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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밀실에 갇힌 정보위원회, ‘안보’라는 이름의 민주적 통제 포기

2026.03.03
국가정보원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 2024년 가덕도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태스크포스(TF)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록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를 승낙하며 정치권에 파장이 일었다. 신성범 정보위원장은 “국회의 권위와 전통을 무너뜨리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입법부의 심장부인 회의록이 외부 수사기관에 의해 강제 열람되는 상황은 분명 국회의 자율성 측면에서 논쟁적이다. 그러나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의 압수수색 시도 이전에, 국회 정보위원회가 자초한 ‘비정상적인 폐쇄성’에 있다. 모든 것을 숨기려다 보니, 정작 필요할 때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 문이 뜯겨나가는 역설을 맞이한 것이다.

국회법 제54조의2, 정보위원회를 성역으로 만든 ‘특례’의 구조

이러한 폐쇄성의 근원에는 국회법 제54조의2(정보위원회에 대한 특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조항은 본래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보위원회를 주권자의 감시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해당 조항의 구조를 살펴보면 입법부가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격리하는 기형적인 형태를 띤다. 제1항은 “정보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며 의사공개원칙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제2항은 위원과 보좌직원에게 직무상 알게 된 국가기밀 누설 금지 의무를 엄격히 부여하고 있으며, 제3항은 한술 더 떠 정보위원회 소속 공무원(보좌직원 포함)에 대해 피감기관인 ‘국가정보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시를 받아야 할 정보기관이 자신들을 감시할 입법부 직원의 자격을 검증하는 모순이 이 특례조항 안에 합법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과 기계적 비공개라는 편법

2022년 1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이 특례조항 중 제1항 본문(일률적 비공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 제50조 제1항이 천명한 의사공개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여 주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판단이었다. 이 결정으로 정보위원회를 성역으로 만들었던 가장 큰 법적 방패는 깨졌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정보위원회의 풍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위헌 결정에 따라 법률상의 ‘일률적 비공개’는 효력을 상실했지만, 위원회는 회의가 시작될 때마다 기계적으로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비공개 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밀실이 다수결에 의한 밀실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의원 보좌직원마저 퇴장시킨 채 철저히 닫힌 문안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꼼수와 편법의 관행은 여전하다.

안보를 핑계로 삼은 행정 편의주의와 민주적 통제의 부재

물론 대북 정보, 대테러 작전, 해외 요원망 등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된 민감한 정보는 당연히 비공개로 다루어져야 한다. 헌법이 의사공개원칙의 예외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안보상의 예외가 국회 정보위원회의 ‘모든 의사일정’에 무차별적으로 덧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보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국정원 직원의 정년 연장 법안을 심사하거나, 국정원의 일반적인 조직 운영 및 예산의 구조적 뼈대를 다루는 과정조차 전면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특정 직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논의나 기관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논의하는 과정이 대체 국가 기밀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는 안보를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와 입법권의 나태함을 가리는 기만에 불과하다.

국정원 직원 정년 연장 등에 관한 법안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모습 

과도한 비밀주의는 대중이 국정원의 법적 권한 확대 요구나 시민의 기본권 침해 소지를 사전에 인지하고 여론을 형성할 기회를 박탈한다. 12.3 내란 당시 불거진 국정원의 조직적 가담 의혹이나, 수사권 폐지 이후 기형적으로 남은 ‘조사권’을 활용한 권한 남용 사태들은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가기밀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견제 기능을 사실상 방기해 온 결과다.

정보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 방향

비정상적인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국회법 제54조의2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정보위원회 역시 다른 상임위원회와 동일하게 ‘원칙적 공개’ 체제로 전환함을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예외적 비공개’의 사유를 구체적이고 한정적으로 열거해야 한다. 구체적인 첩보 자산의 노출 우려 등 명백히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사안에 한해서만 위원회 의결로 비공개할 수 있도록 엄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국가기관의 권한과 직원의 신분 등을 다루는 법률안 심사와 예·결산 총칙 심사만큼은 조건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더불어 피감기관이 국회 직원을 사찰할 여지를 주는 제3항의 신원조사 의뢰 조항 역시 권력분립의 원칙에 맞게 폐지하거나 국회 내부의 통제 절차로 이관해야 한다.

정보기관의 효율성은 투명성을 제물로 삼아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의 민주적 통제와 신뢰 위에서만 정보기관은 그 존재 이유를 온전히 증명할 수 있다. 기계적 비공개라는 편법을 버리고, 정보위원회를 시민의 상식과 감시가 닿는 민주주의의 영토로 되돌려 놓아야 할 때다.

by
    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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