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전국 226개 지방의회 ‘금배지’는 얼마? 정보공개 청구로 전수조사해보았습니다

2026.01.05

‘금뱃지’. 국회의원이 착용하는 무궁화 모양 금색 배지의 별명이죠. 실제 금으로 제작하던 이 배지는 1981년 11대 국회부터 ‘금색 도금’ 배지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신문은 “10여 만원이 넘던 2돈쭝짜리 순금 배지는 2천 7백 50원짜리 은 한 돈쭝 반에 금도금한 배지가 됐다. 조그마한 변화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1981년 4월 23일자 동아일보).

재료만 변한 것이 아닙니다. 모양도 많이 변했습니다. 무궁화 모양 안에 한자 國자를 써왔지만 한글 ‘국’자를 쓴 적도 있습니다. ‘國’자의 경우 의혹(或)처럼 보인다, 한글 ‘국’자의 경우 국회의원이 ‘논다’는 것처럼 보인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부터 한글 ‘국회’를 새기게 되어 현재 모양에 이르렀습니다.

議자를 새기던 지방의회 배지들도 이 즈음부터 한글 ‘의’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배지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방의회에서 겸사겸사 재료까지 ‘순금’으로 업그레이드했던 것입니다.

봉화군의회(경북)는 순금 배지를 만들며 개당 40여 만 원의 예산을 썼다는 것이 드러났고(매일신문), 청주시의회(충북)에선 당시 의장이 순금 배지를 의원들에게 ‘선물’해 물의를 빚었습니다(충청매일). 당시 가장 비싼 배지를 만든 것은 청송군의회(경북)로, 이 배지는 24K 순금, 개당 46만3천원 짜리였습니다. 의성군의회(경북)는 총 45만6500원어치. 청도군의회(경북), 문경시의회(경북), 울진군의회(경북)와 구례군의회(전남), 진도군의회(전남) 등도 개당 가격이 34만~45만원대인 순금 배지를 주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6년 7월에는 중앙정부가 개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행정부가 전국 17개 시도에 지방의회 의원 배지를 국회의원 배지 가격(3만5천원) 이하로 제작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일부 의회들의 사리사욕이 지방자치의 자율성 약화를 자초하고 만 부끄러운 사건이었습니다.

권고로부터 10년째를 향해가는 지금, 지방의회 배지 가격은 얼마일까? 혹시 아직도 순금 배지를 만드는 곳이 있지는 않을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전국 226개 기초의회들의 의원 배지 가격을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s://www.elis.go.kr/main)을 통해 관련 조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의회들이 권고를 받은 2016년을 기점으로 재료 규정을 은·황동·금’색’ 도금 등으로 명문화하거나, 교부 개수를 2-3개로 제한하고, 재교부 시 의원이 자부담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관악구의회(서울)는 2020년 “배지의 단가는 1만원 이하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슬그머니 ‘재교부 시 자부담’ 조항을 삭제한 의회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대전 서구(2007년), 서울 강북구(2011년), 경남 합천군(2014년), 울산 동구·충청 당진시·전북 전주시·전남 장흥군·보성군(2015년), 경북 포항시(2016년), 서울 서대문구(2017년), 전북 순창군(2018년), 전북 무주군(2023년), 경기 수원시·남양주시·경남 밀양시 등이 기존재하던 이 조항을 삭제하였습니다.

‘다운그레이드’했던 재료 규정을 다시금 업그레이드한 곳들도 발각되었습니다. 남동구의회(인천)는 2024년 금색 도금을 금 도금으로 바꾸었는데요. 개정 이유를 보면 “의원 배지 모형 및 규격을 최신화하여 의회의 위상을 높이고자 함”으로 적혀 있습니다. 같은 해 남양주시(경기)도 ‘은 또는 동’을 ‘순은’으로, ‘금색’을 ‘순금 도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발의한 전혜연 의원에 따르면 ” 의원배지의 규정을 현실화함으로써 규칙의 실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개선하여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데, 순금으로 도금하는 것이 얼마나 규칙의 실효성(?)을 높이는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여전히 ‘금’이 규정상 재료인 기초의회들도 존재했습니다. 군위군(대구), 신안군(전남), 의성군(경북), 칠곡군(경북)이 그곳입니다. 가격도 금값일지 확인해볼 차례였습니다.

민선8기에 맞추어,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의원 배지에 지출한 금액, 단가와 개수 등을 정보공개 청구 결과, 가장 비싼 배지를 주문한 곳은 충북 괴산군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지 한 개의 가격이 무려 9만 9천원. 양양군(강원)이 9만5천 원으로 뒤를 이었고, 함평군(전남)이 8만 원 등이었습니다. 그 외, 권고 기준이었던 3만5천 원 이상 가격의 배지를 주문하고 있는 기초의회는 다음 표와 같습니다.

지역명최신 배지 단가조례상 재료비고
괴산군99,000원문의 결과, 순금 도금
양양군95,000원은 + 도금문의 결과, 순금 도금
함평군80,000원
증평군77,000원
화천군71,500원은 + 도금, 칠보
영덕군65,710원정보공개 청구 결과, 황동으로 제작 중
태백시65,000원
음성군60,000원
영동군60,000원은 또는 동
평창군55,000원
보은군55,000원
여주시49,500원은 + 도금, 칠보
무안군49,500원은 또는 동
고성군(강원)48,000원은 + 도금
의왕시45,000원은 + 도금, 칠보각인비 별도
순천군45,000원은 + 도금
문경시45,000원
철원군44,000원은 + 도금, 칠보
횡성군39,600원
충주시38,500원
광양시38,250원
완도군38,000원은 또는 동케이스 포함가
원주시37,200원동 + 도금케이스 별도
양산시36,300원
함양군35,640원은 또는 동
홍성군35,200원
아산시35,000원은 + 도금

비싼 값인 데에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원래 의원 배지는 나사형이나 옷핀형으로 만들어 왔는데, 최근 들어 신제품, 자석형이 나왔습니다. 나사나 옷핀과 달리 탈부착이 쉽고 옷감 손상도 없는 이 신제품으로 교체하느라 돈이 많이 들었다는 설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10만 원에 가까운 제작 단가를 보여준 괴산군이나 양양군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설명을 들어보니, 순금으로 도색하고, 지역 내 배지 제작 업체가 몇 군데 없는데 주문량도 많지 않아(3년간 괴산군은 20개, 양양군은 16개 주문) 단가가 비싸게 책정되었다고 합니다. 조례 상에는 명료히 규정되지 않은 재료가 쓰인 것인데, 다른 지방의회들도 조례와 무관하게 값비싼 재료가 쓰이고 있지 않을까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어떤 상황일까요? 자치구에 따라 단가가 최저 5,000원에서 최고 28,200원으로 각양각색이었는데요.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역명배지 단가
(3년 간 최고가)
조례상 재료비고
종로구14,500원황동
중구16,000원
용산구8,720원황동 + 도금2020년 은→황동으로 재료 개정
성동구8,000원
광진구16,000원
동대문구9,000원
중랑구10,010원
성북구16,000원정보공개 청구 결과, 황동으로 제작 중
강북구12,000원황동 + 도금, 칠보
도봉구8,100원은 + 도금
노원구9,000원은 또는 동
은평구12,100원2024년 은→동으로 재료 개정
서대문구6,500원은 또는 동 + 주석
마포구12,000원은 + 칠보
양천구5,500원
강서구5,000원
구로구22,000원은 + 칠보문의 결과, 은이 아닌 황동으로 제작 중
금천구7,000원황동3년간 주문 수량 없음
영등포구7,340원황동 + 칠보
동작구13,200원
관악구28,000원황동2024년에는 20,200원에 제작
단가 1만원 이하 규정
서초구18,700원은 또는 동
강남구11,000원
송파구28,200원황동
강동구9,900원

먼저, 서울시 기초의회들의 배지 평균 단가는 12,551원, 중앙값으로 따지면 11,000원 정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송파구가 28,200원으로 가장 비싼 배지를 쓰고 있었고, 관악구가 28,000원, 구로구가 22,000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의회에 문의한 결과, 일반적인 자석형 배지가 두툼한 정장에 잘 붙지 않아 좀더 비싼 대형 자석형을 새로 주문하거나, 도금이 잘 까져 특수도금을 하느라 비싸진 듯하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가장 저렴한 배지를 쓰고 있는 자치구는 강서구로, 그 단가는 단돈 5,000원이었습니다. 그외 양천구가 5,500원, 서대문구가 6,500원 등이었는데요. 조례상 규정이 ‘은’인 이곳들의 단가를 보니, 황동이나 철로 만든다는 송파구, 관악구, 구로구가 비싼 이유가 더욱 의아했습니다.

단가 외에 주문 수량도 살펴봤는데요. 그 결과, 서울시 기초의회들은 평균 345개의 배지를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의원이 많으면 26명이나 되는만큼, 주문 수량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의원당 주문 수량과 지출액은 얼마나 되는지도 따져보았습니다.

지역명의원 1인당 지출액의원 1인당 배지 수
종로구715,136원58.6개
중구519,444원33.3개
용산구124,000원15.4개
성동구54,286원6.8개
광진구182,757원12.2개
동대문구115,789원13.2개
중랑구95,571원8.2개
성북구114,545원7.5개
강북구155,000원19.3개
도봉구138,750원17.9개
노원구697,500원70.5개
은평구291,526원33.7개
서대문구65,313원9.4개
마포구86,842원11.1개
양천구92,222원16.7개
강서구40,174원23.9개
구로구142,656원9.4개
금천구
영등포구165,000원24.1개
동작구181,176원14.7개
관악구398,800원21.4개
서초구335,844원19.1개
강남구145,200원12.0개
송파구363,346원12.9개
강동구164,389원28.9개

각 의회가 3년간 배지 제작에 지출된 총액을 의원 수로 나누어 보았을 때, 서울시는 의원 1인당 평균 215,411원, 중앙값 기준 145,2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배지는 의원 1인당 20개꼴로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눈에 띄는 자치구들을 뽑아보았습니다.

노원구는 25개 자치구 중 1인당 지출액 2위, 3년간 지출액 1위(1천5백34만5천 원), 1인당 주문 수 1위를 기록했는데요. 2023년 자석형 배지를 200개 새로 주문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집게형 600개, 옷핀형 450개, 자석형 300개 등 총 1,350개를 또다시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송파구는 배지 단가 1위, 3년간 지출액 2위(9백44만7천 원)에 올랐습니다.

종로구는 1인당 지출액 1위, 3년간 지출액 4위(7백86만6천5백 원), 1인당 주문 수 2위에 올랐습니다. 2022년 ‘의회’가 새겨질 금형을 새로 만들며 22만원이 지출되고, 2024년 보호자석형 배지를 200개 더 주문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보입니다.

관악구는 배지 단가 2위, 3년간 지출액 3위에 올랐는데요. ‘단가 1만원 이하’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 지출되고 있어 감동이 반감되었습니다. 문의해보니, 물가가 많이 올라 현실적으로 규정을 따르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네요.

그외 구로구는 ‘은’ 재료 배지로는 최고가(2만2천 원), 중구는 1인당 지출액 3위, 1인당 주문 수도 3위였습니다. 중구는 의원 수가 9명이지만, 3년간 총 300개의 배지를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예비 수량도 필요하겠으나, 임기 4년간 꼬박꼬박 몇 백 개를 주문하는 것은 낭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금천구의 경우가 이런 낭비를 줄인 사례입니다. 전 의회 때 주문했던 배지를 나누어 주었기에 3년간 지출액이 따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가장 저렴한 배지를 쓰고 있다고 소개한 강서구, 그만큼 지출액도 적었는데요. 3년간 지출액 최저 2위(92만4천 원)으로, 의원 수가 23인이나 되지만 의원 1인당 지출액은 4만 원 정도였습니다.

성동구는 3년간 지출액이 가장 적었고(76만 원), 의원 1인당 지출액은 5만 4천원 정도였습니다. 또, 재교부 시 비용은 의원이 부담하고, 교부대장도 투명하게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저렴한 배지를 쓰고 있는 서대문구도 3년간 지출액은 최저 3위(1백4만5천 원)로, 의원 1인당으로 환산하면 6만 5천원 선이었습니다.

현재 배지를 분실하거나, 배지가 훼손되어 재교부를 받아야 할 때, 이 비용을 의원이 부담토록 하는 자치구는 성동구, 도봉구 단 2곳뿐이었습니다.

그렇단 것은 나머지 자치구들은 모두 재교부 비용을 의회가 부담한다는 것인데, 이 교부대장을 생산하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습니다. 교부대장을 생산하고 관리하고 있는 곳은 성동구, 중랑구, 구로구 3곳뿐이었습니다.

공개된 정보들을 점검해본 결과, 2016년 권고 이후 ‘순금’ 배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의원 배지 지출에 심각한 낭비가 보이지 않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규정에 없는 ‘순금’ 도금 사례나, 순금 도금을 위해 조례안을 바꾸는 사례에는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조례가 제대로 정비·운용되지 않고, 유명무실한 상태에 방치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지방자치조례는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토대인 만큼, 지방의회들이 누구보다 잘 가꾸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올해에는 새로운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가 진행됩니다. 전국 226개 지역의 주민 모두가, 지방의회 배지의 가치와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의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2년-2025년간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원 배지 정보공개 자료 보러 가기

by
    이리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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