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입틀막 우려 정보공개법 개정안. 법이 아니라 약관을 바꾸면 된다.

2024.08.20


행정안전부가 정보공개법 개정안(행정안전부공고제2024-1114호)을 냈다. 올해 초 21대 국회에서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을 통해 발의한 법안이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자 이번에는 직접 정부 입법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내용상으로 정부 발의안과 박성민 의원안은 큰 차이가 없다.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입틀막 법안이라는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에도 차이가 없다.

입틀막 법안이라는 비판에도 정부가 정보공개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명분은 ‘공무원 보호’다. 악의적이고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언, 욕설, 폭행 등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공무원이 사망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공무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어왔다. 정부는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 역시 악성민원이라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제한하는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일선 공공기관 공무원들은 욕설과 비방을 포함하거나, 공무원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의 반복과다 정보공개청구가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욕설과 비방, 협박과 괴롭히기는 명백한 문제다. 그래서 이미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어있기도 하다.


10명 때문에 법을 바꾼다고?

여기서 쟁점은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악성 민원으로 볼거냐의 문제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전체 정보공개 청구의 30% 가량이 단 10명에서 들어온다며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막을 법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법개정이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와 권력 감시 약화를 우려한다. 정보가 은폐된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인데 이를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라며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요구를 통해 1996년 제정된 정보공개법은 예산 감시, 부정부패 예방, 소비자 주권운동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현재에도 사회적 재난, 기후 위기, 인권 침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 공개는 필수적인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정보공개위원회 위원인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단 10명 때문에 법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섣부른 법 개정을 추진하기 전에 시민의 알 권리와 공무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열린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민원처리법 개정, 정보공개 매뉴얼 개편, 정보공개포털 기능 개편과 약관 개정 등이 이야기됐다.


행정심판청구 악용, 형사고소와 약관 개정으로 이미 제한 중

실제 공무를 방해하는 악성 청구 행위를 예방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행정심판제도의 편리함을 악용해 공무를 방해하거나 무분별하게 반복 청구하는 행위에 대해서 ‘민원 응대의 차원을 벗어난 사안’으로 판단하고 행위자를 형사고소 했다. 또한 2년 반 동안 6천여 건의 온라인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온라인행정심판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에 장애를 초래한 2명에 대해 온라인행정심판시스템 접근을 차단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사유로 형사고소 했다.

온라인행정심판시스템 약관에 따르면 ▲다량의 정보를 전송하여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 ▲타인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내용, 기타 청구 내용을 특정할 수 없는 내용의 심판 청구를 반복하는 행위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음에도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청구를 반복하여 공무수행을 현저히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에는 온라인 행정심판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온라인 행정심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청구인의 권리 자체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서비스는 행정편의를 위해 제공한 방법의 일부일 뿐 온라인서비스가 제한된다고 해서 모든 행정심판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정보공개청구의 88%가 온라인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는 상황에서 정보공개포털 약관 개정은 특정인에게서 발생하는 정보공개청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행정기관의 온라인 정보공개 청구를 관장하는 정보공개포털 약관에는 이용 제한의 경우가 최소화 되어 있어 이를 개정한다면 10명 내외의 일부에게서 과도하게 들어오는 정보공개청구 제한할 수 있다. 물론 약관 개정을 한다고 해서 청구인의 알권리가 침해되지는 않는다. 법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는 인터넷, 우편, 팩스, 구술 등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보공개포털 이용약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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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법은 ‘입틀막 법’ 아닌 ‘떠드는 법’

행안부가 추진중인 정보공개법 개정은 ‘입틀막 법’이 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실, 검찰 등 소위 권력기관에서 일상적인 정보공개 거부 관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예산 집행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실은 기본적인 조직도조차 비공개한다. 정보공개법을 무시하는 권력기관의 버티기관행은 시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정부가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국민들에게 정보를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청구라는 이유로 정보공개 청구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지켜지기 어렵다.

또한, 현행 정보공개법으로도 부당한 정보공개 청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이미 반복적인 청구나 공개 정보의 분할 제공 등의 방법으로 과도한 청구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온라인 행정심판 사례처럼 약관 개정 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른 조치를 시도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덥석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를 넘어서 의심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식 초청자 명단 파기, 불투명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 채상병의 죽음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은폐, ‘김건희 명품백’과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논란에 대한 자료 은폐 등 ‘비공개 공화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공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제한할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는 더 많이 논의하고 더 많이 떠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법은 ‘떠드는 법’이 아닌 ‘입틀막 법’이 될 우려가 크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안부의 정보공개법 개정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by
    정진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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