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현황, 정부는 왜 공개를 못하나?!!

제 목숨, 제 입맛 중한줄만 아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생명이 아닌 사람들의 입에 들어갈 육질좋은 고깃감으로만 길러져 저항력 하나 없이 나약한 소 돼지 들이 ‘구제역’이라는 병 앞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온 나라가 구제역 비상에 걸리자 사람들은 병에 걸린 동물들을 닥치는대로 죽여 땅에 묻었습니다. 심지어는 구덩이에 산채로 몰아넣고 흙을 덮어 생매장을 했습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생지옥이 따로 없는 날이었습니다.

사람이 먹고 살겠다고 기른 동물을 사람이 먼저 살겠다고 죽였습니다.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결과 역시 사람에게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날이 풀리자 산채로 묻혔던 돼지의 사체가 땅 위로 튀어 오르고 있다고 하죠. 매몰지마다 핏물도 흘러나오구요. 더구나 급하게 생매장을 하다보니 매몰지 정비가 제대로 안되어 땅 뿐만 아니라 상수원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얼마 안있어 핏물 섞인 수돗물을 마시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축산농민들게 보상을 어떻게 할까를 걱정하기도 모자랄 판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작정 시가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구제역 확산을 방치했다”며 농민들을 두 번죽이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구요.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위장인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은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면 된다며 침출수로 인한 2,3차 오염에 대해 터무니없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구제역 매몰지 지도 이미지 캡쳐

이런 실정이니 국민들의 불안만 커져갑니다. 이 정부가 얼마나 더 일이 심각해져야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할지 걱정이기 때문입니다.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는 있는지, 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았습니다.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이렇게 세 곳에 청구를 해 보았는데요.

답변이 실로 기가막힐 뿐입니다.

<청구 내용>

2011년 2월 9일 현재 귀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가축의 매몰지 현황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합니다. ( 매몰지 주소, 면적 등 포함바랍니다.)

먼저 행정안전부는 매몰지를 알려달라고 한 청구에 각 광역단위별 매몰지 현황만 공개했습니다. 신문기사만 보아도 이보다는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우리나라의 행안부는 구제역에 대해 언론만도 못한 정보를 가지고 있나 봅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매몰지 현황이 아닌, 구제역 신고지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아직도 파악이 안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몰지 정보는 농림부 소관이라고 하는데요. 매몰지에서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를 소관하는 부처가 아직도 그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농림부 공개 자료 중 일부. 전체 자료는 파일 첨부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부는 정보가 없다고 답변해왔습니다. 이는 농림부의 소관이기 때문에 환경부는 자료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일부 매몰지가 상수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침출수로 인한 수질오염을 야기할 것이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고, 이는 토양오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정인데 환경부가 자기 소관이 아니니 모른다고 답변하는 것은 의도적인 공개 회피거나, 구제역 사태에 전혀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 말 밖에는 되지 않을 뿐입니다.

중앙정부로부터 답변을 이렇게 받고 보니, 궁금해집니다.

정부는 정말로 자료가 없어서 공개를 못하는 걸까요? 아니면 자료는 다 있지만 단지 국민들에게 공개를 하지 않을 뿐인 걸까요?

공개를 하지 않으니 이렇게 불신만 쌓여갑니다.

그런데, 기왕이면 후자였으면 좋겠어요. 매몰지 정보조차 없을정도로 이 정부가 구제역 대책이 없다고는 믿고싶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