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은평구, 정보공개 의무 불이행에 대한 징계 기준 없어

2023.10.31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연재하는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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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언스플래쉬

 

정보공개 운동을 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분명 공개해야 하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이를 비공개 처리하거나, 공개 범위를 제멋대로 해석하여 좁히는 경우입니다. 더욱이, 행정심판이나 소송 등 불복절차를 통해 공개해야 함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공개를 지연하는 사례 역시 빈번합니다.

 

2023년 4월, 대법원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의 예산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검찰은 한번에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검찰은 판결이 내려진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까지, 특정업무경비 자료 상당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한없이 공개가 늦어지더라도, 이를 처벌하거나 공개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보공개법은 악의적인 비공개나 고의적인 처리 지연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제도를 악용하여 충분히 공개해야 할 정보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일삼거나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도, 고발을 통해 이를 바로 잡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렇게 정보공개제도를 무력화하는 행태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보니 그동안 정부 역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벌써 10년 전인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제도의 투명성·실효성 제고방안] 권고안을 의결하였습니다. 이 권고안은 정보공개 청구 처리 지연, 허위 공개, 부적정한 비공개 처분, 공개 의무 불이행 등의 사례를 열거하며, 이를 막기 위해 정보공개 관련 의무를 어길 경우 담당자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국의 공공기관이 이 권고에 따라 징계 기준을 개정하라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공공기관에서 징계 규칙을 개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웃 자치구인 서대문구의 경우 ‘서대문구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의 징계 양정 기준에 ‘정보공개 불이행’ 항목이 있습니다. 거짓 정보공개, 정보은닉을 할 경우 감봉, 불복절차를 통해 공개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불이행한 경우 역시 감봉할 수 있도록 징계 기준을 정한 것입니다.

 

서대문구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 별표의 ‘징계에 관한 개별기준’
서대문구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 별표의 ‘징계에 관한 개별기준’

 

 

서대문구 뿐 아니라 마포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강남구, 송파구, 광진구 등 서울 지역 대다수 자치구들이 공무원 징계 규칙에 ‘정보공개 불이행’ 항목을 신설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은평구는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에 정보공개 의무 불이행과 관련한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보통 자치구의 징계 규칙과 기준이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은 어디까지나 권고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이를 100% 받아들여서 규칙을 개정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내용의 제도 개선 권고안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은평구도 어서 정보공개 의무 불이행에 대한 징계 기준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by
    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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