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을 맞아 열린 지역 축제들이 화제였죠.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에 관광객이 몰려, 대전시에서 개최한 빵 축제에는 이틀간 14만여 명, 김천시 김밥 축제에는 10만여 명이 찾아갔다고 합니다. 김천시의 등록 인구 수가 13만여 명이라고 하니, 거의 인구 수에 맞먹는 방문객이 들렀던 것이죠.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알리는 성과 보고에는 의아할 정도로 큰 숫자도 있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 따르면 올해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이하 새우젓축제)’에는 무려 사흘간 75만여 명의 인파가 다녀갔다는데요. 75만 명이면 마포구 인구 수 36만여 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인산인해를 이뤄 방문객들이 곤혹을 치렀다는 대전시 빵 축제, 김천시 김밥 축제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사람이 새우젓 축제를 찾았다는 것이죠.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가능한 것이라면, 그 많은 수를 어떻게 센 것일까요? 근 10년 간의 서울시 자치구 축제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축제들의 방문 인원과 그 추산 근거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확인 결과, 결과보고서에 기재된 방문인원 수는 축제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패션쇼를 비롯한 여러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를 겸하는 종로한복축제는 16만여 명, 성북로 일대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즐기는 성북구의 세계음식축제에는 6만여 명, 노원역 일대에 여러 구역을 설정해 프로그램이 진행된 댄싱노원 거리페스티벌(구 노원탈축제)에는 이틀간 약 17만 명이 찾았다고 하네요. 새우젓축제는 위 축제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퍼레이드, 공연, 걷기대회와 장터까지 겸하여 사흘간 열리는 것을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수입니다.
축제들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어떻게 세는 것일까요. 이들 결과보고서에 추산 방문객 수는 있어도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는 하나같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추가로 질문한 결과, 계수기 사용이라는 클래식(?)한 방법부터 드론샷이라는 기술을 동원한 방법까지 자치구마다 각양각색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축제 공간이 행사장으로 한정되는 경우는 입장객 수를 세면 되니 그나마 양반인데요. 여러 구역에서 진행되는 축제의 경우 경찰이나 축제대행사가 추산하기도 하고, 직원들이 면적당 인원 수를 세서 추산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동식 화장실 수통으로 가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새우젓축제는 어땠을까요? 기본적으로 계수기를 사용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수이기 때문에 “작년도 대비 추산”을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특정 시점에 추산하였을 때 작년에 비해서 많았다면 전체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어림잡는다는 소리입니다. 10년 간 새우젓축제의 방문객 수 추이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시기와 2018년, 2023년을 제외하고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계속해서 방문객이 많아지는 비결은, 아무도 모르는 모호한 집계 방식과 관련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다양한 구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규모 축제의 경우 방문 인원을 집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일 수 있죠. 이런 난점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돌파하려는 자치구들도 있었는데요. 예컨대 축제가 길거리 곳곳에서 진행되는 노원구는 KT의 ‘관광분석솔루션’을 이용해 축제 참가 인원을 추산하고 있었습니다. 축제 전후 유동인구를 측정하여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을 추산하는 방법인데요. 기술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외지인, 외국인 등을 구분하고 성별과 연령을 고려하여 통계를 작성할 수 있고, 관광객 추이를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체적으로 유동인구를 분석하는 지자체들도 있었습니다. 종로구 스마트도시과나 서대문구 스마트정보과는 축제가 진행되는 장소 곳곳에 스마트폰의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여 유동인구를 추산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통신사에 관계없이 스마트폰 소지자라면 집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책로나 공원 등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펼쳐지는 축제에 활용하기 적합한 집계 방식이죠.
결과보고서에 항상 모호한 추산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방문인원 수나 그 근거가 제법 구체적으로 기재된 연도들도 있었는데요. 바로 코로나19 시기입니다. 사전 참가 접수를 받거나, 명부를 작성하고 정해진 수까지만 입장시켰기 때문이죠. 온라인 중계 등을 병행한 경우 결과보고서는 그 영상 및 게시물의 시청 수를 함께 집계하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방법이 명료하면 투명한 수치 집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핵심입니다. 부정확한 데이터는 불투명한 지원 정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축제를 누가 얼마나 찾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한 자치구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어떻게 판단하고, 규모에 적합한 예산과 지원금을 어떻게 배정할 수 있을까요? 투명하고 내실 있는 K-축제를 만들기 위해, 내년도에는 지자체들이 깜깜이 어림짐작을 그만 멈추고 체계적인 통계를 만들기 바랍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축제 결과보고서는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강남구 강남페스티벌, 강동구 강동선사문화축제, 관악구 관악강감찬축제, 구로구 구로G페스티벌, 금천구 금천하모니축제(발췌본), 노원구 노원탈축제·댄싱노원거리페스티벌(축제분석리포트), 도봉구 도봉그린뮤직동행페스타, 마포구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서대문구 서대문봄빛축제, 성북구 세계음식축제(발췌본), 은평구 불광천벚꽃축제(발췌본), 종로구 종로한복축제(발췌본), 중랑구 서울장미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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