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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율 94.5%의 함정, 비공개율 높아진 중앙부처들

2024.09.05


지난해인 2023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현황 통계와 사례, 평가결과를 담은 ‘2024 정보공개 연차보고서’가 발간되었다. 

행안부는 지난 8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전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율은 94.3%로, 최근 5년간 약 9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은 92.7%로 2019년에 비해 3% 올랐다. 이 수치만 보면 정보공개가 생각보다 잘 이뤄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도별, 기관별로 연차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총계 상으로는 지난 3년간 중앙부처의 비공개율이 7% 내외로 비슷하지만, 60여개 중앙행정기관의 전체 청구건수중 경찰청에 대한 청구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맹점이 생긴다. 경찰청에는 2021년 17만5,960건 (전체의 59.0%), 2023년 26만7,974건 (전체의 65.1%) 의 청구가 쏠렸고, 상위 5개 기관인 경찰청, 법무부, 대검찰청, 고용노동부, 국세청으로 넓혀서 계산하면 전체 청구의 약 88%를 차지한다. 청구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관들에서 비공개율이 크게 증가해도, 전체 청구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전체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행안부의 정보공개율 계산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정보공개청구 건수 중 ‘정보 부존재’ 통지를 받은 경우는 통계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전부공개/부분공개/비공개로 응답한 건 중에  전부공개와 부분공개를 모두 ‘공개’한 것으로 포함시켜서 공개율을 산정한다. 

실제로 2023년의 경우 전부공개율은 계속해서 낮아져, 정보공개법 시행 이래 역대 최저치인 74%를 기록했지만, 부분공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치에 큰 변화가 없었다. 행안부는 이러한 원인으로 보험청구 및 소송준비와 관련된 청구가 대폭 증가하면서 타인의 개인정보를 가리고 부분공개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을 비공개하고 의미 없는 정보만 공개하더라도 ‘부분공개’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비공개율 늘고 전부공개율 낮아진 중앙부처, 기재부 정보공개청구 42.6% 비공개

정보공개센터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중앙부처 각 기관별로 정보공개처리 현황을 분석했다. 연 평균 청구가 30건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 비공개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2019년에 비해서는 50개 중 23개 기관에서 비공개율이 증가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해인 2021년과 비교하면 53개 중 33개 부처의 비공개율이 증가했다. 2년 사이 약 62%의 중앙행정정기관에서 비공개 경향이 심화된 것이다. 

▲ 정보공개 비공개율 증가 상위 5개 중앙부처 2021~2023년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결정률 증가 중앙행정기관 ⓒ 정보공개센터


비공개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관은 대통령경호처(25.7%증가), 기획재정부(22.9%증가), 산업통상자원부(14.8%증가), 통일부(13.9%증가), 식품의약품안전처(10.8%증가), 국무총리비서실(10.5%증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10.4%증가) 순으로, 7개 기관이 10% 이상 높아졌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경우 2023년 비공개율이 42.6%에 달했다. 예산과 재정에 대한 정보는 그 영향이 막대한 만큼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투명성과 비밀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 정보공개 전부공개율 하락폭 상위 5개 중앙부처 2021~2023년 정보공개청구 전부공개 결정률 ⓒ 정보공개센터


전부공개율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2019년과 비교해 50개중 25개 기관에서 전부공개율이 낮아졌고, 2021년과 비교하면 53개 중 35기관, 약 66% 기관에서 전부공개율이 떨어졌다.  

전부공개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기관은 대통령경호처(-36.4%), 기획재정부(-24.6%), 대통령비서실(-20.4%), 행정안전부(-16.1%), 특허청(-15.3%) 등 순으로 총 10개 기관이 10% 이상 하락했다. 


작년 한 해 검찰이 공개한 공문 단 10건, 공개율 0.4%

이번 연차보고서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지점은 대검찰청의 통계다. 검찰은 그 동안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높은 비공개율과, 낮은 원문공개율, 부당한 비공개로 인한 높은 소송패소율 등으로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청구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대검찰청의 비공개율은 2019년 15.6%에서 2023년 9.3%로 감소해 상당 부분 개선을 이뤘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결재문서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원문공개제도의 경우 검찰은 지난 1년간 2,785개의 등록대상문서 중 단 10건의 공문만을 공개해 원문공개율 0.4%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중앙부처의 원문공개율이 평균 46.7%, 지자체의 경우는 62.7%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직까지도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운영책임을 방기하고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송결과에서 드러나는 악의적 비공개 역시 여전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대검찰청은 22건의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는데, 계류중인 10건을 제외하고 12건 중 10건이 공개판결을 받았다. 그 어떤 기관보다 법을 잘 알고, 시민들을 위해 법을 적용해야 할 기관이 수년 째 높은 패소율을 거듭하면서도 비공개를 반복한다면, 이는 악의적인 정보접근 차단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대검찰청 원문공개율 연차보고서에 공개된 대검찰청의 2023년도 원문공개 건수 및 비율. 단 10건만을 공개해 0.4% 공개율을 기록했다. ⓒ 정보공개센터

작년 한해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184만여건으로 98년 제도 시행 이후 70배 가량 늘었다. 행안부는 정보공개제도가 보편화 된 만큼 보험청구를 위한 서류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하고 빈번하게 청구되는 정보를 ‘민생직결정보’로 정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 편의성과 신속성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예산과 복지기준의 결정과정,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국가 위기대응지침 등 민생에 직결되는 또 다른 정보들은 권력기관의 비공개 관행으로 점점 더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는 정보공개의 현실이다.


2019-2023 중앙부처 기관별 정보공개청구 처리현황 데이터

by
  • 김조은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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