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정보은폐 떼쓰는 다섯 살 서울시, 언제 철들까?

2011.01.1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다섯 살 훈이. 서울시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몽니부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고 일부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런데 무상급식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데 서도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영락없는 미운 다섯 살이다. 자기 혼자 우기며 강짜 부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다섯 살 떼쟁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는 지난 해 서울시를 상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악의적 정보은폐 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2009년 4월. 센터는 2008년까지 광고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 했다. 당시는 서울시가 홍보비로 수백억을 썼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부언론사의 광고비만을 공개했다. 광고비 현황은 언론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센터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일부 언론사에만 해당하는 영업비밀 이라는 게 있을 수 없을뿐더러, 영업상의 비밀이 시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기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공개’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사법부 판결에도 준하는 행정심판위의 결정도 무시한 채 여전히 비공개로 일관했다. 2010년 4월에 한 2009년도분의 광고비 내역 청구에 대해서도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센터는 다시 행정심판청구를 했고 또 한번의 공개판결을 받았다. 같은 내용이었으니 같은 판결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것에 당연하지 않게 처사하는 것은 서울시 뿐이었다. 

서울시는 2010년 12월 30일. 행정심판위원회의 두 번째 공개판결 있은 후에야 광고비 현황을 공개했다. 청구 한지 8개월이 지난 후였다. 내용면으로 보자면 거의 2년이 걸린 공개였다. 

이러한 사유로 센터는 소송까지 불사한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배상을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울시의 악의적인 정보은폐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사안이 심화되자 서울시는 본 청구건에 대해서 서울시 법률고문 변호사 2인에게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서울시의 비공개가 위법이며 행정심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를 반복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자문결과를 받았다. 

서울시 법률고문의 자문의견서 일부


정보공개센터는 며칠 전 서울시에 2010년의 광고비 현황을 정보공개청구 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또 시민단체가 알권리를 빌미로 권력을 남용하며 정보공개청구를 남발한다며 비공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서울시가 더 이상 다섯 살 어린아이의 유치한 몽니가 아닌, 상식적이고 성숙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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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청소의 기억, 그리고 홍대 청소 노동자의 투쟁

2011.01.10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학교 다니던 시절 가장 싫었던 것 중 하나가 청소다. 그중에서 가장 압권은 바로 화장실 청소였다. 우선 초, 중학교 시절까지는 푸세식 화장실이 대부분이었기에 더운 여름에 청소를 할라치면 청소조건은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암모니아 냄새로 눈에서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렀고, 살인적인 냄새가 내장 곳곳을 찔러 구역질이 구토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더군다나 화장실은 학교에서 주먹 좀 쓴다는 일진들의 아지트였고, 청소를 하다 보면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모두다 화장실 청소를 싫어했기에 화장실 청소는 징벌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중간고사 성적이 내려가거나, 급우들과 싸움을 하면 여지없이 화장실 청소에 배치되었다. 특히 초, 중학교 시절 시험을 쳐서 하위권에 속했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나머지 청소’ 라는 것을 시켰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은 맞벌이로 집에 계시지 않았고, 그 여파로 숙제를 해가지 않았거나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럴 때는 여지없이 ‘나머지 청소’로 화장실 청소를 하기 일쑤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공부 못하는 것과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찾지 못해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더욱 나를 열 받게 했던 것은 반장 및 부반장은 화장실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소 상태가 깨끗한 지 체크하는 일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던 시간 화장 쓸쓸히 청소를 하고 있으면 괜한 서러움에 눈물도 조금씩 보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청소 시간은 양상이 사뭇 달랐다. 성적이라는 치사한 방법으로 청소를 시키지는 않았다. 분단별로 돌아가면서 청소를 했으나 주먹 좀 쓴다는 애들은 청소를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청소 시간에는 항상 크고 작은 싸움이 많이 일어났다. 교실 청소를 하다가도 갑자기 K-1 격투기 장으로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화장실은 무림 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청소 도구들은 싸움도구로 곧잘 이용되기도 했다. 

걸레 봉은 싸움의 검봉으로 애용되었고, 빗자루는 쌍절곤으로 변했다. 청소를 하다보면 걸레봉과 빗자루가 만나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에는 두 도구 다 교실 한켠으로 밀려가 있었고 싸움의 주체들은 사랑을 하는지, 싸움을 하는지 모르는 자세로 뒤섞여 있기가 일쑤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싸움의 이유였는데, 빗자루로 쓸기 전에 걸레로 밀어 청소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청소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빗자루로 쓸기 전에 걸레로 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말이다. 모두다 집에 일찍 가고 싶은 욕망에 걸레를 잡은 자들과 빗자루를 잡은 자들 사이에서 심한 이권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신기하게도 화장실은 싸움 장소 및 흡연 장소로 많이 애용되었다. 청소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가보면 화장실 안에는 너구리 10마리는 잡을 정도로 연기를 피워 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도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담배 피우는 친구들과 청소 하는 친구들이 서열이 비슷하기라도 하면 필히 싸움이 일어났다. 피우고 싶은 사람과 청소를 빨리 해야 하는 사람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이었던 것이다. 가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패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다. 흡연파와 청소파 간의 싸움은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도 있다. 하여간 크고 작은 싸움은 청소 시간에 가장 많이 일어났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대학교에 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교실 청소 및 복도 청소, 게다가 청소의 최고봉이라고 불릴 수 있는 화장실 청소조차도 없었다. 신입생 때는 수업 시간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돌아다는 것(고등학교때는 수업 시간에는 체육수업 이외에는 학생들이 교정에 돌아다니지 않는다)과 청소가 없다는 것에 가장 크게 감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실과 화장실은 항상 깨끗했다. 

그 비밀을 나중에 알았는데,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로 오기 전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모두다 청소를 하고 계셨다는 걸 알았다. 나이도 대부분 우리 부모님 세대이거나 좀 더 위에 세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 기간이면 오전 7시까지 도서관 자리를 잡기 위해 뛰어가곤 했는데, 자리를 잡고 조금만 지나면 청소하는 분들이 오셔서 화장실과 도서관 등 학교 이곳저곳을 쓸고 닦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을 많이 다니다 보면 안면도 알게 되어서 가끔 인사도 하게 되고, 커피도 한잔씩 뽑아 드리고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 겪었던 청소 무림고수들의 추억은 대학을 다니면서 모두 다 사라졌다. 다만 그 자리는 묵묵히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채우고 있을 뿐이다. 

오늘 두 가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홍대에서 청소와 경비를 서시는 분들이 용역계약 해지라는 소식을 듣고 모두다 해고 되었다는 소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분들의 처우였는데, 월 75만원 월급에 매일 밥값으로 300원이 배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3,000원으로 보고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300원이라는 말을 듣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욱 분노하는 것은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해고무효 농성장에 나타나서 공부에 방해가 되니, 교문 밖으로 나가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들의 공부를 위해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냄새나는 공간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공부에 방해되니 나가달라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한다. 더군다나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및 휴식공간이 방송을 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장면도 있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을 위해서 각종 성금 과 지원물품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곳에서 연대 지지활동을 벌여나가고 있고 홍대 총학생회와 뜻을 달리는 홍대 학생들의 동참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 해 5월 한남대학교 총학생회는 교내 환경노동자 48명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졌다. 학생들은 환경미화원들과 해운대, 광안리 등을 둘러보고 유람선도 타면서 관광안내를 하기도 했다. 또한 학교에 남은 학생들은 환경미화원들을 대신해 캠퍼스 구석구석을 쓸고, 줍고, 닦으며 수고를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너무 가슴 따뜻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대학 캠퍼스가 아름다울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학 캠퍼스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되다. 그분들에 노고를 다시 기억하며, 홍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위한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어떨까? 


집단 해고 된 홍대 청소할머니, 경비 할아버지 돕는 후원계좌
 – 우체국 012 55902 078818 이숙희(공공노조 서경지부 홍대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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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발표 매우 위험하다?

2011.01.0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의 질주가 거침없다. 4대강 사업은 거침없이 진행하고 있고, 종편도 4개 언론사나 선정했다.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로 새해예산을 통과시켰고, 그 중에는 형님예산을 포함해 정권 실세들의 제 집 챙기기 사업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어떤 정권보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고, 권력 누수 현상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박정희 정권시절 처럼 유신헌법을 시행할 것이 아니면 올 4월 보궐 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 것일까?


정치인들은 선거가 코 앞 으로 다가오면, 여론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가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이다.

이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가? 바로 여론조사 결과이다. MBC가 27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벌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3.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8.7%에 불과했다.

                                            <이미지출처: 한겨레>

놀라운 결과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민주당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 언론사에 따르면 개헌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 게다가 차기 정권의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30% 중반에서 40% 까지 이르고 있다. 이 결과는 다른 대선 후보군 전체 지지율을 합친 것과 비슷한 것 결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결과를 보고 받으면 자신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 크게 기뻐할 것이고, 개헌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정권 재창출은 문제없는 것으로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저 태평성대 여론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까? 벌써 수많은 곳에서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여론조사결과는 매우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은 매우 주목해볼 만하다.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결과는 보수층들이 한 80%이상 집 전화를 가지고 있고 좀 자유스러운 개방 마인드를 갖고 진보적인 측면의 젊은이들이나 40대들은 이미 집 전화가 없다” 라고 언급하면서 여론조사결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여론조사는 휴대폰으로 하지 않고 집전화로만 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로 유명한 박대용 춘천 MBC 기자도 “많은 언론에서 여론조사응답률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응답률이 10%라면 1만명 중에 1천명에 응답을 받았다는 얘기고, 그중 잘한다는 응답이 500명 이라면 실제로 지지율이 5%라는 얘기가 된다. 이런 여론조사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 ”고 밝혔다. 박대용 기자의 언급처럼 정부나 언론에서 응답률을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문제점은 미국에서도 계속 지적 되어 온 사안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의 도리스 그레이브 교수는  매스 미디어와 미국정치라는 책에서 “매스 미디어와 미국 정치에서 미디어는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에 영향을 미치고 설문의 성격과 형태, 기사의 배치에 따라 여론조사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 그러면 저런 위험성을 가지면서 계속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정책에 대한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 대통령 조차도 여론조사결과에 만족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더욱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과 한ㆍ미 FTA재협상 , 대북 강경 기조 유지 등이다. 사안마다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결과를 믿고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가 반복되다 보면 2년 남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민의를 엄청나게 왜곡할 가능성이 높고 수많은 국민들이 상당기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으로 지속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차기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이다. 현재 여론조사결과라고 하면, 2012년 선거는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박근혜 의원의 당선은 너무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우선 다른 후보를 지지 하는 유권자들의 정치관심도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자신의 표가 사(死)표가 된다고 하는 심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로 인해 정치혐오 및 무관심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다.
<이미지출처: MBC>


하지만 지난 지방자치선거에서 보았듯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 한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더라도 선거 하루 전만 하더라도 당시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2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강남 3구의 몰표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개표 상당 기간 동안 한명숙 후보가 앞서고 있었다. 표차이도 1% 남짓이었다.


만약 언론에서 여론조사결과 발표를 남발하지 않았더라면 한명숙 후보의 결집은 더 커졌을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 남짓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대권을 2년 남은 이 시점에 여론조사 결과발표 그 자체가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윤태범 교수의 발언은 의미 심장 하게 들린다. 


“언론에서는 여론조사결과만 입력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수치를 기억하죠. 하지만 더 중요 한 것은 언론에서 여론조사와 발표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 지지율 전화를 받다 보면 대부분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번 응답해보면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까지 있어요. 조사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거죠.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뢰수준 및 표본오차가 그 자체로 신뢰성을 나타내 주는 것을 수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론 조사 방식 및 발표 방식 및 근본적인 문제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합니다” 


위의 문제점을 비추어 볼 때 정부 혹은 언론사에서 의해서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폐지하거나 크게 제한되어야 한다. 특히 응답률이 30%를 넘지 않는 여론조사의 경우 발표하지 않고 폐지해야 하고, 발표하더라도 응답률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만약 여론조사를 발표할 수밖에 없으면 집전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휴대폰 여론조사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해야 한다.


이 같은 논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나뉠 성격이 아니다. 여당의 경우 여론조사만 믿고 있다가 지난 6.2 지방자치선거처럼 선거에서 크게 참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의 경우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치인들의 지지율 조사에 대해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여론조사 발표 자체가 선거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필요성을 없애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 토대를 흔들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국민의 여론을 듣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여론조사결과가 여론전달 기능을 막는 장치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같은 논란에 정부와 정치권, 학계는 진지하게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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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이렇게 허위사실에 연연했나

2010.12.29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인터넷이나 문자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가능했던 전기통신기본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두고 많은 이들이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구시대적 유물의 최후를 보며 필자 또한 기쁨의 안녕을 고한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47조 1항)”는 조항의 이 법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유엔인권위원회에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위헌성 소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재 또한 이 법이 말하는 ‘공익’의 개념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더불어 40여년간 적용되지 않은 채 사문화된 상태였는데 최근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헌재가 언급한대로 이 법은 1961년 제정된 이래 거의 사문화되었다시피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갑자기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 보도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으로 기소돼 판결이 나온 것은 단 10건으로 이들 모두 2008년~2010년 3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마저도 해마다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유한 2007년~2009년 동안 전기통신 기본법으로 기소 및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황을 살펴보면 007년에는 7명 기소, 2008년에는 28명 기소 중 5명 영장청구, 2009년에는 36명 기소 중 1명에게 영장이 청구되었다. 

<전기통신기본법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현황>

(자료 : 대검찰청 정보공개 내용)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당연한 결과에 우리들이 너무 감격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권력의 이익을 허울 좋게 포장했을 뿐인) ‘공익’이라는 것을 위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정부 귀에 거슬리는 유언비어를 좀 퍼뜨렸다고 잡아들인단 말인가. 
착잡해지기도 한다. 이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렇게도 자신이 없단 말인가. 

설령 세간에 허위사실이 떠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정부가 신뢰할만한 ‘사실’을 공개한다면 이는 언제 그랬냐 싶게 자연히 사실의 아래로 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대중 속에서 난무하는 허위사실 하나하나에 연연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건에 있어서 의혹들만 난무할 때에 ‘사실’은 그 힘을 크게 발휘하게도 했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및 고문에 대해서 미국은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해왔지만 이번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와 동영상 공개로 학살에 관한  의혹들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사실이 먼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유언비어는 떠돌일이 없다. 
만약 미국산쇠고기 수입과정에 대한 기록이 국민에게 제대로 공개되었다면, 정부가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서브프라임사태에 대해 먼저 발표를 했더라면, 천안함 침몰에서 연평도 폭격까지 국가위기 상황에서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말도안되는 ‘뻥’을 치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때도 유언비어가 난무했을까?

소통은 없고 강요만 있을 때, 공개와 공유는 오간데 없이 비밀만 난무할 때 유언비어는 확산된다.

유언비어가 퍼지게 하는 것도, 그 유언비어를 일순간에 잠식시킬 수 있는 것도 정부의 투명한 공개 의지에 달렸다는 것을 이 정부는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허위사실들에 대처할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젠 국민을 억지로 통제하던 법 마저도 ‘위헌’이라 판결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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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제보자의 대변인, 위키리크스

2010.12.28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성탄절 주말 잠시 짬을 내어 2008년에 제작되었던 ‘거짓 혹은 진실’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기본 서사구조는 매우 간단했으나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의 심정에 감정이입이 되어 같이 흥분했고, 같이 슬퍼했다. 현직 언론인이거나 시민활동가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는 국가의 비밀보호의무(혹은 이라고 주장하는)와 기자의 취재원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가의 기밀을 누설한 반역자를 색출하려는 검사 패튼 두뵈스(맷 딜런)로 대변되는 국가권력, 그리고 국가기밀을 제보한 취재원을 보호하면서 국민의 알권리 수호로 대변하는 기자 레이첼(케이트 베킨세일)의 대립이다. 


레이첼은 법원에서 취재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으면 ‘법정 모독죄’로 구속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들었으나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취재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로 구속 수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모든 언론에서 이 사안을 언급했고, 그녀를 영웅화 했으나 구속 기간이 늘어나면서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레이첼은 국가권력과의 싸움뿐만 아닌, 가족들과도 대립한다는 점이다. 남편은 취재원의 보호가 가족의 보호보다 중요하냐며, 아내를 다그친다. 심지어 구속되어 있는 기간 동안 다른 여성과 외도를 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심지어 그녀의 특종 보도를 실을 수 있었던 신문사까지도 레이첼의 존재에 대해서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를 변호하던 변호사조차도 상황이 변화고 있다며 레이첼에게 취재원을 공개 할 것을 채근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런 상황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레이첼의 경우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인에게 제보를 하였지만, 보도에만 급급한 채 제보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이다.(기자 실수라기보다는 각 기관의 집요한 진상조사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매우 비슷하다. 영화에서는 레이첼이 겪는 고통을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취재원이 공개되는 순간 그가 당하는 고통을 옆에서 많이 봐 왔다.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하고,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며, 각종 소송으로 인생 자체가 복잡하게 얽힌다. 그 결과 당사자는 인격적으로 피폐해지고, 심지어 심적 고통으로 자살까지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 제보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공익을 수호하기 위해 제보하는 것이다. 부패방지법 제정으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언론에 제보하는 경우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여기서 올 한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위키리크스의 탄생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키리크스는 앞서 언급했던 사안들을 집단 지성(혹은 익명 제보)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만 하다. 

위키리크스의 대표자인 쥴리언 어산지는 14살 때부터 해킹에 매료되어 멘덱스라는 이름으로 해킹을 해왔고 1987년 해커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침입한 컴퓨터에 정보를 파괴하거나 정보를 가공 변경하지 않고 다만 정보를 공유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후 2006년 어산지는 자신의 생각과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부고발 전문사이인 위키리크스를 만든 것이다. 

위키리크스는 엄청난 보안 장벽으로 인해 누가 제보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실제 위키리크스는 올해 초 미국 정부의 내무문서 공유전산망에서 내려 받은 수십만건의 문건을 입수하였다. 문건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거친 후 2010년 서너차례에 걸쳐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서 공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Bradley Manning 미군 일병을 지목해 구속수감했다. 실제 Bradley Manning 일병은 이라크 전에 파병되어 바그다드 외곽의 미군부대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복무 하던 중 2009년 11월에서 2010년 4월 사이에 대량의 기밀문서를 다운 받았고, 이를 위키리크스 측에 전달한 협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위키리크스의 미 기밀공개사태의 함의와 시사점,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인용) 사실 여부를 떠나 위키리크스 조차 내부제보자를 보호하지 못한 역설이 발생 한 것이다. 


그러면 위키리크스가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이와 유사한 사이트가 생겨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선 그동안 비밀보호라는 명목으로 임의적으로 관리해왔던 수많은 민감한 기록들이 공개될 것이다. 내부 공직자들이라고 하더라도 노출 가능성이 적다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민감한 기록들을 유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각 정부기관에서는 비밀기록 유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미네르바를 구속시켰던 법안), 심지어 국가보안법(미국에서는 간첩죄) 등 온갖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을 들이대며 엄청난 탄압을 할 것이다. 

그로인해 위키리크스 처럼 서버는 스웨덴이나 제 3세계에 두어야 할 것이며, 관련자들은 점조직처럼 전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만약 체포라도 된다면 그 끔찍한 결과는 앞서 설명한 ‘거짓 혹은 진실’ 이라는 영화를 보면 정확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들은 대부분 테러정보라든지,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보들이 아니라는 점들이다. 만약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들이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보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공개된 대부분의 기록은 미국의 각국 대사관들이 마치 업무보고 형태로 올린 정보 문건들로서 원칙적으로는 비밀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미 정보보안감독국에 따르면, 비밀로 분류된 사안은 1996년 105,163건에서 2009년 183,224건으로 7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밀문건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접근권한 부여범위도 확대 되었는데, 2008년 기준 63만명의 직원이 접근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한다.(국회입법조사처 앞의 문건 재인용)

이는 무엇을 말하는 건가? 63만명이나 아는 기록은 비밀기록이 될 수 없는 데다, 특별한 사정없이 75%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비밀기록이 아닌 외교사찰 기록들이 비밀기록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 쉽게 말하면 대부분 국가안전보장이 아닌 정권안전보장을 위해 비밀지정을 남발해왔고, 그 비밀기록이라는 것도 대부분 미국정부의 추악한 외교사찰 문건이 대부분 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각국은 미국의 행태에 대해서 기분 나빠했고, 심지어 자신들의 대통령 및 관료들을 비꼬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더욱 분노했다. 위키리크스는 이점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했고, 그 대칭점에 있는 미국과 관련 국가들은 위키리크스를 못 잡아 안달인 것이다. 


그러면 위키리크스를 뛰어 넘는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필자가 일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를 언급하고 싶다. 정보공개센터는 위키리크스와 같은 비합법적 방식이 아니라 정보공개법이라는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기록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문화적 제약에 걸려 위키리크스와 같은 민감한 기록들을 손에 넣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공개로 설정해 놓은 기록들을 정보공개청구를 해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작은 것 같지만 이런 기록들은 시간이 쌓여갈 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향후 법률 개정 운동으로 인해 합법적 틀 안에서 더 민감한 기록들을 정보공개청구 요청해 공유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경우 NSA(National Security Archive)같은 단체도 미국에서 해제하고 있는 각종 비밀외교문건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 책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의 언론인들에게 취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이렇게 합법적 형태를 통해 기록을 보존하고, 보존된 기록을 공개 및 공유하는 것이 시스템화 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합법적 틀 안에서 이런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정권은 감추고 싶은 기록들이 있기 마련이고, 또한 그것을 폭로 하는 내부제보자가 있으며, 그것들이 모여 위키리크스 같은 단체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위키리크스의 쥴리언 어산지는 수많은 내부 제보자들의 고통을 스스로 떠안으며 세상을 향해 국가권력의 부당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그가 위대해 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 했던 ‘거짓 혹은 진실’의 주인공인 레이첼보다 몇 백배는 큰 정보들을 보란듯이 터트리고 있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권력과 홀로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합법적인 틀 안에서 폭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위키리크스가 그래서 더욱 의미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향후 위키리크스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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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시청자들은 매서운 눈으로 KBS를 지켜보고 있다.

2010.12.24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그와 알고 지낸지 8년쯤 된 거 같다.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는데, 그처럼 꼼꼼하게 취재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자를 본 적이 없다. 어떤 정권 하에서도 권력을 비판했고, 그 비판도 꼼꼼한 데이터와 기록으로 무장해 상대편까지도 감탄하는 취재를 해왔다. 

1년간 미국으로 건너가 탐사보도를 공부해 회사에서 탐사보도팀을 만들었다. 팀장으로 팀을 이끌면서 수없이 많은 특종을 만들어 내었다. 방송언론 역사상 최초로 탐사보도 기법으로 제작해 1분 30초짜리 뉴스가 아닌 1시간짜리 뉴스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필자도 그와 2년쯤 같이 일해 본적이 있다. 

곁에서 보면 놀라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50에 가까운 나이지만 매번 탐사보도주제를 고민하고, 자료를 모은다. 늘 감시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한다. 그와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끊임없이 아이템 고민을 같이 하게 된다. 필자가 한참 후배지만 늘 궁금해 하고, 질문한다. 그리고는 세상을 경악케 하는 한시간 짜리 방송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그가 팀장으로 있을 때 탐사보도팀은 수많은 기관에서 수없이 상을 받아 트로피를 보관할 장소가 없을 정도였다. 거의 일에 미쳐서 산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 모든 언론인들이 이렇게 일을 했다면 우리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을 것이다. 

▲ 탐사보도팀에서 김용진 기자가 리포트하던 장면. 사진은 지난 2005년 7월22일 방영된 KBS <뉴스9>의 ‘일제훈장 받은 한국인 3300여명 확인’ 리포트를 하던 김용진 기자.

<이미지 출처 : 미디어오늘>


그가 바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이유로 12월 23일자로 정직 4개월을 처분을 받은 울산 KBS 김용진 기자이다. 김용진 기자는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라는 글을 통해 KBS의 과도한 G20 보도와 특집 프로그램 편성(총 3300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용진 기자는 홍보성 기사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한 그의 치열한 비판의식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높이고,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장이 교체된 다음 그는 불편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그는 2008년 9월 이병순 전 사장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탐사보도팀장에서 일반 팀원으로 발령 난 뒤 한 달 새 부산총국, 울산방송국으로 전보 발령됐다. 이 인사를 놓고 경영진에 비판적인 기자에 대한 ‘부관참시 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그는 지금도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생이별해 울산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KBS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직4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최근 KBS 행보는 매우 우려스럽다. 댓글을 단 직원을 징계하는가 하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한 방송이 연기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언론사에서 언로가 막혀 있는 것이다. 게다가 뉴스의 비판보도 실종은 일반 시청자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며, 친정권적인 보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KBS가 알아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들도 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 한미FTA,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모두다 수신료를 내고 있으며 방송을 보고 있다. 최근 필자의 주위에서 KBS 뉴스를 보고 있으면 수신료를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공영방송으로 매우 엄중한 위기 상황인 것이다. 

KBS 김용진 기자

KBS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주재원(主財源)으로 하여 오직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행하는 방송을 말한다. G20을 3300분을 방송하는 것이 공공의 복지가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환경, 한미FTA로 피해를 보는 계층, 용산 참사로 눈물짓고 있는 가족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최근 KBS행태를 보면 스스로 국영방송이라고 생각하는지? 공영방송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KBS 내부의 징계 사태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스러워 하고 있다. 내부의 민주적 절차성이 상실되고 있고, 그 결과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은 연성화 된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KBS 경영진은 이번 징계를 철회하고, 스스로 공영방송의 존립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보기 바란다. 시청자들은 매서운 눈으로 KBS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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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날치기예산, 형님예산이 ‘복지국가’로 가는길인가

2010.12.23

‘양심불량’  예산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미지 출처 : 경향신문



날치기였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 22명이 앞으로는 날치기를 안 하겠다고 한 걸 보면, 이번에 통과된 예산은 날치기 예산일 수밖에 없다.

그냥 날치기가 아니라 온갖 이해관계로 얼룩지고 사회적 약자들을 무시한 예산이다. 대통령의 형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비롯한 실세 정치인들의 지역구 예산은 대폭 올리고, 결식아동 지원예산 등은 삭감했다. 한 마디로 ‘양심불량’ 예산이다.

이런 표현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마시라. 외국에서는 이런 예산들을 ‘pork barrel’, 즉 ‘가축들에게 주는 먹이를 담아두는 통’이라고 부른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만 챙기는 것을 경멸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경멸적인 행위가 매년 연말에 반복되는 것을 목격한다. 그나마 몇 년 전까지는 이런 행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기경계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경계선이 무너졌다. 그러다보니 이런 예산들은 몇 억, 몇 십억대를 넘어서서 몇 백억, 몇 천억대로 늘어났다.

이런 지역구 예산 챙기기의 결과는 허무하다. 졸속으로 챙긴 예산을 어디에 쓰겠는가? 결국 타당성도 없는 개발사업 하고, 도로 닦고, 전시성 사업 하는 데 쓰게 마련이다. 이렇게 들어간 정부 예산은 눈사람 녹듯이 사라질 뿐이다.

국회만 이런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들여다보면 더 고질적인 문제들이 많다. 새마을, 바르게, 자유총연맹 같은 관변단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운영비까지 퍼주고 있다. 홍보 명목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쓰고, 입맛에 맞는 언론들에게 예산을 나눠 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하는 전시성 행사·사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매년 도로 닦고 보수공사하고 보도블록 교체하는 데에 반복적으로 돈을 써댄다.

이미지 출처 : 대한민국자식연합


이런 예산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확실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사 예산은 건설업체들에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고, 관변단체 지원예산은 이 돈으로 유지되는 단체들에 이해관계가 있고, 광고비는 언론들에 이해관계가 있다.

이런 집단들을 챙겨주고 정치인들 쓰고 싶은 데 쓰고 나면, 늘 예산이 모자라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다. 무상급식하자고 하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이 나온다.

사실 ‘형님예산’만 없애고 4대강 사업만 안 하면 교육이나 복지에 쓸 돈은 상당히 만들 수 있다. 각종 전시성 사업 예산과 홍보비만 줄여도 서울시 무상급식 예산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진실은 외면당한다.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시민들이다. 시민들에게 제안한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 중 단 1%만 투자해서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인터넷을 통해서든 동네 모임을 통해서든 건강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자. 내가 직접 혜택을 못 받아도 내 이웃, 내가 사는 동네의 아이들,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으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좋아질 수 있다. 이제는 양심불량 예산이 아닌 희망예산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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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쩨쩨한 포퓰리스트

2010.12.23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선거에 나온 정치인이 이렇게 외친다. “집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집값을 낮춰야 합니다. 개발계획은 모두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합니다”

또 이렇게 외친다. “관변단체에 대한 특혜성 지원금을 끊어야 합니다. 관행적으로 하는 보도블럭 교체, 도로보수 공사를 없애면 지역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겠지만, 이런 공사는 앞으로 없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투표권도 없고 가난하기까지 한 아동들을 위해 “모든 예산배정의 최우선 순위를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권, 인간다운 성장권에 두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런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다. 집값을 내리겠다고 외치면 집을 가진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표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할 얘기’를 한다면 그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다. 관변단체 지원금을 끊어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하면 당장 관변단체에서 찾아와서 항의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진정한 도덕정치를 하려는 정치인이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인들은 현실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모든 정치인들은 인기에 영합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치인들을 두고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하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그렇지만 포퓰리즘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포퓰리즘은 좋은 것이다.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도 포퓰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기 영합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동산 투기바람을 일으켜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 뉴타운 개발열풍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된 정치인, 각종 전시성 사업이나 행사를 통해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어떤가? 이들은 포퓰리스트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있는 포퓰리스트들이다. 
정말 문제인 것은 사회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을 저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땅값을 부추기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남북대결을 부추기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에 반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언행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부정적인 의미의 포퓰리스트들이다. 

그런데 이런 포퓰리스트들이 솔직하게 자신을 인정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게다가 쩨쩨하기까지 한 것이 문제다. 다른 곳에는 예산을 펑펑 쓰면서 아이들 급식 예산이나 복지예산을 가지고는 벌벌 떠는 모습을 ‘쩨쩨하다’고 표현하면 지나친 것일까?

무상급식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오세훈 시장을 보자. 오세훈 시장이 그동안 벌인 전시성 행사 예산, 쓸데없이 여기저기 파헤치면서 벌인 공사 예산, 해외홍보한다면서 펑펑 쓴 홍보비 예산만 절약하더라도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마치 무상급식을 하면 서울시가 망할 것처럼 과장한다.
급기야 21일자 신문에는 서울시가 헐벗은 아이 사진을 실은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에는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 128만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누릴 기회를 빼앗아서야 되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마치 무상급식 때문에 교육과 관련된 다른 사업은 전혀 못하게 되는 것처럼 표현한 광고였다. 그렇지만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된다는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다른 교육 관련 사업을 전혀 못하게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말 무상급식 때문에 서울시의 학교들이 위험해지는 것일까? 
이런 식의 표현이야말로 대중선동적인 포퓰리즘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는 좋은 의미의 포퓰리즘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득권층의 이익에는 영합하면서 서민들이나 투표권이 없는 아동들에게는 등을 돌리는 나쁜 포퓰리즘, 쩨쩨한 포퓰리즘이 극복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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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북경시 기록전문요원 599명, 서울시 27명?

2010.12.20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얼마 전 트위터에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중국 시민이 1년간 강제노역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렇듯 중국은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고,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가 언제든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의미 있는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중국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중국정부는 2008년부터 ‘국민의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정보공개청구 제도(정보공개법)를 도입 했다는 점이다.

대상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등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며 공개대상 정보에는 정부의 재정, 예산, 결산 등 통계자료와 행정사업, 공공위생과 식의약품 안전 등에 관한 긴급사항, 토지 개발, 환경 규제 등이 포함되어 있고 개인과 기관은 관련정보를 청구하면 행정기관은 15일 이내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정보공개청구는 법만 만들었다고 해서 잘 시행되지 않는다. 몇 십년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있던 공직사회의 비밀행태를 법안 몇 줄로 깰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공개청구는 그 행위 자체로 시민이 공직 사회를 감시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공개되는 내용 자체가 공공기관의 이면을 폭로할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표현의 자유 제한과 정보공개청구권이 절묘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정보공개법을 도입 한 지 2년 지난 후 중국 정부는 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필자는 ‘아시아 재단’과 ‘북경대학교 공공참여 연구와 지지센터’(이하 공공참여센터)의 초대를 받아 11월 22일-25일까지 북경을 방문했다. 초대 목적도 재미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한국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어떤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는지, 그 청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루고 있는지, 시민사회는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의 사례보다, 중국의 사례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3박 4일 동안 북경대학교 법학대학교 특강,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는 환경단체 방문, 북경시 정보공개담당자 면담, 중국신문 기자회견 등이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가 매우 흥미로운 경험들이었다. 그러면 그동안 정보공개청구는 중국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그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우선 공공참여센터 대표로 있는 북경대학교 왕씨신 교수(법학과)는 중국에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2008년에 정보공개조례가 시작 되었을 때 수도공항 도로 이용료를 청구해서 공개했는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이런 정보가 공개되는 것 자체가 큰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800여개 공공기관에 입찰 내역 정보를 정보공개청구 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전국에 31개 부처에 투명도 조사를 하고 있고 있는데, 그 내용은 정부조례안을 얼마나 잘 시행하고 있는지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만들어서 발표하고 있다. 실제 이 연차보고서는 발표될 때마다 중국 전역에 있는 100여개 언론사에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움직임 자체가 중국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지 모른다.

환경단체도 정보공개청구는 활발하다. 중국 정법대학교 산하에 있는 ‘환경오염피해자 법률지원센터’는 환경과 관련되어 활발한 정보공개청구와 감시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일례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17개 환경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있는지 평가하기도 하고, 환경오염도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환경수치들을 정보공개청구 하기도 한다.

그러면 정보공개청구의 당사자인 중국정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북경시 정보공개 담당자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풀렸다. 우선 북경시는 중국 전체에서 정보공개평가 1위를 했던 기관이다. 담당자들의 발언을 통해 정보공개청구가 중국 공직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보공개법은 영향력과 의미가 매우 큽니다. 행정부 전체를 바꿔야 하는 제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부터 -2008년 까지 정부가 했던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공개 및 비공개 분류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자체가 엄청난 변화입니다.”

그렇다. 정보공개청구를 접수 받기 위해서는 모든 기록에 대해서 공개 및 비공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행정 편의를 위한 기록관리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기록관리로의 변화는 행정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북경시는 이런 변화를 위해서 엄청난 인력을 배치했다.

“북경시 전체는 18구 46개 부처 14개 산하 조직이 있는데 모두다 정보공개기구를 두었습니다. 이 중 3,463명이 정보관련 일을 하고 있고 그중 기록전문요원이 599인입니다.”

담당자의 설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록을 관리하는 전문요원이 599명이라니? 참고로 서울시에는 기록전문요원이 자치구를 포함해 27명 배치되어 있다.

북경시 정보공개접수처


담당자는 북경시의 정보공개에 대한 자부심을 계속 드러내면서 원대한 계획까지 밝혔다.

“북경 정보공개시스템 및 업무 방법은 전국적으로 봐도 혁신적입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아주 뛰어납니다. 특히 감찰원과 연계해서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공무원이 정보공개청구를 의도적으로 응하지 않았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공무원의 책임추궁 제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15개 항목을 만들어 공무원들의 책임추궁을 할 것입니다.”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공무원들이 자의적 비공개를 했을 때도 어떤 책임도 추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원우 의원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보공개방해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발의를 할 예정이다.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얘기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공무원들은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저희들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업무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통해 공무원들의 불안감을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자바오 총리가 이 조례를 언급하면서 ‘정부부처에 햇볕을 비추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말에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보공개제도가 도입 된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의지는 결연해 보였다. 이렇듯 중국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실제로 정보공개청구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통해 엔지오가 정부를 감시를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정보공개제도가 중국 정부도 변화시키고 있지만 인민들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남아 있다. 예산의 구체적 범위(가령 업무추진비)나 고위관료들의 정보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공개되고 있고, 공무원들의 정보공개에 대한 거부감도 커 보였다. 중국의 한 지역에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한 시민을 경찰서에 연행 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정보공개법이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과연 표현의 자유 제한조치와 정보공개청구 확대를 병행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 정보공개조례가 연착륙할 수 있을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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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님, 망국적 정보은폐는 이제 그만하시죠

2010.12.13

오세훈 시장님

근래에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킨 것을 가지고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용어를 쓰셨더군요.

그런데 저는 오세훈 시장님과 서울시의 밀실행정이야말로 국가를 망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무슨 얘긴지 모른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행정심판 2차례에, 사상 초유의 민사소송까지 제기되어 진행중인 마당에 이 사건을 모른다고 하시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만약 모른다면, 서울시의 행정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일 테구요.

저는 오세훈 시장님이 서울시장이 된 다음에 쓴 서울시의 광고비 사용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희한한 일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서울시의 광고비 사용내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론보도 때문이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오세훈 시장님이 취임 이후에 광고비를 국.내외에서 펑펑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 해외홍보비는 2006년 약 34억원에서 2008년에는 약 367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언론 홍보비도  2006년 6억7000만 원에서, 2007년엔 22억3600만 원, 2008년엔 41억8000만 원으로 증가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대체 광고비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 지 궁금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게 2009년 4월의 일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일부 언론사 것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를 했습니다.  정보를 비공개한 이유로는, 해당 언론사가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도 들었고, 서울시 광고를 얼마나 받았는지가 그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도 주장하더군요.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른 언론사에 지급한 광고비는 공개하면서, 일부 언론사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공개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세금으로 준 광고비인데, 그게 언론사의 영업상 비밀이라는 얘기도 납득이 가지 않았구요.

그래서 저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2일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제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예산집행의 투명성이나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광고비 사용내역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서울시는 행정심판에서 진 다음에도 2008년까지의 광고비 사용내역만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이후의 것은 공개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또 비공개를 했습니다. 2008년까지는 공개해 놓고 2009년것부터는 공개를 하지 않다니, 갑자기 2009년부터 서울시의 광고비 사용내역이 ‘국가기밀’이라도 된 것인가요?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행정심판청구를 했습니다. 저도 정보공개청구를 오래 해 보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시 행정심판청구를 한 것입니다. 

얼마전에 행정심판에서 진 사건에 대해 또다시 정보를 비공개하다니, 이런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행정심판청구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악의적 정보은폐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배상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런 악의적인 정보은폐 행태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며칠전 저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다시 승소결정을 받았습니다. 동일한 내용의 사건이니 동일한 결론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좀 있으면 민사소송에서도 판결이 내려질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님.

나라를 망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이들에게 밥을 잘 먹여 주었다고 해서 나라가 망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오세훈 시장님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을 무시하고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며 잘못을 은폐하려고 해서 나라가 망한 사례는 많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정말로 나라가 걱정이 된다면 본인부터 돌아보십시오. 명색이 변호사였다는 사람이 시장이 돼가지고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도 무시하고 정보를 은폐하는 행위나 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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