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3년은 정보공개 역사상 최악의 시기였다. 출발부터 문제였다. 대통령 취임식 극우 유튜버 초청 논란이 불거지자 초청자 명단을 파기했다가, 다시 대통령기록관 이관 중이라 말을 바꿨다. 대통령집무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논란에는 아예 계약정보를 시스템에서 숨겼다. 대통령실은 공공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할 직원 명단, 업무추진비, 업무규정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정보은폐는 전 정부로 확산됐다. 한국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논란 후 계약정보를 비공개로 돌렸고,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법원의 거듭된 공개 명령에도 특수활동비 제출을 미뤘고,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기업 명단을 국회의원에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정부 전반에 정보공개 원칙이 무너지고, 시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풍조가 자리 잡았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정보공개는 알권리를 보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차단하는 장벽으로 악용됐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정보공개 기준과 절차의 합리적 개편으로 정보공개 확대’를 국정과제로 천명했다. 이제 정보공개 제도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따져보고,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정보공개제도의 구조적 결함
먼저 현행 정보공개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1998년 법 시행 이후 26년간 청구 건수는 88배 증가했고, 평균 정보공개율은 94%를 넘어섰다. 놀라운 양적 성장이다. 하지만 정작 ‘이슈’가 될 만한 정보들은 숨기고, 감추는 현실을 들여봐야 한다.
정보공개법의 원칙은 명확하다. 공공기관의 모든 정보는 공개 대상이며, 예외적으로 8가지 비공개 사유에 해당할 때만 제한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공개 사유를 과도하게 해석해 일단 비공개하고 본다. 심지어 법원 판결로 공개 대상이 분명한 정보도 비공개한다. 대통령실·검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가 대표적이다. 이미 법원이 공개 범위를 구체화했음에도 거부해 왔다. 비공개 사유 설명도 부실하다. 법조항만 제시할 뿐 구체적 근거를 밝히지 않아, 청구인은 왜 비공개인지 이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없는 시스템이다. 판결을 무시해도, 자의적 비공개를 내려도 담당 공무원에게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 고의로 정보공개를 지연시키거나 청구 취소를 회유해도, 의도적으로 심의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제재 방법이 없다. 특히 대통령실·국정원·검찰 등 권력기관은 기록관리부터 제대로 감독받지 않아, 있는 정보를 없다고 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
불투명한 심의와 형식적 목록
정보공개법은 비공개 결정을 받은 청구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보공개심의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비공개를 결정한 담당 공무원은 여기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지만, 청구인이 참석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다. 코로나19 이후 서면심의가 확대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법에는 분명 대면 회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중앙부처 대다수는 회의를 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면심의를 남발하고 있다. 이메일로 진행하는 서면심의에서는 위원들이 의견을 교환할 기회도, 담당 공무원에게 질의할 기회도 없어 기관의 입장에 기울게 된다.
또한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목록’ 공개를 규정하지만, 이는 결재문서에만 한정되어 실제 행정정보의 상당 부분이 누락된다. 업무관리시스템과 행정정보시스템이 전면 도입되고 데이터 기반 업무가 증가하는데도, 정보목록은 여전히 공문서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접수된 정보공개청구의 49%가 정보부존재 및 민원·취하·종결·이송 등으로 처리됐다. 실제로 없는 정보를 청구한 경우가 대다수지만, 있는 정보를 없다고 통지한 경우도 확인된다. 정보부존재 통지를 받으면 청구인은 당장 불복할 방법이 없다. 정보공개법이 정보부존재에 대한 불복절차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보부존재가 실제 부존재뿐 아니라 “전자화된 파일이 없어서”, “청구한 형태로 줄 수 없어서”라는 이유로도 남발된다는 점이다.

정보공개 개선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제안
다행히 국회에는 알권리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정보공개법 개정안들이 여럿 발의되어 있다.
투명성 확보: 이광희(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정보공개심의회가 위원 명단, 회의 일시·장소를 사전 통지하고 청구인의 출석 절차를 신설하도록 했다. 블랙박스처럼 운영되던 심의 과정에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공개 원칙 강화: 허영(더불어민주당)의원안은 비공개 대상 정보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안전보장 관련 비공개 정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민형배(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공공기관이 당사자인 확정 소송 정보를 비공개 예외로 규정했다. 박정현(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통일·외교 관련 비공개 정보를 명확히 규정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 관련 정보, 감사 및 연구용역 결과, 각종 위원회 관련 정보 등을 사전공개 대상으로 확대했다.
책임성 강화: 이에 더해 박정현 의원안은 거짓 정보 공개, 공개 거부, 고의적 처리 지연 등에 대한 징계 및 벌칙 규정을 신설했다. 비공개 정보가 포함된 경우에도 최소 범위로 분리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동시에 정보공개 담당자를 폭언·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의무를 신설하되, 폭언·욕설·비방·협박을 수반한 청구에 한정하여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안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종결처리 대상을 정한 것과 달리 합리적 범위로 한정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황운하(조국혁신당) 의원안은 정보공개 담당자의 금지행위를 신설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감독 강화: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에 제출하는 정보공개 운영 보고서에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 점검 결과를 포함하도록 했다.
정부가 ‘정보공개 확대’라는 국정과제의 실현 방향을 잡기 위해 꼭 참고해야 할 법안들이다.
정보공개 개혁을 위한 당면 과제들

이에 더하여 정보공개 개혁을 위해 꼭 시행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1. 정부 개악안 폐기
윤석열 정부가 발의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해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고, 청구인의 내면적 의도를 심사하게 하는 것은 2004년 ‘청구사유’ 기재를 삭제한 법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한다. 알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므로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위헌 소지가 크다.
2. 회의 공개 확대
현재 사전공개제도는 형식적 공개에 그친다. 각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위원회의 위원 명단, 회의 결과, 회의록은 사전공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이미 조례로 각종 위원회 회의결과 및 회의록을 사전공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 회의공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최저임금이나 중위소득 결정 회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 관련 회의 등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의는 방청을 보장해야 한다.
3. 비공개 기준 세분화
비공개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의 모호성이 자의적 비공개의 근본 원인이다. “다른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은 “다른 법률이 공공기관의 장에게 위임하지 않고 직접 규정한 정보”로 축소해야 한다.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의 사유는 너무 포괄적이므로 각각 다른 호로 분리하고 비공개 대상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 조항이다. 과정 종료 시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단서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의사결정의 과정이 어디까지인지, 무엇까지 내부검토로 볼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비공개할 논리를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특히 시민 참여가 필수적인 정책수립 과정에도 이 사유가 적용되어, 시민들의 참여를 막는 것은 잘못이다. 꼭 삭제되어야 한다.
“경영상·영업상 비밀”도 자주 남용되는 비공개 조항이다. 금융감독원은 업무추진비로 밥 먹은 식당 이름이 공개되면 식당 매출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영업비밀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비공개할 수 있도록 구체화가 필요하다.
4. 실효적 제재 수단 마련
처벌 내지는 징계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기록을 악의적으로 멸실·훼손·폐기했을 때 형사처벌 조항이 있다. 정보가 있는데 없다고 거짓말하거나, 고의로 부존재라고 속이는 경우, 법원 판결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처벌 대상은 최대한 좁혀 형사처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독립적 감독·구제 기구
현재 행정안전부 소속 정보공개위원회는 독자적 예산과 사무기구가 없어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다. 대통령 직속 독립위원회로 격상하고, 정보공개 의무위반에 대한 조사 및 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정보공개심의회는 대면심의를 기본으로 하고, 대면이 어려우면 온라인 화상회의라도 활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보공개에 관한 행정심판을 전담하는 독립적 정보공개심판원 신설이 필요하다. 정보공개 행정심판 인용률은 14%에 불과한 반면, 행정소송 인용률은 45%에 달한다. 정보공개심판원을 신설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권리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6. 시스템 개선으로 남용 방지
2022년 전체 청구의 38%인 69만여 건이 단 73명에 의해 청구됐다. 1인 평균 9,526건이다. 이렇게 정보공개 청구가 남용될 수 있는 이유는 ‘전자 청구’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공개포털은 한 번에 수백 개 기관에 똑같은 내용을 청구할 수 있고, 하루에도 수백 건씩 다른 내용으로 청구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현재 모든 기관에 한 번에 다중청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교육청 등 그룹별로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한 번 청구를 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청구 가능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도배성 청구를 막고 시스템 과부하를 막기 위한 방법이다.
청구 과정에서 욕설을 하거나 도배성 청구를 반복하는 청구인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공개포털 시스템 이용약관 위반으로 제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전자적 방식의 청구만 제한하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투명성이 민주주의다
12.3 불법 계엄 이후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윤석열 탄핵심판과 대통령 선거, 특검 수사와 대미 관세 협상 등 ‘뜨거운’ 뉴스들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이제는 윤석열 3년 동안 후퇴한 알권리를 되돌리고, 12.3 비상계엄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시간이다.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시민이 국정운영에 대해 더 많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여론을 만들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정보공개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를 보장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국민이 주인인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정보은폐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21년간 멈춰 있었던 정보공개법의 전부 개정이야말로 장벽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