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김장환 회원]방송장악과 불소통 정부

2009.01.29

이 공간은 정보공개센터의 회원들이 칼럼을 올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저는 칼럼이라기보다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답답한 일들을 보며 느낀 생각과 푸념들, 그리고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채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데, 그 답답함을 어디엔가 풀어놓아야 저도 조금은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듯싶습니다.

저는 이 공간을 빌어 ‘소통(疏通)’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록관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소통’은 제 인생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기록관리는 정부와 정부,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공시적으로 또 통시적으로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소통의 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억’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기록학을 ‘소통과 기억에 관한 학문’이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요새 세상살이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도무지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보고 접하게 되는, 또는 직접 피부로 와닿게 되는 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마 그 시작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께서 취임을 한 시점과 맞물리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노라며 우선 언론을 통제하기 시작하더군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최시중을 임명하며 ‘측근을 앉혀 직언을 하도록 하겠다’더군요. 아마 국민의 눈과 귀가 될 방송에 있어 독립성과 중립성은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후 YTN 사태로 그러한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더니, 최근에는 공영 방송인 KBS마저 마음대로 사장을 임명하고 입맛에 맞게 휘두르고, 급기야 박정희 시대 이후 처음으로 해직 기자를 탄생시키는 위염을 토해냈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더라도 국민들 배를 곯지 않게 해 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국민들이 굳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하시고 전과 12범인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당장 먹고살기 힘드니까 그랬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웰컴투 동막골>의 이장님이 뿜어내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밀은 바로 ‘뭐 마이 묵여야지’ 바로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경제를 봐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재래시장을 손수 찾아가서 국밥 말아 드시며 서민의 애환을 몸소 체험하시던 분이, 막상 당선이 되자마자 경제 5단체를 친히 불러 고개를 조아리더군요. 그 이후 민생을 위한 경제 정책보다는 재벌들 배곯지 않게 해 주는 정책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금산분리 폐지 추진, 부동산 문제, 제 눈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 보입니다. 더구나 청년 실업률은 IMF 이후 최대라 합니다. 당장 저 역시 산업예비군이 될 처지에 놓여 있기에 남일 같지 않습니다.

국민의 입과 귀를 막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거기에 광우병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까지 들여와서 국민더러 먹기 싫음 안 먹으면 된다 그러더군요.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직접 뜻을 전달하고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눈과 귀뿐만 아니라 입까지 막고자 하셨습니다.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곤봉과 물대포 세례, 그리고 유모차 부대에 대한 ‘정당하고 엄정한’ 법적 처벌, 일반 시민에 대한 무차별 구속뿐이었습니다.

시민의 눈과 귀, 입, 그리고 행동을 틀어막아 소통의 부재를 초래하는 현 정권의 막가파식 대응은 미네르바라는 일개 네티즌을 구속시켜 외국의 언론에 해외 토픽감을 제공하시더니, 최근 용산 사태를 정점으로 이제는 사람까지 그냥 죽입디다. 사람을 죽여놓고서 하는 소리라고는 불법 시위는 엄벌에 처한다는 것뿐입니다. 전 너무나 답답해 눈물이 다 납니다.

이 외에도 넋두리를 풀어놓기에 이 공간은 좁은 감이 있군요. 대운하 사업 안 한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름만 바꿔서 사업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작해 버렸습니다. YS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습니다. 국제중 설립, 일제고사 부활 등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경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현재 교과서가 ‘좌빨’이라며 교과서를 개정하고, 광복은 어느새 건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제, 정치, 교육, 사회… 어느 것 하나 맘이 편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이야기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합법적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거리에 촛불이 왠말이며 화염병은 또 왠말이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합법적인 창구를 찾을 길이 없네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알 권리가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소통’할 수 있는 합법적인 창구는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요.

지난 10년을 거치며 그래도 남한 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노라 조금은 안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안토니오 그람시는 옛것은 사라져서 없고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을 때가 바로 위기라 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위기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람시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 역시 했더군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낙관할 수 있는 의지인 것 같습니다.

넋두리가 너무 길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로 다시 돌아와야겠습니다. 결국 절차적 민주주의를 다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다시 ‘소통’을 이야기해야겠습니다. 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 정부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유리창처럼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 그래서 정권에 상관없이 부패가 아닌 청렴함이 기반이 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역시 그 역할을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해야 할,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저의 푸념들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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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김석기 청장이 서명한 진압승인 문서는 위법이다.

2009.01.28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보고는 받았으나 승인하지 않았다는 발뺌이 무력화된 것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문서(기록) 때문이었다. 만약 문서가 없었다면 그의 모르쇠는 ‘通’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기록의 위대함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의 행정투명성과 책임성 차이는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발뺌을 무력화시킨 그 문서마저도 위법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서 정부의 공식적인 문서 서식이 아니다.

정부의 문서작성과 처리는 대통령령인 「사무관리규정」및 동시행규칙에 정해 놓았다. 가장 일반적인 문서의 서식은 다음 그림과 같다.

 


이 문서서식은 정부업무관리시스템인 통합 온나라시스템에서 작성하는 문서관리카드의 본문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정부 공식 문서서식이다. 그런데 김석기 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이 서식과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 서식은 아마 간이기안문의 서식인 듯 한데 현재 사용하는 서식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간이기안문의 서식은 다음 그림과 같다. 

등록번호

 

 

 

 

 

 

등록일자

 

 

 

 

 

 

결재일자

 

 

공개구분

 

 

협조자

 

 

 

 

 

 

 

 

 

 

 

(목)

 

 

 

 

   

※ 필요한 경우 보고근거 및 보고내용을 요약하여 기재할 수 있음

 

 

 

 

 

 

 

○○○○부                             ○○○○부

(처·청 또는 위원회 등) 또는 (처·청 또는 위원회 등)

○○○○국                             ○○○○과


문서처리는 신속처리, 책임처리, 적법처리, 전자처리 등 네 가지의 원칙이 있다. 이 중 적법처리의 원칙은 “문서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일정한 형식 및 요건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권한있는 자에 의하여 작성·처리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전자처리의 원칙은 “행정기관의 장은 문서의 기안ㆍ검토ㆍ협조ㆍ결재ㆍ등록ㆍ시행ㆍ분류ㆍ편철ㆍ보관ㆍ보존ㆍ이관ㆍ접수ㆍ배부ㆍ공람ㆍ검색ㆍ활용 등 문서의 처리절차가 전자문서시스템 또는 업무관리시스템상에서 전자적으로 처리되도록 하여야 한다.”(「사무관리규정」제10조의2)는 것이다.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문서처리 원칙 중 적법처리를 명백히 위반했다. 전자처리의 원칙에도 위배된 것이다. 「사무관리규정」제14조 제1항에는 “문서의 기안은 전자문서로 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으며, “업무의 성격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되어 있다.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종이문서로 처리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간이기안을 한 것은 문제다. 간이기안은 보고서·계획서·검토서 등 내부적으로 결재할 때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딜 봐서 이 문서가 보고·계획·검토인가? 백번 양보해서 간이기안을 용인한다고 해도 현재의 서식을 이용했었어야 한다.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있어야 할 기본 항목이 없거나, 반드시 입력해야 할 것을 누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자.

먼저, 문서번호가 없다. 문서는 생산한 즉시 기록물등록대장에 등록하고 생산등록번호를 부여하여야 한다.(「사무관리규정」제24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20조) 즉, 문서번호가 없으면 문서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문서를 등록하고 번호를 부여받는 것은 출생신고를 하는 것과 같다. 만약 등록을 하지 않으면 관리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원히 찾지 못할 미아가 되는 것과 같다. 문제는 문서를 생산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것이 고의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서(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행정책임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직무유기이며,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이다.

다음으로. 보존기간 표시 문제이다. 문서 건(件)에는 보존기간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 보존기간은 문서 철(綴)에 부여한다. 이는 어떤 사안에 해당하는 각각의 문서를 하나로 묶어 보존함으로써 해당 기록이 그 사안의 연원과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록관리법령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문서 건에 보존기간을 부여했다. 그래서 보존기간이 만료되면 그 건을 폐기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전혀 관련없는 사안의 문서들이 편철(編綴)되어 보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보존된 기록은 연원과 맥락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기록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존기간은 문서 건이 아닌 철별로 부여한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갈 것은 3년이라는 보존기간이다. 보존기간에 대해 이해를 위해「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별표 1]의 ‘기록물의 보존기간별 책정 기준’을 먼저 보자. 이에 따르면 3년을 보존하도록 제시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처리과 수준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산한 기록물로서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업무에 참고하거나 기관의 업무 수행 내용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기록물

 2. 행정업무의 참고 또는 사실의 증명을 위하여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할 필요가 있는 기록물

3. 관계 법령에 따라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민·형사상의 책임 또는 시효가 지속되거나, 증명자료로서의 가치가 지속되는 사항에 관한 기록물

4. 다른 법령에 따라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하도록 규정한 기록물

5. 그 밖에 1년 이상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기록물

6. 각종 증명서 발급과 관련된 기록물(다만, 다른 법령에 증명서 발급 관련 기록물의 보존기간이 별도로 규정된 경우에는 해당 법령에 따름)

7. 처리과 수준의 주간·월간·분기별 업무계획 수립과 관련된 기록물

그런데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에 해당하는 것은 기준에 없다. 참고로 같은 별표의 30년을 보존하도록 한 기준의 두 번째 항목에는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등 고위직 기관장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기록물”이 있다. 경찰청 기록의 성격을 알지 못해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내 판단에는 3년이 아닌 30년 보존대상의 문서(기록)인 듯 하다. 아마 일상적인 경찰업무이기 때문에 30년까지는 보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밑줄로 강조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기관장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공개구분이 없다. 문서를 생산할 때 기안자는 정보공개 속성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즉, 공개, 비공개, 부분공개 여부를 판단하고 만약 비공개나 부분공개라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 각호의 정보 비공개 대상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 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김석기청장이 서명한 문서에는 아예 그것을 부여할 항목이 없다.

문서를 생산할 때 정보공개여부를 미리 부여하도록 한 것은 비공개나 부분공개 대상이 아니면 신속하게 공개하기 위해서이다. 아마도 문서의 성격상 비공개대상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비공개로 속성을 부여하면 될 텐데 아예 이를 부여할 항목조차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혹시 서울지방경찰청이 예전의 서식을 이용하는 것이 아예 공개는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좌절이다.

도대체 서울지방경찰청은 어느 나라 기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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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해직기자, KBS 성재호 기자는 어떤 사람인가?

2009.01.28

– 왼쪽부터 양승동피디,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 –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작년 12월 31일 교회에서 송구영신 모임을 하면서, 교인들에게 몇 가지 고민과 소망을 나눈 적이 있다. 가장 큰 고민은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분노’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고, 소망은 새해에 이런 분노를 잘 조절해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런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새해 결심’ 이라는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을 쑥 내밀었다. 아마도 유치원에서 방학숙제를 내주었는데 ‘가족들의 결심’에 대해서 써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소리 지르지 않기‘ 라고 써 달라는 것이었다. 글을 적으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들도 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었을 까 하는 반성도 해보았다.

  하지만 2009년이 시작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송구영신의 결심은 무너지고 있다. 나는 다시 화가 난 얼굴로 집으로 들어가 있고, 뉴스를 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다시 내 속에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던 서민들이 경찰 특공대의 진압으로 불에 타 죽는 사건이 서울 한 복판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살이 떨린다.

  그런데 그 뒤가 더 기가 막힌다. 여당과 경찰 수뇌부는 전철협 관계자들의 과격한 행동이 이런 사태를 유발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과격하면 불에 타죽어야 하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한 가정에 가장을 잃고 눈물짓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무너진다. 피해자들에게는 이번 설날은 가장 잔인한 설날이 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KBS는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PD), 김현석 대변인(기자)을 파면하고 성재호 기자를 해임했다. 이 사건을 전해 듣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KBS에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웠던 죄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내가 존경하던 기자였고 정보공개센터 창립멤버였던 성재호 기자의 해임소식은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KBS 성재호 기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성재호 기자는 가슴은 놀랍도록 뜨겁고 머리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는 취재와 관련해서 단 한발도 물러섬이 없다. 그와 관련되어 두 가지 일화가 있다.

  성재호 기자는 작년 우리사회 정보공개실태와 관련된 취재를 하다가 인천 공항공사의 귀빈실 이용내역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 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는 관련 자료를 무단 폐기해서 관련 자료가 없으니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성재호 기자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들을 기록물관리법상 ‘무단폐기 죄’ 로 검찰청에 고소를 해 버린 것이다. 기자가 취재와 관련해서 검찰청에 고발하는 것은 생전 처음 보던 모습이었다.

  인천공항공사 쪽도 그제서야 관련 자료를 폐기하지 않았고 직원의 실수로 답변했을 뿐이라고 검찰청에서 굴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성재호 기자는 국회를 상대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를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에서 “열람은 할 수 있어도 사본 반출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었다. 성재호 기자는 본인의 비용으로 국회를 상대로 직접 행정 소송을 벌였다. 그 재판은 2심까지 성재호 기자가 승소했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보도를 위해서는 검찰 고발이나 법원 소송까지 불사한다. 이런 뚝심으로 그는 ‘이달의 기자 상’ 등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KBS 사무실 장식장에는 그가 받은 상이 빼곡히 쌓여있다. 이런 그가 졸지에 해직기자가 되어버렸다. 한 언론인으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해왔던 그가 해직기자라는 명함을 받게 된 것이다.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2009년은 웃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희망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 1월도 지나지 않아 송구영신의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내 모습이 그저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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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용산참사와 KBS 학살의 배후는?

2009.01.22

                                                               김용진 정보공개센터 이사(현 KBS 울산총국 기자)

용산 철거 현장 참사를 보며 얼마 전 현대중공업 관계자들과 만나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지난 89년 현대중 총파업 취재를 시작으로 90년대 초까지 해마다 울산에 와서 파업취재를 지원했다고 말을 꺼내자 나이 지긋한 현대중의 한 임원은 ‘그때 사람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중무장한 진압경찰과 노동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처절한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울산 거리가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뒤덮이고 수많은 부상자가 생겼지만, 현장 취재기자인 내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현장에서 인명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 엄혹한 시절에도 최소한 양측이 ‘사람의 목숨’이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 ⓒ노컷뉴스

그래서 어제 용산 참사는 ‘초현실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로 흥분한 상태에서 격렬하게 충돌할 때도 없던 일이 어떻게 철거민 수십 명의 농성 현장에서 일어난단 말인가?

80년 광주 이후 이른바 ‘공권력’과 시위대가 충돌해 발생한 최악의 참사는 89년 동의대 사태였다. 동의대는 당시 내 취재 구역 안에 있었다. 당시 경찰 지휘 라인은 학생들이 농성 중이던 중앙도서관 내부 상황과 위험 물질 존재 여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벽에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명령했고, 경찰관 7명이 안타깝게 희생됐다. 농성 학생 70여명은 구속돼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받았다. 노태우 정권은 이 사건을 활용해 우리 사회를 공안정국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동의대 사태 때는 명령을 수행했을 뿐인 일선 경찰관의 희생은 있었지만, 경찰 작전 때문에 민간인의 목숨이 ‘무더기’로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곁에서 군부독재 시절에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생겼다. 왜 그런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하찮게 여기는 MB 식 ‘삽질문화’가 불과 1년 만에 우리 사회를 지배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삽질에 거치적거리면 특공대를 보내 쓸어버리고, 삽질문화 창달에 걸림돌이 되면 검찰을 동원해 처넣어버리는 인명과 인권 경시 풍조가 어느덧 우리 일상에 똬리를 틀었다.

▲ 이번에 파면과 해임이라는 징계를 당한 세 명의 기자, PD.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 성재호 기자.(왼쪽부터) 이치열 기자 truth710@

 

나는 KBS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에 대한 파면·해임도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가벼이 여기는 집권 세력과 그 하수인들의 집단 광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YTN 노조원과 교사들에 대한 무더기 파면·해임도 마찬가지다. 양심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을 자신들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은 살인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 성재호 기자는 MB 정권의 부당한 KBS 접수 공작에 대해 저항했을 뿐이다. 이들마저 없었다면 지금쯤 아마 KBS는 ‘언론기관’으로 불릴 자격도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파면·해임이라는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인두겁만 뒤집어쓴 짐승의 소행이지 사람의 짓이 아니다.

사원행동 대표나 대변인도 아닌 ‘평기자’ 성재호에 대한 해임은 더더욱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성 기자는 KBS 탐사보도팀 창설 멤버로 지난해 9월17일 보복인사 때 탐사보도팀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3년 넘게 KBS 탐사보도팀의 주축으로 일했다. 많은 특종을 일궈냈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 외유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국회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해 2심까지 승소 판결을 받았고, 노무현 정권 때는 취재 제한 조처에 맞선 정보공개법 개정 투쟁에 방송기자 대표로 활약하는 등 실천하는 기자의 표상이었다. 장관 등 고위 공직자를 취재할 때는 추호도 주눅 들지 않았고, 일반 시민을 상대할 때는 만에 하나라도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까 기사 한 줄, 그림 한 컷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는 기자였다.

김현석, 성재호, 양승동 같은 양심적이고, 강직하고, 거기다 유능하기까지 한 기자, PD들을 KBS에서 쫓아내면 그 다음은 뭔가? 이들의 수급을 내주고, 권력의 총애를 받겠다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언론기관’이었던 동아일보는 지금 이른바 ‘조중동’이란 칭호에서도 세 번째로 취급받고 있다. 지난 74년 언론 자유를 외치던 기자들을 무더기로 축출한 이후 예정된 운명이었다. 그 뒤에도 김중배 선생 같은 기자들이 자의반 타의반 하나둘씩 동아를 떠났고, 동아일보는 이제 더 이상 박정희 시절 권력에 맞서던 그 동아일보가 아니다. 지금 이 신문의 논조에서 과거 독재에 항거하던 기개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김현석, 성재호, 양승동 같은 언론인들이 KBS에서 쫓겨난다면 KBS도 필연적으로 3류 방송의 길을 걸을 게 명약관화하다.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 모든 언론지망생들의 로망은 불과 몇 달 새 이미 옛 추억의 향기가 되고 있다. “방송을 가운데 갖다 놔라”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수준의 대통령 아래, 공영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도 탑재하지 못한 그 하수인들이 KBS를 노략질하면서 KBS가 예전의 땡전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안팎의 한탄이 넘쳐나고 있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날 나는 KBS 1TV 밤 11시 뉴스인 뉴스라인을 보다가 용산 참사의 초현실적 광경 못지않게 KBS의 ‘초현실적 편집’ 스타일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날 오바마 취임식 예정 소식을 톱으로 올리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미셸 스타일 따라잡기’라는 여성지 잡기사 수준의 리포트를 버젓이 톱 뒤에 받치는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다. KBS의 추락은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에 큰 재앙이 된다는 점에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법질서와는 가장 거리가 멀게 살아온 부류의 인간이 권부 깊숙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법질서 준수’ 운운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 나라의 가장 큰 비극이다. 그리고 이 비극을 초래한 책임에서 언론도 비켜갈 수 없다. 공직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부적격자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서 선거과정을 통해 걸러내도록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선출 이후에는 권력의 오남용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그것도 게을리 했다. 주류 매체들은 극소수 상류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권력집단과 이미 일심동체가 돼 있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이 비극의 본질을 용기 있게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매체들도 일부는 여전히 정파주의에 매몰돼있거나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 김용진 KBS 전 탐사보도팀장(현 KBS 울산총국 기자)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용산 참사 같은 또는 미네르바 구속 같은,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양심을 지키려는 언론인, 교사 등등도 하나둘씩 잘려나갈 수밖에 없다. KBS의 동료들이 양승동 PD와 김현석, 성재호 기자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 투쟁에 들어간다. 물론 1차적 목표는 부당징계 철회를 받아내는 것이지만, 이번 투쟁은 부당징계 철회 이상의 함의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급격하게 일부 외부 세력에 의한 사영화(私營化), 정권에 의한 관영화(官營化) 조짐을 보이고 있는 KBS를 공영방송의 자리로 되돌리는 힘찬 출발점이 돼야 한다.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용산 철거 현장에서 경찰 수뇌부의 어이없는 진압명령으로 희생된 철거민, 경찰 특공대원도 다 2,500원의 수신료를 낸 시청자였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KBS가 서야할 지점이 어딘가는 너무나 자명하다. 관영의 굴레를 저항 없이 쓸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떨쳐낼 것인가. 양자택일은 이제 KBS 구성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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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시민운동’도 보수적이었다

2009.01.20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답답해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작년 하반기 이후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서울의 구 단위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단체들은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이다)들은 방향을 잘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촛불’이 가라앉은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찾지 못하고 있다.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기에도 힘겨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회계부정을 포함한 내부문제들이 드러난 환경운동연합은 아직도 시민들이 수긍할만한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임기응변식의 대처로 읽힐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가 시민단체답게 운영되지 못했고, 환경단체가 환경단체답게 활동하지 못했던 근본 원인들에 대해 성찰하고, 조직을 완전히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내 놓아야 한다.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하고, 조직체계와 활동방식을 완전히 혁신해야 한다.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지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못한다면, 환경운동연합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조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환경운동연합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환경운동을 위해 헌신해 온 주위의 활동가들의 상처와 고뇌를 보면서 하는 이야기이다.

다른 시민단체들을 보면서도 요즘 ‘보수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변화를 해야 하는 시점에 변화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달리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한데, 변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시민단체들이 뭔가를 제안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발로 뛰어다니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연대조직을 구성하고, 이벤트를 열고 보도자료를 내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지금 시민단체들이 행동하고 있는 패턴은 1990년대 초중반에 확립된 패턴들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보도자료 쓰고, 활동가들이 주로 참여하는 집회나 이벤트를 열어 언론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사안이 있으면 단체들끼리 모여서 연대조직 만들고, 기자회견열고…. 이런 방식들은 1990년대에는 통했던 방식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그런 방식에 쉽게 젖어들었다.

재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회비로 재정을 충당하지 못하는 단체들이 많다 보니 후원행사를 열고, 기업의 협찬을 받고, 정부 프로젝트에 지원해 왔다. 그러다보니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사실은 진작에 변했어야 한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위기의 징후들은 보였다. 시민운동이 시민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이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느낄 때부터 변화를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스스로 함정을 파 왔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의 신화에 안주해 온 것이 뼈아프다. 도대체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시민단체들이 하는 활동들은 정책에 관련된 것들이고, 정치적인 행위들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정치적 중립’이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것은 기득권 정치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도덕성이나 실정법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정치권을 비판하고, 잘못된 정치 관련 실정법(시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선거와 정치제도)을 기준으로 공명선거운동이나 낙천낙선운동을 벌여온 것도 결국 기득권 정치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민단체들의 이런 활동들은 정치에서 희망을 만들기보다는 정치에 대한 회의와 냉소를 증폭시켰다. 지금 나타나는 낮은 투표율과 관련해서 시민단체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운동이 운동다우려면 비전이 있고,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하겠다는 풀뿌리정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시민운동에는 그런 비전도, 정신도 부족해 보인다. 2009년 한국사회의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운동이 한국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래도 그 가능성을 믿는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운동 스스로 변해야 한다.

운동이 운동다워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시민운동을 살리고, 우리 사회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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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8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KBS

2009.01.19

                                                                          

 바야흐로 ‘해직’ 전성시대이다. 신문만 펼치면 각종 해직 기사가 넘쳐 난다.
과거에는 큰 비리나 도덕적 문제가 터졌을 때만 나오던 저 생소한 단어들이 이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마치 사회가 20년 전으로 되돌아 간 듯하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사회 선생님이 전교조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많은 학생들이 그 소식에 충격을 받아 운동장에서 집회를 벌였다. 생애 처음 집회에 참가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89년에 경험했던 그 일이 2009년 1월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제고사를 거부했던 선생님들이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에 신음하고 있다. 이것을 허락했던 교장선생님 마저 정직 처분을 받았다.20년이라는 시간이 없어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다양한 교육(?)을 위해서 평준화를 거부하던 정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들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을 부여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나의 중학교 시절이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그뿐만 아니다. 노태우 정권 말이었던 1992년 MBC 노조파업으로 구속된 손석희 아나운서와 수많은 언론인들이 중징계를 받은 모습들은 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우리는 다시 보고 있다. KBS는 지난 1월 16일 양승동 PD(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김현석 기자(사원행동 대변인)를 파면하고, 성재호 기자를 해임했다. 그 이외에도 관련자들에게 정직과 감봉이라는 중징계가 쏟아져 나왔다.

  저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멍했다. 파면과 해임이라는 중징계가 저렇게 쉽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도대체 저들이 무슨 중범죄를 저질렀기에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KBS의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간 것이 그렇게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는지 궁금할 뿐이다. 더군다나 중징계를 받은 KBS 언론인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은 언론인으로 수많은 특종을 했고, 그 결과로 KBS의 위상을 높여 나갔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KBS에서 몇 번의 상을 줘도 부족한 언론인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해직언론인 이라는 명함을 달고 차가운 길거리에서 기약 없는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YTN 사태는 점점 더 꼬여가고 있다. YTN은 보도국장 인사 파동으로 노조에서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고, 사측에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지속될 경우 해직 언론인이 아니라 구속 언론인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꼬여가고 있다. 과연 정부에서는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저들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그저 구속시키고 파면시키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2월에 국회에서 논의가 예정되어 있는 방송관계법이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또 다시 수많은 언론인들이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릴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언론인들이 위의 언론인들의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우리사회는 급속하게 80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애써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갈등이 위험수위까지 오르고 있다. 수많은 해직교수, 해직교사, 해직언론인 들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에 부정확한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수입한 미국 쇠고기가 먹기 싫다고 소리쳤던 사람들은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서 신음하고 있다.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들을 해직하고, 구속한다고 해서 조용해지는 것이 아니다. 유능한 정부는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포용하는 정부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역풍에 휘말리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이런 갈등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가 무너질지 모른다. 민주주의가 무너진 대가는 너무 크고 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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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문제는 청와대다!!

2009.01.16

                                                      정광모 정보공개센터 이사 (희망제작소 공공재정 연구위원)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17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다.
국정감사를 하면 그는 묵묵히 의원들의 질의와 답변을 듣다 장차관과 국장에게 의문 나는 점을 캐묻는다. 그리고 의원이 제기한 문제를 정부가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부처 감사관을 부른다. “감사관, 방금 의원이 질의한 건에 대해 문제점을 감사해서 20일 후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시오”

여당 상임위원장은 대체로 정부에서 하자는 대로 끌려가기 십상이지만 홍준표 위원장이 상임위원회를 진행하면 부처를 장악하는 힘이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국회 상임위원장은 몽땅 야당이 맡아야 국회의 힘이 살아나겠구나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자신이 쓴 책 <이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는가>에서 자신은 DJ 저격수가 아니라 3김 정치의 종식을 주장해오던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타고난 저격수 기질이 있다. 저격수는 작은 노력으로 핵심을 때려 큰 효과를 낸다. 이는 홍의원의 법안 제출에서도 나타난다. 2005년부터 그는 이중국적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를 원천봉쇄하는 내용의 ‘국적법’ 및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고 ‘반값 아파트 특별법’을 통해 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몇 십 개 법안을 쏟아내도 주목받지 못하는 의원이 많은데 그 는 한 방 어퍼컷으로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부각시켰다.

그가 내뿜는 장악력은 가난하게 자란 어린 시절 5남매의 대표로 대학을 다닌 가족 이력 때문일 수 있다. 험난한 인생을 장악하고 끌고 가야 형제들에 진 미안함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살림이 어려워 5번이나 전학 다닌 초등학교부터 정치권까지 여유 부리는 주류보다 상황을 장악하고 돌파하는 비주류로 살았다. 돈도 빽도 없는 그가 달리 뭘 내세우겠는가? 장악력은 자존감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그는 수사검사로 뛰면서 ‘모래시계 검사’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권력과 부정부패에 맞섰다. 1995년 10월 검사를 그만두면서 “나는 적어도 검사로 재직할 당시 증거만 찾으면 상대가 그 누구이더라도 주저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사는 자신이 피의자의 생각과 마음을 장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다. 그가 2004년 탄핵바람이 부는 와중에 서울 강북 지역에서 당선된 것도 확고하게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정부의 국회 원내 대표로 되면서 당내의 일부 세력에게서 야당과의 협상을 잘 못했다는 비난을 듣는 일이 잦다. 야당이 MB악법 저지를 내세운 본회의장 점거를 끝내고 여야 합의를 하고 나자 그런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자존심 강한 그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거대 여당이라고 힘 앞세우면 국민저항만 부른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는 1999년 의원직을 그만두고 워싱턴에 가기 직전 이회창 총재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는 고언을 월간중앙에 기고했다.

“야당을 파괴의 대상으로만 인식하시면 정국안정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합니다… 자신의 대통령 임기 동안 무슨 엄청난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계속 남아 있는 한 국정운용은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소외 지역과 계층은 더욱 더 늘어납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와 내각에 ‘직언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임기가 보장돼 있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여당 의원들이 바른 소리를 해줘야 한다. 앞으로 여당은 ‘사전 예측 기능, 사후 통제 ․ 감시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겠다”  “과거 여당처럼 행정부의 잘못을 덮어주는 식은 안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청와대의 힘은 막강하다.
청와대가 쥐고 있는 인사권과 예산권은 국회의원들을 흔들어놓기 충분하다. 장악력을 중시하는 홍 원내대표가 자신의 소신대로 하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그건 “경제살리기”라는 표적에 몰입하지 못하고 방송법을 비롯한 온갖 법안들을 들이대고 처리 시한까지 정하며 국회를 흔드는 청와대 탓이 클 것이다. 그들은 ‘당정협의’란 이름으로 정부 주장을 관철하고 국회를 청와대 여의도 지부로 만들려고 골몰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앞으로 상황을 장악하는가? 장악 당하는가? 한국 정치판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종필 전 총재가 한 말이다.

“괜찮던 사람도 저어기(청와대)만 들어가면 바뀐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폭력이 우리 미래를 불안케 만들었다”고 했다.

폭력은 왜 일어났는가? 문제는 청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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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잠자는 국고보조금

2009.01.15

2008년 12월 6일 언론은 감사원에서 발표한 ‘주요 국고보조사업 관리실태’를 ‘지자체, 국고보조금 절반 미집행’‘광역지자체 6곳 국고보조금 매년 1조 7800억씩 잠잔다’제목으로 보도하였다.

정부 중앙부처가 예산 집행에 필요한 용지 확보 등을 확인하지 않고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경기도 등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매년 1조 7800여억 원의 예산이 제 때 사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중앙정부는 집행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을 교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사원은 목포시 공설묘지 조성사업과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사업 등 무수한 예산 낭비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국고보조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문제를 지적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07년 5월에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금 등 예산 운용실태’감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1) 사업계획 및 예산편성 분야
2) 국고보조금 교부신청 및 교부결정 분야
3) 국고보조금 집행관리 및 정산 분야
4) 국고보조금 제도운용 분야에 걸쳐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 국고보조금 운용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 예만 들면 2006년도에 12월에 교부한 국고보조금이 건설교통부의 2921억, 농림부의 2004억, 행정자치부의 1185억 등 9183억에 달했다. 이렇게 12월에 ‘밀어내기식’ 국고보조를 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집행을 다음 연도로 넘겨야 하고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될 수밖에 없다.

2008년 2월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민세금 1원도 소중하다’는 예산낭비사례 분석 자료집을 내놓았다. 이 자료집은 예산낭비 유형 다섯 번째로 ‘국고보조금 및 출연금 관리 잘못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들고 있는데 ‘국고보조금 신청서류의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대로 지급’, ‘일선 현장의 사업여건이나 집행실적 등을 도외시한 채 종전 방식대로 지원하여 사업부진과 자금사장 초래’와 관련한 여러 사례를 들고 있다. 여기 나오는 예산낭비사례들은 감사원이 결산 감사등을 통해 최근 몇 년 간 모은 사례들이다.

한 마디로 하늘 아래 새로운 낭비는 없다. 비슷한 예산낭비 사례가 지적되고 비슷한 대책이 세워지고 또 몇 년 후 조사하면 역시 비슷한 예산낭비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뫼비우스의 띠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은 과감하게 예산삭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고보조금 낭비 사례가 심한 곳은 담당 책임자와 간부를 징계해야 한다. 감사원이 발표한 국고보조금 예산 낭비 사례를 보면 이건 예산낭비가 아니라 직무유기나 배임에 가까운 사례들도 많다. 춘추전국 시대 이래 상벌은 공직 사회를 규율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감사원과 정부는 주의나 시정 같은 미지근한 조치 말고 과감하게 징계를 요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공무원이 징계를 겁내 복지부동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사람이 있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것과 복지부동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지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고 예산이 없으면 그런 실적을 올릴 수 없다. 엄격하게 예산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예산이 모자라 일 못하겠다고 하는 곳은 많다.

정부 중앙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2004년 12.7조 원에서 2008년 23.7조 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고보조금은 2008년 당초 지방자치단체 예산 124.9 조 원의 18.9%라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재정집행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나라 돈을 마구 풀고 있지만 그런 효과를 보려면 예산낭비를 막는 밑바닥 토대부터 다져야 한다.

정광모는 부산에서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10여년 일하며 이혼 소송을 많이 겪었다. 아이까지 낳은 부부라도 헤어질 때면 원수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생무상을 절감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국록을 축내다 미안한 마음에 『또 파? 눈 먼 돈 대한민국 예산』이란 예산비평서를 냈다. 희망제작소에서 공공재정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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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새로운 복지, 서울시 희망통장

2009.01.09
                                                                                            정보공개센터 정광모 이사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다. 경기는 최악이니 고용 상황은 살얼음판이다. 실직하고 병이라도 걸리면 있는 재산은 쉽게 까먹는다. 이처럼 빈곤층으로 가는 길은 넓고 크다. 실증조사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지난 1996년 68.5%에서 2006년에는 58.5%로 떨어졌고 빈곤층은 11.3%에서 17.9%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반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 만약 여러분이 갑자기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일회성 급여 형태가 많아 빈곤탈출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 서울복지재단이 2008년 7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하니 90% 이상이 앞으로 계속 생활형편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시의 기초생활수급자는 21만 명, 차상위계층은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서울시 복지 예산은 3조가 넘고 서울시 전체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복지 서비스 체감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2009년 서울시는 저소득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 제도를 운영한다. 서울시가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일을 하는 저소득가구가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면 서울시가 본인이 모은 금액 만큼 돈을 함께 적립해 2~3년 후에 주는 제도이다. 즉 1 : 1 매칭사업이다. 적립금은 매달 20만원까지 가능하고 2009년에 30억 정도를 투입해서 1500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지원예산의 60% 정도는 기업과 민간후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기획 관리하고,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홍보하고 기금을 모으며, 서울복지재단이 집행하는 3자 협동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서울복지재단은 2008년 100가구를 상대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사업 도중 단지 2가구만이 탈락했다. 이 사업은 반드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적립금을 넣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직한 2가구가 포기한 것이다.

희망통장에 참가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70만 원 정도의 임금으로 간병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기 너무 힘들어 세상을 비관했다. 2만 원 청약통장 불입도 미루어 왔던 내가 희망통장을 알고 나서 다달이 20만 원을 저축하고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희망 보따리 생각에 3년 후 미래를 손꼽아 기다린다”

시범사업 100가구 중 여성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한 부모 가정이 60%라고 한다. 그만큼 어렵게 사는 여성이 많다는 자료일 수 있지만 여성의 자활의지가 더 강하다는 징표일수도 있다. 서울복지재단은 이들의 빈곤탈출을 위한 재무관리도 도와준다. 희망통장은 1993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처음 도입했고 정부 보조금과 기업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대만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지방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급여와 같은 복지사업에 80%의 국고보조를 받는데 비해 서울시는 재정이 낫다는 이유로 50%의 보조를 받아 재정 압박을 더 받는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그 동안 서울시는 독자적인 복지 사업을 많이 벌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새로운 복지 모델을 정착시키려면 ⅰ) 적절한 복지 이론 ⅱ) 이론에 따른 적절한 모델 ⅲ) 모델을 운영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효과적인 모델 개발은 많지 많았다.

진심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새로운 복지모델인 희망통장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래서 보건복지가족부와 다른 자치단체에도 이 사업이 많이 퍼져가기를 바란다. 복지사업에도 긍정의 힘, 희망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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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정부 정책 비판했다고 방송을 수사하는 나라

2009.01.09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참 말을 잘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다. ‘선진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선진화’라고 하면, 마치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후진국’화를 주장하는 사람처럼 되는 셈이니 말이다.

어쨌든 ‘선진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집권할 때에는 그래도 ‘선진화’라는 구호에 걸맞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가 어떤 선진국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선진화’를 표방했는데 얼토당토않은 일이야 하겠는가라는 것이 필자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간 행태들을 보면, ‘선진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행태들로 점철되었다. 특히 언론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를 둘러싼 행태는 정말 심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같은 정부정책을 비판한다고 해서 해당 언론을 수사하는 선진국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해당 언론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조직 내부에서 의견대립을 하던 사건 담당 부장검사가 옷을 벗게 되었다고 한다. 검사가 자기 소신껏 사건을 처리하지도 못하게 하는 정권이 ‘선진화’를 표방할 자격이 있는가?
 
반면에 반부패 정책이나 정부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부터 정부와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가 운영해 온 ‘투명사회실천협의회’도 최근 깨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진실은 의외로 단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진화’는 권력을 쥐기 위한 명분에 불과한 것이었고, 정권을 쥔 이후에는 권력을 지키고 향유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의 경향을 보면, 현 정권은 자신들이 집권하는 데 도움을 준 기득권 집단, 이익집단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만 해도 그렇다. ‘방송의 경쟁력 강화’니 하는 것은 명분과 포장에 불과해 보인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재벌과 일부 언론에게 방송진출의 길을 열어주고 싶은 것이 본심인 듯하다.

한편 이 시점에서 ‘선진화’를 주장해 온 일부 지식인들의 책임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식인들의 현실참여에는 당연히 책임도 따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기반이 된 ‘선진화’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온 ‘한반도 선진화 재단’이라는 집단을 두고 하는 것이다. 필자와는 의견이 많이 다르지만, 필자는 ‘한반도 선진화 재단’에서 나온 책자들을 거의 다 구해서 읽어보고 있다. 비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비판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단에서 나온 책자들을 읽다보면, 필자의 생각과 다른 부분들이 많지만 다소 일치하는 내용들도 있다. 예를 들면, ‘한반도 선진화 재단’에서 나온 〈언론 개혁의 기본방향과 방안〉이라는 소책자에서는 방송의 민영화도 주장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공개법을 개선해야 한다’, ‘회의공개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정보공개제도가 개선되어야만 국민의 알 권리도 실현되고,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언행일치가 되려면, ‘한반도 선진화 재단’이나 이 책자에 관계된 사람들은 정보공개법 개선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공개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비밀보호법을 통해서 정보공개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공개제도의 개선을 위한 선진화론자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가 권력에 의해 위협받는 데도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진화’를 정치적 구호로 이용한 이명박 정부나 그들을 도와 이데올로기를 생산한 집단의 진정성, 아니 기본상식이 의심스럽다. 과연 무엇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선진화인지 모르겠다. 왜 이명박 정부는 선진화를 주장하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정권의 행태에 침묵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행태도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2009년 새해에 상식의 눈으로 보면, ‘선진화’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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