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알권리는 살권리다.

2016.05.10

어디 옥시만의 문제이고, 가습기살균제만의 문제이겠나. 2009년에는 발암물질이 들어간 석면베이비파우더 파동이 있었고, 2012년에는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집단실명위기를 초래한 메탄올 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에서, 일하는 사업장에서, 거주하는 집 주변에서 우리는 숱하게 화학물질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다. 가습기 살균제 한건만 두고 보더라도 추정 피해자가 최소 29만 명에서 227만 명이라고 하니 위험에 관대하고 안전에 느슨한 한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저 운이 좋아 살고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는 위험을 관리하지 않고, 관리가 되질 않으니 사람들이 위험 정보에 대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대략 4만3천종이고, 그 중 유해정보가 확인된 것은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위험정보에 대한 관리가 거의 되지 않는 셈이다. 관리가 부재한 현실에서 위험 상황에 대한 통제가 될 리 만무하다. 유럽에서는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이 한국에서는 여러 제품들 속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나마 있는 안전관리체계 또한 형식에 그치고 기업의 편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빠지게 했던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을 관리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질병관리본부는 대기업 삼성의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를 맡기고 삼성병원을 비롯한 민간병원의 영업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정보를 은폐했었다. 결국 삼성병원은 메르스 전염 확산의 요체로 드러났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안전관리시스템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세월호 사건 이후, 유가족들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위험 정보에 대한 알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 ‘정보공개’는 메르스의 연관검색어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경로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정보은폐에 문제제기가 많았다. 화학물질사고에서 역시 알권리와 정보공개는 주요한 이슈다.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들은 수년 째 화학물질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알권리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부동산가격 하락을 이유로 번번이 외면당했다. 가습기살균제의 경우에는 아예 관리가 되지 않아, 공개를 요구할 정보조차 없는 수준이다. 

생명에 대한 위협은 이제 더 이상 재난상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도, 배를 타다가도, 살균제나 탈취제를 사용하다가도,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도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죽을 수 있게 되어버렸다. 관리되지 않는 위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최소한 무엇이 위험한 것인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정보공개는 삶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당연한 요구이며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기침이 심한 아이에게 살균제로 청소한 가습기를 더 많이 틀어줬다는 옥시 가습기 피해자 부모의 이야기를 보며 모두가 마음 아파했다. 가습기 살균제 안에 생명에 치명적인 화학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느 부모도 자식을 향해 죽음의 가습기를 틀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또 누군가는 평생을 아프게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 안에서만 해석되었다. 하지만 이제 알권리는 생존에 대한 문제가 되었다. 그 부모가 제 자식을 향해 죽음의 가습기를 틀었던 이유는 위험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도 위험하다고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기업과 정부와 학자들이 이윤을 위해 입을 다물어버렸기 때문이다. 알권리는 살권리다. 알권리는 공개의 의무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의무는 국민들을 지켜야 할 정부에게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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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통신자료는 무단수집, 통신자료주인의 알권리는 무한 박탈.

2016.04.2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활동가

통신자료를 요청한 사유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제공요청서’에 대한 정보비공개 결정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의 무차별적 무단수집 의혹이 증명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집계결과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검찰 426만 건, 경찰 837만 건, 국정원 11만 건의 통신자료가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이용자의 고객명, 주민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이다. 특히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통신자료는 이를 토대로 구청, 경찰, 건강보험, 학교 등이 보유한 정보를 제한 없이 입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정보에 대한 만능열쇠로 연결되고 있다. 

수사기관은 어떠한 근거에 의해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을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이 재판·수사·형의 집행·국가안보 위해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으로 통신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83조 제3항) 법원의 영장이나 허가 없이 수사기관의 추상적인 요건만을 제시하면 개인의 통신자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신자료제공은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 해당 정보의 주체인 이용자 본인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통보하는 절차가 없이 진행되며, 이용자 본인이 이동통신사에 직접 해당내역을 조회해야 자료제공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수사기관에 통신자료가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통신자료제공이 왜 이루어졌는지 사유조차 알 수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각 수사기관은 ‘통신자료제공이 필요할 경우 요청사유, 해당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재한 서면 즉 ‘자료제공요청서’를 작성하여야 한다(제83조 제4항)‘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자료가 제공된 근거인‘자료제공요청서’는 해당 정보의 주체인 본인에게 조차 공개되고 있지 않아 통신자료제공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자료제공요청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수사기관)이 작성한 문서로 정보공개청구 대상이 되며 법에서 정하는 사유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통신정보의 주체인 본인에게 있어서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 사유를 더욱 제한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 

필자 또한 2015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2건의 통신자료제공요청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통신자료 제공요청이 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 ‘자료제공 요청서’를 정보공개 청구하였지만 ‘비공개’ 결정 처분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비공개하였다. 이는 재판이나 수사와 관련된 정보로 구성되며,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재판받을 권리나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하고자 하는 정보에 대해 비공개한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현재 어떠한 재판에 당사자가 된 적도 없으며 경찰청 아니라 파출소 한번을 간 적이 없는 선량한(?) 시민이다. 설령 현재 재판이나 수사의 직·간접적 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재판결과에 구체적으로 위험을 줄 수 있는 정보이거나, 수사 관련 정보수집이 현저히 곤란해지거나, 향후 범죄 예방에 구체적인 장애를 줄 수 있는 정보에 해당되어야 비공개 할 수 있다. 이는 필자의 의견이 아니라 지금까지 판결된 정보공개 판례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이다. 

공공기관은 해당정보가 비공개인 사유에 대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 허나 수사기관에서는 해당정보가 재판, 수사, 범죄예방 등에 관한 직무수행에 있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위험성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회사에서 확인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왜 경찰과 검찰이 통신사실을 의뢰했는지에 대한 사유가 소개되고 있지 않다.

3월 29일 통신자료 무단수집 공동대응 1차 집계결과에서는 402명의 시민들이 직접 이통사를 통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여 총 1819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1명당 평균 4.5건의 요청을 받은 수치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시민들의 접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무차별적인 통신자료수집에 대한 이유를 알기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라는 방법밖에 없다. 때문에 수사기관은 해당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적극적이고 충실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의 자료제공요청서 비공개 처분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알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나아가 수사기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개인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 글은 인권오름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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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학교가 성폭력 안전의 사각지대 일 수밖에 없는 이유

2016.03.17

<사진: KBS>

 

생각해보면, 학교를 다니는 내내 그런 기분 나쁜 남자 선생님이 꼭 있었다. ‘누구는 다리가 예쁘네’,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제일 귀엽네’ 하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다니는 학생부 선생, 교복 카라 안으로 얇은 나뭇잎을 집어넣는 이상한 짓을 장난이라며 웃어대는 체육선생.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황금비율의 법칙처럼 있던 사람이 가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든 늘, 그런 선생님이 학교에 없던 적은 없었다.

교원의 성폭력 및 성희롱 문제는 결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잠깐 화제 거리가 되었다가 금방 지나쳐가길 반복했다. 그리고 현장의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정보공개센터가 청구한 2010년~2015년까지 6년간 초중등교사 성범죄 징계 현황을 보면, 최근 6년간 성범죄 관련 징계 건수는 총 157건으로 1년에 26건, 1달에 2번꼴로 교사에 의해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다.

 

 

.중등교원 성 관련 비위 징계 현황(2010.7.1-2015.6.30)

시도

설립

학교급

당시직급

이름

징계사유또는범죄사실

(가능한구체적으로작성)

 

행정처분

 

징계

처분일

강원

공립

교장

○○

교원 성추행

해임

2015-02-20

강원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4-10-22

강원

공립

교장

○○

교사 및 학생대상 성추행

해임

2014-08-08

강원

공립

교사

○○

학생성추행

해임

2014-04-10

강원

공립

교사

○○

성폭력, 아동성추행법 위반

해임

2014-01-01

강원

공립

교사

○○

성추행

해임

2012-12-07

강원

공립

교장

○○

성추행

해임

2010-07-29

강원

공립

교사

○○

성희롱

정직2

2015-01-19

강원

공립

교감

○○

성희롱

정직3

2015-01-19

강원

공립

교감

○○

학생성추행 사안 처리 미흡

견책

2014-10-22

강원

공립

교사

○○

성매매,음란물

정직3

2013-10-01

강원

공립

교장

○○

성희롱

견책

2012-12-07

강원

공립

교사

○○

성희롱

견책

2012-12-07

강원

공립

교사

○○

성추행

정직2

2011-02-25

경기

사립

교사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휴대폰카메라등이용촬영)

경징계

감봉2

2015-03-01

경기

공립

교사

OO

미성년자 성추행

파면

2015-04-21

경기

공립

교사

OO

성추행

파면

2015-06-23

경기

공립

교사

OO

성희롱

파면

2015-04-21

경기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 담임반학생성추행

해임

2013-12-24

경기

공립

교장

○○

교직원 성희롱

해임

2013-05-23

경기

공립

교감

○○

교직원 성희롱,근무중인터넷바둑

해임

2012-12-10

경기

공립

교감

○○

교사,학생 성추행

파면

2012-12-10

경기

공립

교감

○○

성희롱 및 폭력

해임

2011-07-29

경기

공립

교사

○○

일반인 여성 성추행

해임

2010-11-22

경기

공립

교사

○○

성폭력범죄처벌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

파면

2010-08-30

경기

공립

교사

○○

성폭력범죄의 처벌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

7조위반성추행

해임

2010-08-30

경기

공립

교사

○○

학생성희롱 및 성적수치심유발

언어폭력,학교폭력(성추행)처리부적절,학생수업권침해

정직3

2013-12-26

경기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 담임반학생성추행

정직1

2013-12-24

경기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 담임반학생성추행

감봉3

2013-07-03

경기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학생 성추행)

파면->정직3

2013-05-23

경기

공립

교사

○○

남성전용사우나 남성성희롱

정직1

2012-08-06

경기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 위반

(성폭력:준강제추행 및 준강간미수)

견책

2012-05-11

경기

사립

교사

○○

성추행

해임

2010-07-07

경기

공립

교사

○○

일반인 여성 성추행

정직3

2012-04-12

경기

공립

교사

○○

성희롱

정직3

2011-10-14

경기

공립

교감

○○

여교사에게 성희롱 언어

정직2

2011-06-29

경기

공립

교장

○○

성희롱예방교육미흡

감봉3

2011-02-11

경기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감봉3

2012-11-01

경기

사립

교감

○○

동료교사성희롱

감봉1

2011-09-01

경남

사립

교사

00

일반인 성추행

정직3

2014-09-22

경남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파면

2013-06-03

경남

공립

교사

○○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대한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견책

2015-01-27

경남

공립

교사

00

일반인 성추행

견책

2014-11-19

경남

공립

교사

00

학생 성추행

견책

2014-11-19

경남

공립

교사

00

일반인 성추행

견책

2014-10-08

경남

공립

교사

○○

성추행

해임

2015-03-01

경남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

감봉3

2014-06-02

경남

공립

교사

○○

성희롱 등(교직원)

해임

2011-12-15

경남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1-12-15

경남

공립

교사

○○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을 성추행

해임

2010-11-01

경남

공립

교사

○○

성추행

정직2

2013-03-01

경남

공립

교사

○○

학생 성희롱(문자 등 위계)

정직2

2013-01-01

경남

공립

교사

○○

성추행(성인)

정직3

2011-10-01

경남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정직3

2012-07-17

경남

사립

교사

○○

학생 성희롱

견책

2011-06-25

경남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정직2

2011-01-21

경북

사립

교사

OO

성매매

견책

2014-10-28

경북

공립

교장

○○

아동성추행

파면

2012-12-24

경북

공립

교사

○○

성폭력범죄

해임

2011-10-25

경북

공립

교사

○○

품위손상(성추행)

감봉3

2011-12-27

광주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파면

2013-05-16

광주

사립

교사

○○

학생 성희롱, 성추행

해임

2011-12-26

광주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성폭력범죄 처벌등에관한특별법위반)

정직3

2015-02-23

광주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 성실의무위반(학생대상 성폭력)

파면

2014-10-16

광주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성폭력범죄 처벌등에관한특별법위반)

해임

(교육부특별

징계

위원회)

2014-09-29

광주

공립

교사

○○

품위유지 의무 위반(성추행)

해임

2012-10-04

광주

사립

교사

○○

교생 성희롱

견책

2011-06-13

대전

공립

교사

○○

미성년자 성추행

해임

2011-11-14

대전

공립

교사

○○

여학생 성추행, 복무처리 부적정, 교육과정 파행, 강사수당 유용

직위해제

정직3(징계부가금

3)

2013-02-12

대전

공립

교감

○○

성희롱 및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정직1

2013-02-12

부산

사립

교사

○○

성희롱

정직1

2015-01-01

부산

사립

교사

○○

품위 유지의 임무위반(성추행)

해임

2013-12-02

부산

사립

교사

○○

학생 심폐소생술 시범 유도 및 성적비속어 등으로 인한 성희롱

감봉1

2013-05-01

부산

사립

교사

○○

수업을 맡고 있는 학생을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

정직3

2013-03-01

부산

공립

교사

○○

성추행

해임

2015-07-01

부산

공립

교사

○○

부산맹학교 장애학생 성추행

파면

2014-04-01

부산

사립

교사

○○

만취상태 일반인 성추행

견책

2011-12-09

서울

사립

교사

○○

성희롱

감봉2

2014-03-21

서울

사립

교사

○○

성폭력(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해임

2015-03-01

서울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0-12-24

서울

공립

교사

○○

공중밀집장소(지하철) 성추행

정직1

2013-06-10

서울

공립

교사

○○

공중밀집장소(지하철) 미성년자 성추행

해임

2013-08-20

서울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파면

2010-08-19

서울

공립

교사

○○

지하철 성추행(촬영)

정직3

2012-10-24

서울

공립

교사

○○

일반인 성추행

감봉2

2011-11-30

서울

공립

교사

○○

일반인 성추행

감봉2

2011-09-23

서울

공립

교사

○○

성매매 업소에서의 성매매 행위

견책

2011-04-01

서울

사립

교사

○○

일반인 성추행

견책

2012-12-01

서울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정직3

2011-09-01

서울

사립

교사

○○

성폭력

해임

2014-11-18

세종

공립

교사

○○

아동성추행

해임

2012-11-01

울산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4-05-08

인천

사립

교사

○○

성희롱

견책

2014-06-05

인천

사립

교장

○○

학교폭력(성추행) 사안처리 및 기숙형학교 운영 부적정

견책

2013-12-10

인천

사립

교사

○○

성희롱

견책

2013-04-26

인천

공립

교사

○○

성매매

정직1

2015-01-08

인천

공립

교사

○○

성매매

견책

2012-11-22

인천

공립

교사

○○

성추행

해임

2015-04-03

인천

공립

교사

○○

미성년자 성추행

해임

2013-04-08

인천

공립

교사

○○

미성년자 성추행

파면

2012-07-25

인천

공립

교사

○○

미성년자성추행

당연

퇴직

2011-12-15

인천

공립

교사

○○

성희롱 및 학교부적응

해임

2011-12-06

인천

공립

교사

○○

성추행

견책

2011-08-24

인천

공립

교사

○○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위반(성희롱)

감봉1

2010-08-03

전남

공립

교사

○○

성희롱

정직2

2015-06-10

전남

공립

교사

○○

학생체벌성희롱

견책

2015-02-11

전남

공립

교사

○○

성추행

견책

2015-01-06

전남

공립

교장

○○

학교회계 예산집행 부적정, 학부모 및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

정직1

2013-11-25

전남

공립

교장

○○

성추행기간제교사

견책

2013-06-24

전남

공립

교사

○○

일반인 성매매

견책

2013-04-01

전남

공립

교사

○○

학생성추행

정직3

2012-11-28

전남

공립

교사

○○

일반인 성매매

견책

2012-11-12

전남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3-08-01

전남

공립

교사

○○

성추행 및 폭행

해임

2015-06-10

전남

공립

교장

○○

성추행 및 공금유용

해임

2015-06-10

전남

공립

교사

○○

성추행

해임

2015-06-10

전남

공립

교사

○○

휴대전화어플 틱톡사이트로 만난 타지역 미성년자 성매매(2명에게 각 10만원지급)

당연퇴직

2014-11-24

전남

공립

교사

○○

미성년자 성폭력

해임

2012-04-10

전남

공립

교사

○○

성희롱 발언

견책

2012-01-25

전남

공립

교장

○○

미성년자 성추행

파면

2011-08-05

전남

공립

교사

○○

미성년자 성추행

정직 1

2011-08-05

전남

공립

교사

○○

일반인 성희롱

견책

2010-08-30

전남

공립

교사

○○

학생성추행

정직1

2010-08-03

전북

사립

교사

○○

성희롱

해임

2012-10-19

전북

공립

교사

○○○

성매매

정직3

2015-03-30

전북

공립

교사

○○

학생성추행

정직3

2013-01-10

전북

공립

교사

○○

성희롱

정직3

2013-01-10

전북

공립

교사

○○

성희롱 및 강제추행

정직1

2012-08-22

전북

공립

교감

○○

인권침해 및 성희롱

감봉1

2012-01-26

전북

공립

교사

○○

학생폭력및성추행신고의무위반

견책

2012-01-26

전북

공립

교사

○○○

아동성추행

해임

2015-01-29

전북

공립

교사

○○

폭행, 무고교사, 친족성추행

파면

2013-07-19

전북

공립

교사

○○

학생성추행

해임

2012-07-20

전북

공립

교사

○○

학생폭행 및 성추행

해임

2012-06-13

전북

공립

교사

○○

학생체벌및성추행,교사성희롱

해임

2012-01-26

전북

공립

교장

○○

교사 성희롱

견책

2011-10-17

전북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1-08-23

전북

공립

교사

○○

아동성추행(특수학급학생대상)

파면

2011-02-28

전북

공립

교사

○○

학생 성추행학생

해임

2010-11-29

전북

공립

교사

○○

유사 성추행(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련법률 위반)

정직1

2011-02-24

제주

공립

교사

○○

성매매

감봉3

2014-02-24

제주

공립

교감

○○

13세미만미성년자의제성추행

해임

2014-05-16

제주

공립

교사

○○

성희롱

해임

2012-04-30

제주

사립

교사

○○

학생 성추행

해임

2013-02-07

제주

공립

교장

○○

성희롱

해임

2010-07-26

충남

공립

교사

○○

성실, 품위 의무위반(성추행)

정직3

2014-02-17

충남

공립

교장

○○

성실의무위반(성희롱및언어폭력)

정직1

2013-01-30

충남

공립

교장

○○

품위유지의의무위반(성희롱)

정직1

2012-03-26

충남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성희롱,성폭력)

정직3

2012-03-01

충남

공립

교사

○○

성폭력(카메라등이용촬영)

해임

2015-05-01

충남

공립

교장

○○

품위유지위반(성추행)

견책

2010-09-01

충남

공립

교사

○○

미성년자성추행

파면

2014-07-28

충남

공립

교사

○○

미성년자 성추행

파면

2014-05-13

충남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 위반(미성년자성추행)

당연

퇴직

2013-10-01

충남

공립

교사

○○

품위유지의무위반(미성년자성폭력)

파면

2012-10-12

충북

공립

교사

OO

학생성추행

해임

2015-06-08

충북

공립

교사

○○

학생성추행

해임

2012-09-26

 

 

 

위 사진: 공무원 징계의 종류

 

 

 

성폭력 징계현황을 살펴보면서, 반사적으로 분노가 밀려왔다. 범죄 사실에 비해 처벌이 가벼운 사례들이 너무나 많았다. 담임선생님이 반 학생을 성추행해도 정직1월의 처분만 받거나 심지어 감봉3월에 그친 경우도 있었고, 지하철에서 몰카 범죄를 저지른 교사에게 감봉2월의 경징계를 내린 경우도, 기간제 교사를 성추행한 교장이 견책만 받은 경우도 있었다.

교육의 공간이라는 학교에서 성 폭력에 대한 감수성은 여전히 밑바닥이라는 사실 자체도 문제이지만, 부적격 교사가 약한 징계를 받고 언제든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면 결국 이러한 처분의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사나 학교 운영 정보에 접근하기 힘든 학생들은 성폭력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법 개정만이 아니라 학교 내 권력관계 재편이 필요

 

올해 1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성범죄 교사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자 및 성인 대상 성폭력 범죄 행위로 파면 또는 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가 선고·확정된 자는 영구적으로 임용자격이 박탈되며, 재직교원일 경우 당연 퇴직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 이러한 제도 변화는 물론 성 범죄에 대한 인지를 높이고 그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률이 강화되는 것과 별개로, 교내에서 일어나는 성 폭력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고하게 자리 잡혀 있는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성 추행을 일삼는 선생님을 변태라고 부르며 뒤에서 욕했지만, 한 번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학생이 학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존재인지 우리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이 선생님이나 학교 운영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었고, 그 금기를 깨뜨렸을 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학 진학에 있어서의 불이익, 3년 동안 생활해야할 공간에서의 고통. 이런 것들뿐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입을 닫고 살면서 무사히 학교를 탈출해, 나는 대학에 가고 졸업을 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왜 학생들 스스로 발언하고 결정할 수 없는가? 우리는 이 지점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성폭력, 혹은 그에 상응하는 교내의 폭력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고, 공동체 내의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지 논의할 수 있는 것은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이며, 또 한편으로는 윤리적 교육의 과정이기도 하다.

학생이 학교 전반의 운영과 성폭력 교사의 처분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을 가질 수 없어서, 용기를 가지고 성폭력의 피해사실을 밝히더라도 미약한 처벌과 2차 피해 등으로 피해자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학교는 ‘교육의 장’이라는 미명아래 가려진 성폭력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인권오름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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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일당 7만 원에 방사능 피폭, 이런 알바도 있다

2016.02.15

일당 7만 원에 방사능 피폭, 이런 알바도 있다

핵발전소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언주 활동가


파랗다는 표현보다는 검푸르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던 죽변의 바다. 6일째 자전거여행 중인 세 명의 청년들을 만났던 고즈넉한 임랑해변,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파랗던 정자해변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나아해변. 울진, 고리, 월성 핵발전소로 가는 길. 


늘 예상치 못한 풍경들을 마주했다. 발전방식의 특성상 바닷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핵발전소. 작은 마을 골목골목을 지나 그 거대한 건물이 보일 즈음 바닷가 앞에 섰을 때 이상하게도 미안했고, 먹먹한 느낌이었다.


▲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풍경 속 또 하나의 공통점은 늘 그렇듯 송전탑이다. 월성핵발전소와 송전탑이 보이는 나아해변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후쿠시마핵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우리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우연에 기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도만 하면 되는 것인가? 송전탑건설반대를 위한 싸움을 해온 밀양의 할매들은 한국탈핵운동의 핵심이 되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균도의 아빠는 핵발전소가 지역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수원을 상대로 오랜 싸움을 이어왔다. 묻고 싶어졌다. 

왜 우리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등어나 명태가 수입되는 것은 걱정하면서도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이 되지 못하냐고. 당장 전기사용의 불편함은 걱정하면서 왜 수 십년간 핵발전소를 끼고 살아야 하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하냐고. 핵발전소는 재앙적인 사고의 위험뿐만 아니라 안전의 문제이고, 삶의 문제이고,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모든 차별의 상징이 집합해 있다.

핵발전소에서 노동하는 ‘사람’

핵발전이 만드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자꾸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핵발전 노동의 문제였다. 우라늄을 채굴하는 순간부터, 운반하고 성형하는 과정, 발전소를 건설, 가동하고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순간까지 그 과정에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탈핵을 주장하면서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늘 부족했다. 

핵발전 노동을 주제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년 봄에 시작된 고민으로 9월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정보공개센터를 중심으로 몇몇 단체가 함께 ‘한-일 핵발전 노동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일본과 한국의 핵발전노동의 현실은 노동기본권, 다단계하청, 피폭의 문제 등 많이 닮아 있었다. 그동안 관련 조사나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에 핵발전 노동을 어떻게 규정하고 접근해야 할지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우리는 핵발전소라는 건물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최하층에서 일하는 사람들, 하청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에 초점을 맞췄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최원식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7월 기준 4개의 발전본부(울진, 영광, 고리, 월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만9693명이다. 이중 한수원 정규직이 6771명 (전체의 34%), 비정규직은 1114명(직접고용 81명, 간접고용 1033명으로 6%), 사내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는 1만1808명(60%)이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전체의 절반이상이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노동자라는 것이다. 한수원에서 연도별 협력업체 현황을 관리하고 있지 않아서 이마저도 정확한 데이터라고는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노동자의 이야기였다.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피폭의 위험은 없는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4개 발전본부(고리, 영광, 울진, 월성)의 방사선안전관리, 청소, 경상정비, 특수경비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만났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숙련 노동자여도 ‘비정규직’

핵발전소노동자들을 처음 만난 건 2014년 5월이었다. 경북 울진에서 한수원, 한전kps, 비정규직(한전kps 하청), 방사선안전관리 등 다양한 고용형태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사인 한수원이나 사측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한수원과 한전kps 정규직노조에 대한 아쉬움도 큰 듯했다. 

노동조건이 원청사 정규직 직원들보다 열악한 수준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들끼리의 차별로 상대적인 박탈감도 컸다.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갈등은 핵발전소의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현실이 그러니까 말이다. 불만 섞인 말들도 오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이다. 현재 핵발전 노동의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핵발전소의 안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원자력발전소라는 게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정비업체의 경우,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들은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겁니다. 10년 이상 경험하신 분들이 주르륵 있는데 그런 분들은 숙련도가 더 높은데도 비정규직입니다. 그런 분들이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는 것은 잘못된 제도인 거죠. 이런 것은 한수원노조가 함께 싸워줘야 합니다.”(2014년 5월 17일 울진 핵발전소 노동자 간담회)

원전사고 발생시, 수습은 누가 합니까

옅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영광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6명은 서울 한수원 본사 앞에 있었다. 원청사인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했던 13명 중 7명은 광주지법에 ‘전보발령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원직 복직되었다. 용역업체가 계약만료로 변경되는 시점에서 소송에 참여한 나머지 6명만 고용승계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지위확인 소송을 했다는 이유로 당시 상급노조였던 한국노총에서도 제명되었다(그들은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비정규직지회 소속이다).

1년 동안 싸움을 하는 중에 한수원에서는 11명의 정규직직원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 6명의 노동자는 채용에 응시하지 않았다. 그들의 싸움은 전체 비정규직노동의 정규직화였지 본인들의 고용보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6명 중 몇몇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  2014.8.21 영광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노동자들이 한수원 본사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고용승계로 회사가 다섯번 바뀌었어요. 회사입장에서는 원청사에서 내는 용역만 따내면 되기 때문에 고용의 유연화로 이익은 이익대로 취할 수 있죠. 방사선안전관리업무는 직접고용형태로 바뀌어야 해요. 안전관리를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면 숙련노동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수습작업을 누가 하겠어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에요. 나는 반핵을 주장하지는 않아요. 발전소 문 닫는다고 해서 걱정되지도 않아요. 후쿠시마의 경우도 사고 이후 발전소가 멈췄지만 방사선안전관리인력은 더 늘어났고 우리나라도 발전소를 안전하게 폐로하면 폐로인력은 더 늘어나게 돼있어요. 문제는 그 전이죠. 좀 더 안전하게 발전소관리를 했더라면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까요? 우리나라 발전소가 안전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어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돼죠” (2014년 8월 21일 울진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인터뷰)

제염작업을 그냥 걸레질인줄 안다

2015년 5월,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지나 임랑마을에 도착했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과 관련한 이슈가 한창이었던 터라 ‘고리1호기 폐쇄하라’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임랑마을회관에 있는 노조사무실에서 방사선안전관리노동자를 만났다. 평균 근속년수가 10년 이상 된 노동자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은 영광과 같았다. 

계측제어 쪽 노동자는 기술등급이 초급-중급-고급 기능사, 고급기술자 등의 단계로 점점 상향되어 왔다. 기술등급에 따라서 입찰이나 임금조건이 달라지는데 방사선안전관리는 기술등급이 20년 넘게 오르지 않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처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핵발전소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방사선안전관리를 단순 업무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 전체의 방사선안전관리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가 350여 명 정도이다. 3년마다 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근속을 인정받을 수는 없다. 근속년수를 인정받지 못하니 근속수당이나 은행대출도 어렵다. 불안정노동은 그들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수원 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차이가 두배 이상입니다. 발전소마다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10년을 일해도 연봉이 3000만 원이 안 돼요. 하청업체 입찰시 최저가 입찰을 하기 때문인데 이런 업계의 관행 문제가 정말 큽니다. 하청업체나 원청사인 한수원이 우리를 기술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걸레질하는 걸 제염작업으로 보지 않고 그냥 걸레질하는 건 줄 알아요… 고리1호기를 폐쇄하면 폐로산업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것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만약 지금처럼 무분별한 경쟁입찰 문제나 노동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자리만 생기겠죠. 폐로산업에 대한 기대는 사실 없어요.”(2015년 4월 24일 고리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인터뷰)


지역경제 활성화? 몇몇만 배불리는 시스템

월성에서 만난 비정규직노동자는 청소, 경상정비, 특수경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였다. 월성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90%가 지역주민들이고 공공비정규직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가 370여 명이다. 노조에 가입되어 활동하기까지는 고용승계도 되지 않았고 임금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그나마 노조가 생기고 임단협을 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노동자 대부분이 1년마다 업체가 바뀐다. 

배불리는 것은 지역업체들이다. 한수원이나 정부는 지역경제를 위해서 지역우선입찰제를 적용한다는데 여기서 업체들끼리의 담합문제가 발생한다. 이름만 다르지 업체끼리 서로 가족관계인 경우가 허다하다. 입찰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쓰이는 자재납품도 독점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고 몇 명의 토호세력들이 배불리는 구조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전국입찰을 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계획예방정비시기에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뽑는다. 방사능 피폭이 심한 곳은 일당 7만 원, 피폭의 위험이 좀 덜한 곳은 6만 원 정도다. 

건설현장 막노동보다는 덜 힘들고 일급은 높은 편이라 청년들도 많이 지원하는 편이다. 계획예방정비 일을 해본 사람들이 지역하청업체에 노동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위험하고 질 나쁜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 

“하청을 없애고 직고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정부나 한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한다고 지역 업체를 우선적으로 입찰한다고 하지만 실제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하나도 없어요. 몇몇 업체들끼리만 담합하는 게 심각해요. A업체의 사장이 B업체 사장과 부부관계이거나 C업체와는 사촌관계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족끼리 갈라먹는 시스템이에요. 구조적인 문제는 비정규직에 대한 설계가 전혀 잡혀있지 않다는 거예요. 고용승계자체가 안되니까 1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는 노동자들도 있어요. 상여금이란 걸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상여금 좀 달라고 했더니 참기름 두 병을 주겠다더라구요. 그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2015년 6월 6일 월성 비정규직 노동자 인터뷰)

노동의 정상화 없이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핵발전소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도 차별은 존재했다. 같은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지만 원청사의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장례절차나 보상처리는 달랐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만났던 비정규직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는 ‘차별’과 ‘안전’이었다. 

원청사의 퇴직자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하청업체, 입찰과정에서부터 정당하지 못한 시스템, 임금과 복지 등 노동조건의 차별,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없는 노동환경, 대체 인력이 없어 안전교육도 받을 수 없고 장시간 고위험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탈핵까지는 아니더라도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유지,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고는 어떤 이유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핵발전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복잡하고 거대한 건물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수백 수 천명이 피폭의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안전을 필요로 하는 핵발전소를 비정규노동에 맡기는 것이 옳은가? 어떤 이는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정규직이 아니었냐며, 고임금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일하는 게 아니었냐고 물었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지, 노동기본권이 보장은 되고 있는지, 안전의 위험은 없는지,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제 우리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우연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노동의 정상화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탈핵을 주장하기 위해 그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 핵 발전도, 탈핵도 결국 노동 없인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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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위험 정보에 대한 지역주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

2016.01.18

[열려라 참깨] 위험 정보에 대한 지역주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

정진임 사무국장






2012년 9월, 경상북도 구미의 ‘휴브글로벌’이라는 회사에서 10여 톤 가량의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유독가스 불산이 다량 누출되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고 발생 후 4시간이 지나서야 대피령이 내려졌다.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대피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이 사고로 인해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18명이 입원했으며, 1만2천여 명이 검진을 받았다. 이후 주민보상액은 380억 원에 달했다. 



충청남도 당진 교로2리는 765kV와 154kV 초고압 송전선이 관통하는 마을이다. 초고압 송전선이 마을회관에서 불과 300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WHO(세계보건기구)는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를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송전탑이 완공된 1999년 이후 이 지역 주민 중 암환자가 급증했다. 80여 가구 150여 명의 주민 중 현재 9명이 암 투병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30여 명에 달한다. 




위의 사례로 나온 두 지역의 공통점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위험에 대한 정보가 지역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 권리, 얼마만큼 어디까지 어떻게




산업단지와 대규모 공장, 송전탑과 핵발전소 등 기간산업은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건설․조성된다. 그리나 이와 관련한 정보들은 보통 사업이 추진되기 전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 ‘얼마만큼의 일자리’ 등의 경제적 효과로만 설명될 뿐이다. 심지어 그 효과가 지역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정부가 고압송전선을 연결하고, 기업들이 지역에 공장을 지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그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 지침 등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거나 위험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이 아닌 해당 지역 주민들과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생명이 걸린 피해를 정면으로 맞게 된다. 




잦은 유해화학물질 사고, 삼성반도체 같은 대기업 공장의 사용약품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희귀질환 발병 등으로 지역사회의 유해화학물질과 위험 정보에 대한 알 권리 문제가 대두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지역사회의 알 권리가 더욱 더 요구되고 있다. 




안전 관련 정보에 대한 알 권리가 본격적으로 요구되고 법제화된 것은 1984년 인도 보팔시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유출사고 때문이었다. 1984년 12월 3일 인도 보팔시의 살충제 공장에서 ‘메틸 이소시아네이트’를 포함한 유독가스 45톤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인근에 거주하던 6900명이 사망했고, 중경상자와 후유증을 얻게 된 사람이 50만명에 달한다.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킨 이 사고는 피해 지역인 인도뿐만 아니라 서구사회에도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주요쟁점이 바로 시민들의 알 권리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은 이 사고 이후 알 권리 정책의 일환으로 1986년 ‘긴급계획 및 지역사회의 알 권리에 관한 법’ (EPCRA:Emergency Planning and Community Right-to-Know Act)을 제정했고, 1987년에는 유독물배출량조사제도(Toxics Release Inventory)를 도입했다. 지역주민들과 응급대원들이 위험물질의 존재 여부와 그 특성을 알고 대응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법은 위험시설에 보관되는 화학물질의 사용 및 방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고, 그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정보제공만으로는 시민의 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급계획 및 지역사회의 알 권리에 관한 법’이 20년 가까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2013년에 텍사스주 웨스트시에서 비료공장이 폭발해 1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행했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해당 비료공장에 위험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텍사스주는 ‘긴급계획 및 지역사회의 알 권리에 관한 법’에 따라 위험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 정보의 소재를 찾고 정보에 담긴 내용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일반 대중들은 이러한 정보공개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보공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거나 일상적인 점검체계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역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경우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근 주민에게 자체 방재계획을 사전에 알리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주민 고지의무는 그 대상이 사고대비물질 69종의 취급시설로 한정되고, 고지 내용에 대한 구체성과 강제성이 없는 등 실효성이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으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개정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2012년 발생한 구미불산 누출사고가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2013년 5월 개정안에서 알 권리 분야를 확대하였지만, 알 권리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역사회 참여권 등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안보, 재산보호, 기업의 영업비밀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알 권리 요구의 일환으로 일차적으로 취하게 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는 국가안보, 재산보호, 기업의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들어 비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공개하는 내용들은 정부가 비공개 근거로 삼은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따른다면 얼마든지 공개해야 하는 정보들이다. 정부가 대는 대표적 비공개 사유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공개사유는 국가안보다. 핵발전소 같은 시설물과 유해화학물질 보유현황 등의 공개에 있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비공개 요인은 바로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보호이다. 해당 정보들이 공개되었을 때 전쟁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테러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 놓인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역시 비슷한 이유로 해당 정보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긴급계획 및 지역사회 알 권리법’을 통해 유해화학물질 보고서를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언론사인 로이터 통신이 이 보고서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을 때 상당수의 주정부는 해당 정보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많은 국가가 생명보호의 명분으로 오히려 생명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더 많은 정보의 공개로 보완할 수 있다. 위험물질의 소재에 대한 공개뿐만 아니라 위험물질의 안전관리 실태를 함께 공개하고, 공개될 경우 발생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대응책 등을 공개함으로써 불안 요소를 낮출 수 있다. 




두 번째 비공개사유는 재산보호다. 한국사회에서 위험 정보의 공개에 있어 가장 충돌하는 것이 아마 재산권 보호 문제일 것이다. 범죄, 위험물질, 혐오시설 등의 정보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공개되어야 하지만,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는 위험 정보의 공개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등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해당 정보의 공개로 인해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이 실제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보를 공개하면서 보장되어야 할 공익성이 우선적으로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비공개사유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이다. 특히 유해화학물질의 정보공개와 관련해 충돌하는 것이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이다. 과거 기업의 비밀은 영업적 자유 측면에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강력히 보호받았지만, 최근에는 상품의 인체 유해 여부와 관련된 정보, 공해유발 등 건강 관련 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보다 폭넓게 공유하고 보장하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가 강조되면서 기업의 영업비밀보다 소비자의 알 권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이고 노동자인 기업의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정보공개 문제이다. <화학물질 감시 네트워크>,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들을 통해 사고 발생시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노동자의 생명권 보호를 우선으로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삶과 직결되는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세월호 참사 이후 위험 정보의 알 권리 보장에 대한 요구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 네트워크>는 2014년 각종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지역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역사회 알 권리법’을 발의하고 지역사회 알 권리 보장을 제도화하기 위한 운동을 벌였다. ‘지역사회 알 권리법’은 크게 화학물질의 관리기본계획에 대한 지역사회의 참여와 기업이 다루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 사고 대응계획과 사고 발생시 지역사회에 신속하게 관련 정보의 고지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기본 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있어 지역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도 별도의 화학물질 관리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자문할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그리고 화학물질 취급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와 위법/부당한 화학물질 취급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의 경우 환경부장관으로 하여금 화학물질 조사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위해관리계획서 작성이 필요한 대상물질에 유독물질을 포함하고, 환경부장관이 유독물질과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 인근 지역 주민에게 위해관리계획서의 내용 중에서 고지하여야 하는 정보에 유독물질과 사고대비물질의 목록, 취급량, 배출량, 이동량에 대한 정보 등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장이 화학사고 발생 신고를 받은 때에 즉시 화학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관리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통보를 받은 지역 관리위원회는 지체 없이 지역 주민에게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가공하여 고지하도록 했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알 권리법 관련 조례 제정이 이어지고 있다. 7개 지역단체(건강한일터․안전한성동만들기 사업단/발암물질없는 군산만들기시민행동/여수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오창유해화학물질감시단/울산시민연대/웅상지역노동자의 더나은 복지를 위한 사업본부/인천연대)는 지역사회 알 권리법의 주요내용이 포함된 ‘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 알 권리 조례(안)’을 지역 상황에 맞게 의회에 상정하여 제정을 추진했다. 조례안은 인근 공장에서 지역사회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주민들이 알고, 주민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화학물질 관리 및 비상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관련된 제반 정보가 주민들에게 단순히 통보되는 것이 아닌 소통되도록 하는 일련의 체계를 담았다. 현재 경기도, 전라북도 군산시,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충청북도에서 지역사회 알 권리조례가 통과되어 시행 중에 있다. 



위험 정보와 안전 정보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라고 가정한다면, 이 정보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사고발생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지역주민과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상시적으로 해당 정보를 제공받고, 기업 및 행정기관과 함께 대비책을 만들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일차적인 알 권리 보장을 넘어선 정부의 적극적인 알 권리 보장의 노력이 필요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는 재난과 안전에 대해 제대로 된 국가시스템이 없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이제까지 이런 정보에 대한 알 권리 자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인권의 문제가 되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주요 정보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논의의 장이 넓어져야 할 것이다. 




* 글에 참고한 자료


– 국회의원 은수미/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지역사회 알 권리보장을 위한 화학물질관리법 개정 국회 토론회」, 2014


– 장지범 외, 「안전사회 실현을 위한 국가 통계관리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정책보고서, 2014


– 유해화학물질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 은수미 의원 대표 발의, 2014


* 이 글은 2016년 1월 13일 인권오름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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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세종대는 왜 정보공개청구 목적을 밝히라고 하나요?

2015.12.2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원활동가

김기리

지난 5월, 정보공개센터에서 주최한 “대학! 그것이 알고 싶다” 정보공개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고등교육기관인 사립대학교 역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정보공개 의무가 있으며, 정보공개청구도 가능함을 덕분에 배웠습니다.

교육 이후 정보공개교육의 실천과제로 세종대학교(이하 세종대)에 “학교 내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입점업체에 관련한 정보”를 정보공개청구 했고, 이 내용은 비공개 통지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부분공개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청구를 해서 재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5월에 제가 정보공개청구서를 처음 접수할 당시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어디로 접수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 전화로 문의했었습니다. 당시 세종대는 정보공개와 관련해 정해진 담당 부서는 없다며 일단 총무과로 접수안내를 받아 청구했었습니다. 세종대에 행정심판을 진행하며, 학교의 정보공개 관련 규정을 살펴봤는데요. 세종대에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시행일 : 2015.6.18) 이 신설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청구인을 위한 정보공개청구의 접수창구조차 없던 상황이었는데, 신설된 규정에서는 주무부서를 비롯해 청구서 서식 등 관련 서식까지 마련되어있었습니다.


세종대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 신설

정보공개청구서 살펴보니…’사용목적’ 기재 강제

그런데, 세종대의  정보공개청구서(별지 제1호 서식)에는 ‘사용목적’을 기재하도록 되어있었습니다.

그림1.  세종대학교 정보공개청구서 서식 이미지 캡쳐: 세종대 정보공개규정 3P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에 근거한 정보공개청구 서식에는 사용목적, 청구 사유 등을 기입하는 칸이 전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종대가 만든 서식에는 해당 내용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행정자치부에 물어봤습니다. 세종대의 청구서식에 따라 사용목적을 써야만 하는지? 정보공개제도담당자는 사용목적을 적지 않아도 된다며 사용목적 없이 접수한 후 세종대가 청구목적을 써야 된다고 하면 다시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시행규칙 서식 사용목적 명시 안함

 행정자치부 공공정보정책과 정보공개제도담당 양인모 행정사무관은 “정보공개법 시행규칙 서식에 따르면 사용목적을 명시하지 않는다.”며 세종대의 경우 학교 자체 규정으로 법적 근거 효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정보공개법상 청구인의 정보공개청구내용과 관련한 ‘사용목적’은 묻지 않습니다. 청구인의 작성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세종대는 목적을 기재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사립대학교이나 교육기관인 세종대 역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정보공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학교 내규를 신설하여 청구인에게 추가 작성을 요구하는 행태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원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립대학교의 정보공개청구 목적 또는 이유를 묻는 경우는 세종대뿐만이 아닙니다.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제 1조(목적)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술 및 정책연구를 진흥함과 아울러 학교교육에 대한 참여와 교육행정의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의 말 그대로 정보공개법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사립대학교의 정보공개 절차 개선 나아가 관련 감독기관의 관리․감독도 필요합니다.

첨부 1.세종대_정보공개에관한규정_15061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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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2015.12.15

[희망제작소 ‘좋은 일 찾기 연재 시리즈’ 3회]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나요?

희망제작소는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시민 관점의 정책 제안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이 시리즈는 ‘좋은 일’의 기준을 찾는 설문조사를 위한 것입니다. 

설문결과는 전문가 토론을 거쳐 ‘2016 정책제안보고서’에 반영됩니다.

– 설문하러 가기 클릭-

곧 있으면 한 해가 끝난다. 지구가 공전하는 이상 분명한 사실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두 달, 혹은 넉 달을 더 일해야 한 해를 마감할 수 있다고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285시간이었다.OECD 회원국 중 1등으로 길다. 주당 44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해도, OECD 평균(1,770시간보다)보다 두 달, 회원국 중 가장 근로시간이 짧은 독일(1,371시간)보다는 넉 달을 더 일한 셈이다.

 

 그렇다고 법이 미비한 것은 아니다. 11년 전인 2004년 이미 ‘주간 근로시간은 40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일주일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일주일 중 최소 하루는 반드시 쉬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는 357만 명으로 전체의 19%에 달했다. 2013년에 비해서 줄기는커녕 35만 명(1.1%p)이 늘어났다. 

 

한국인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 ‘야근’

 

 52시간 초과 근로를 시켰다면 기업이 법정 근로시간을 어긴 것이 분명한데, 처벌을 받을까? 근로기준법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은 예는 찾기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12시간’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해서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행정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규제 예외도 너무 많다. 버스 등 운수업, 물품 판매, 식당 접객, 영화관 근무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만 둘러봐도 거의 예외 업종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근로시간 규제에서 벗어난 채 일하는 것으로 본다.

 

 연속되는 야근, 저녁이 없는 삶, 주말조차 별로 없는 삶은 한국에서 전혀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이다. 독일의 근로시간이 아무리 짧다 한들 와 닿지가 않는다. 경기는 나빠지고, 경쟁은 심해지고,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말만 매일 들려오는 판국에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먼 일인 것도 같다.

 

 예외는 있다. 물론 아주 소수이고, 일반화하기에는 한계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국에서 그런 시도가 가능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 실제로 존재하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직 현장 중에서 ㈜풀무원의 충청북도 음성 두부공장, 사무직 현장 중에서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찾아가 봤다.

 

4일 일하고 연속 4일 쉬는 ‘4조 2교대’   

 

 

 ㈜풀무원의 충북 음성 두부공장은 ‘4조 2교대’제로 돌아간다. 쉽게 말하면 ‘4일 일하고 4일 쉬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운용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성 공장에서는 주간 12시간(휴게시간 제외하면 10.5시간)씩 이틀, 야간 12시간씩 이틀 일한 뒤에 연속 4일을 쉰다. 주간 근무에서 야간 근무로 넘어가기 전에는 24시간의 간격이 있다.

 연속 휴일 중 첫날은 야간근무 직후기 때문에 수면에 상당 시간을 쓸 수밖에 없긴 하다. 그렇더라도 주 7일 사이클로 환산하면 주당 35.7시간 일하는 셈이다.   

 

 국내 제조업 현장 중에서 4조 2교대 방식을 취하는 곳은 0.4%(2011년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에 불과하다. 64%는 아직도 12시간씩 주야로 맞교대를 하는 ‘2조 2교대’제를 쓴다. 24시간씩 일하고 맞교대하는 ‘2조 격일제’도 12%나 된다.

 이 공장이 ‘4조 2교대제’를 도입한 것은 2012년 7월이었다. 2011년 부임해서 근무 체제 개편을 맡아서 진행한 김광현 생산본부 파트장은 “당시 4조 3교대제였는데 직원들이 많이 피곤해 했고, 조직원 협의회에서 근무 체계 개편을 요구했었다”면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개편을 검토한 결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4조 3교대제도 비교적 노동시간이 짧은 형태였다. 현재 4조 2교대제와 비교할 때 근무시간 총량은 똑같다. 그래서 임금 및 수당의 변경 없이 근무 체계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8시간만 일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4조 3교대제가 강점이 있다. 문제는 야간조를 연속 5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 파트장은 “국제노동기구(ILO)는 교대근무자의 ‘연속야간근무’ 일수가 줄어야  하고, 야간근로시간의 길이보다는 야간근로를 연속하는 일수가 줄어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하더라”면서 “밤에 연달아 일하면 생체 피로가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로 10년째 이 공장에서 일하는 김상우(36) 2공장 D조장은 “4조 2교대로 바뀐 후 차이가 크다”고 했다.

 

 “전에는 하루 8시간 일한다고 해도 이틀 또는 하루를 쉬고 다시 5일 일하는 사이클이어서 피로가 쌓였어요. 처음에는 ‘하루 12시간을 어떻게 일하나’ 걱정도 했는데, 야간 근무를 이틀만 한 뒤에 4일을 쉬니까 확실히 덜 피로하더라고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이전보다 주말과 겹쳐 쉬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다 모이는 결혼식, 돌잔치에 저만 빠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일이 없어졌다”면서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많아지고 2박 3일 여행도 자주 가게 돼서 가족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특히 음성 공장은 30대 이하 직원이 대부분이어서 여가시간 활용에 대한 요구가 컸고 만족도도 높다. 4조 2교대제 도입 당시 찬성 비율은 85% 정도였고, 도입 1년 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90%를 훌쩍 넘었다.

 

“기업 관점에서도 도움 되는 변화”

 

 다만, 연간 18회 진행되는 사내 교육은 연속휴일 중 특정일에 실시된다. 유한킴벌리에서 처음 실시해 ‘뉴패러다임’ 방식으로 알려진 4조 2교대제가 ‘4일 일하고 1일 공부하는’ 형태인 것에 비하면 연간 18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직원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김 조장은 “휴일이라고 여기게 된 시간에 교육 받으러 나오는 게 좋지만은 않지만, 도움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교양 교육보다는 직무 교육에 대한 직원 반응이 좋은 편이다. 공장 설비 특성과 작동 원리, 프로세스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조장은 “일하는 내용과 환경에 대해서 잘 모를 때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다”면서 “고장이 났을 때도 전에는 당황하고 진땀도 났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파트장은 이런 변화로 인해 직원들이 그만두는 비율이 크게 낮아졌고, 생산효율성도 높아졌다면서 “기업 관점에서도 도움이 되는 변화였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반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풀무원 전체에서도 4조 2교대를 채택하는 공장은 소수에 불과하다. 설비가 24시간 365일 멈춤 없이 돌아가는 경우, 생산 물량이 충분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한 사이클이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도입 전에 벤치마킹을 하려 다녔을 때 포스코, 유한킴벌리 외에는 모델 자체가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이라 어렵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시도하는 곳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직원들 스스로 결정한 ‘주 4일 출근제’

 

 사무직 중에서 근무시간이 짧은 곳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생산직에 비해 사무직은 할당 업무량, 생산성, 성과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 오히려 대기시간과 불규칙한 야근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앞서서 근로시간을 줄여가는 곳은 있었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올해부터 ‘주 4일 출근제’를 하고 있다.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 시도는 작년부터였다. 전진한 전 소장이 TV에서 ‘꿈의 직장’이라며 ‘제니퍼소프트’라는 IT 회사를 소개한 것을 보고, “우리도 도입해 보자”고 했다. 제니퍼소프트는 지하에 직원용 수영장이 있다는 점 등으로 조명을 받는 기업인데 정보공개센터가 주목한 것은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이었다.

 김유승 소장은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이나 해외연수 기회 등을 줄 수는 없는 조직이지만, 대신 자율성은 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자율성을 줬다는 것이 곧 ‘주 4일제 도입’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건 진짜 자율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센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결정으로 노동시간을 줄여갔다는 점 때문이다.

 올해 8년차인 정진임 사무국장은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여보자는 목적은 아니었다”면서 “자기 계발, 성장을 위해 쓸 시간이 없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여보기로 한 것이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 스스로도 엄두가 안 났다고 한다. “망하는 거 아닐까?”, “욕먹는 것 아닐까?” 같은 질문들이 나왔다. 그래서 2014년 초부터 6개월 간 ‘금요일 오후 2시 퇴근’을, 다음 6개월 간 ‘금요일 격주 출근’을 단계적으로 시도했다. 2015년 3월부터는 완전히 ‘주 4일 출근제’를 정착시켰다. 회의에서 “쉬는 날 뭐 했는지, 어떤 자기계발을 했는지 보고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부결됐다. “보고를 염두에 두면 진짜 자기를 위해 시간을 쓸 수 없고 창의력이 나올 수 없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4일만 출근해도 큰일 나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9개월간 경험해 본 데 대해 정 사무국장은 “결론은, 주 4일제 해도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전에 비해 일의 속도가 느려졌다거나, 성과가 안 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4일 안에 한 주간의 업무를 다 해야 하는 만큼 업무 강도가 세지기는 했다. 그런 반면 회의 시간이 짧아지는 효과도 있었고, 각자 업무 시간을 적극적으로 조율할 수 있게 됐다.

 

 100%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라 후원자들의 반응이 걱정되기도 했다는데, “내가 후원하는 단체가 앞서가는 게 자랑스럽다”, “나도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들이 있었을 뿐 부정적인 반응은 전혀 없었다고.

 활동 영역과 전문성이 오히려 커지기도 했다. 한미 FTA 관련 업무와 법률소송을 전담하는 강성국 간사는 금요일에는 정보공유연대라는 다른 단체의 상근자로 일하게 됐다. 그는 “지적재산권 측면에서 두 단체의 활동이 연결되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개인의 삶의 질도 자연히 높아졌다. 장거리 연애 끝에 얼마 전 결혼한 조민지 간사는 “이제 우리 단체에 결혼 안 한 사람이 없다”면서 “요즘 청년들이 ‘삼포세대’라는데 우리는 ‘포기를 모르는 자들’이라는 말도 듣는다”고 했다.

 그밖에도 ‘예매 안 하고 영화 보기’, ‘여유롭게 은행 업무 보기’, ‘기타 배우기’, ‘자전거 타기’ 등 늘어난 시간에 해본 일들의 예시는 한동안 이어졌다.

 

 물론,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데는 이 단체만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각각의 직원들이 업무의 기획부터 진행, 성과 관리까지 주도적으로 하기 때문에 업무와 근무시간을 조율하기가 쉬운 것이다.   

 또 정보공개 건수를 집계하는 등 양적 성과 관리를 안 하는 점도 작용한다. 김 소장은 “재정자립도도 중요하고,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사회적 이슈화 됐는지도 중요한 성과 지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가가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제기는 나올 수 있다. 상근자가 5명인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비영리 시민단체라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인원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5명이라도 위계가 얼마든지 강할 수 있고, 지시형‧과업중시형 조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사무국장도 “우리가 임금노동자라는 점, 여기가 직장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기업이라고 해서 개인들이 자기 업무에 책임을 안 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책임은 지우되 자율성‧전문성은 주지 않을 뿐이죠. 아무리 큰 기업도 결국 일하는 단위는 작은데 왜 권위와 두려움 하에서만 조직이 운영돼야 하는지,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노동시간 줄이기, 그것도 임금과 처우를 유지하면서 줄이기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위의 두 사례를 봐도 그건 분명하다. 금융계 등 일각에서는 퇴근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끄는 ‘피씨오프’(PC-OFF)제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업무 재배분, 인력충원 등 보완책과 관리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유야무야되곤 한다. 의식 있는 사장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게 노동시간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걸까.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1989년 주 44시간 근로제, 2004년 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것은 정부의 의지였고, 자동차업계가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게 된 것도 정부의 지속적인 감독과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성태 교수는 “(2000년) 고용노동부가 주당 6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행정지침을 내린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면서 “이는 ‘정부도 법을 안 지키는데 기업이 지킬 필요가 있나’라는 인식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노동시간이 줄지 않고, 법에 따른 규제도 작동하지 않는 것은 “최대 근로시간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인지, 52시간인지, 68시간인지, 혹은 내 직장이 아예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장을 신고할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총 노동시간을 연간 단위로, 즉 1년에 몇 시간 이상을 절대로 일하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 가지, 하루에 최소 몇 시간을 쉬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지적했다.

 OECD 회원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는 “근무가 끝나고 다음날 근무까지 최소 11시간을 쉬어야 한다”는 식의 규제가 있는데 이것이 유독 우리나라에만 없다면서 “최근 노사정 대타협에서 2020년까지 전사업의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합의를 했는데, 지금처럼 노동법 개정을 한다면서 근로시간 예외규정, 연장수당 할증비율 논의만 해서는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고 했다.

 

 물론,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문제다. 특히 사무직에 해당하는 직장인들 대다수가 실제 노동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것이 밤 늦도록 일터를 벗어나지 못 하는 큰 이유다.

 강 교수는 “기업들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니까 길게 일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기업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까 가족 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일터에서 틈틈이 할 수밖에 아니겠느냐”면서 “길게 일하고 금전적으로 보상받기를 바라기보다는 ‘기업 시간’을 줄이고 ‘시민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주장하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헷갈리는 기사만 나온다. ‘노동개혁 5대입법’ 통과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지는 것처럼 보도된다. 그렇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노동자 중 몇 명이나 이 맥락을 따져볼 수 있을까? 단순히 ‘신문을 안 읽어서’, ‘관심이 충분하지 않아서’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길게 일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는 대한민국의 이 현실은 누가, 무엇을 위해서 만든 것일까? 어떻게 하면 ‘기업시간’의 늪에서 빠져나와 사람답게, 시민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노동개혁’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어떻게 개혁해 달라’고 요구할 것인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희망제작소는 이 연재 시리즈와 설문조사를 통해서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 가고 있다. 앞서 2회가 나가는 동안 2,000명 이상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여러 의견을 남겼다. 이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보고 싶고, ‘좋은 일’을 찾고 싶다는 열망들이 넘쳐났다. 이 연재 시리즈는 이번 노동시간 주제에 이어 임금, 삶과의 균형, 노동3권, 존중 등에 대한 측면들도 더 생각해 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런 일을 달라!”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요구하는 것이 목표다. 이대로는,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근면성실하게 일해기만 해서는 좋은 일이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사라져 갈 것이므로. 그렇게 해서 망가지는 것은 다름아니라 바로 나, 내 삶이기 때문이다.

 

글 황세원(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사진 이우기(사진작가)

*맨 밑의 사진은 희망제작소 사무공간에서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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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정부3.0 시대’에 예비비 공개 논란이라니

2015.11.05

다음달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3주년이 된다. 당연히 주요 공약과 정책들의 성과를 눈여겨보게 된다. 특히 정부3.0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그리고 전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었기에 더욱 주목된다. 정부3.0의 기치 아래,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과 업무를 있는 그대로, 전 과정에 걸쳐 소상하게 국민 중심으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모든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 정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감시가 필요한 정보는 국민이 요청하지 않아도 사전에 공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장밋빛 정부3.0 시대에 우리는 난데없는 정부 예비비 자료 공방을 지켜보고 있다. 야당은 2013년에도 정부가 예비비 사용내역 자료를 국회에 사전 제출한 사례가 있다며 공개를 요구하는 반면, 최경환 부총리는 예비비 공개가 “헌법과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며 “정부가 자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공개하는 것 외에는 정부가 국회에 예비비 각목명세서까지 제출한 사례가 없다”고 공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민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몰라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정부가 판단한다. 화사한 파스텔톤 정부3.0 자료집에 실린 약속을 글자 그대로 믿은 게 실수였다. 자료집에 나온 ‘국민’은 내가 아는 국민이 아닌 듯하다. 부총리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한다. 그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의 알권리는 어디로 접어둔 것인지 답답하다. 그나마 알리고 감추는 기준조차 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한단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새삼 궁금하다. 그 기준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것은 아닌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현실이 무섭다. 세월호, 메르스…. 때마다 어김없이 국민의 알권리는 무너져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알권리’에 대해 “국민이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의사 형성이나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접근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이에 대한 방해를 제거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규정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은 스스로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어떠한 방해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비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왜 공개하지 못할까? 무엇이 그렇게 비밀스러운 것일까? 정부의 모든 업무와 활동은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활동의 증거로, 그리고 이용을 위해 공개된다. 예비비를 사용했거나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면 공개하면 그만일 것이다. 왜 감춰서 논란을 더 증폭시키는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정보에 대한 비공개는 스스로 감추고 싶은 것이 있거나,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국민의 알권리는 실종되었다. 이제는 받아내야겠다. 정부3.0의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무지갯빛 약속을 되돌려 받아야겠다. 국민 중심으로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되돌려 받아야겠다. 행정감시가 필요한 정보를 사전 공개하겠다는 다짐을 되돌려 받아야겠다. 그리해야 우리가 살겠다. 알권리가 숨을 쉬겠다.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 칼럼은 <한겨레> 2015년 11월 5일자 “왜냐면”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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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핵 발전 산업 연간 21조 4천억원 규모, 핵 발전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

2015.10.13

핵 발전 산업 연간 21조 4천억원 규모,

핵 발전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

* 다음의 글은 정보공개센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뉴스타파가 함께 제작한 ‘핵마피아보고서’의 일부입니다. 핵마피아보고서를 받기 원하시는 분들은 정보공개센터 강언주간사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02-2039-8361)

“2012년 우리나라 핵 발전 산업 매출은 21조 4천억원 규모이다. 이 중 한전과 한수원을 제외한 원자력 공급산업체의 매출은 5조 2,502억원이었다. 그리고 매출의 약 78%가 건설운영 분야에 집중돼 있다. 건설·운영분야는 원자력기자재, 건설시공, 운영정비, 설계엔지니어링 등인데, 기자재는 두산중공업, 건설시공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운영정비는 한전KPS, 설계는 한국전력기술 등이 메이저이고, 사실상 과점상태이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정부가 핵발전소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 주도로 집중 지원한 결과이다. 신규로 핵발전소 1기를 증설할 때마다 수조원의 이권의 대부분이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재벌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보다 더 손쉬운 돈벌이가 있을까? 말 그대로 핵 발전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것이다.”<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핵발전 산업계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감독기관(산업통상자원부),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핵발전 관련 공기업(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인증기관(대한전기협회 등), 국내외 시험·검증기관, 납품업체(제작·공급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2년도에 원자력분야 매출이 있는 기업은 총 144개였고 이 중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 업체는 설계업의 한국전력기술㈜, 건설업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제조업의 두산중공업㈜과 한전원자력연료㈜, 서비스업의 한전PS㈜, 연구·공공기관의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다. 매출이 100억원 이상 1,000억원 이하의 매출 기업은 26개 업체·기관이 있다. 



“원자력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 시장은 굉장히 크지만 폐쇄적이다. 별다른 경쟁 없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것이다. 원자력 산업체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나 고위 임원은 한전과 한수원의 특수 관계, 또는 전직이거나 이런 관계가 있음으로 인해 부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군다나 감시와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는 단지 한국 원전의 특수성만이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원전산업체들이 갖고 있는 이익공동체로 인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이 글은 <탈핵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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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연구의 기본조차 못 갖춘 새누리당 포털 보고서

2015.09.14

보고서는 마치 포털뉴스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듯 말한다. 그런데 실상은 5만236건의 기사 중 겨우 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맙소사! 고작 2%를 놓고 포털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포털 보고서를 구해 읽어봤다. 포털뉴스의 정치 편향성이냐, 새누리당의 포털 길들이기냐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게 만든 바로 그 진원지가 아니던가?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포털이라는 한국 사회를 주름잡는 이 거대한 집단들을 한꺼번에 들썩거리게 만든 실로 어마어마한 보고서가 아니던가?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예를 갖춰 한 줄 한 줄 꼼꼼히 이 대단한 보고서를 읽으리라 다짐했다. 

네이버 다음 메인화면 뉴스와 서강대 최형우 교수팀의 ‘포털 모바일뉴스(네이버·다음)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표지

하지만 이런 다짐은 서너 페이지쯤 넘어가자 금방 깨지기 시작했다. 중반쯤 읽어나갈 즈음부턴 “이거 뭐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횟수가 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무렵엔 새로운 다짐이 생겨났다. “연구의 기본도 못 갖춘 이 보고서의 맹점을 내 샅샅이 파헤쳐 주리라!” 참, 미리 밝혀야겠다. 이 보고서의 정치적 의도 같은 건 관심 밖이다. 그런 건 여야 정치인들이 알아서 잘 싸워주시리라 믿는다. 그저 연구자로서 이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할 만큼 제대로 연구하고 분석한 보고서인지를 파헤쳐 볼 뿐이다.

빅데이터 없는 빅데이터 분석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연구 보고서는 5가지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망작이다. 첫째,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이다. 이 보고서의 표지에 적혀 있는 공식 제목은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이다. 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빅데이터 분석은 없다. 이 연구가 사용한 통계 기법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빈도 분석과 교차 분석이다. 5만여건의 기사 제목을 ‘긍정’, ‘부정’, ‘중립’이라는 변인으로 분류해 각각의 비율을 집계한 빈도 분석, 그리고 여기에 다시 정부·여당과 야당이라는 변인을 넣어 재분류해 집계한 교차 분석이 끝이다. 이건 그냥 초보적인 통계 분석이지 빅데이터 분석이 아니다. 혹시 5만여건의 데이터를 다뤘으니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우긴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자.

둘째, 허술한 분석틀이다. 이미 언론이 지적했듯이 정부의 수많은 기관들과 여당을 하나로 묶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 기사 수와 야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 수를 비교했다. 표본의 크기가 다른데 이걸 그냥 단순 비교한 것이다. 굳이 숫자를 세지 않아도 당연히 정부·여당 관련 기사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엔 각각의 표본에 가중치를 부여해 분석하는 것이 통계의 기본 정석이다. 기사를 정치, 경제, 사회 등 카테고리별로, 그리고 세월호, 메르스 등 주요 이슈의 키워드별로, 분류해 분석한 방식도 상식 밖이다. 제대로 된 연구라면 카테고리별 분석과 키워드별 분석을 별도로 진행했을 것이다. 카테고리와 키워드는 차원이 다른 분류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상이한 분류체계를 나란히 늘어놓고 같이 분석했다. 특히 가장 기사가 많았던 세월호, 메르스 같은 키워드는 모두 정부·여당의 실책과 관련한 것들이다. 이런 분류체계에서 정부·여당에 부정적 기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번거롭게 연구 안 해도 될 일이었다.

셋째, 비과학적인 연구방법이다. 기사에 대한 ‘긍정’, ‘부정’, ‘중립’의 분류가 객관적 지표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 6명 모두가 특정 기사에 긍정 혹은 부정이라고 판단하면 그렇게 분류했고, 의견이 불일치하면 중립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분석 방식이다. 물론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통해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연구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판단해야 할 데이터의 수가 제한적일 때나 유효한 방법이다. 무려 5만건이 넘는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판단하고 분류해 냈다면 이 6명의 연구진은 전문가가 아니라 초능력자이다.

허술한 분석틀과 비과학적인 방법

넷째, 데이터 해석에서의 왜곡과 은폐다. 보고서는 마치 포털뉴스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듯 말한다. 그런데 보고서에서 말하고 있지 않은 내용을 파헤쳐 보면 실상은 많이 다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 수는 네이버 591건, 다음 438건이었다. 총 1029건으로 5만236건의 기사 중 겨우 2%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맙소사! 고작 2%를 놓고 포털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중립적 표현 기사가 총 71.5%인데, 여기서 날씨, 교통, 생활정보 등 단순 중립 기사를 제외하면 부정적 기사 비율은 더 많을 것이라 추정한다. 여기선 왜 갑자기 분석을 멈추고 추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직접 분석해봤다. 단순 중립 기사가 속해 있는 연예, 스포츠, IT·과학, 문화, 헬스, 기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기사 수는 총 1만1264건이었다. 전체 5만236건 중 2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립적 기사가 총 71.5%라니 결국 연구자의 추정과 달리 정치, 경제, 사회, 국제/북한 등의 카테고리에서도 중립적 표현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한편 포털이 정부·여당 관련 부정적 기사에 제목 편집을 많이 한다는 대목도 압권이다. 5만건이 넘는 분석 대상 기사 중 정부, 여당, 야당 등 대상별 부정적 제목 편집행위는 각각 10건 미만이다. 이 정도면 통계 처리과정에서 무의미한 데이터로 간주해 제외시키는 것이 정상이다.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듯 예시까지 들며 분석해 놓은 것도 볼썽사납다.

다섯째, 언론에 대한 몰이해이다. 업적, 미담, 성과를 담은 긍정적 표현보다 사건·사고 중심의 부정적 표현의 기사가 많은 것은 뉴스의 자연스러운 생리이지 전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리고 보고서가 스스로 밝혔듯 부정적 표현 기사 1만1555건 중 1만726건(92.8%)이 정부, 여당, 야당과 관계없다는 분석은 정파성과 무관하게 뉴스 기사에 원래 부정적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중립적 표현이 곧 객관적 보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나 권력 집단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에 부여된 고유한 사회적 사명 아닌가?

차라리 이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그대로 근거 삼아 연구자와는 정반대의 이런 주장이 타당하겠다. 중립적 표현의 기사가 70%가 넘는다는 것은 지금의 포털이 과도할 정도로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아왔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고, 포털뉴스가 이렇게 사회적 영향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등 권력집단에 대한 비판기사 비율이 고작 2%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언론매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왔다는 주장 말이다. 그래서 포털뉴스에는 여전히 사회적 채찍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채찍질이 이런 기본도 못 갖춘 부실한 보고서로 인해 촉발된다는 것은 참으로 민망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민경배 |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 이 칼럼은 9월 12일자 <경향신문>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게재 되었습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운영위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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