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국무회의는 케이티브이(KTV)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새 정부에서 그간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들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내용만 따지고 보면 ‘정보공개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변화는 직전 윤석열 정부가 집권 기간 내내 정보공개에 대해 워낙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던지라 사뭇 비교가 된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식 초청자 명단부터 대통령비서실 직원 채용 특혜, 대통령실 이전 및 리모델링 공사 등 임기 초반부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많은 시민들과 언론들이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새 정부가 스스로 시도하고 있는 정보공개 노력들은 더욱 극적이고 반갑게 느껴진다.
새 정부 들어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인 국무회의가 보다 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전 정부 국무회의 회의록에는 안건마다 형식적으로 ‘이견 없음’ 네 글자만 쓰여 있었다. 이름은 회의록이지만 정작 ‘회의’ 내용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첫 국무회의부터는 안건별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위원과 정부 담당자에게 했던 질의와 정부 부처의 응답 내용까지 나름 생생하게 담겼다. 국무회의 회의록이 비로소 회의록으로 구색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국무회의에서 오가는 얘기를 국민에게 공개 못 할 이유가 있느냐”면서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7월29일 제33회 국무회의 심층토의 과정 약 1시간20분가량을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로 송출했다. 그간 국무회의는 주재자인 대통령의 모두 발언만 공개한 후에는 기자들은 물리고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을 깨고 국무회의를 생중계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수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참여라는 민주주의 가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 8월10일에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대통령비서실 전체 직원 명단이 공개되었다. 놀라운 것은 직원 명단이 별반 특수한 경로를 통해 입수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사는 국민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은 채용이 완료된 235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이렇게 상식적이고 당연한 정보공개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개하려는 자들과 감추려는 자들이 전쟁을 벌여야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뉴스타파 등 단체들은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기 위해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싸움을 벌여야 했다. 물론 이 싸움은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로 마무리되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파면된 대통령 기록을 보호하겠다며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고 직원 명단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30년간 봉인해 버렸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한심한 작태에 비하면 지금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태도의 전환만으로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룬 셈이다.
국가 재정에 관한 정보공개 역시 가까운 시일에 개선이 기대된다. 지난 8월13일 국가 재정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매년 예산 지출구조조정 자료에 전체 세부사업, 종료 사업에 대한 리스트 공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국가 예산을 국회에도 보내고 집행 자체가 비밀이 아니고, 공개하는 데 문제가 없으면 공개해야 한다”며 “확정된 건 다 공개”하도록 현장에서 즉시 지시했다. 여기에 더해 내년 예·결산 및 추경 등 확정 과정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도 약속했다.
살펴본 것처럼 새 정부는 집권 후 짧은 시간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부분은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변화들이 대부분 이 대통령의 즉각적인 말이나 일회적인 결정으로 이뤄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변화는 대통령 또는 정권의 입장이나 태도가 변할 경우에 언제든지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전보다 더 퇴보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투명성의 가치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것이 정부 공직자들과 행정 체계에도 녹아들어 실제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신장시키려면 체계적인 제도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획기적인 개선이라도 그것이 일회성이라면 결국 한낱 임기 초 전시행정에 머물게 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이 칼럼은 2025년 9월 2일자 <한겨레> [왜냐면]에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