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성명] 윤 대통령은 ‘대공수사권 이관 재검토’ 철회하라

2023.01.27

 

대공수사권 이관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원 개혁의 핵심
국정원 개혁 거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26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 ‘살펴볼 여지가 있다’며 재검토를 시사했다고 한다. 전언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을 되돌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다름 없다. 사회적 합의로 진행된 국정원 개혁을 되돌리는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다. 대통령이 해당 발언의 의도를 직접 밝히고,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에서 잇따라 개정 국정원법에 따라 바로 내년부터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까지 더해진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안사건을 앞세워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공안통치를 일삼았던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조직적 범죄행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데 관여했던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한편에서는 ‘법치’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여야 합의로 처리된 개혁입법을 되돌리는 퇴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정원발 ‘간첩사건’ 수사 과정을 보더라도 대공수사권 이관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혐의의 사실관계나 경중과 무관하게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 직원들이 기관의 로고가 박힌 점퍼를 버젓이 입고 나타나 고가사다리차까지 동원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이같은 행태는 국정원이 과거 군부정권 때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의 인식 수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정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령에 불과한 보안ㆍ방첩업무규정을 근거라면서 여전히 신원조사를 통해 공직 인사에 관여하고, 경체방첩단ㆍ경제협력단 설치 등을 통해 국정원법이 금지한 국내정보수집과 민간 사찰도 가능한 직무를 놓지 않고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국내정보수집은 민간인들에 대한 불법 사찰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공작에 악용되어 온 핵심 권한이다.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들이 단골로 법정에 서는 나라에서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국정원 개혁을 거부한다면, 국정원을 국내 정치에 악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통제에서 벗어난 치외법권지대가 아니다. 2020년 국회가 입법한 대로 순수 해외비밀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국정원에 엄중히 경고한다. 시대적 과제이자 사회적 합의로 진행 중인 국정원 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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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대공수사권 부활 노리는 국정원의 퇴행 규탄한다

2023.01.19

 

민주노총 대대적 압수수색, 국정원 권한 강화 위한 시위성 수사
정부 정책 비판세력 탄압하겠다는 윤석열식 공안통치 용납 못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오늘(18일) 민주노총 총연맹과 일부 산별노동조합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섰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을 빌미로 민주노총에 대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과 언론플레이를 통해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대공수사권 이관을 되돌리려는 ‘기획’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한 이번 민주노총 압수수색이 국정원을 앞세워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탄압하겠다는 윤석열식 ‘공안통치’의 시작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공수사권의 부활을 노리는 국정원의 퇴행을 규탄하며, 공안통치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지난 2020년 12월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대공사건에 대한 수사권한이 경찰로 넘어간다. 그런데 대공수사권 이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민주노총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며 ‘간첩단’ 사건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이 자신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대공수사권만은 유지하겠다는 시위에 나선 셈이다. ‘간첩단’ 사건 운운하는 언론 보도와 달리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의 인신구속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고가사다리까지 동원해 보여주기와 언론플레이를 위한 압수수색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의 수사를 다시 주도하며 나서는 것은 이미 정치ㆍ사회적 합의가 끝난 대공수사권 이관과 전문적 비밀정보기관으로의 전환이라는 개혁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한다.

최근 국정원과 집권여당의 주요 인사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되돌리고 유지해야 한다고 나섰다. 국민의힘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이 ‘대공수사권 이관 재검토’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관계자 입을 통해 대공수사권 이관을 우회하는 꼼수로 국정원-경찰의 상설 합동수사단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은 시행령 개정을 통한 신원조사센터 설치, 경제방첩단과 경제협력단 설치를 통한 국내정보관(IO) 부활,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 시도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개정된 국정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국내 정치 개입과 민간의 국내 정보 수집을 위한 역량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게 되면,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 댓글 공작을 통한 여론 조작, 간첩사건 조작 등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범죄를 저지른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국가비밀정보기관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권한을 남용해 민주적 헌정질서와 국정을 뒤흔들었던 과거로 퇴행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이 추진하는 반개혁적 퇴행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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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무소불위 국정원으로의 퇴행 반대한다

2023.01.19

 

국내정보수집, 대공수사권 복원 요구는 정치 개입 요청
정진석, 안철수 의원은 ‘대공수사권 이관 재검토’ 발언 철회해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잇따라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권한을 다시 강화하고 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다. 최근 국정원이 ‘경제협력단’을 설치하고 활동을 개시했다는 사실도 언론에 보도됐다. 국민의힘과 국정원에 묻는다. 국내정보수집과 대공수사권을 다시 주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던 과거가 그리운가? 국민을 사찰하고 공작을 벌이던 무소불위 국정원의 귀환을 바라는가? 정진석 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은 문제의 발언을 당장 철회하고 사과하라. 그리고 국정원은 사실상 국내정보담당관(IO)의 부활을 뜻하는 ‘경제협력단’을 즉시 해체해야 한다.

최근 ‘국정원발 간첩 사건’에 관해 정진석 위원장은 “국정원의 베테랑 대공수사요원들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되찾아 주고 전문 사이버 방첩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정당, 노조, 시민단체 등의 지하조직과 오프라인을 통한 첩보 공작을 교묘히 배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집권여당의 대표적 인사들이 사법적 판단은커녕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권한의 복원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공안사건을 구실로 국정원 권한을 강화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집권세력의 뻔한 의도를 드러냈다. 그 자체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과 뭐가 다른가.

한편, 국정원이 ‘경제협력단’을 설치해 활동을 개시했다는 사실을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인용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제방첩을 넘어 국익 수호를 하려는 것”이라며 “기업 투자 유치나 총수 동향 감시가 아니라 국익과 관련된 경제 현안을 컨설팅하는 역할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정원법의 직무 범위 중 어떤 조항에 근거해 만들어진 조직과 활동인지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면서 “국익”으로 뭉뚱그리고 있다. 국정원법 제4조에 명시된 직무 중 “산업경제정보 유출,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침해”를 포함한 방첩 업무도 일상적인 국내 정보 수집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신설한 ‘경제협력단’과 해외 기술유출 행위 등을 감시하기 위해 운영 중이라는 ‘경제방첩단’의 업무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국정원 스스로 명확히 설명할 수는 있는가. 2020년 12월에 개정된 국정원법에서 ‘다른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의 민간을 대상으로 한 파견ㆍ상시출입 등 방법을 통한 정보활동’을 금지한 조항이 빠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국정원은 역시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정보 수집 우려가 큰 ‘경제협력단’ 신설은 자의적 법 해석으로 함부로 직무 범위를 넓혀 불법행위를 일삼던 과거가 되풀이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에서 미완에 그친 국정원 개혁의 반동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과정 전반에서 국정원은 핵심축이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조직적 범죄집단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과 대공수사권은 민간인들에 대한 불법 사찰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공작에 악용된 핵심 권한이었다.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 4명 등에 대한 사법부의 유죄 판단으로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히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은 사법적 절차와 함께 정치·사회적 합의도 모두 끝난 사안이다. 정진석 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이 정치공작하던 시기로 되돌아가겠다는 선언이 아니라면, 정 위원장과 안 의원 모두 당장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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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알고 싶다] 이태원 참사, 꼭 알아야 할 7가지 질문 ②

2023.01.16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이태원 참사, 꼭 알아야 할 7가지 질문 ①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 이희훈

질문1. 대규모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질문2. 민원과 신고 전화가 빗발쳤음에도 출동과 대처가 늦어진 이유
질문3.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를 정부가 관리했던 사례와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
질문4. 핼러윈 당시 치안이 아닌 마약 수사에 집중한 이유, 지시자와 참사 당일 마약 단속계획
질문5.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는 누구였는지
질문6. 참사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보고 받고 조치한 사안은 무엇인지
질문7.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있는 건지


[질문4] 핼러윈 당시 마약 수사에 집중한 이유, 지시자와 참사 당일 마약 단속계획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는 총 137명의 경찰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 중 50명은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배치된 형사 인력이었다. 인파와 교통 통제를 위한 경비 인력은 부족한데도 50명이라는 대대적인 인력을 단속에 투입한 것으로, 시민 안전보다 마약 수사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대대적인 마약 수사를 직접적으로 지시한 사람은 김광호 서울청장으로, 지난 11월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질의에서 ‘본인이 직접 마약 수사를 지휘했다’고 답변했다. 김광호 청장은 당초 용산서가 계획한 마약 단속 인원 15명에 서울청 마약수사대와 인접서 형사까지 더해 3배 가까이 증원하도록 지시했으며, 대통령실이나 행안부, 법무부, 검찰청 지시나 협조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광호 청장은 1월 4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마약 수사 계획을 중점적으로 세운 이유에 대해 “취임하고 나서 마약 문제가 굉장히 불거져서 지난해 7월부터 마약 특별단속도 시작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마약에 대한 특별대책을 지시하셨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마약과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은 지난 2022년 8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마약류 범죄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자체적으로 체결하는 등, 마약류 집중단속을 국민체감 전략과제 1호로 선정하고 마약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의 기조에 적극 발을 맞춰왔다.


하지만 현행 경찰법에 따르면 시도경찰청장은 지역주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치경찰의 사무에 대해서만 지휘, 감독 의무와 권한이 있으며, 마약 수사와 같은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지휘와 감독 아래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김광호 청장의 말에 따르면, 그는 권한도 없는 정부 관심 사안에 대해 집중하느라 서울시 자치경찰의 장으로서 가장 우선시해야 했을 시민의 안전 및 치안 문제에 대해서는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치경찰 사무에 따르면 시도경찰청장은 지역주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치경찰의 사무에 대해서만 지휘, 감독 의무와 권한이 있으며, 마약수사와 같은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지휘와 감독 아래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11월 5일 경찰청 등이 이성만 의원실에 제출한 ‘핼러윈 데이(10. 31.) 축제 기간’ 마약류범죄 단속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문서를 살펴보면,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는 52명의 형사가 관내 클럽 등 유흥업소 밀집 지역 중심 순찰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계획에서는 ‘가시적 형사활동’을 중점으로 인파 집중 시간대 주요 클럽 주변에 형사기동차량을 배치하고 형사 조끼 착용 근무를 지시했다.


특히 축제 기간 중 많은 인파 운집이 예상되니 사전에 거점, 순찰 지역을 확보하고 성범죄나 폭행 등에 대해서도 예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정복/사복 경찰의 수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고, 참사 이전까지 ‘가시적’인 순찰에 해당하는 활동은 21시 33분 현장 근처에서 인파 분산을 유도한 단 한 건뿐이었다.

▲핼러윈 데이(10. 31.) 축제 기간 마약류범죄 단속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문서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에서는 52명의 형사가 관내 클럽 등 유흥업소 밀집 지역 중심 순찰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 정보공개센터


[질문5]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는 누구였는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2월 23일 특위 현장 조사에서 ‘사상자 병원 이송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는 질책에 “제가 사상자 중에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지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제가 다 주체적으로 역할을 했다”고 밝히며 ‘본인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고 자처했다.


그러나 사고 수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던 이상민 장관이 사건을 인지한 것은 대통령(11시 3분) 보다 늦은 오후 11시 20분이었다. 이 장관은 오후 11시 49분 처음으로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사고 현장 파악 및 현장 방문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고, 새벽 12시 45분에야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소방대응 2단계가 11시 13분 발령되었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12시 30분 구성된 상황이었지만, 행안부가 주관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참사 이후 4시간이나 지난 새벽 2시 30분에 구성되었다.


그사이 참사 현장에서는 소방의 지휘 아래서 구조와 수습이 계속됐다. 이성만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참사 당일 소방 무전 녹취록에는 당시 현장이 통제되지 않고, 아수라장인 상황이 드러났다. 실질적으로 병상 확보와 환자 분류 등을 지시하는 역할은 소방이 맡을 수 없었고, 국립중앙의료센터 상황실이 수행했다.


하지만 상황실이 우선적으로 각 기관과 상황을 통제할 권한은 없었다. 11월 8일 보건복지부가 신현영 의원에 제출한 ’10월 29일 참사 당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일선에 투입된 의료진들은 ‘사망자 대신 살려야 할 환자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의료진 진입을 경찰이 막고 있다’ 등의 상황을 공유하며 카톡방에 협조를 호소했지만 응급의료팀을 중심으로 소방과 경찰에 적절한 지시를 내리고, 상황을 정리할 컨트롤 타워는 부재 상태였다.

▲10.29 참사 당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을 보면 일선에 투입된 의료진들은 사망자 대신 살려야할 환자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배치해야 한다 의료진 진입을 경찰이 막고 있다등의 상황을 공유하며 카톡방에 협조를 호소했다. ⓒ 신현영의원실


이상민 장관은 중대본이 늦게 구성된 이유에 대해 “이번 참사처럼 일회성으로 이미 재난이 종료되고 사고 수습 단계에서는, 중대본은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게 아니”라고 발언했다. 그는 “중대본은 사망자 확인, 이분들에 대한 보상, 추모 공간 마련, 이런 것을 하는 곳”이며 긴급구조는 소방의 역할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소방뿐 아니라 경찰, 응급의료팀, 복지부, 지자체 등의 역할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상황을 지시할 중대본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했다. 재난안전법 상으로도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의 대응 및 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 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기구로, 국가재난상황에서의 보고, 피해판정, 대응 및 자원 동원의 역할을 모두 포함한다.


한편 지난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재난의 컨트롤 타워, 안전의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현행 대통령훈령 제388호에 해당하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에서는 국가재난상황에서 대통령실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컨트롤 타워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현재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공개해달라는 자료제출요구 및 정보공개청구에 전부 비공개로 대응하고 있어, 재난대응체계에서 대통령실 역할을 포함한 각 기관들의 책임과 기본적인 전달체계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질문6] 참사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보고 후 조치한 건 무엇인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은 2022년도 국정조사 요구자료를 통해 사고 발생 38분 뒤인 밤 10시 53분 소방청으로부터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으며, 국정상황실장이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11시 3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서초동 사저에서 보고를 받은 뒤 11시 21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신속한 구급 및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1차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후 11시 54분 부상자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신속히 응급병상을 확보하고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체계 가동하라’는 2차 긴급 지시를 내렸다.


첫 보고를 받은 지 99분 뒤인 0시 42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주재 시간에 대해 지난 12월 27일 용혜인 의원은 “국민 안전이 걸려있는 위급한 상황이면 단 1분 1초도 공백이 생겨선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당선 당시 발언을 인용하며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8분밖에 걸리지 않음에도 시간이 지체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시간이 지체된 이유나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고, 실시간 재난 대응을 위해 24시간 운영하겠다고 했던 ‘국가지도통신차량’을 사용했는지 여부 역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0시 55분 김광호 경찰청장과 통화로 구급차 통행로를 확보하라고 지시한 뒤, 2시 44분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10월 30일 서울경찰청에 하달된 1차 중대본 회의 내용에서는 11/5 자정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설정,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긴급주재회의 안건 및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하였으나,
대통령실은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브리핑 내용만을 공개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했다. 중대본 회의의 안건과 회의록에 대해서도 청구를 진행했으나 행정안전부에서 일체 사항을 비공개했다.

▲서울경찰청에 하달된 중대본 회의 내용에서는 11/5 자정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설정,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가 아닌 “사망자”, “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 정보공개센터


[질문7]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있는 건지


이태원 참사를 마주한 시민들은,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시국을 바라보며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안전관리 대책과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참사 직후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축제’를 관리할 의무와 매뉴얼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TF 회의를 구성했다. 본 TF에서는 향후 주최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안전 관리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한편, 자치단체의 재난 안전 상황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난상황실 상시 운영 체계 구축, 지능형 CCTV 확충, 자치단체 재난 안전 전담 인력 확충 및 자치경찰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2022 11.18행정안전부 보도자료).

하지만 시민 안전에 ‘주최자 여부’를 따지며 ‘법률 미비’를 말하는 정부 당국의 책임회피는 그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참사 이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법령과 매뉴얼은 충분히 있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공연에 입장하던 시민 11명이 압사한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에서는 ‘지역축제안전관리매뉴얼’이 수립되었고, 경찰에는 이미 다중운집 행사를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공익성 여부 불문”으로 규정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도 있었다. (관련기사: ‘매뉴얼 있는데 또 만든다…참사 한 달 ‘경찰 대혁신 TF’가 하는 일’, 뉴스타파)

지능형 CCTV를 확충한다고 하지만 참사 당시 용산구에는 15억 원을 들여 만든 u-용산 CCTV 통합관제센터가 있었다. 참사 당일 없었던 것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실질적인 계획과 재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에 나서야 할, 책임을 지고 참사의 상황을 정리하고 수습해야 할 공직자들이었을 뿐이다.

▲2014년 경찰처에서 만든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에서는 경찰이 관리하는 다중운집 행사를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공익성 여부 불문한 모든 행사로 규정하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실행되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매뉴얼에는 있는’ 체계가 왜, 어떻게 적용되지 않았고, 작동하지 못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은 위험 요소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사고를 방치한 정부 당국의 책임을 명확히 지우는 일이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은 앞으로 일주일 남짓 남았다. 참사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참사의 과정과 대응에 대한 의문점 역시 많은 부분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유가족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고 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피해자들을 제대로 추모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날의 진상과 국가의 책임은 성역 없이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페이지(링크)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 정보공개 자료실(링크)

*정보공개센터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 시리즈 연재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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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알고 싶다] 이태원 참사, 꼭 알아야 할 7가지 질문 ①

2023.01.11

▲지난 12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22년 10월 29일 서울 중심부이자 가장 번화한 지역인 이태원 한복판에서 인파 운집 사고로 15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믿기 어려운, 전례 없는 참사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유가족과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핼러윈 행사에 십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되었음에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했던 국가와 책임자들은 그곳에 없었다. 마약 단속을 위해 이태원 일대에 수백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하는 와중에도 시민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았고, 참사 직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절박한 신고와 구조요청에도 제대로 된 응답과 조치는 없었다.


참사 10여 일 후인 11월 10일, 정보공개센터와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시민들과 함께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페이지를 만들고 ‘기록과 기억을 위한 10.29 이태원참사 정보공개운동’을 시작했다.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만 희생자들을 온전히 애도할 수 있고, 은폐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체들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기관이 생산⋅관리⋅전파한 원문 자료를 수집⋅공개하고, 이를 통해 서울시청과 경찰청이 ‘핼러윈데이’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용산구청 등이 참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규명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응 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정보는 무엇인지” 질문을 모았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7가지 질문에 대해 현재까지 수집된 문건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정리했다.

 

질문1. 대규모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질문2. 민원과 신고 전화가 빗발쳤음에도 출동과 대처가 늦어진 이유
질문3.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를 정부가 관리했던 사례와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
질문4. 핼러윈 당시 치안이 아닌 마약 수사에 집중한 이유, 지시자와 참사 당일 마약 단속계획
질문5. 참사 직후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는 누구였는지
질문6. 참사 당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보고받고 조치한 사안은 무엇인지
질문7.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있는 건지

[질문1] 대규모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이유

2022년 11월 1일 임호선 의원이 용산경찰서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에 따르면, 용산경찰서는 교통 혼잡을 예상해 교통기동대 1개 제대 20명의 경력을 서울청에 지원 요청했다.


이태원 관광특구에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이미 예견된 상태에서 턱없이 미흡한 대비였다는 지적이 일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11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울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했으나 당일 집회·시위가 많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 21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하며 서울경찰청의 책임을 부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기동대 요청 여부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용산경찰서는 내부 전산망을 통한 기동대 및 인력 배치 요청 내역 등 관련 자료를 감찰 및 수사 중이라는 사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공문을 통한 기동대 파견 요청이 없었다 하더라도 서울경찰청장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용산서에서 제출했던 계획에 따르면 교통기동대 20명의 지원은 밤 8시부터 12시까지 이뤄져야 했으나 서울경찰청은 ‘집회 통제가 먼저’라는 이유로 이미 현장이 마비된 9시 30분이 되어서야 기동대를 배치했다. 기동대의 공백으로 현장 경찰관들이 교통통제까지 병행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경비 인력은 신고 대응 등에 온전히 투입되지 못했고, 이는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용산경찰서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계획에 따르면 교통기동대 20명의 지원은 밤 8시부터 12시까지 이뤄졌어야 하나 서울경찰청은 집회통제가 먼저라는 이유로 이미 현장이 마비된 9시 30분이 되어서야 기동대를 배치했다. ⓒ 정보공개센터

또한 서울청에서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에 따르면, 이태원 관광특구에 112신고가 2배 이상 급증할 것을 이미 예측했고 사건 유형 역시 기타형사, 교통불편, 보호조치, 폭력 등으로 분석되어 교통기동대 외에도 현장의 경비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더불어 11월 2일 이태원 파출소의 일선 경찰관이 ‘핼러윈과 보름 앞서 열렸던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대비하기 위해 기동력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계획수립과 실무 협의 단계에서 이태원 일대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은 ‘시민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예방활동 및 신속한 현장대응’을 전혀 수행하지 않은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서울청장에 있다.

▲서울청에서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에 따르면, 이태원 관광특구에 112신고가 2배이상 급증할 것을 이미 예측했고 교통기동대 외에도 현장의 경비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 정보공개센터


[질문2] 민원과 신고 전화 빗발쳤음에도 출동과 대처 늦어진 이유

오후 6시 34분 최초의 112 신고를 포함해 참사 현장의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는 밤 10시 15분 참사 직전까지 11차례나 이어졌다.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 사고 112신고 현황‘에 따르면 참사 현장 일대 인파 관련 신고에 대해 ‘강력해산조치’ 등 경찰이 출동하여 조치를 취한 건수는 4건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주변에 경찰관 배치됨을 고지 후 종결’로 처리했다.


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당시 현장은 참사 장소뿐 아니라 이태원 일대의 교통 및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다수의 신고 전화가 빗발치는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제출한 ‘당일 정복 경찰의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에 112 신고 처리에 배정된 파출소, 지구대 경찰은 단 32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11월 7일 국회 행안위 이형석의원의 질의를 통해 이마저도 오후 8시까지는 주간 근무 인원인 11명이 모든 신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이태원참사 당일 오후 8시까지는 주간 근무 인원인 11명이 모든 신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이형석의원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경비 인력 지원, 인파 통제를 위한 지자체 협조, 부상자 파악을 위한 소방 대응을 구해야 할 컨트롤 타워의 지시는 작동하지 않았다. 오후 7시 30분 현장 경찰관이 교통기동대의 조기 배치를 건의했으나 거절당했고, 이후 상황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각 경찰 당국, 용산구와 서울시 등 치안 유지를 해야 할 유관기관 책임자들의 지시는 전무했다.


이는 참사 직후 초동대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월 28일 윤건영 의원이 경찰로부터 새로이 제출받은 112신고 현황 자료를 <한겨레>가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밤 10시 15분 첫 참사 발생 이후 1시간 동안에도 120여 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되었으나 행안부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을 비롯한 국가 재난 컨트롤 타워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기자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1월 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일선 소방관은 뒤늦은 경찰 인력 투입으로 현장 통제가 되지 않아 구조가 늦었다고 밝혔고, 당시 소방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경찰관을 2명 정도 보았다’고 증언했다.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는 만큼 수사 인력이 아닌 안전유지 경력을 미리 더 배치하고 인파 사고에 대한 계획을 세웠더라면 11명이 처리해야 했던 신고 대처와 초동대응의 모습이 지금과는 명백히 달랐을 것이다.

[질문3] 주최자 없는 대규모 행사 정부가 관리했던 사례,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

▲ 용혜인의원실에서 공개한 경찰청 2022년 봄철 벚꽃 개화기간 경비 안전활동 문서에 따르면 서울 전역에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인파가 몰릴테니 여의서로, 석촌호수에 의경부대 배치할 것을 수립하고 경력을 편성했다. ⓒ 용혜인의원실


참사 직후 정부, 지자체, 경찰 등 책임 기관들은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매뉴얼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 나섰다. 하지만 12월 27일 국정조사에서 용혜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봄철 벚꽃 개화기간 경비·안전활동’ 문서를 살펴보면, “서울 전역에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인파가 몰릴 테니 여의서로, 석촌호수에 의경부대 배치할 것”을 수립하고 경력을 편성한 바 있다. 또한 용 의원은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인파가 모일법한 지역에 선제적으로 경찰관 기동대를 배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매뉴얼 여부와 상관없이 계획을 수립했어야 함을 인정했으나, 1월 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벚꽃 개화기간에는 영등포구와 송파구의 기동대 요청이 있었다’며 지자체의 책임이 있음을 언급했다. 결국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주최자와 상관없이 수립되어야 할 안전 계획과 조치가 용산구에서도 경찰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사고가 없었던 이유’에는 다양한 측면의 요인이 있겠지만 정보공개운동을 통해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두 가지 지점을 짚어볼 수 있다. 먼저 이성만 의원실이 서울경찰청 등에서 제출받은 ‘
2017년~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 문서‘를 살펴보면, 2021년에는 방역과 치안을 목적으로 3개 기동대 135명을 배치하였고, 2020년 역시 기동대를 배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거슬러 가면 2017년에 자료에서만 방범순찰대 경력 요청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2017-2019년 모두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가장 우선에 있는 대응 과제로 설정되어 있었고, 매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에 물통을 설치해 인파가 도로로 밀려 나오지 않게 방지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종합하면 이전에는 치안계획에 ‘인파를 대비한’ 인력과 조치가 명확하게 있었다.

▲ 2017-2019년 모두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가장 우선에 있는 대응과제로 설정되어 있었고, 매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에 물통을 설치해 인파가 도로로 밀려나오지 않게 방지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 ⓒ 정보공개센터


한편, 용산구청의 경우 2021년과 2020년에는 안전사고 등 대비를 위해 ‘핼러윈 데이 관련 민관 합동 연석회의’를 구청장의 주재로 진행해왔다. 해당 회의에는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 등 20여 명이 참석해 관계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도모했다.


하지만 2022년 박희영 구청장은 합동회의를 축소했다. 용산구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 27일 용산구청은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해당 회의는 부구청장의 주재로 구청 내 11개 부서장만이 모여 1시간가량 진행되었고, 박희영 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6일 진행된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역시 용산경찰서와 구청, 역장과 상인회가 만나는 4자회의였으나 용산구청 측은 자원순환과 공무원 두 명만을 참석시켰다. 용산구청은 역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 시민들이 청구한 2017년~2022년까지 핼러윈 대비 회의 자료와 회의록을 수사 자료라는 이유로 전부 비공개했다.

▲ 용산경찰서에서 제출한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내용 문서에 따르면 10월 26일 진행된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는 용산경찰서와 구청, 역장과 상인회가 만나는 4자회의 였으나 용산구청 측은 자원순환과 공무원 두 명만을 참석시켰다. ⓒ 정보공개센터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이태원 참사, 꼭 알아야 할 7가지 질문 ②”로 이어집니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페이지(링크)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 정보공개 자료실(링크)
 


*정보공개센터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 시리즈 연재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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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은 기업 공개합니다

2023.01.03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어간 ‘위험 기업’은 어디일까? 하루가 멀다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게 현실임에도 이 단순한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공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정보공개센터가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이하 일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죽 프로젝트는 누구든 기업명을 검색하면 그 기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에 따른 사망 여부뿐만 아니라 산업재해 형태, 행정조치와 송치 여부까지 공개되는 국내 유일 데이터베이스다.

정보공개센터는 일죽 프로젝트 홈페이지 제작을 위해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표자료, 고용노동부가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연도별 중대재해 사업장 현황,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입수한 재해조사 의견서 등 다양하고 방대한 산업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취합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에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에 구인 광고를 올리면 해당 기업의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일죽’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동으로 포스팅하는 알림 기능도 넣었다.

정보공개센터는 일죽 프로젝트 홈페이지 공개와 함께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2021년 5월 31일까지 재해사고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중대재해 많은 위험기업’ 상위 10개사도 분석했다. 안전관리에 있어서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산업재해 원하청 통합관리 제도의 취지에 따라 하청 업체에서 벌어진 사고 역시 원청 기업의 사고로 포함하였다.

         
정보공개센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재해사망자와 재해 사고가 발생한 곳은 브랜드 아파트 푸르지오와 푸르지오 써밋으로 유명한 대우건설이었다. 대우건설에서는 지난 5년간 2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무려 2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매년 5명의 노동자가 대우건설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격이다.

두 번째로 중대재해가 많았던 곳은 e편한세상과 아크로 리버파크 등의 브랜드 아파트를 건설한 DL 대림산업(2021년 건설 플랜트 사업은 DL 이앤씨로 분할 설립)이었다. 대림산업에서는 지난 5년간 18건의 중대재해에서 1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1년 평균 3.6건의 중대재해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GS건설이 그 뒤를 이었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와 서해대교, 타임스퀘어, IFC 서울 등을 건설한 GS건설에서는 5년간 1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들 기업 뒤로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엘리베이터, 한신공영, SK에코플랜트 순으로 재해 사고와 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효성 없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관련 정보공개 

지난 5년간 자료에서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한 상위 위험기업 10곳 대부분이 대형 건설사라는 점도 눈에 띈다. 아무래도 사업장에 위험 요소가 많고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업종이다. 그만큼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기업도 다시 확인하고 정부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관점은 특별한 것이 없는 단순 진단이지만 그나마 산업재해 관련 정보가 원활하게 공개될 때 드러난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부의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홈페이지에 분기별 산업재해 현황과 연간 산업재해 현황을 공개하는데 이 정보로는 사고 유형이나 사업주의 법적 의무 위반 내용 확인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이 산재 다발 사업장 명단과 사고 발생 건수를 공개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정보공개마저도 산재사고 관련 모든 행정절차, 심지어 대법원 최종심까지 종료된 후에 공개하는 경우도 있어 실질적인 정보공개까지는 최소 2년에서 길게는 4년여가 소요된다. 또한 이렇게 뒤늦게 확정된 산업재해 현황 정보는 활용이 어려운 PDF 파일로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구석에 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가 재해 발생 기업에 아무런 경각심과 압박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고 등 참혹한 중대재해가 발생해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음에도 한국의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되레 큰 폭으로 늘었다.

e-나라지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1년 2080명이다. 이는 2015년 사망자가 1810명이었던 것에 비해 약 15% 증가한 수치다. 업무상 질병자 수 역시 2021년 한 해 2만 435명으로 2017년 이래 한 해도 쉬지 않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산업재해가 계속 증가하는 기저에는 정부의 소극적인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가 있다. 일죽 프로젝트는 정부가 스스로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과 노동자의 알권리를 지켜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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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공개사유]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가 필요한 이유

2023.01.03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일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프로젝트(이하 일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종의 산업재해기업 DB 홈페이지인데 간단하게 기업명을 검색하면 그 기업에서 발생했던 산업재해 사망사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내역에는 단순히 사망여부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의 형태, 행정조치와 송치여부까지 공개되는 국내 유일한 DB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사망사고가 일어났던 사업장이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정보사이트인 워크넷에 구인광고를 올리면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SNS를 통해 포스팅하는 나름 신박한 기능도 탑재했다.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홈페이지

이런 특징들 때문인지 일죽 프로젝트가 공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일죽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유독 많이 받는다. 사실 정보공개센터가 일죽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와 목적은 너무 단순하다. 정부가 산업재해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03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 산업재해 현황과 연간 산업재해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들에서는 산재 다발 사업장 명단과 사고발생 건수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 정보로는 사고의 유형이나 사업주의 법적 의무 위반 내용 확인이 전혀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산재사고 관련 모든 조사와 행정처분, 심지어 재판 최종심까지 종료된 후에 공개되어 정보의 시의성이 극히 떨어진다. 심지어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뒤 3년, 4년 된 사고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는 경우있다. 결국 정부의 정보공개라는 것이 뒤늦은 통계적 정보를 공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홈페이지 상단에 ‘사망사고속보’를 통해 산업재해 사망사고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업장명은 비공개하고 있다. 둘 중 어디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산업재해 현황 공개가 재해발생 기업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인데, 매년 수천 곳의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이 활용하기 어려운 PDF 파일 형태로 한꺼번에 공개되어 정보로서 가치가 떨어지고 활용도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재해 정보를 공개해 기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본래 취지는 이미 무색해진지 오래이고 기업 입장에서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가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산업재해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되려 몇년째 큰 폭으로 늘었다. e-나라지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1년 2,080명이다. 이는 2015년 사망자가 1,810명 이었던 것에 비해 약 15%나 증가한 수치다. 업무상 질병자 수 역시 2021년 한 해 20,435명으로 2017년 이래 한 해도 쉬지 않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 노동자들이 부당한 위험한 업무조건 속에서 안타깝게 희생당하면서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음에도 산업재해는 되려 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공개제도가 일부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 단 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중대재해로 분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명칭, 발생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공표하도록 해 이전보다 사망사고에 대한 공개 정보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모든 사업장이 아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만 공표 대상으로 제한하며, 그나마도 ‘형이 확정된 경우’에 공개하거나 홈페이지 공표기간을 1년으로 제한해 실효성을 되려 깎아먹었다.

산업재해는 되려 몇년째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공개제도는 실효성이 부족하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산업재해 기록을 자세히 공개한다

미국 OSHA 작업관련 사망사고 조사 데이터 제공 페이지

한국이 자주 언급하는 주요국가들의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 수준은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은 방대하고 체계적인 산업재해 집행 DB를 만들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정보와 관련 법률 위반 사항, 그로 인해 받은 처벌 또는 벌금 등의 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HSE)도 보건안전법을 위반한 기업 주소지와 업종, 법률 위반 사항, 발생했던 사고 이력 등 산업재해 사건의 기록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누구나 쉽게 재해 조사 내용을 검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관련 법률을 위반한 기업이 어디인지 국민과 노동자들에 알권리와 정보공개를 기본에 두고 산업재해 관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과 산업재해 사고 내용을 공개하는 일죽 프로젝트는 단순히 산재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망신주기 위해서 시작된 게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장하지 않았던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과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되었다. 정부가 국민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앞서서 보호하는데 이번 일죽 프로젝트가 조금이라도 자극이 되어 보다 신속하고 투명한 산업재해 관련 정보공개가 이뤄진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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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한덕수의 햇빛, 브랜다이스의 햇빛

2022.12.29

은평시민신문에 실린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8일, 한 총리는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린 자리에서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 “노동조합 재정운영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조의 재정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앞으로 회계 자료 공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미 노동조합의 재정 상황은 회계 감사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정부가 끼어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대통령실 집무실 수의계약 관련 정보이태원 참사 관련 자료를 국회의원들에게도 꽁꽁 감추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가 ‘햇빛’과 ‘투명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입니다. 세무관서에서 최근 현장점검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의 회계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노동조합 때리기’, ‘시민단체 때리기’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정보공개 활동가인 저로서는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는 발언에서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정보공개 운동의 금언인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다”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다”라는 문구는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말로 유명합니다. 브랜다이스는 기업과 조직이 대중과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투명한 정보공개와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유명한 비유가 반부패와 투명성을 상징하는 문구로 떠올랐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하버드 유학파라서, 하버드 출신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브랜다이스의 말을 가져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원조’격인 브랜다이스의 생애와 활동을 생각해보면 “노조 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야 한다”는 한덕수 총리의 발언에 더욱 실소를 짓게 됩니다. 브랜다이스는 법학자이자 변호사, 그리고 연방대법관으로서 시민의 알권리를 강조하고,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이론적으로 정초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실 예산 뿐 아니라 직원 명단까지 비공개하고, 고위공직자 신원조회를 통해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기능을 부활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를 함께 떠올리는 것이 실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여 미국 노동운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합니다. 브랜다이스는 1908년, 뮬러 대 오리건 주 사건(Muller v. Oregon)에서 오리건 주를 대표하여 여성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이후 미국의 노동자 권리와 사회복지 제도의 근거가 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역시 오히려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됩니다.

잘 알려진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말을 몇가지 더 인용하겠습니다.

루이스 뎀비츠 브랜다이스(Louis Dembitz Brandeis)

 “강력하고 책임 있는 노동조합은 공정한 산업 발전의 핵심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협상은 일방적일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은 시민이라는 직책이다.”
“피해에 대한 두려움 만으로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 할 수 없다.”

 

 

모두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시민단체를 매도하고, 언론을 억압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가 깊이 새겨야 할 금언들입니다. 진짜 ‘햇빛’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거울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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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국가안보실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공개하라

2022.12.13

 

청구 하지 않은 국방⋅안보 등 내세워 재난 관련 내용 비공개, 이의신청

재난관리체계 컨트롤타워인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역할이 확인되어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2/2(금) 정보공개청구한  대통령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이하 기본지침)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12/6(화) 등 비공개를 결정하여 통지했다.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법제처에 청구했으나 타기관 이송을 거쳐 국가안보실이 최종 결정했다. 이들 단체는 이의신청하며 기본지침의 공개를 요구했다.

기본지침은 재난관리 등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재난과 관련한 현행 매뉴얼 등의 근거규정이기도 하다. 세 단체는 국방, 재난 등 다양한 형태의 위험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기본지침을 정보공개청구하면서 국방, 안보 등의 내용은 제외하고 사회재난 등 재난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만 공개를 청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실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비공개를 결정했다. 결국 국가안보실은 청구한 내용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청구하지 않는 내용을 근거로 비공개를 결정한 셈이다. 국가안보실의 이와 같은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청구한 정보에 법률에 따라 비공개대상이 되는 내용과 공개가 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을 경우로서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위 2개 내용을 분리할 수 있다면 공개 가능한 부분은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법률에 따라 기본지침 중 국방, 외교 등과 관련한 내용을 제외하고 재난과 관련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국가안보실 중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방, 안보 뿐만 아니라 사회⋅재난안전과 관련한 국가위기의 초기상황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와 관련하여 기본지침에는 국가안보실 또는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역할이 적시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본지침을 임의로 수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10.29이태원참사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재난관리와 관련한 국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기본지침의 비공개는 결국 참사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국가안보실은 10.29이태원참사 발생의 원인, 그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 등을 밝히는데 활용되어야 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참사의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보도자료/이의신청서 등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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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국무총리실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 단 1건뿐?

2022.12.12

한덕수 총리 참사 수습 지휘했는데 왜 문서는 없나… 시민 정보 접근 차단?

국무총리실 정보 목록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일을 안 해서 찾을 수 없든, 정보를 숨겨서 찾을 수 없든 그 이유가 무엇이더라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있기 5일 전인 10월 24일부터 참사 발생 이후 정부의 대응이 본격화되었던 11월 8일까지 국무총리비서실의 기록물 등록대장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국무총리실이 생산 및 접한 기록물은 총 233건이다. 하지만 이 중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기록은 10월 31일 정무기획비서관의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 전달> 이 한 건밖에 없다.

▲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2022년 10월 24일 ~ 11월 8일까지의 기록물 등록대장.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이 해당 기간 기록물 중 유일하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것이다.

☞ 국무총리비서실 기록물등록대장(20221024-20221108) 보기
 
 하지만 이마저도 자세히 살펴보면 국무총리실이 생산한 문서가 아니라 인사혁신처로부터 접수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로 국무총리 지시사항이 나간 거라면 최소한 총리실에서 인사혁신처로 어떤 내용을 지시했는지 그 내용이 적힌 기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총리실의 기록물 대장에서는 받은 건 있지만 보낸 흔적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공공기관은 업무와 관련한 행위를 기록으로 남길 의무가 있으니 그 기록을 보면 이태원 참사 관련 어떤 수습 및 대응 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정보로는 확인할 길이 요원하다.

대상 기간과 기관을 확대해 살펴봤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10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국무총리비서실의 정보목록*을 확인해봤다. 검색어를 ‘이태원’ ‘10.29’ ‘참사’ ‘사고’ ‘핼러윈’ ‘할로윈’으로 각각 확인해봤지만 검색된 결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정보목록이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문서의 목록으로 공공기관의 업무내용을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법에 따라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 2022년 10월 29일 ~ 12월 5일 동안 국무총리비서실의 정보목록 중 “이태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는 단 한 건도 없다.
▲ 2022년 10월 29일 ~ 12월 5일 동안 국무조정실의 정보목록 중 “이태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 국무조정실에서 생산한 이태원 참사 관련 문서. 비공개 문서다.

혹시라도 국무총리비서실이 아닌 국무조정실에서 해당 업무를 한 건 아닐까 싶어 같은 조건으로 검색을 해 봤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월 7일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 운영을 위한 자료요청> 이라는 문서 단 한 건만이 확인될 뿐이다. 다른 공공기관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문서들을 몇 건씩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결과다.

그렇다면 국무총리와 국무총리실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공문의 흔적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국무총리는 참사 발생 직후 전 공공기관에 공무원 기강 확립 관련 지시를 내렸다.

정보 비공개 전환… 시민의 알권리 훼손 

참사 이후 한덕수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본부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관련 업무를 했다. 이러한 내용은 기사를 검색해보거나 다른 공공기관의 정보목록만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리실의 정보목록과 기록물 등록대장에서 관련 업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이태원 참사에 책임 있는 기관 중 하나인 용산구청은 참사 이후 ‘이태원’ ‘핼러윈’ 등의 단어가 포함된 문서들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심지어 1-2년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공개했던 핼러윈 축제 대응 문서들을 참사 이후 갑자기 비공개로 바꿨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용산구청이 수사를 방해하고 정보를 은폐하는 시도를 했다며 비판했다.

이런 식의 정부 대응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던 2014년 당시 해경은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문서 제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감사에 대비해 정보 검색이 불가능 하도록 한 조치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이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정보를 비공개하거나 검색이 불가능하게 조치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있다 보니 국무총리실 역시 참사에 대한 시민의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정보 목록에서 누락시키는 등 시민의 알권리를 훼손한 것은 아닌지 그 정황을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의심과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무총리실이 정보 접근을 보장하면 된다. 

현재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많은 국민이 정부의 사고 방기와 미흡한 대응 및 조치에 대해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와 시민에게 조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알권리 보장은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 등을 위한 기본 전제로 많은 국제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정보공개센터는 현재 국무총리실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소방청과 용산구청 등을 상대로 기록물등록대장을 정보공개청구해 둔 상태다. 이 밖에 참여연대, 민언련과 함께 참사와 관련해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문서와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다(보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하며 공개 여부의 자의적인 결정, 고의적인 처리 지연 또는 위법한 공개 거부 및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는 법에서 정한 원칙이며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국무총리실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만약 국무총리실이 시민들의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 접근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면 이는 알권리 침해이자 명백한 진상규명 방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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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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