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은 필수적인 민주적 통제 장치다. 그러나 서울특별시가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해 예외적으로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최근 3년 6개월간 전국 광역지자체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건수 중 약 77%가 서울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와 ‘종묘 앞 세운상가 재개발’ 관련 비판 보도, 그리고 오 시장이 언급된 보도에 제소가 집중되어 있어, 서울시의 언론 대응이 이른바 ‘시장 심기경호’와 ‘행정 불도저’식 사업 추진을 위한 방어막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2022년 7월 1일부터 2026년 1월 20일 기간 동안 각 지자체가 언론중재위에 중재를 신청한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여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의 과도한 언론 대응 실태가 드러났다. (정보공개센터가 수집한 전국 17개 광역시도 언론중재위 중재 신청 현황)
해당 기간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총 건수는 39건이다. 놀라운 점은 이 중 무려 30건(77%)이 서울특별시의 제소 건수다. 타 지자체의 상황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언론 대응이 얼마나 예외적인지 더욱 명확해진다.
서울시를 제외하고 단 1건이라도 언론중재위 제소 기록이 있는 곳은 부산광역시(2건), 광주광역시(2건), 세종특별자치시(2건), 충청북도(1건), 충청남도(1건), 제주특별자치도(1건) 등 6곳에 불과했다. 강원도, 경기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인천광역시, 전라남도, 전북특별자치도 등 10개 지자체는 해당 기간 언론중재위 제소 건수가 전무했다.
이는 지자체들이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해 통상적으로 공식 해명자료 배포나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대응하는 것과 달리, 서울시가 유독 ‘중재위 제소’라는 강경 수단을 자주 동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을 소통의 대상이 아닌 분쟁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타깃은 ‘한강버스’와 ‘세운상가’… 쟁점 사업 비판에 ‘재갈 물리기’

서울시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30건의 기사 목록을 상세히 분석해 보면, 서울시의 강경 대응이 무엇을 노리는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체 제소 건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15건이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 중 가장 큰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두 가지 사업, 즉 ‘한강버스’와 ‘종묘 앞 세운상가 재개발(세운4구역)’에 집중되어 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한강버스 사업은 추진 초기부터 졸속 행정, 수요 예측 실패, 안전성 문제 등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비판 보도에 중재위 제소로 응답했다.
실제 제소 내역을 보면, <프레시안>의 “오세훈의 한강버스, 업자 배만 불리는 ‘고비용 저효율 사업'”, “비상식과 반지성의 거대한 블랙코미디 한강버스”, <비즈워치>의 “[교통시대] 말 많은 한강버스, 대중교통 vs 관광용?” 등 사업의 본질적 한계를 짚은 기사들이 줄줄이 제소 대상이 되었다.
또한 취항을 앞둔 시점에서는 <한겨레>의 “한강버스 취항식 맞추려 ‘안전점검’ 2척만 받았다… 그나마도 ‘고장'”, <오마이뉴스>의 “서울시장이 말한 한강버스의 ‘휴먼 에러’는 오세훈인가” 등 시민 안전 및 재정 낭비 우려를 제기한 보도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제소가 이루어져 현재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공 재정을 투입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 대해 빠질 수 없는 안전 점검과 예산 감시 보도에 대해서도 분쟁 절차로 끌고 가 언론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초고층 빌딩 건립을 골자로 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관련 보도 역시 서울시의 집중 타깃이 되었다. 역사문화 환경 훼손 우려와 사업 추진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을 묻는 언론에 서울시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21>의 “[단독]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익, 민간업자 ‘한호건설’이 쓸어간다”, “세운4구역 재개발 의혹, 서울시 해명 반박합니다”, “조선 왕들 사당도 망가뜨리는데 평범한 사람들 삶은 어떻겠나” 등 심층 기획 보도들이 무더기로 반론보도 청구 대상이 되었다.
<한겨레>가 보도한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설계 수의계약’ 희림 ‘시간 아끼려고’… 법 절차 생략 시인” 등 구체적인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단독 보도에도 서울시는 중재위 제소로 대응했다. MBC의 “[알고보니] ‘경관 훼손’ 가차 없이 철회‥세계유산 박탈 사유 봤더니” 보도 역시 현재 조정이 진행 중이다.
서울 도심의 주요 역사적 경관이 영구적으로 변형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일 수 없는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에 대해 해명하고 토론하기보다는 언론의 문제 제기 자체를 통제하려는 서울시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시장에 대한 비판 원천 봉쇄, 행정이 나선 ‘심기경호’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의 언론중재위 제소가 순수한 ‘시정 방어’의 차원을 넘어 정치인 ‘오세훈 시장 개인’을 향한 비판을 차단하는 데 공공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전체 30건의 제소 기사 중 보도 제목에 오세훈 시장의 이름이나 직함(‘오세훈표’, ‘오세훈식’ 등 포함)이 직접 거명되며 시장의 정치적 책임이나 행보를 비판한 기사가 무려 10건(33.3%)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세훈표 개발’에 성당․마을 사라진다니 잠도 안와 (한겨레)
“폭염에 시민 고통스러운데” … 이태리 가서 100억 주택 부러워한 오세훈 시장 (에너지경제)
오세훈 시장 ‘대권욕’에 흔들리는 서울 주택시장 (에너지경제)
또 나온 오세훈식 부동산 정치… 외국인 주택 소유 규제 논란 (에너지경제)
오세훈의 한강버스, 업자 배만 불리는 ‘고비용 저효율 사업’ (프레시안)
오세훈 서울시장의 3연속 헛발질 우려돼 (매일일보)
세빛둥둥섬, 한강택시… 오세훈 시장의 기막힌 실패, 이렇게 탄생했다 (오마이뉴스)
오세훈이 놓친 3번의 기회…2011년 ‘흑역사’ 잊었나 (오마이뉴스)
‘시네마테크’ 오랜 염원 짓밟고···멋대로 ‘오세훈식 랜드마크’ 만든 서울시 (경향신문)
서울시장이 말한 한강버스의 “휴먼 에러”는 오세훈인가 (오마이뉴스)
위 기사들은 단순한 행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선출직 공직자인 오세훈 시장의 정책 철학, 정치적 야심(“대권욕”), 과거의 정책 실패(“2011년 흑역사”, “기막힌 실패”), 그리고 공감 능력(“폭염에 이태리 주택 부러워한”) 등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해석을 담고 있다.
유권자는 선출직 공직자의 정치적 행보와 정책 결정의 배경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권리가 있으며, 언론은 이를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 행정 조직이 시장 개인의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위라는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면 ‘시장 심기경호’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언론 압박하고 피로감 유발하는 꼼수 전락

서울시가 제소한 30건 중 현재 조정이 진행 중인 6건과 조정불성립 1건을 제외하고 종결된 23건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명백한 오보를 바로잡는 ‘정정보도’는 5건(21.7%)에 불과했다. 반면, 기사의 사실관계는 유지한 채 서울시의 입장을 덧붙이는 ‘반론보도’가 무려 18건(78.3%)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보통 언론중재위에서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면 해당 기사를 ‘오보’나 ‘가짜뉴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 제도의 취지와 의미는 그와 다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기관이 법원의 소송까지 가지 않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준사법적 독립 기구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소송에 이르게 되며, 기자 개인이 법적 쟁송의 당사자가 되는 부담 때문에 많은 경우 조정 결과에 따라 합의하게 된다.
세 가지 결과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정정보도 (사실관계의 정정):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다를 경우, 언론사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는 보도를 내보내는 것이다.
반론보도 (해명 수단의 보장):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나 오보 여부와 관계없이, 비판을 받은 대상이 “우리 측의 해명이나 주장도 함께 실어달라”고 요구하여 게재되는 보도다. 반론보도가 수용되었다고 해서 원래 기사가 허위로 판명된 것은 아니며, 단지 양측의 입장이 병기되는 것이다.
조정불성립 (합의 결렬):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중재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 경우 청구인은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논란의 중심인 세운상가(종묘) 관련 기사는 종결된 5건이 모두 ‘반론보도’로 처리되었고, 오세훈 시장을 비판한 다수의 기사 역시 반론보도 꼬리표를 다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는 해당 기사들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니라, 정책 쟁점에 대한 타당한 문제 제기였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결국 서울시의 무더기 언론중재위 제소는, 보도의 내용이 틀려서라기보다는 비판 보도를 작성한 기자와 언론사를 중재위 절차로 끌어들여 괴롭히고, 팩트체크라는 명분 아래 행정청의 일방적인 변명을 기사에 강제로 삽입시켜 보도의 비판적 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압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후속 보도와 심층 취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행정이 추진하는 수백, 수천억 원 단위의 사업에 언론이 현미경을 들이대고, 때로는 날 선 비판을 가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에 부여된 당연한 책무다. 그 비판이 다소 거칠거나 해석이 엇갈릴 여지가 있다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여 의혹을 불식시키고, 시민을 설득하여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민주적 행정의 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가 보여주는 행태는 정반대다. 비판에는 귀를 닫고, 불리한 기사에는 일단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분쟁으로 몰아간다. 이는 오세훈 시장 체제의 서울시가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행정 조직이 시장의 역점 사업 방어와 ‘심기 경호’를 위해 언론사를 상대로 서류 싸움을 벌이는 사이, 정작 시민들이 알아야 할 정책의 문제점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언론을 향한 과도한 법적 대응이 계속된다면,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정책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1천만 서울 시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