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위축시키는 정보공개법 개악안 철회하라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시민의 입 틀어막으려는 정부”
지난 7월 30일 행정안전부는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는 취지의 정보공개법 개정안(행정안전부공고제2024-1114호)을 입법예고 했다. 악성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기관이 자체적으로 종결처리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은 시민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정보접근권을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의사형성에 기반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입법취지를 ‘비정상적인 정보공개청구’를 최소화하여 공무원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한편, ‘정상적인 청구’에 한해서는 정보공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에 정보를 ‘물어볼 수 있는 권리’, ‘공유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보를 공개해야할 기관이 특정한 정보공개 요구와 요구한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가려내어 권리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차별적인 발상일 뿐더러 ‘검열’에 해당한다.
더욱이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특정 언론이나 특정 시민사회단체, 소수자 집단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으며 이들의 정보접근권과 언론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마주하고 있다. MBC와 뉴스타파 등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은 취재단에서 배척하거나 회의장에서 내쫓으며, 장애인이동권을 위한 투쟁은 ‘과격시위’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불온세력’으로 낙인찍어 기소와 벌금으로 대응하는 현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입법을 시도하는 것에 매우 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이 뿐 아니다. 현 정부는 취임식 초청자 명단 파기, 불투명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 채상병의 죽음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은폐, ‘김건희 명품백’과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논란에 대한 자료 은폐 등 ‘비공개 공화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경찰의 수사심의위원회, 의대 증원 수를 결정하는 교육부 배정심사위원회 등 공적인 결정을 하는 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도 비공개와 은폐가 일상이 되었다.
오히려 문제는 기관이 이렇게 마땅한 사유 없이 정보를 비공개하더라도 이를 제한할 마땅한 처벌조항이 없으며, 시민들은 정보를 알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권력의 정보은폐와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더 심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공개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힘 있는 기관이 기록과 정보를 감추지 못하도록 설명에 대한 책임성과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보공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자 필수적인 수단이다. 국가와 정부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혹은 하지 않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더 많이 논의하고 더 많이 떠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법은 ‘떠드는 법’이 아닌 ‘입틀막 법’이 될 우려가 크다.
공무원들을 악의적인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관에게 시민들의 청구에 대한 종결처리 권한을 주고, 입을 틀어 막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기관 및 책임자들이 체계적인 보호체계를 마련하고,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공청회 및 논의를 거쳐 세부적인 운영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정부의 일방적 법률 개정에 반대한다. 정부는 입법 예고안을 철회하라.
2024년 9월 6일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네트워크(약칭 21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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