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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지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 보내드리면서…

2009.08.18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우리 정치사에 큰 별이 저물어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장에서 목 놓아 울던 그 모습이 생생한데,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버리셨다. 한 국민으로, 지지자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슬프다.

내 고향은 대구다. 난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대구에서 그를 지지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대구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은 운동권 학생의 치기로 인정해 줄 수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 한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구에서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비극인 지역감정이 바로 대구와 김대중 전 대통령 과의 관계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1997년 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가 대선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열렬히 김대중 후보 측을 선전하고 다녔다. 우선 정권 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전라도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은 나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하필이면 김대중이냐고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명절이나 제사가 있을 때면 친척들과의 싸움도 불사했다. 친척들에게는 광주민주화 항쟁이 광주 폭동 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사주를 받는 빨갱이에 불과했다. 그런 그를 지지 한 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 이후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다. 나와 주변의 소수의 지지 자들은 너무나 기뻐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반응 때문에 크게 기뻐할 수도 없었다. 그냥 우리끼리 초촐한 자축연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 고향 사람들의 반응을 잊지 못한다. 거의 아노미 상태였다. 엄청난 정치 보복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괴 소문이 돌았다.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거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짓 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지역 기업이 부도나기 시작했을 때 아무런 상관도 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론되었다. 대구는 망하지만 전라도는 공장 돌아가는 소리로 밤잠을 설친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는 이런 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IMF로 무너져 가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조금씩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다음 IMF를 졸업해 버렸다. 전 세계가 놀랐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관 된 햇볕 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상봉했다. 그 장면을 어느 작은 이발소에서 바라보던 나는 목 놓아 울었다.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은 주일 설교로 “드디어 다윗이 골리앗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땅에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 라고 말로 기염을 토했다.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많은 예배참가자들이 열렬히 그 말씀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도저히 그 자리를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예배시간에 뛰쳐 나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감격적인 장면에 눈시울을 적셨다. 평양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반 세기를 대치하던 남북은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남북은 손을 맞잡았다.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평화의 한반도로 거듭났다.

 보수층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그는 묵묵히 걸어나갔다. 그는 집권 기간 동안 엄청난 일을 해냈다. 전 세계도 이런 업적들을 인정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 물론 재임기간동안 아픔도 있었다. 두 아들이 구속되었고, 수많은 측근들이 비리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그의 업적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이라는 마지막을 말을 우리에게 남기셨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실 것이다. 대구에서 그를 지지하던 필자도 매우 슬프다.

 하지만 그의 서거로 그가 끝내 해내지 못했던 지역감정도 깨끗이 없어지길 바랄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셨던 분이다. 그가 마지막까지 안타까워 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셨지만 그가 남겼던 수평적 정권교체, 햇볕정책, IMF극복, 6.15남북선언, 노벨평화상 수상과 같은 수많은 업적들은 우리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조금만 더 사셨으면 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래도 평안히 그를 보내드리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어, 행복했었다.

 

남북 화해의 전도사인 김대중 전 대통령시여, 평안히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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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혹독한 검증 거친 김준규 검찰청장 후보자도 낙제점인가

2009.08.18

 

장정욱 회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이후 청와대가 인사검층 시스템에 대한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인사추천과 검증기능을 일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검증을 맡았던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을 인사비서관실 아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추천과 검증기능의 일원화가 인사검증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 인사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의견이다.


계속되는 인사실패, 인사시스템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인사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인사실패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사실패가 지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정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3명이 자진사퇴한 것을 포함하여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인사과정에서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인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인사는 더욱 심각하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했다. 위장전입을 했다고 한다. 같이 골프치러 다니는 기업인으로부터 15억 여 원을 빌렸다. 업체가 리스한 승용차를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도 천성관씨는 인사청문회에서 대답을 피하고 거짓말로 넘기려다 낙마했다.

백용호 국세청장도 결국 취임하기는 했지만 천성관 전 후보자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세금탈루사실이 드러났다. 3건의 부동산거래에서 부동산 매매가를 허위신고했다. 국세청 신고가에 비해 지자체 신고가를 최대 1/10로 줄여 신고했다. 인사청문회에 3건의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출조차 완강히 거부했다. 국세청에 신고한 내역에 대해서도 축소신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탈세를 하고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탈세를 한 국세청장은 국세청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더구나 최근 국세청은 표적 세무감사논란으로 어느때 보다 독립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백용호 국세청장은 독립적인 세무행정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도덕성에서나 업무에서나 세정의 최고책임자인 국세청장의 자격은 취임전에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도 낙제점

사진출처 : 데일리안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자부한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도 낙제점이다. 네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만으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낙마사유다. 위장전입으로 국민들을 기소하는 검찰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다운계약서도 두차례에 걸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등록세 등 세금을 탈루했거나 탈루를 도운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면 이 사회에 불법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장인의 무기명 채권 증여도 탈세가 목적인지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중소득공제 정도는 오히려 애교에 속한다.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한명을 세우며 혹독한 검증을 한게 이 정도라면 앞으로의 개각은 기대조차 할 필요가 없다.


인사실패는 이명박 정부에서 ‘도덕성’이라는 기준이 사라졌기 때문

계속된 인사실패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공직자에게 ‘도덕성’이라는 기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고위공직자에게 ‘도덕성’을 검증하지 않는다면 인사실패는 당연하다. 그런데 인사추천과 인사검증이 일원화가 된다면 인사실패가 줄어들고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 보장된 인물이 기용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인사실패의 대책이 추천과 검증의 일원화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까지 인사실패는 추천과 검증이 분리되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애써 무시했기 때문이다. 비밀유지를 이유로 형식적인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오히려 제대로된 검증을 위해서는 인사추천을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추천과 검증이 일원화되면 검증이 오히려 형식적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추천을 한 입장에서 그 인물을 옹호하기 쉽다. 추천라인과 검증라인을 분리해서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공직윤리의 회복을 위해서는 고위공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청렴결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직자로서의 가이드라인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누구든 볼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고위공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본인의 도덕성을 점검하고 관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혐오’도 인사실패의 또 한가지 이유

또, 이명박 정부의 인사실패를 되돌아 볼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의 혐오이다’ 예상되는 개각에서 정치인의 기용이 점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통령제와 달리 국무위원에 국회의원을 기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기용은 단점도 있지만 선거를 통한 도덕성의 검증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또한,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로 인해 우리제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는 것도 큰 문제다. 도덕적으로 흠결있는 인사를 내놓고 여당이 다수당인 것을 활용하여 제대로된 인사청문회 없이 인사를 강행하거나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인사임이 밝혀지더라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 벌써 수차례에 이른다. 최근 천성관 전 후보자의 경우 낙마했으나 심각한 흠결이 있는 백용호 씨는 국세청장으로의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대로 무력화 하고 선거를 통해 최소한의 도덕성이 확인된 정치인 인사를 기피해 부도덕한 인물이 고위직에 기용되는 관행을 만들고 있다.

왜, 이명박 정부는 부도덕한 인물을 계속 고위직에 기용하고 있는 걸까?

왜? 이명박 정부는 부도덕한 인물을 계속 고위직에 기용하고 있는 걸까? 이명박 정부의 인사시스템에는 아직까지도 도덕성이라는 단어는 빠져 있기 때문인것 같다. 사실 무리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진입이후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선거당시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는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수많은 거짓말이 밝혀졌으나 결국 선거에 승리하고 말았다. 도덕적으로 흠결 있음에도 선거에 승리한 대통령에게 ‘도덕성’은 공직자의 기준으로 유의미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 검증팀에서도 대통령이 도덕성이 고위공직자의 ‘잣대’가 된다면 이제까지 인사가 별 문제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인사의 기준으로 도덕성을 바라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까지의 인사실패를 보면서 ‘인사의 기준으로 도덕성을 바라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리인가?’라며 탄식해 왔다. 앞으로의 다시는 그런 탄식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사실 인사검증의 대안은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우선「고위공직자인사검증에관한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법제정을 통해 인사검증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자료제출 요구 및 사실 조사에 대한 법률적 규정을 명확히 하고, 경찰 등을 조사대행기관으로 지정해 현재와 같이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임의적 검증을 법률에 의해 공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인사 검증 사항과 기준도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인사검증에관한법률」은 17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현재의 국회 청문회는 몇몇 공직을 제외하고는 인준권이 없는 검증청문회로 단지 의견만을 표명할 수 있을 뿐 구속력이 없다. 청문회의 인준권을 부여하여 인사청문회를 실질화 하는 형태의 제도개선도 검토해볼 수 있다.

우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비선으로 추천받은 흠결있는 인사를 검증없이 기용하고 인사청문회나 인사과정에 문제가 드러나도 고집을 부려 임명하는 ‘오기인사’ 스타일을 버리면 된다. 최고의 인사를 기용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 기용해도 지금 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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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시민만이 ‘광장’을 살릴 수 있다

2009.08.12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지금 상황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권력 일반에 대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과는 별개로, 이 정권이 휘두르고 있는 권력행사방식에 대해서는 “졸렬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위협했다”라는 비판적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집회에 참석한 비판적인 단체들에게 보조금 중단 등 각종 불이익을 주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억누르는 행태를 보면, 지금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양식과 신념을 갖추고 있는지? 국가운영의 원리에 대해서 고민은 하는지? 인권이 무엇인지는 아는지? 이런 의문들이 떠오르지만, 답답할 뿐이다. 아마도 그들이 골몰하고 있는 ‘권력의 장악과 유지’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렇게 행동할 수는 없다.

 권력을 절제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시민위에 군림하려는 MB정권의 행태를 보면, 그들은 ‘공동체가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권력이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착각에 빠진 권력치고 후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권력은 없다.

 중앙권력은 그렇다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또 어떠한가?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목적은 주민에게 가까운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행정을 하라는 데에 있다. 설사 중앙정부가 뭐라고 해도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된다면, 지방자치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서울시는 서울광장을 닫고 있고, 서울시의 조례는 시민들의 광장 사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금은 민주주의 해치는 이들을 심판할 때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권력자들의 이런 행태를 바꾸고, 이런 행태를 보이는 권력자들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입만 열면 ‘선거로 선출된 정부’임을 강조하는 이들에게 가장 확실한 심판은 선거 때에 이들을 떨어뜨리는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선거를 기다리는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 물론 선거는 중요하다.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군림하려는 자들이 ‘선거로 선출되었다’는 것을 정당화 근거로 삼는다면, ‘선거에서 떨어뜨렸다’는 것을 통해 그들의 유일한 정당성을 허물어뜨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선거는 그렇게 자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분노와 불만이 극에 달했는데도, 선거를 빨리 앞당겨서 할 방법은 없다.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자들이 권력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선거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독선과 전횡을 일삼다가, 선거가 다가오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시늉을 한다. 그래서 많은 유권자들은 그들에게 속기도 한다.

 그래서 선거가 가지는 심판의 기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사 선거 때에 심판을 하려고 해도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기억을 이어가고 증폭시키고 확산시키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거시기가 아닌 때에 유권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행동하는 시민만이 ‘광장’을 살릴 수 있다

 

  

지난 5월30일 새벽 경찰병력이 강제철거했던 서울 덕수궁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에 많은 시민들이 다시 몰려 들어 조문을 재개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분향소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경찰의 시민분향소 강제철거와 서울광장 원천봉쇄에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

촛불추모

 

침묵은 변화를 만들 수 없다. 대기하고 준비하기만 해서도 변화를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유권자들이 행동할 때에만 두려워한다. 그래서 선거시기가 아닌 때에도 유권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적인 행동과 실천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례 개정청구운동도 그런 직접행동 중에 하나다. 8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는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8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음으로써 유권자들은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유권자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서명을 다 받아서 조례 개정청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금의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통과시키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만약 서울시의회가 주민 8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된 조례개정안을 무시하려 하면,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 스스로 무언가 행동을 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간다는 것이다.

 조례개정청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동들이 조직될수록 좋다. 유권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힘을 조직(organizing)하는 것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개인은 힘이 없지만, 조직된 유권자는 엄청난 힘을 갖는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실천을 조직하자.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그렇게 조직된 실천들이 모이면 거대한 권력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하승수 소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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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라도, 지역감정에 관한 기억들

2009.08.11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누구나 그랬듯이 나도 어릴 적부터 수많은 반공교육을 받아왔다. 똘이장군부터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반공영화들을 보면서 서서히 내 머리속은 세뇌당했다.

친구들과 모이면 뿔 달린 북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그들이 남한으로 쳐들어 올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 교육들은 어린 동심을 후비파고 들어가 나의 정신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반공교육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지독한 것은 지역감정에 대한 교육이었다. 고향이 대구라 그런지 유난히 어릴 적부터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실체도 없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키는 데 조금만 불친절하면 고향이 전라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 분들이 있었고, 혹시 전라도 사람과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시시비비는 필요 없었다. 모든 원인은 전라도였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그런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여지없이 가족, 친지라는 것이다. 가족 행사가 있어 정치토론이라도 벌어지면 김대중과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얘기들 뿐이었다(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얘기들은 내 몸 속에 암 덩어리처럼 살아 움직여 나를 서서히 피폐시켜 나갔다. 어린 시절의 전라도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각인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 폭력적 교육은 지금까지도 위력을 발휘하며 내 몸 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 몇 가지를 부끄럽지만 끄집어 내보도록 하겠다.

# 장면 1

중학교 1학년때(87년) 친척 할머니 댁에 갔을 때였다. 맛있는 과일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뉴스에서 김대중씨가 한복을 입은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갑자기 흥분을 하시면서 내게 말씀하셨다.

“(흥분된 목소리로) 저놈아 빨갱이야.”
“할매 저분이 왜 빨갱이라예?”
“저놈아가 북한에서 사주 받아 광주폭동 일으켰어. 그래서 전쟁이 날뻔 했던끼라.”
“마자요? 근데 어떻게 대통령 후보에 나올 수 있노?”
“그러니까 세상이 말세지. 저 인간이 대통령이 되면 대구사람 다 죽는다 알것제.”
“네….”

지금도 너무나 흥분하며 얘기하던 할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얘기를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김대중씨가 빨갱이라는 신념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으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슬프게도 할머니 이외에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 장면 2

중학교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갑자기 강의를 하시다가 광주터미널에서 표 반환 문제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주셨다.

“제가 표를 잘못 구입해서 광주터미널에서 매표원과 싸우고 있었어요. 근데 제가 대구 사투리로 막 크게 얘기하니까 주위사람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학생들 놀란 눈으로) 왜 일어났는데요?”
“서서히 저에게 다가오는 거예요. 옆에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말이에요.전 무언가 느낌이 이상하다 생각해서 표 반환을 포기했어요 그리고는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얘기를 하시고는 선생님은 대구사람들은 광주사람들에게 별 다른 감정이 없는 데 전라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로 수업을 마무리 지으셨다.

그 수업 장면은 너무나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의 얘기가 사실인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카더라’식의 전라도 얘기는 수업시간에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장면 3

군대가기 직전이었다. 군대라는 공포를 이기기 위해 수많은 선후배들을 만났을 때였다. 그 때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 형들이 자신의 경험을 술자리 안주로 얘기해 주었다. 하지만 꼭 그 얘기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전라도 고참을 만나서 고생한 얘기였다.

“진한아 군대가면 전라도 고참을 조심해야 한다.”
“왜요? “
“전라도 사람들은 겉으로는 잘해주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뒤통수치는 사람들이다.”
“전라도 고참 안 만나게 기도해라.”

그 얘기 이후 전라도 고참을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수많은 기도를 드렸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군대를 입대한 후 바로 위 고참으로 광주 사람과 대구 사람을 만났다. 한 명은 나의 아버지 군번(나보다 정확히 일년 먼저 입대한 군번), 또 한 명은 나의 분과고참이었다(이 사람이 대구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두려워하던 광주 고참은 제대하는 그날까지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내가 휴가라도 나가면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 주셨다. 제대할 때도 취업할 때 없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말까지 남기고 나갔다.

반면 대구 고참은 제대하는 그날까지 나를 괴롭혔던 생각이 새롭다. 그에게 맞은 기억은 제대한 지 8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꿈속에서 가끔 출현한다. 그때 선배들의 얘기가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지 알게되었다.

이 외에도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얘기를 들으며 자라났다. 하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그저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 악의적으로 왜곡한 얘기들 뿐이었다.

이런 기억을 아련한 추억으로 끝내기에는 지금의 현실이 암울하기만 하다. 북한 사람들마저 우리의 형제로 느끼며 각종 스포츠 대회를 눈물 바다로 만들고 있지만 동서의 지역감정은 지금까지 그 질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많이 편찮으시다. 마음이 아프다. 우리사회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던졌던 분이다. 전두환의 집요한 회유에도 광주시민들과 함께 죽겠다는 발언은 지금도 감동적이다. 노벨상을 받으셨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열었던 분이다.

아직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할일은 많이 남으셨다. 훌훌 털고 쾌유하시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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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투표보이콧은 ‘졸렬한 발상’일 뿐

2009.08.10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김태환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8월 26일 실시된다. 그동안 주민소환제도에 대한 논란도 많았고, 오해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민소환제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이고, 우리 헌법재판소도 현재의 주민소환법(정식 명칭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최소한 헌법재판소 판단은 존중하자

헌법재판소는 주권자인 주민이 선출직 공직자를 통제하고 직접 참여하게 하는 주민소환제도가 ‘공익’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주민소환은 선거에 준하는 정치적 절차라고 보았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독선적인 정책추진을 통제할 필요성 때문에 주민소환의 사유를 제한하지 않는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비록 국책사업이란 개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추진과정이 비민주적이면 주민소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례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이다. 따라서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유권자들의 판단일 뿐이다.

그리고 특별자치도를 추구하고 있는 제주의 경우에는 주민소환제도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고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할 때에 육지부에 앞서서 주민소환제도를 먼저 도입했었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 취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시에는 주민소환제도와 같은 주민직접 참정제도가 특별자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해서 도입했던 것이다. 따라서 특정인을 소환할 것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주민소환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 스스로 긍정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 청구 측과 대상자 모두 정정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한편 주민소환제도가 선거에 준하는 정치절차인 이상, 투표참여는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리고 현행법상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율이 3분의1을 넘어야만 개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는 선거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민소환법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소환투표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소환투표 대상자로서는 투표율이 3분의1에 미달하면 개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투표율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소환투표대상자가 투표불참을 유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물론 소환투표 대상자가 아닌 다른 공무원이 투표불참을 유도ㆍ홍보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 정치적으로는 정당한 태도라고 할 수는 없다. 소환투표대상자도 아직 선출직 공직자인데, 다른 사람도 아닌 선거로 뽑힌 공직자가 투표불참을 유도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투표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일 것이다.

소환투표 대상자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민소환에 반대한다면 투표에 참여해서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환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이면 소환되지 않는 것이고, 그 결과는 누구든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투표율을 낮추는 데에만 골몰한다면, 그것은 현행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졸렬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정당당하게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법의 맹점을 이용하겠다는 편의적 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나 투표에의 보이콧은 본래 정치적으로 소외ㆍ배제된 사람들 또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려는 사람들이 그 의사를 표출하기 위한 예외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권력을 쥐고 있었고 그 권력을 행사하다가 소환대상이 된 사람이 투표보이콧을 유도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 선거관리위원회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

   
▲ 하승수 교수

한편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주민소환법 제5조 제2항에서는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 투표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서·도화·시설물·신문·방송 등의 방법으로 주민소환투표 참여·투표방법 그 밖에 주민소환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계도·홍보를 실시하도록 의무화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법규정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참여를 위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일반 선거에서든 주민소환투표에서든 투표참여를 높이는 것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소환투표의 공정성에 시비가 없도록 철저하게 투표관리를 하는 것도 선거관리위원회의 몫일 것이다. /하승수<제주대 교수, 변호사>

이글은 제주의 소리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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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외면하던 정부, 이제는 기록 돌아보나?

2009.08.0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어떤 일이든 그것을 진행하고 나면 결과가 남습니다. 공부를 하면 공책이 채워지고, 돈을 쓰고 나면 영수증이 쥐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공책을 보면서 공부했던 내용을 되새기고, 영수증을 보면서 지출내역을 확인합니다.

이처럼 사소한 부분까지도 어떤 행위 뒤에는 기록과 증거가 남게 되는데요. 하물며 국정운영과 같은 공적업무에서 기록이 안 남겨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무의 대표적인 예로 회의를 들 수 있는데 회의를 하고 나면 반드시 회의록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회의록을 보면서 그 회의에서 어떤 의사진행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회의록만으로는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입니다. 회의록은 요약본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발언자의 내용을 “이견없다”라는 한마디로 일축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 예로 지난해 한 국무회의 회의록을 보면 참석자들의 토의내용의 대부분이 “이견없음”으로만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의의 내용이 참석자의 기록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속기록으로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지난해 12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서울신문은 주요 국정 회의를 속기록이 아닌 회의록으로만 남기고 있는 실태에 대해 공동으로 기획하여 <기록 외면하는 정부>라는 제목으로 수차례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요. 기사를 통해 국무회의와 같은 주요 회의의 기록관리 실태와 속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2008/12/03 – 기록 외면하는 정부
2008/12/03 – “기록 지정권자, 총리로 격상해야”
2008/12/03 –  권력기관일수록 기피… 정부기록 ‘빈껍데기’
2008/12/03 – 손 놓은 국가기록원
2008/12/05 –  국무회의 112분 토론기록 ‘이견없음’ 단 네자뿐
2008/12/05 – 국무회의록 ‘15년 비공개’에 포함돼야
2008/12/05 – 외국에선 속기록 제도화… 25~30년 비공개 엄격 준수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청와대가 앞으로 국무회의 회의내용을 모두 속기록 형태로 기록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속기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지 8개월만의 일입니다. 물론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논의되었던 것으로, 속기록 지정이 정보공개센터의 보도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흐지부지 될 수도 있었던 사안을 정보공개센터에서 보도했던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 보도가 유독 기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무회의의 속기록 지정에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차관회의, 검찰청 전국 검사장 회의, 국방부 전군 지휘관 회의 등 속기록으로 철저히 기록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행되지 않는 회의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시민의 알권리가 보장받기 위해서는 먼저 철저한 기록관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기록이 없다면 국민들에게 공개할 정보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행정운영과 정책추진에 신뢰감을 주고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철저하게 기록을 생산하고 그 기록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국무회의 속기록이 그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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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정보 비공개, 납득하기 어렵다

2009.08.0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우리나라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대해 국민은 공개청구를 할 수 있고 공공기관은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법에 따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심지어는 외국인까지도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그 공공기관에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도 포함된다. 여기에 청와대 역시 예외일리 없다.

지난 8월 2일 청와대가 청와대에 들어온 정보공개청구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그 보도내용에 따르면 올 1월~7월 동안 109건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었으며 그 중 50% 정도인 55건에 대해 공개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청구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것은 쇠고기 원산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로 7건이었으며 이 밖에도 대통령기록 생산현황(6건), 업무추진비 내역(5건), 전기사용량과 요금(4건), 상하수도 사용량과 요금(3건) 등이 잦은 청구내용이라고 한다.

청와대에서 이 내용에 대해 보도자료가 나오기 얼마 전 필자도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현황에 대해 공개청구를 해서 받아보았다. 공개된 정보공개처리대장은 2009년 1월 1일~7월 17일 동안 작성된 것으로 그동안 대통령실은 총 106건의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했으며 청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보면 비공개가 54건으로 가장 많고, 공개와 부분공개가 각각 42건, 10건이다.

공개된 정보공개처리대장 청와대의 보도내용을 비교해보니 몇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 비공개결정을 내린 청구건은 보도자료에서도 비공개??

청와대에 따르면 가장 많았던 청구건은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쇠고기원산지, 기록생산현황, 업무추진비, 전기사용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건들은 모두 공개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처리대장을 보니 가장 많이 청구되었다는 쇠고기원산지보다 더 많이 청구된 내용이 있다. 바로 “기록물 생산과 등록”과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실 정보공개처리대장 중 일부

필자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대통령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물의 목록에 대한 올해 청구건은 18건이다. 여기에 행정박물대장과 같은 대장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위민시스템에서 생산된 문서 건수 등을 더하면 기록물 생산 및 등록과 관련한 청구는 20건이 넘는다. 그런데 청와대는 7건밖에 되지 않는 쇠고기에 대한 청구가 가장 많았다고 하니 이상할 뿐이다.

18건의 정보목록에 대한 청구건 중 공개결정을 받은 것은 단 두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정보공개법 9조 1항 2호(국방 등 국익침해)와 5호(공정한 업무수행 지장) 등을 들어 비공개결정을 내렸다. 공개된 두건마저도 부분공개로 일부만 공개되거나, 생산현황만 공개되었다.

청와대는 청구현황은 청구된 전체건수로 통계를 내면서 세부적인 내용은 전체건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공개내용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런 언론보도는 청와대가 국민들을 상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다.

– 이해하기 어려운 청와대의 비공개

1. 정보목록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이런 것을 가리켜 공표라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정보목록을 들 수 있다. 정보공개법 8조를 보면 기관이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목록으로 작성해서 공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정보목록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비공개결정을 하기 때문에 정보목록을 보기란 쉽지 않다. 정보공개처리대장에서 확인한 18건의 정보목록 역시 모두 비공개결정을 받았다.

필자역시 청와대에 정보목록을 청구했다가 비공개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대통령실에서 관리되는 문서는 업무특성상 군사·외교·통일 등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되며,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은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결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정보공개법 9조 1항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청와대가 청구건에 대해 자의적으로 비공개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다.

2. 물품구입대장
지난해 청와대의 물품구입대장이 공개되어 화제가 된 것이 있다. 158만원 짜리 커피메이커 등 서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에서도 지난해 청와대로부터 물품구입대장을 공개 받아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했다.

올해는 어떤 것들을 구입했는지 청와대에 물품구입대장에 대해 청구해 보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구입물품 세부항목 공개 시 청와대의 보안 및 경호유지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공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결국 물품구입대장을 공개받기는 했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물품들을 제외한 부분공개였다. 결코 투명한 공개라고 볼 수 없는 업무처리인 것이다.

3. 청와대는 직원 이름도 비공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해당 청구건에 대해 처리를 하는 공무원의 이름과 직위,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담당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청구인과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게 하고, 업무처리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마저도 비공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정보공개청구시 보여지는 담당공무원 정보

그림과 같이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담당자의 이름이 비공개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실정이니 청구건에 대해 기관에 문의를 할 때에도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할 수가 없다. 전화를 걸어 “정아무개씨좀 부탁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에 왜 담당직원의 이름을 비공개하느냐고 물어보았지만 “청와대 직원 이름은 비공개사항이다”라는 답변뿐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 업무의 특성상 청구건의 50.5%에 대해서만 정보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제 청구건 중에 청와대 고유의 업무내용에 대해 청구한 내용은 거의 없음을 알수 있다. 대부분의 청구건이 다른기관에도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자신들의 업무를 민감하게 해석해 업무의 특성만을 강조하며 자의적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의 지나친 권위의식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현재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시절에 비해 국민들의 지지율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지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정보공개청구에서도 근거도 없는 비공개로 일관하는 한 국민들은 이명박대통령과 청와대에 신뢰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국민들과 함께 호흡한다며 시장에 찾아가 어묵을 사먹으면서 정작 안으로는 푸른지붕의 권위를 무기로 국민들의 요구에 비공개로 일관하는 정부에 신뢰를 보여줄 국민은 없다는 것을 청와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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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뜨겁고, 붉은 여름에 인사드립니다.

2009.08.04


정보공개센터 강언주 간사.

 

해바라기가 붉게 타오르는 여름입니다. 붉은 여름처럼, 붉은 마음으로 가득 찬 저는 이곳 통인동 정보공개센터의 새 식구입니다. 이미 낯선 곳은 아니지만, 낯설고 새로운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무엇으로도 이 뭉슬뭉슬한 마음을 다 표현하지는 못할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놀러왔던 때와 다르게 이곳으로 오는 발길이 무겁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2년을 학교에 더 있다가 강언주라는 이름을 걸고 사회에 처음 내딛는 길, 올라오는 지하철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자며 올라오는 길에<녹색평론>을 읽었습니다. 박경미 이화여대 기독교교육학가 교수가 쓴 글에 그런 내용이 있더군요, ‘지식인은 구체적인 정치적 조작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입장, 즉 추상적인 구호와 주장들에 묻혀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민중의 현실과 절실한 삶에 입각해서 사물을 보고 발언해야 한다, 모든 제도와 권력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고 불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저는 감히 저를 지식인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지식인이라 말하기에는 저는 어리고, 모르는 것이 더 많고, 부족한 것이 많은 스물다섯의 풋내기 청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글이 저에게 감동이 되었던 것은 지식인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제도와 권력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고 불화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오늘 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자세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이력서를 낼 때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떤 거창한 포부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을 좋아하고 사람에게서 희망을 보는 ‘사람냄새 나는 사람’, 아무런 거추장스러운 것도 없이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작지만 큰마음을 품는 우리가 바로 세상을 바꾸는 희망임을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있는 곳이, 첫발을 내딛은 곳이 이곳 통인동 정보공개센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 식구들이 그만큼이나 저에게 좋은 만남들입니다. 제가 희망을 보는 사람냄새 폴폴 나는 사람들입니다.

붉은 여름, 붉은 태양처럼, 붉은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레는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직 뵙지 못한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의 만남을 기대하며 이곳 정보공개센터의 새 식구는 짧게 인사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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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공개해달라 했더니 수수료 540만원, 징역5년은 또 웬말?

2009.07.30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얼마 전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810만건을 공개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국방, 외교, 수사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던 기록물을 이번에 비공개재분류를 통해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 30년 넘도록 베일에 쌓인 채 이제껏 숨겨져 있던 우리의 현대사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어떤 기록들이 있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기록물 목록을 공개한다는 국가기록원의 나라기록포털(
http://contents.archives.go.kr)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30년이 경과한 기록 목록과 30년 미경과 기록목록, 그리고 대통령재가 및 비서실에서 생산한 기록목록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35개의 생산기관별로 들어가야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항목이 나누어져 있으니 전체목록을 한눈에 살펴보는 것이 어렵다. 전체 목록 중에서 찾고 싶은 정보가 있을 때는 기간별, 생산기관별로 구분되어있는 항목별로 각각 들어가야 해 검색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이에 국가기록원에 검색이 불편하니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목록을 엑셀파일로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리고 국가기록원은 필자의 정보공개청구에 공개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거기엔 두가지의 단서가 붙었다.

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엑셀파일 공개하는데 수수료가 540만원?!!

810만건의 공개목록을 공개할 테니 그에 따른 수수료 54,06,700원을 내라는 것이다. 공개하는 전자파일의 분량이 총 270,335매인데, 1매당 20원씩 부과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17조에 보면 정보의 공개 및 우송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실비의 범위 안에서 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실비는 사본출력물을 공개할 때 드는 종이비용이나, 동영상을 공개할 때 필요한 CD 비용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사본출력물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파일을 CD나 이동디스크에 담아서 공개하라는 것도 아닌, 그저 엑셀파일을 이메일로 달라고 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수수료로 54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설령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810만건 목록을 모두 엑셀로 입력을 해야 해 그 인건비를 정보공개수수료로 부과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만큼의 돈은 들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공개한 자료를 좀 더 편리하게 보고 싶다고 요청하는 시민에게 이렇게 큰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 국가기록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식인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하는 행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기록이 저작권 대상??

두 번째 단서조항은 공개하는 기록물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니 이를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등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저작권법 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엑셀파일에 수수료 540만원을 내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이번엔 징역5년에 벌금 5000만원이라니…국가기록원의 정보공개태도에 기가 막힐 뿐이다.

국가기록원이 정보공개를 하면서 저작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정보공개센터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공개받은 전직대통령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린 일이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대다수의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어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때에도 국가기록원은 저작권을 운운하며 해당 사진을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시민에게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내리라고 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말한 저작권법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저작권법 7조를 보니 국가기록물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작물이라고 표시되어있다. 저작권은 개인의 지적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업무의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에 저작권을 운운하면서 공개를 제한하는 행위는 정보공개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런 일은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정보공개제도는 10년 사이에 많은 성장을 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또 한국의 정보공개제도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정보공개 활동을 벌여나가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정보공개 답변을 받고 보니 다른 나라가 알까 부끄러워진다. 게다가 정보공개법의 시행주체인 행정안전부 소속인 국가기록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810만건의 비공개 해제목록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적극적 공개를 통해서 행정의 투명성 제고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정보공개요청을 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국가의 기록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국민의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자신의 기록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아직도 국민이 알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멀기만 한 일 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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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사이비 기자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2009.07.13
                                                                                             정보공개센터 박대용 자문위원
                                                                                                               (춘천 MBC 기자)


사이비를 한자로 표기해보면, 似而非 즉,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의미한다.

흔히 겉은 그럴 듯 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아닌 것인 경우, 가짜, 짝퉁… 모두 비슷한 의미다.

기자 앞에 수식어로 사이비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사례가 많고, 피해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춘천에서도 사이비 기자 사건이 있었다.


법원과 검찰 출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한 신문사 기자가 사건을 해결해주겠다며, 피해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돈을 줬던 사람이 검찰에 고소하면서 해당 기자가 교도소 신세를 졌다.

일반적인 기자라면, 사건 제보를 받고 제보자를 만나 얘기를 듣고, 취재한 뒤 기사를 썼지만, 구속된 사이비 기자는 취재 대신 제보자와 밤에 술집 같은 곳에서 만나 허세를 부렸고, 기사는 쓰지 않고 돈만 계속 요구했다.(나중에는 차까지 사달라고 했다고 한다)

기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제보자로부터 돈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사이비 기자와 기자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돈을 받느냐 여부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지만, 사이비 기자는 기사는 쓰지 않고 말이 많다. 요즘 같이 엄혹한 시대일 수록 취재는 하되 기사는 쓰지 않는 기자들이 늘어난다. 사이비기자 예비 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주지하다시피 사이비기자는 주로 법원이나 검찰, 경찰, 군부대 같이 정보공개에 인색한 기관들 주변에 주로 서식한다. 그만큼 그런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보다는 친소관계에 따라 정보를 흘리기 때문일 것이고, 사이비기자가 돈을 밝히는 공무원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브로커처럼 활개를 치는 것이다. 특히,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사람이 구속된 사건일 경우, 수사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사이비 기자 같은 브로커의 수고비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심지어 검찰청 직원 가운데는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해주면, 정보를 주겠다는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관에게 결제하는 것이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것도 이유겠지만, 법과 제도에 따라 정보공개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공무원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현실은 엿장수 마음대로다.


전세계 선진 국가들이 정보공개법(혹은 정보자유법)을 두고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공공기관이 생산한 정보는 국민이 세금을 냈기 때문에 생산된 정보로 보고 국민에게 사실상 무료로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만일 정보공개법이 없다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정보의 가치를 돈으로 매길 것이고, 국민들은 사이비 기자 같은 브로커에게 막대한 수고비를 줘야 공공기관이 생산한 정보를 받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공개제도가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 제대로 정착된 투명한 사회에서는 기사 쓰는 대신 돈만 챙기는 사이비기자가 서식하기 어려워진다. 대신 국민의 알권리는 신장되고, 공무원의 뒷돈 혹은 급행료 관행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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