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공동성명] 역사와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책무를 다해야 한다

2024.12.16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었다. 이제 지난 12.3 내란사태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본격화될 것이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기록공동체도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더 이상 주저하면 안 되는 때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국가기록관리의 중추기관인 국가기록원은 아직도 자신들의 책임과 책무를 망각하고 있으며,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관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국가기록원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시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를 시행하라.

국가기록원은 지난 12일 보도자료(〈국가기록원·대통령기록관, 비상계엄 기록물 철저 관리 위해 실태점검 착수〉, 2024.12.12.)를 통해 12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대통령비서실, 국방부, 행안부, 경찰청 등 총 15개 기관에 대해 현장 방문 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총 28명으로 구성된 점검반이 비상계엄 전후 생산한 기록물의 등록 및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미흡 사항에 대해 즉시 시정 조치를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국가기록원의 이번 실태점검은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를 간과한 채 보존요청과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점검 업무로 이를 대신하려는 처사이다. 이 점검 또한 단순히 각 기관이 제공한 생산현황목록과 실물을 대조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실태점검은 기록이 실제로 어떻게 생산·관리·폐기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아니기에 비상계엄의 전모를 드러낼 수 있는 기록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즉시 폐기 금지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12월 13일 ‘故 채상병 수사 및 이태원참사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 결정 통보’를 시행하면서 이번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은 ‘보존기간 만료가 임박하거나 경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 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폐기 금지제도의 입법 효과인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록물의 멸실을 방지하고 관련 업무수행의 투명성 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협소한 접근이며, 국가기록관리에 미칠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국가기록원이 밝힌 바와 같이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상 최소 보존기간 1년을 기준으로 보존기간 만료가 임박하거나 경과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폐기 금지를 시행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국가기록원은 폐기 금지의 대상을 기록관리기준표로 관리되지 못하고 타 법령 혹은 내규 등에서 규정한 보존기간에 따라 보존되는 CCTV 영상, 녹음 기록, 이메일 등의 데이터세트까지 확장하여 조치를 취해야한다. 실제로 이러한 유형의 기록물을 폐기 금지 조치하지 않는다면 핵심적 증거와 역사의 단서가 영구히 상실될 위험이 크다. 

폐기 금지의 시기도 중요하다. 지난 7월과 10월 공수처와 이태원특조위에서는 폐기 금지를 요청하였다. 하지만 이 두 사안은 수개월이 지난 12월 13일에 폐기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월 10일 공수처에서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를 국가기록원에 요청하였다고 한다. 만약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 또한 앞선 사례와 같이 수개월 후에 시행한다면 비상계엄의 전모를 드러낼 수 있는 기록은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모든 형태의 기록물을 포괄하고 비상계엄 전후 시기에 생산된 모든 기록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폐기 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대통령기록관은 올바른 현실 인식으로 비상한 상황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라

늦은 감이 있지만 대통령기록관이 대통령 비서실 등에 대한 현장 점검을 추진한다고 한다. 실제적인 점검이 이루어질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만 언론보도처럼 12월 3일 이후에 생산·접수된 기록물만을 점검 대상으로 삼는다면 사전에 생산된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들이 다수 사라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은 비상계엄 전후로 생산되었거나 생산 과정에서 누락된 기록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범위의 점검을 통해 핵심 증거와 역사적 기록이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소추 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되었다. 이는 권한대행의 직무와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대통령기록물로 생산⋅관리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의 기록물 생산 체계를 즉시 점검해야 하며 대통령 권한대행 기록물 이관 방안도 긴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제18대 대통령기록물의 이관 시 발생한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관 준비 또한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법 제11조 제4항에 따라 임기 종료 1년 전부터 이관 준비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을 선출하며 대통령기록물법 제20조의2 제1항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개시되기 전까지 이관을 완료하여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궐위 되면 동법 제20조의2 제2항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이동이나 재분류 금지 등을 통해 대통령기록물의 누락을 방지해야 한다. 

이처럼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매우 많다. 과거와 같이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이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면 지난 제18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당시 발생한 사태(중요 정책 기록물 미비, 불필요한 식수 데이터와 초과근무 데이터 이관, 캐비닛 문건 발견 등)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통령기록관은 지금이 비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누락 없는 이관을 위한 사전 준비를 다 해야 한다. 만약 준비 부족으로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대통령기록관은 국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역사의 보호, 그리고 책임 있는 기록관리를 위해 다음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에 대한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폐기 금지 조치를 시행하라.

둘째, 대통령기록물 이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에 대비하고 누락 없는 이관을 위해 생산·관리 체계를 철저히 점검하라.

이 시기는 기록관리기관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공기록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때이다.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국가기록관리 중추기관으로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기록전문가로서의 사명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2024년 12월 16일

기록관리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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