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검찰 특수활동비 72억원이 포함됐다. 2025년 본예산에서 검찰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된 지 1년 만에 다시 되살아나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을 요하는 국정활동에 한정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다. 기밀성을 이유로 집행 기관들은 그동안 영수증빙도 보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특수활동비는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가 되어 권력기관의 쌈짓돈으로 전락해버렸다. 검찰 특활비의 경우 총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여왔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드러난 특활비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금액이 현금화되어 검찰총장 비서실로 전달됐고, 총장이 원할 때마다 임의로 돈을 꺼내는 방식으로 사용된 것이다.
검찰총장들은 자의적으로 특정 수사와 기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검사동일체’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특활비를 ‘통치자금’과 ‘격려금’으로 뿌리면서 예산을 사유화해왔다. 일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재임 시기 20개월간 특활비 78억원을 현금화해 검찰총장 비서실로 옮긴 후 마음대로 사용했고, 최대 1억5천만원을 현금수령증 1장만으로 지급하는 등 일반 공공기관으로는 불가능한 집행을 하기도 했다.
본래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명절 떡값, 불용예산을 남기지 않기 위한 연말 몰아쓰기, 퇴임 전 몰아쓰기, 셀프 격려금, 회식비, 비수사부서 지급은 물론 공기청정기 렌탈비, 휴대폰 요금으로도 사용됐다. 이는 검찰 특수활동비가 기밀수사를 위한 예산이 아니라 검찰 고위간부들의 쌈짓돈이었음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검찰 특활비의 실상이 드러나자 지난해 국회는 2025년 검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며 삭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특활비는 올해 추경에서 부활했고, 이제 내년 본예산에서 완전히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검찰 특활비 부활은 단순한 예산 편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검찰 특활비 부활은 검찰의 특권을 해소하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기관으로 정상화하는 검찰 개혁의 근본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에 그동안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밝혀온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검찰 특활비 예산 편성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모았다.
9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검찰은 특활비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면서 “검찰 집단은 국민 자격도 없고, 공무원 자격은 더더욱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 헌법은 특수계급을 허용하지 않는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한 청에 불과하다”며 검찰 특활비 예산 편성이 “반드시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은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특수활동비부터 손봐야 한다”면서 “특수활동비야말로 검찰이 다른 행정기관과 차별화되는 대표적인 특권적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이런 예산을 부활시키는 것은 검찰의 특권적 지위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개혁의 성과를 내려면, 권력기관들의 특권적 예산부터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들 역시 지금 검찰에 필요한 것은 특활비가 아니라 특활비 특검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검찰 특활비 편성 철회를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 특활비가 정말 필요한 예산인지, 아니면 국민 혈세를 낭비한 것인지 주권자인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사용 내역을 밝히고, 그간의 불법적 예산 집행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제안되었으나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 및 자료폐기‧정보은폐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9월 안에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전모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여전히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결산도 없이 새로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이미 그 존재 자체로 검찰의 특권을 상징하는 예산이 되어버렸다.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 좀비처럼 되살아나려는 이 특권예산을 확실히 묻어야 한다. 특활비 편성에 눈감은 법무부와 기재부는 물론, 대통령실 역시 검찰 개혁의 의지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빈틈을 주는 순간 검찰권력은 되살아난 좀비처럼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