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청구에 빠져들다
김혜영 회원
2008년 10월 9일, 정보공개센터 창립식 날 이벤트의 하나로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날부터 나와 정보공개청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사실 정보공개청구를 10월 9일에 처음 한 것은 아니었다. 엄격히 말하자면, 작년 여름 전진한 선생님이 한국국가기록연구원에서 주최하였던 학습반의 과제로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창립식 이벤트 때 열린정부 홈페이지(open.go.kr)상에서는 처음으로 청구한 것이다.
작년 여름에 처음 만난 전진한 선생님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틈만 나면 정보공개청구를 한다면서 정보공개청구가 자신의 취미라고 말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 때는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들이 쌓여서 청구처리조회에 목록으로 보이는 것을 보면 매우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벤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선생님의 그 말들이 생각이 나면서 나도 한번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기록으로 남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기관 중 하나는 전화가 매우 자주 왔었는데, 원하는 내용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디다가 쓰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계속 해대서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내가 요청한 그런 자료는 아예 ‘없다’는 대답을 하였다. 분명 있을, 그리고 있어야 하는 자료가 없다고 하니 답답하였다. 기록관리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기록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 같은 경우에는 현재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자기록에서 종이기록 중심의 관리로 다시 회귀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기록이 제대로 생산이 되고 있는지 감시할 방도가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서 기록이 존재하는지 확인을 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감시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10일에 했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서는, ‘종이기록 등록대장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을 해와 종이기록 또한 등록되어 잘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현 정권이 끝날 때가지 대통령 비서실에 꾸준히 줄기차게 정보공개청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정보공개청구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비교적 손쉽게 얻어낼 수 있고, 그 질도 매우 높아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인지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확인할 때면 기대감과 함께 뭔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나는 어느 샌가 정보공개청구에 빠져들고 있었나 보다.
아직 미약하지만 10월 9일부터 22일까지 약 13일 동안 총 9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하였고, 10월 31일까지 8건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정보(공개)결정통지서와 그 결과물들을 모아서 파일 철에 정리해두었는데, 하나씩 파일 철을 채워가는 것을 보니 몹시 뿌듯하다.
이제 정보공개청구는 내 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공개청구 내용들은 나의 호기심과 관심사가 한 눈에 보이는 모음집들로, 고급정보로 이루어진 내 소중한 재산이 될 것이다.
나에게 이런 계기를 마련해준 정보공개센터,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