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계엄 국무회의 기록… 찬성 공범 감춰주나
[그 정보가 알고 싶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회의록, 발언 기록 없어… 조직적 은폐 의심
행정안전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국무회의 자료를 대통령비서실에 요청했으나, 발언요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록에는 회의 시작과 종료 시간, 장소, 참석자와 배석자, 안건명과 안건, 제안이유, 발언요지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대통령비서실은 이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발언요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 답변 속에는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의문점들이 있다.
발언요지도 없이… 비상계엄 선포 5분 만에 결정?
대통령비서실의 회신 내용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례적인 회의 진행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비상계엄 선포가 단 5분(오후 10시 17분~22분) 만에 결정되었다. 이는 실질적인 심의나 토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에는 국무위원들만 있을 뿐, 통상적인 국무회의에서 배석하는 각 부처 실무진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말 배석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책임 회피를 위해 빼놓은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 몇 시간 뒤인 12월 4일 새벽에 이뤄진 계엄령 해제 국무회의에는 국방부 장관의 제안 설명이 명시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중대한 결정인 계엄령 선포 국무회의에서는 왜 아무런 발언 기록도 남기지 않았는가?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국무회의 발언요지가 왜 중요한가? 이는 계엄 선포 당시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의 정치적·법적 책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자신들이 국무회의에서 계엄령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국무회의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기록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대통령 탄핵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발언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비서실은 이 핵심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고 한다. 불과 5분 만에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혹은 아무런 발언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 선포에 동조한 이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에서 “안건 및 발언요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지속적으로 추가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발언요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통령비서실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기록이 존재하지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예 작성조차 되지 않은 것인지, 혹은 작성된 기록이 파기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만약 기록이 무단으로 파기되었다면 이는 7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기록의 부재… 조직적 은폐 시도인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발언요지의 부재가 단순한 기록 관리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국무회의라면 있어야 할 것들이 모두 빠져있다. 실무진의 배석도, 제안 설명도, 토론도, 그리고 그 기록도 없다. 이는 반헌법적 계엄 선포의 공범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적 은폐 시도로 의심된다. 국무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없다면, 누구도 그들의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누가 계엄령에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가? 누가 침묵했고, 누가 저항했는가? 왜 실무진의 배석이 배제되었는가? 어떻게 5분 만에 이토록 중대한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가?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한 이 중대한 사건의 책임자들을 가려내고, 향후 권한대행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기록의 부재는 곧 책임의 부재다. 대통령비서실은 더 이상 모호한 답변으로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12월 3일 밤, 그들은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