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증거 ‘무단 폐기’ 가능성 높은데 … 국가기록원 뭐하나?
[그 정보가 알고 싶다] 12.3 내란사태로 보는 공공기록물법과 정보공개법의 과제
윤석열의 내란은 국민적 저항 끝에 탄핵소추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밤 국민들이 목 놓아 민주주의를 부르고 있는 지금도, 윤석열은 여전히 상상 저 너머의 몰상식한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 회의록, 있어도 없어도 증거
이 와중에 국무회의 회의록의 존재 자체가 오리무중이다. 대통령비서실은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를 결의한 국무회의의 속기록과 녹음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보공개센터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부존재 결정을 내렸다.
만약 존재했다면, 윤석열과 부역자들의 반헌법적 범죄의 증거가 될 것이었다. 그래서 부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대통령비서실의 주장대로 정말 존재하지 않는다면 또는 애시당초 기록할 생각조차 없었다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행위가 반헌법적 범죄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터이다.
공공기록물법 제17조는 주요기록의 생산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도 이 규정에 따라 반드시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 국무회의 회의록도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공공기록물법에는 주요기록의 생산 의무만 있을 뿐, 의무의 위반에 대한 제재나 처벌 조항은 없다. 그렇다면 국무회의 회의록은 없어도 그만이란 것인가?
국회에 불려 나온 국무위원들은 한목소리로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기록이 없으니 알 길이 없다. 찬성을 하였는지, 반대를 하였는지, 반대를 하였다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했는지 알 수가 없다. 계엄 출동 명령을 거부하다 구타를 당했다는 군인들처럼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 혼잣말로 ‘안 되는데…’를 되뇌고 있었는지 어찌 알겠는가?
지금도 내란의 증거 기록이 무단으로 폐기되고 있다면?
이뿐이 아니다. 내란을 획책한 자들이 자신의 범죄 증거인 기록을 마구잡이로 폐기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국가기록원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여론에 밀리고 밀려서야 겨우 움직이는 모양새다. 시민사회와 기록학계의 기록폐기 금지 조치 요청에도 터무니없는 변명만 늘어놓더니, 채상병 사망사건 1년 반여만에, 이태원 참사 2년여만에 기록폐기 금지를 통보하는 뒷북을 치고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관련 기록에 대해서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내란 혐의자로 수사받고 있는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를 받았던 탓일까? 국가기록원은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의 기록과 알권리를 지키자
이 내란의 소용돌이는 우리를 다시 깨우고 있다. 우리의 기록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대비하여 우리의 기록과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공공기록물법과 정보공개법부터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
첫째, 공공기록물법 제17조가 명시한 주요기록의 생산 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의 주요기록을 누락없이 생산, 관리하고자 한 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고의로 주요기록을 생산하지 않은 행위, 악의로 주요기록 생산을 방해한 행위는 형사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공공기록물법은 이미 징역형을 포함하는 벌칙 조항을 가지고 있다. 준용하면 된다.
둘째, 공공기록물법 제27조의3이 규정하고 있는 기록폐기 금지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기록폐기 금지조치를 보존기간 만료가 임박했거나 경과한 기록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법령 어디를 보아도 폐기 금지 대상 기준에 ‘보존기간’에 대한 내용은 없다.
게다가 보존기간 만료가 도래할 때 가능하다는 국가기록원은,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이 보존기간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법은 기록폐기 금지조치를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으로서 조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으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기록원이 기록폐기 금지조치 권한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기록폐기 금지 권한을 국회, 장관급 기관, 광역자치단체 영구기록물관리기관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회의 공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알권리는 결과와 과정 모두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을 뒤흔든 내란을 계획하고, 결정한 과정에 대해 우리는 알권리가 있다. 그에 합당한 죄를 묻기 위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시민들은 그 과정을 낱낱이 알아야 한다.
정보공개센터는 10여 년 전부터 회의공개법의 제정을 주장했다. 제정법 추진이 어렵다면, 기존의 정보공개법에라도 해당 내용을 담아야 한다. 회의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회의 개최 정보를 사전 공표하며, 법이 정한 절차를 어긴 회의의 의결사항을 무효화하는 것이 회의공개제도의 취지라 할 수 있다. 국무회의 회의록의 실종 사태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제도다.
주요기록 생산의무 제고, 기록폐기 금지조치의 실효성 확보, 회의 공개제도의 도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기록과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2024년 가을 정보공개센터는 기본권인 정보공개청구권을 제한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악 시도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런 우리에게 윤석열이 총칼을 들이댔다. 2024년 12월 우리는 반격에 나선다. 그리고 새롭게 만날 2025년 우리는 새로운 공공기록물법과 정보공개법을 만나고 싶다.