한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탈성장’은 금단의 영역인가

2011.10.13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변호사)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서 ‘탈토건’에 대한 공감대는 높아진 듯하다. 그래서 최근의 선거 때마다 ‘탈토건’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탈토건’이라는 문제의식으로 토건사업 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탈토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탈성장’에 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성장중독증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토건중독증으로부터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토건사업을 벌이는 주된 논리가 바로 경제성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매우 조심스럽게 얘기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는 ‘탈토건’을 넘어서서 ‘탈성장’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탈성장’을 얘기한다고 해서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단순하게는 경제성장률을 모든 정책의 척도로 삼는 ‘탈GDP’부터 시작할 수 있다.
GDP(국내총생산)를 경제의 척도로 삼는 이상, GDP를 몇 % 올리기 위해 토목사업을 벌이고 의료를 시장화하고 난개발을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내 총생산(GRDP)를 지역 발전의 척도로 삼는 상황에서는 성장률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기업에 부당한 특혜를 주면서까지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사실 GDP를 계산할 때에는 환경을 파괴한 다음에 복구하는 행위, 범죄가 증가해 교도소를 더 짓고 유지하는 행위까지도 경제활동으로 포함된다. 그래서 GDP의 증가가 삶의 질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 상황이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월에 방정환 재단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최저 수준이어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보면, 성장과 물질만 중시하는 사회라는 것에 근본 원인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도 OECD국가 중에 가장 적었다.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도 일본 다음으로 높았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가족들이 같이 밥상에 앉는 횟수가 적고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눌 시간도 부족하니청소년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제가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일상을 찾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GDP를 더 이상 경제의 척도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렇게 급진적이지 않다.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에 있다면, 이제는 GDP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만이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여전히 ‘성장만이 살 길’ 인 것처럼 얘기한다. 

지금은 민주당이 ‘탈토건’을 얘기하지만, 민주당은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새만금에 비해 4대강이 훨씬 더 파괴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새만금도 토목사업에 의존하려다 예산만 낭비하고 뭇 생명들을 죽인 사업이기는 마찬가지다. 본질이 ‘토목’을 통한 경제 성장 논리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탈토건’을 얘기하는 정치인들이 핵발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도 ‘탈토건’ 논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핵발전소를 짓는 것 자체가 거대한 토목사업이고, 몇몇 재벌 기업들이 발전소 공사를 맡고 있다.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나 4대강 사업을 벌이는 것이나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위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탈핵’을 얘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탈성장’도 마찬가지다. 성장 중독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여전히 몇 %의 경제 성장을 내세우는 이유는 뻔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탈 성장’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공정여행으로 새롭게 본 캄보디아의 아름다움

2011.09.28

– 앙코르에서 일행들과 함께 –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한국인에게 앙코르 와트로 유명해진 캄보디아 씨엠립을 상징하는 숫자가 있다. 바로 40만대 10이다. 이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놀랍게도 40만은 한 해 동안 한국인이 캄보디아 씨엠립을 방문하는 숫자이고, 10은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 숫자다. 이 숫자를 다시 분석하면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40만 명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 숫자 10명은 최저 수준이다.

이 놀라운 불균형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그 원인을 분석 해 앙코르여행의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광주 5.18기념재단은 5.18아카데미 프로그램으로 국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6명과 함께 지난 9월19일-27일까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과 씨엠립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필자도 여기에 포함되어 캄보디아 지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교통/숙박/식당을 이용하고 마을 홈스테이를 경험하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앙코르는 시작부터 우리일행을 당황시켰다. 씨엠립 공황에서는 20달러의 비자비를 받는데 비자를 접수를 받는 곳에서 1달러의 급행료를 요구했다. 또한 입국심사국에서도 1달러의 급행료를 요구했다. 여행 주최 측에서는 한국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주는 관행이 굳어져서 지금도 요구한다고 했다. 물론 우리일행은 주지 않았지만 이렇게 걷어 들이는 비용이 한 달 동안 개인별로 수천달러씩 된다고 했다. 평균 임금이 200-300불에 불과한 나라에서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캄보디아는 이런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입국 다음날부터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앙코르 지역을 여행했다. 그런데 여행 첫날부터 재밌는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인 관광객들이 엄청난 비율로 앙코르 방문하고 있었는데 유적을 설명하는 사람이 한국인이었다. 예를 들어 덕수궁을 설명하는 데 미국인이 설명하는 격이다. 현지인 가이드는 뒤에서 멍하니 서서 그 장면만 지켜 볼 뿐이었다. 

– 톤레삽 호수 –

이에 대해 공정여행사 트레블러스맵(www.travelersmap.co.kr) 이해광(필명 아치)씨는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은 한국인 가이드가 앙코르에 대해서 설명하고 현지가이드는 따라다니기만 한다. 캄보디아 법에서는 현지인 가이드가 동행해야 하는데 그들은 뒤에서 세워 놓고 한국인들이 설명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런 이유에 대해서 그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고 하는 목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현지주민들과 접촉점을 줄여 쇼핑 등 영업이익을 극대화 하려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인 가이드는 현지인 가이드가 영어도 못하고 크메르어만 한다고 속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인 가이드들이 한국어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로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인 가이드가 10명뿐인 기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체계적인 유적해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필자도 다니면서 한국인 가이드들의 정확치 않은 설명을 엿들을 수 있었다.

우리를 인솔했던 현지인 가이드 웽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쇼핑센터에 가고 한국인 설명을 들으면서 앙코르 관광을 해요. 왜 이곳까지 와서 그런 여행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들의 도시 앙코르 사원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앙코르 와트를 비롯해 거대한 도시를 상징하는 앙코르 톰,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레이더’에서 사원의 벽을 감싸고 있는 나무 등 신비한 사원의 매력을 보여주는 따 프롬까지 신비한 매력을 발산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백미는 씨엠립에서 155km 떨어진 ‘반따아이 츠마’ 라는 마을에서 1박 2일 동안 현지인 집에서 보낸 것이다. 화려하고 깨끗한 호텔을 벗어나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현지인 생활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반띠아이 츠마’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밧데리 전원으로 티브이를 보고, 상수도 시설이 없어 빗물을 모아 사용하고 집이지만 나무와 풀이 너무 울창해 밀림 안에서 자는 듯 느낌을 주는 곳이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마을 부녀회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했으며, 밤에는 마을 청년회에서 우리를 위해 음악회를 열어주었다. 이런 여행은 CCBEN 이라는 단체에서 기획을 했는데 이 단체는 문화유적 보존과 빈곤 완화를 위해 지역 커뮤니티 증진과 지원을 위해 설립된 캄보디아 유일의 생태여행 네트워크이다.

그 곳에서 현지인들과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춤과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마음을 공유했고, 캄보디아의 따듯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반띠아이 츠마 현지인들과 함께 –

무엇보다 전기 없는 집에서 자는 것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아늑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밤에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밀림을 향해서 해결하면 된다. 그 해방감은 어디에서 맛볼 수 없는 경험이다. 이런 여행은 공정여행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경험들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여행이 꼭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관광지를 가더라도 원달러를 외치는 구걸하는 애들과 아이를 안고 돈을 요구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볼수록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이다. 심지어 비가 와도 그 비를 아이와 함께 맞으며 돈을 구걸한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큰 충격적인 장면은 ‘톤레 삽(Tonle Sap)’ 이라는 곳이다. 톤레는 크메르어로 ’강‘을 의미해서 우리나라 말로 삽강이 된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담수호로 여기서 잡히는 민물고기는 캄보디아 단백질 공급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곳은 수상마을과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일몰의 멋진 광경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 멋진 풍경보다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 톤레삽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보드피플들이 이곳 톤레삽에서 거주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는 이들이 조국을 등진 배신자이고,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한 존재가 된 것이다. 베트남인도 아니고 캄보디아인도 아닌 무국적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캄보디아 인들에게 심한 견제를 받고 있어 어려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부녀자들이 작은 배를 탄 채 관광객들에게 원 달러를 외치며 하루 종일 구걸행위를 한다. 심지어 10살도 되지 않은 소녀가 큰 뱀을 두른 채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서너 살 짜리가 다가와 원 달러를 외친다. 전쟁이 후세대들에게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주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후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으로 옮겨 킬링필드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으며, 수용소 등에서 고통 받으며 죽어나갔던 현장도 볼 수 있었다. 특히 킬링필드 당시 지식인들의 수용소였던 투슬랭 박물관은 반드시 방문해 보아야 할 곳이다. 온갖 고문과 악행이 자행되었던 곳이고 그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에 킬링필드의 참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바닥에는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보인다는 풍문도 떠돌고 있다. 그 현장은 불편하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캄보디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고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캄보디아 음식을 잊을 수 없는데, 태국음식 만큼이나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특히 피쉬 아목이라는 음식은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가시면 꼭 한번들 드셔보시라. 캄보디아는 일부 악덕 여행사들 때문에 이미지가 훨씬 더 안 좋은 곳인데 이번 여행으로 그런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꼭 한번 더 가고 싶은 곳이다.

-현지인이 차려준 캄보디아 음식 –

캄보디아의 매력을 빠지려면 현지인들의 삶에 좀 다가가야 한다. 일정에 쫒 겨 본 듯 만 듯 유적관람 후 다음 장소로 옮기고 한국식당에서 식사하고, 쇼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 캄보디아이다. 공정여행 프로그램으로 캄보디아를 천천히 음미하며, 사색하는 여행을 가져보자. 캄보디아의 무한한 매력에 빠질 것이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인권 무개념, 국가인권위원회

2011.09.2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게 한진중공업은 음식과 물, 의류, 휴대전화 배터리 등을 공급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의권보호에 대해 어떠한 의견표명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견표명에 대한 안건이 통과되려면 전원위원회 과반수인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장주영·양현아 2명의 위원이 찬성하고 김영혜, 홍진표, 김태훈, 윤남근 위원이 반대하며 부결되었다고 한다. 8년 전, 역시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하며 85호 크레인 위에서 눈물을 머금고 목을 매 투신한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 하늘에서 경경열열 할 일이다.

이러한 결정 자체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분통이 터지지만 회의 중 나온 인권위원의 발언은 더욱 그렇다. 특히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인 윤남근 고려대 교수는 “김씨(김진숙 지도위원)는 시설을 점거해 회사를 방해하고 있는 위법 상태의 농성자다. 그런 지위에서 물과 배터리 등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나온 말인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악스럽다. 이처럼 인권에 대해 몰지각한 자가 법을 가르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통탄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나아가 이런 인식이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일반적인 인식일까 심히 우려스럽다.

윤남근 위원의 발언에 따르면 “회사를 방해하고 있는 위법 상태의 농성자”는 인권적 차원의 요구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즉 준법이 절대적으로 인권보다 상위의  가치라는 논리다. 이런 생각이 검찰의 사고가 아니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의 사고라는 것에 소름이 끼친다. 인권은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할 수 있는 온갖 권리들을 묶고 있는 하나의 개념이다. 현재까지 인권의 지위는 법과 같은 국가와 사회구성의 일반적인 실체(substance)가 아니다. 다만 오늘 날의 법이 인권의 발상들을 사회발전 속에서 선별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또한 당연히 그와 같은 이유로 법은 언제나 인권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아울러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본주의 하에서 특수한 법의 발달 경향이 일부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재산권과 상법의 팽창과 이에 대해 노동법이 종속화 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법의 일방적인 팽창 경향에 의해 법차원에서 인권의 개념의 수용과 실천은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설명한 경향의 대표적인 현상이 정리해고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해고의 비인권적 측면은 당장 한진중공업 사태 이전인 2년 전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가 있다. 현재까지 쌍용자동차 퇴직자 중 총 14명이 사망했고 그 중 7명이 자살했다. 또한 평택자치시민연대와 평택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파업 뒤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중 52.5%가 자살충동에 시달린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기업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는 자신들이 고용했던 노동자에 대한 일종의 테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어떠한 사회적 안전망도 강구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진압한 공권력과 정부역시 이 테러의 공범이었다. 이런 일들은 인권이 침해된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인권의 붕괴에 가깝다.

 

이런 연속된 정리해고 상황들 속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단지 한진중공업 뿐 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85호 크레인 위에 올랐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언제든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대신해 크레인 위에 오른 것이다. 그녀가 크레인에 오른지 오늘로 259일째다. 그녀는 전화 연결 등이나 메시지를 통해 발언의 기회가 있을 때 정리해고가 철회되거나 자신이 크레인 위에서 투신하거나 두 가지 밖에 없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형식적으로만 정리하면 윤남근 교수의 말이 맞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자기목숨을 담보로 한진중공업 재산의 일부를 위법적으로 점거하고 농성중이다. 그리고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최소한의 인권보전을 위해 ‘약속한’ 음식, 물, 의류, 통신유지수단을 임의로 중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상황에서 ‘농성이 위법’이고, 한진중공업의 약속 불이행이 ‘일시적’이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보한다’는 핑계들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크레인 중간의 4명의 농성자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과 그 생명은 존중되고 보전되어야 한다는 게 모든 인권의 근본 바탕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김진숙 지도위원의 최소한의 인권은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현재의 법이거나, 그 법에 의해 움직이는 공권력은 아닐 것이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행정심판 패소왕(?) 국가기록원

2011.09.14
정진임 간사
웃자고 던진 질문에 진지한(?) 대답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정보공개센터 활동가인 제가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단체는 이 세상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라는 것이냐? 당신 정보(나이, 몸무게, 애인유무 등등등) 먼저 투명하게 공개해라! 와 같은 농담 반, 진담 반의 질문들입니다.
먼저, 매일같이 뉴스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홍수에도 허덕이는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아요. 그리고 모든 정보가 다 오롯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지요. 국가안보 등 긴밀한 몇몇의 것들은 당대에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마저도 즉각 폐기해버려 후대에 남겨지지 않게 될 테니까요. 개인정보가 철저히 비공개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구요.(저의 나이, 몸무게 등은 절대!! 개인정보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공개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국가의 정보에서 소외당해서는 안되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몇몇 공공기관들은 공개가 당연한데도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비공개하기가 일쑤입니다. 2년이나 지난 자료도 현재검토중인 사항이라며 비공개하고 있으니 말 다했죠~

이런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늘어져서라도 반드시 공개를 받아내야죠. 불필요한 비공개남발은 이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저하시킬 뿐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그런데 이렇게 비공개를 남발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국정원이나 청와대와 같은 특수한(?) 기관은 고사하고 기록관리를 통해 투명한 행정과 역사전승을 구현하겠다는 국가기록원마저도 이러한 실정입니다. 
국가기록원은 2009년~201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보안/재난대책 평가점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감사감독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를 했습니다. 1,2년이 지난 내용을 가지고 업무수행 지장 운운하다니… 국가기록원의 태도는 결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였습니다. 더군다나 이와 비슷한 내용은 이미 이 전에도 행정심판까지 거쳐 공개판결이 나기도 한 사안이었습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행정심판청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국가기록원은 이미 패소했던 사안에 대해서 이번에 또 패소한 셈인데요. 패소왕이라는 별명을 붙여드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를 보면 “2009년과 2010년에 실시한 기록물 보안대책 및 재난대책 평가점수는 이미 도출되어 완료된 사안으로 공개된다고 해서 행정기관의 업무에 지장을 준다거나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자료다. 오히려 이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이바지한다는 정보공개법 취지에 부합하니 정보를 비공개한 국가기록원의 저분은 위법 부당하다” 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당연하지 않은 과정 끝에 공개된 것이니 씁쓸할 따름이죠.
어쨌든 지리한 시간을 거쳐 공개하도록 결정이 되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겠지요. 
어떤 사람이 정보공개센터를 가리켜 정보 하이에나라고 하더군요. 이곳저곳 정보를 찾아다니기 때문인가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찾는 것은 정보가 아닙니다. 이 나라의 정보는 당연히 국민의 것이라는 국가의 인식이 특정한 정보보다 더 간절하고, 더더욱 반갑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국가기록원이 정보에 대한 인식이, 공개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길 바랍니다. 

*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서 전문을 올립니다. 참고하세요.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서울에 핵발전소를

2011.09.09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가 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에는 ‘아프리카에 평화가 오기 위해서는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를 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누군가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죽어가는데, 누군가는 화려한 도시에서 피 묻은 다이아몬드를 사고 있는 기막힌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지적한 현실은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다른 생명들의 눈물 위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서울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불구의 도시다.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2009년 기준으로 1.9%에 불과했다. 서울은 식량을 자급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가진 대도시다.

이런 서울을 유지시켜주려면 외부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공급해줘야 한다. 그래서 핵발전소, 화력발전소를 짓는다. 핵발전소는 동해안의 울진·월성·고리와 서해안의 영광으로 몰아넣고, 거기에서 발전을 해서 대형 송전탑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 저장을 시킬 예정이다.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이미 경주에 짓고 있고,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결국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핵발전소나 핵폐기장이 추진되는 지역은 몸살을 앓는다. 찬-반 갈등으로 지역공동체가 황폐해지기도 한다. 송전탑이 건설되는 지역도 자연이 파괴되고, 주민들 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생산된 전기를 쓰는 서울은 평온하기만 하다. 아마 서울시민들 중에는 ‘핵발전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전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식적인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정말 핵발전소가 필요하다고 해도 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만 설치할까? 전기를 쓰는 서울에 설치하면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송전탑을 건설하고 자연을 파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관료들이나 핵산업계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미사일을 맞아도 끄떡없고 지진이 일어나도 끄떡없는 안전한 시설이다. 기왕에 국격을 높이려면 청와대 부근에다 이런 시설을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지금 핵발전소를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국형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의미에서라도 서울 한복판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얘기는 필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정부는 후쿠시마 이후에 핵발전의 안전성을 강화한다면서 10월에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내정된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2003년도에 전라북도 부안에서 핵폐기장 문제가 터졌을 때 “서울대 관악캠퍼스 지하 암반에 핵폐기물 처분장을 만들자”고 주장한 사람이다. 정말 핵발전에 찬성하려면 이런 정도의 소신과 자신감은 가져야 할 일이다. 서울에, 그것도 청와대에 핵시설을 유치하자. 굳이 변방의 해안가 마을로 핵발전소를 돌리지 말자.

만약 이런 주장이 황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핵발전에 반대하는 것이 윤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내가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은 나쁘다는 상식만 있다면, 선택은 명확하다.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그 다이아몬드를 사는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유지되듯이, 우리와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도 서울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쓰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핵발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 서울에 핵발전소를 유치하자.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핵발전소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는 의미에서 청와대에 핵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 이글은 주간경향 <하승수의 눈>에도 실린 글입니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
활동소식

평화의 섬 제주에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1.09.01
평화의 섬을 지켜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종북좌익 척결’을 외치더니,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강정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 시민단체 회원을 구속시키는가 하면, 앞으로도 초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대검찰청에서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구실로 공안대책회의가 열렸다. 서귀포경찰서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한마디로 공권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정권이 경찰들에게 던진 것이다. 
이제 법원의 가처분결정까지 내려진 상황이니, 언제 공권력을 투입해서 강경진압을 할 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기 이전에 사건의 경위부터 돌아봐야 한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의 발단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밀실 정책결정에 있었다. 
80명밖에 안되는 주민들이 참석한 마을총회가 강정 해군기지를 결정한 유일한 근거였다. 
그러나 당시의 마을총회는 마을규약에도 어긋난 것이었고, 그 이후에 마을주민들의 자치적인 주민투표에 의해 절대다수의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중간에 여론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원데이터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부실한 여론조사가 정책결정의 근거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해군기지를 강행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민중의소리

이런 비민주적인 절차진행에 대해 항의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동안 번번이 묵살당해 왔다. 
주민들은 최대한 평화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정부는 벽창호처럼 묵묵부답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오늘의 상황을 낳은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정부에 있고 해군에 있다. 평화를 깬 것은 주민들이 아니라 정부다.
 
그런데 정부는 자신의 잘못은 되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주민들을 ‘불법’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설 자리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비민주적인 정책결정을 했을 때,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견디지 못하고 힘에 의존하는 정부는 정당한 정부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정부의 비밀주의적 행태도 다시 짚어야 한다. 정부가 과연 강정 해군기지를 밀어붙이는 저의가 무엇인가? 
누가 보더라도 대 중국 견제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그리고 미국의 군사전략과 연계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강정해군기지가 과연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해군기지에 그치지 않고 공군기지가 들어올 것이라는 많은 도민들의 우려를 정부가 해소시켜준 적도 없다. 
이런 중요한 정책결정이 밀실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제주는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그래서 정부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이 엊그제의 일이다. 
그런데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다시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려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태도인가?
한편 제주도지사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제주도지사를 뽑아준 것은 도민들이지 중앙정부가 아니다.
 
이렇게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도지사는 직을 걸고서라도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 
전임 도지사 때에 이미 결정된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현직 도지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임 도지사 시절에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이루어진 여러 잘못된 행태들, 중앙정부와 밀실에서 이루어진 여러 대화들을 공개하고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도의회도 마지막까지 주민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바를 다해야 한다. 평화의 섬 제주에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by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지원 0%, 시민의 후원으로 활동합니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