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지방의원 전격분석②] 장애인 도의원, 1400만 주민이 사는 도시에 1명밖에 없다니…

2023.06.20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2023 전국 지방의회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의원을 만나고 싶습니다.

-김김정현

▲ 2017년 4월 6일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지하철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현장 점검으로 서울시 간부들과 시의회 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장애인인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김포공항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도 등록장애인 수는 265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8000명이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5.2% 수준이며, 행정상 잡히지 않는 경증 장애인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2011년 장애인의 절반을 자치했던 지체 장애인 수가 감소하고 청각·발달·신장 장애인 수가 늘어나는 등 장애 유형 비율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이 증가함으로써 다양하고 세밀한 장애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그럼 이를 위한 의회에서 장애인은 얼마나 대표되고 있을까?

‘공직선거법’에 장애인 후보자 추천 관련 규정은 없다. 제56조(기탁금)·제57조(기탁금의 반환 등)를 통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탁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기탁금 반환을 위한 유효득표율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유도 정책만을 시행한다. 그러나 각 정당이 선거에서 장애인을 공천하지 않으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전국 17개 광역의회 장애인 의원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위 제도의 실효성이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당선된 의원명단을 기준으로 충청북도 8.57%, 제주도 6.67%로 전국 총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 이상의 당사자 의원이 존재한다.

다만 충북도의회 정원 35명 중 3명, 제주도의회는 45명 중 3명인 걸 알게 되면 결코 높은 비율이라 말할 수 없다. 절대적 인원수로는 서울시가 5명으로 가장 많지만, 총인구 중 5분의 1일 살고 있고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으로 수많은 혜택을 받아온 걸 고려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는 다른 곳에 비하면 양호하다. 8곳은 총정원 중 단 1명만 존재해 ‘장애인 의원이 있는 의회’라는 체면만 차리고 있다.

지방의회에 장애인 할당제가 필요한 이유

▲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17개 광역의원 장애인 당사자 의원의 수 및 비율 ⓒ 정보공개센터

 

그중 경기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도는 17개 시도 가운데 등록장애인만 약 55만 명으로, 장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방정부임에도 장애인 의원은 156명 중 단 1명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율로 따졌을 때 경기도민에게는 사실상 지역에서 장애인을 대표하는 의원이 1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1400만 주민이 사는 도시에서 1인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정치 참여의 불모지인 곳도 있다. 대구시와 전라북도는 장애인 의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장애인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정치인이 의회에 남지 못한 채 사라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당을 넘어 의회 차원의 고민이 없는 사례도 있다. 인천시·강원도·충청남도·경상남도 4곳은 장애인 의원 수에 대한 정보부존재를 통보했다. 물론 기관이 개인의 장애·병력(病歷) 등 사적 정보를 수집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보장정책 등 장애인 권익 증진에 나서야 할 곳이 정작 본 의회 내에 당사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관련 입법 활동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정치 참여 및 세력화는 2009년에 국내 발효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정치,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이행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고, 중앙·지방정부는 이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장애인 보조견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 찬반과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시설물 접근·이용의 차별금지)가 2008년에 시행되고 15년이 넘었지만, 이를 제·개정한 주체인 국회에서 불협화음이 들리는 건 고민거리를 준다. 이를 법에 무지한 입법기관이라는 아이러니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안 해도 될 만큼 다양한 장애인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지방의회에 장애인 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다.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3항과 같은 강제성 있는 할당제가 운용되어야 한다. 몇몇 정당의 당헌·당규와 같이 비례대표 명단 내 5~10% 장애인 추천 및 앞번호 배정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낮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감안하면, 지역구 선거에 장애인 후보 추천도 선택사항으로 둘 수 없다.

지역을 대표하는 장애인 지방의원의 증가는 장애인 권리 확보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은 더 많은 장애인 지방의원을 만나고 싶다. 

 

*이 글은 김김정현 2023 전국 지방의원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 참여자가 썼으며 오마이뉴스 <그정보가알고싶다> 시리즈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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